하권 제 4 장
풍운무림이여
감숙성 회녕부....
회녕은 북방에서 사천과 섬서 등으로 이르는 교통의 요충지라 할 수 있
는 대읍이었다.
이 회녕으로 이르는 관도 위에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회녕부로 당도하려면 족히 오십여 리는 더 가야 한다.
그 때문이었을까?
백의사내가 걷고 있는 관도 위에는 별로 행인이 없었다.
헌데....
놀랍지 않은가.
백의사내의 용모를 보라.
아아....
천상의 선인(선인)이 하강했음인가?
당당한 기품과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아름다운 용모....
사내는 비단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 아름다움 뒤에는 터질 듯한 힘이 내재되어 있을 듯 했던 것이다.
허리에는 길고 긴 환섬은편이 휘감겨 있고,
그 좌우에 다시 혈검과 오독신검이 걸려 있다.
뿐이랴.
어깨의 한쪽에는 뱀처럼 구불구불한 기형의 장도, 유부촉도가 걸려
있었다.
소연황!
그렇다.
바로 소연황이었던 것이다.
( 으음....자하요에서 보낸 세월이 일 년, 정확히 일 년이었다. )
문득,
소연황은 더할 나위 없이 담담한 신태로 걸음을 옮기며 고개를 저었다.
( 헌데....그 짧은 일년이라는 세월동안 무림은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
다. )
일 년....
사실 소연황은 자하요에서 출관하는 즉시 중원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헌데 일단 중원에 들어서자 중원무림의 동태를 들을 수 있었는데 지난
일 년 동안 실로 예상도 할 수 없으리만치 많은 변화를 보이지 않았겠는가.
( 열국십팔무존의 지하비전에서 이미 구대제가들 중 대부분의 세력들이
모습을 드러냈었다. 허나 지난 일 년 사이에 그들은 더욱 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
그렇다.
소연황이 자하요에서 열국십팔무존과 독가의 무공을 연성하고 있는 동
안 무림은 실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 짧은 기간 동안 수백, 수천 방파로 나뉘어져 있던 무림은
끝없는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커다란 다섯 개의 무맥(무맥)을 형성한 것
이다.
이제 이 다섯 개의 세력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세력은 전무하다고 할 수
도 있었다.
정풍림(정풍림)----
오대세력으로 구분되고 있는 세력중의 첫째,
정품림은 바로 정도무림의 연합세력이라 할 수 있었다.
불가의 대소림과 도가의 무당파가 주체세력이 되어 하나로 뭉쳐진 것이
었다.
이것은 구대제가의 제삼차 격돌을 향해 치달려 가고 있는 무림의 흐름
이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뭉치게 했기 때문에 탄생된 세력이기도 했다.
마교(마교)----
무림오대세력으로 구분된 다섯 개의 무맥 중 두 번째 세력,
원래는 법가의 후예들로 이루어진 세력이다.
허나 이 마교는 일 년 전부터 하토와 대막의 세력들을 휘하로 끌어들이
면서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해 마교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
고 있었다.
특히 마교의 젊은 대종사 마검아수라 북궁완우는 열국십팔무존의 비학
중 적지 않은 비학을 얻어 이제 그 일신의 화후가 가히 신인(신인)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했다.
구천단성----
종횡가의 후예들로 이루어져 있는 세력,
성주인 옥수환령 녹여령은 일개 여인의 신분이다.
허나 그녀 역시 열국십팔무존의 지하비전에서 적지 않은 비학들을 얻어
이제 그 성취가 가히 여인으로서는 무림사상 최강의 경지에 올라 있다
고 했다.
음양무령(음양무령)----
무림을 다섯 개의 커다란 세력으로 구분 짓는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신진세력,
허나 이 음양무령의 대부분은 비밀에 쌓여 있었다.
추측컨대 음양무령은 구대제가 중 하나인 음양가의 후예들이 이룩해 놓
은 세력이라 했다.
일천여 년 간 한 번도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암중으로만 세력을 확장
해 오던 세력....
허나 아직까지 이 음양무령의 정확한 실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
었다.
환영(환영)----
다섯 개로 분류된 오대세력 중 가장 신비한 세력....
이 환영은 전설의 구대제가 중 환가의 후예들이 만든 세력이었다.
어쩌면 오대세력 중 가장 막강한 세력이 바로 이 환영일 수도 있었다.
기이하게도 환가는 같은 구대제가 중 하나인 독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으며 또한 천축의 소뢰음사(소뢰음사)등과 동맹을 맺고 있었
던 것이다.
( 지난 일 년간....무림의 판도가 이 다섯 개의 거대한 세력으로 응집된
것은 실로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
소연황은 천천히 중원으로 향하며 그동안 알아낸 무림판도에 대해 생각
을 계속했다.
( 그들은 지난 일 년 간 실로 폭풍처럼 힘을 키워나가며 다섯 개로 확연
히 나누어진 채 이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이 침묵하고 있다. 허나....
지금의 이 침묵은 폭풍전야의 정적에 지나지 않음이다. )
( 일단 점화되기 시작하면....이 다섯 개 세력 간에 벌어지는 엄청난 패
권다툼으로 인해 천하는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피의 난세로 접어들
것이다. )
소연황이 머리를 저었다.
이미 무불통지 만학서생으로 불리우던 놀라운 신뇌를 지닌 그가 아니었던
가.
때문에 그는 항차의 무림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어렵지 않게 추론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일단 무림의 앞날이 확연히 예측되자 그의 전신에서 돌연 엄청난 기세
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폭풍같은 기세....
가만히 걸음을 옮기고 있건만 마치 거대한 해일이 그의 뒤쪽에서 후광
처럼 일어나는 듯한 기도이다.
그렇다.
아아....
야망과 웅지를 세운 일대영웅의 기도라고나 할까....!
(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힘(력)의 우위를 드러내며
이 대혈풍을 미연 방지하는 것뿐이다. )
( 그들보다 더욱 강한 힘으로....그들을 철저하게 굴복시켜야만 진정
한 평화가 오게 되는 것이다. )
---- 절대적인 강함만이 진정한 평화를 추구할 수 있다.
어찌 들으면 궤변이랄 수 있는 말이 아니겠는가.
허나....
소연황의 이 회침은 구대제가의 삼차 격돌과 오대세력으로 구분되어 무
서운 대회전을 준비하고 있는 당금의 무림실정에 가장 합당한 외침이랄
수 있었는데....
이때였다.
[ ......! ]
소연황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관도 저쪽에서 한 노인이 휘적휘적 다가오고 있었다.
노인의 뒤로는 다시 세 명의 기괴한 중년인들이 시립하듯 뒤따르고 있
었다.
전신에 걸친 것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곤의(곤의)이다.
그리고....
허리에는 다시 곤상(곤상)을 착용하고 있다.
뿐이랴.
여기에다가 머리에는 금술이 늘어져 있는 면류관을 쓰고 있지 않는가.
노인의 이런 복색은 영락없이 제황(제황)의 복색인 것이다.
허나 노인은 대나무처럼 깡마른 체구였고 그 피부 또한 고목의 껍질인
양 피폐해 있어 오히려 옷만이 너무 화려해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눈 또한 퀭하니 들어가 있는 것이 무척이나 기분 나쁜 풍모였다.
곤의에 면류관을 걸친 기괴한 풍도의 노인은 휘적휘적 걸어오는 듯 했
는데 다시 바라보는 순간 이미 오십여 장 거리를 다가와 있었다.
( 엄청난 고수다! )
소연황은 노인의 기이한 기태와 전신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어떤 사악한
힘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령의 힘이 노인의 전신에 떠돌고 있는 듯한 느낌....
[ ......! ]
[ ......! ]
괴노인과 소연황이 서로 엇갈려 스쳐갔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일순 괴노인의 눈 깊은 곳에서 기광이 번쩍인 듯 했다.
허나 그 뿐이었다.
괴노인의 눈빛은 다시 깊이를 알 수 없는 유현한 것으로 바뀌었고 동시
에 그들은 이미 서로를 스쳐 십여 장이나 멀어져 가고 있었다.
( 실로 괴이한 인물이로구나. 헌데....중원인 같지가 않은데...? )
소연황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괴노인의 기도는 실로 놀라워 아무리 보아도 일반의 무림고수 같지가 않았
다.
( 저 정도의 기도라면....오히려 구대제가의 후계자들보다 더욱 드높은
기도가 아니겠는가. )
소연황은 자신도 모르게 새삼 스쳐간 괴노인을 돌아보았다.
이때.
괴노인이 걸어가고 있는 저쪽에서 한 여인이 오고 있었다.
소연황과는 삼십여 장 정도의 거리였다.
헌데....
그 여인을 대한 괴노인이 돌연 여인의 전면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는가?
그리고....
우르르릉....
돌연 괴노인의 마른 장작 같은 우수가 벼락 같이 백의소녀을 향해 뻗어
나갔다.
[ ......! ]
소연황은 무심코 이 광경을 대하고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더욱 놀란 것은 바로 백의소녀인 듯 했다.
[ 누구냐? 무엇 때문에 다짜고짜 본녀를 공격하는 것이냐? ]
앙칼진 음성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녀의 신형이 좌측으로 미끄러지며 검광이 번뜩였다.
괴노인의 공세는 실로 느닷없는 것이었다.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돌발적으로 공격했던 것이다.
허나 백의소녀의 반응도 놀랍도록 기민해 누가 보아도 백의소녀의 무공
이 평범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화무일점홍 아월항,
정도제일의 미녀,
이 백의소녀는 바로 도가의 후예로 대무당의 최고재녀라 할 수 있었다.
일개 소녀의 몸이기는 하나 그녀는 바로 백룡서생 적기풍의 사저(사저)
라는 지고한 신분인 것이다.
[ 늙은이! 왜 본녀를 공격하는 것이냐? ]
괴노인의 일초공세를 무산시킨 화무일점홍 아월항이 옥녀검을 거머쥔
채 입을 열었다.
[ 끌끌끌....네년이 짐의 면전에서 너무도 광망스럽기에 처벌을 하려는
것이니라. ]
[ 짐....? 광망....? 처벌....? ]
화무일점홍 아월항의 눈이 멍청해졌다.
우선 괴노인의 말투가 해괴했다.
그리고 그 내용 또한 황당하지 않은가.
짐이라 하면 천자가 신하들에게 자신을 칭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헌데 괴노인은 스스로를 짐이라 칭하고 있었음이니....
[ 흥! 늙은이....! 당신은 꼭 황제라도 되는 듯한 말투로군요. ]
[ 끌끌끌....말 버릇을 보니 네년은 오늘 무사히 벗어나기 불가능할
것이다. ]
[ ......! ]
화무일점홍 아월항은 진정 어이가 없었다.
비록 여인의 몸이기는 하나 천하에 무서울 것이 없던 그녀였다.
스스로는 정도무림의 최강자라고까지 자부하고 있던 그녀인 것이다.
헌데 알지도 못하는 괴노인이 실로 황당한 말을 지껄이고 있지 않은가.
[ 당신은 중원인이 아니군요? ]
화무일정홍 아월항은 폭발하려는 노기를 억누르고 다시 입을 열었다.
[ 끌끌끌....여우같은 계집이라 눈치 한번은 빠르구나. ]
[ 여, 여우....계집? ]
화무일점홍 아월항의 눈에 독기가 솟아났다.
참고 있으려니 괴노인의 말투가 점점 가관이지 않는가.
[ 으음....당신은....도대체 내가 누구인 줄 알기나 하고 그따위 망발
을 부리는 것이냐? ]
[ ?! 대충은 알고 있다. 물이 통통 올라 어린애를 낳을 때가 된....이
제야 사내 맛을 알기 시작하는 그런 어린 아해인 것이다. ]
[ 으으.... ]
더 이상 어찌 참을 수가 있겠는가.
그녀가 지금까지 참아주었다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
파----앙!
그녀의 수중에 쥐어져 있던 옥녀검이 불을 뿜어냈다.
그야말로 십장 두께의 철판일지라도 단숨에 베어질 듯한 검세였다.
쩌쩌----쩡!
타앙!
괴노인의 우수가 다시 번뜩였다.
검날과 우수가 격돌했다.
가공스럽지 않은가.
맨손뿐인 괴노인의 우수에 의해 화무일점홍 아월항의 검이 튕겨 나갔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괴노인의 좌수가 불쑥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 쥐어왔다.
[ 꺅----! ]
화무일점홍 아월항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그녀는 맨손으로 자신의 검을 쳐내는 것에 깜짝 놀라고 있다가 괴노인
의 좌수가 거의 자신의 젖가슴을 움켜쥐려는 것을 깨닫고 크게 놀라 몸
을 뒤로 빼냈다.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너무도 노해 이제는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 이 늙은이....죽여 버리겠다. ]
[ 엉? 죽여주겠다고? 죽는 것도 여러 종류가 있지. 침상 위에서 죽여
주겠다는 것이냐? ]
사----악!
차앙!
검광이 번뜩이고 그 속에서 다시 깡마른 괴노인의 우수가 기이하게 춤을 추었다.
매번 화무일점홍 아월항의 검세는 그 괴노인의 괴상한 초식에 의해 가로 막
혔다.
맨손임에도 불구하고 도검을 두려워하지 않는 가공할 능력에 화무일점
홍 아월항은 점차 기가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그녀의 무공은 기실 정도무림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고강한 것이었다.
헌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괴노인이 자신을 희롱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했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갖고 놀듯 괴노인은 벌써 그녀를 제압할 수 있었음
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약만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멀리서 이 광경을 대한 소연황이 내심 혀를 내둘렀다.
( 저 곤의노인이 누구란 말인가? )
( 저 백의소녀는 바로 도가의 후예인 화무일점홍 아월항이 분명한데 도
가의 후예를 희롱할 정도라니.... )
소연황은 호기심이 치밀기도 하고 화무일점홍 아월항의 처지가 딱해 보
이기도 해 자신도 모르게 몸을 돌려 다가들기 시작했다.
( 기이한 일이군. 곤의노인에게는 살기가 없는 듯하다. 헌데 왜 저 소
녀를 궁지로 몰아가는 것일까? )
( 아직 자세한 내막을 모르니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할까....? )
그들과 십여 장 거리로 다가든 뒤에 소연황은 걸음을 멈추었다.
한쪽에는 괴노인을 수행하고 있는 듯한 세 명의 괴상한 중년인들이 아
무런 표정도 떠올리지 않은 채 석상처럼 서 있었다.
[ 끌끌끌....네년이 짐을 몰라보고 감히 불경을 범했으니 짐은 먼저 너
의 옷을 모두 벗겨버릴 것이다. ]
곤의노인의 움직임은 실로 불가사의했다.
빗발치는 듯한 화무일점홍 아월항의 검세 사이를 미끄러지며 여유로운
미소를 흘려내고 있었는데 그 움직임은 진정 인간의 것으로 믿기 어려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화무일점홍 아월항의 얼굴에 질린 빛이 솟아났다.
( 으으....이 늙은이의 정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 자는 지금....자신
의 능력을 모두 발휘하지 않고 겨우 오성 정도의 공력만으로 나를 희롱
하고 있다. 아아....사부이신 태청진인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실로 암담하지 않은가.
아니 차라리 공포스러운 상황이었다.
어느 한 순간,
촤----아악!
곤의노인의 우수가 그녀의 가슴을 쓸고 갔다.
그녀의 옷자락 가슴 부위가 길게 찢어져 나가며 두 젖무덤이 출렁 튀어
나왔다.
다른 부위의 옷은 단정히 입혀져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검광이 난무하고 손그림자가 춤추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 속에서 박처럼 흰 젖가슴이 돌연 찬란한 태양 아래 노출된 이
런 모습은 어찌 보면 눈이 아찔해지는 충격이었다.
[ 아앗! 이 엉큼한 늙은이가....! ]
화무일점홍 아월항은 급급히 가슴을 여미며 뒤로 물러났다.
곤의노인이 음침하게 웃었다.
[ 흐흐흐흐....제법 예쁘장한 가슴을 지니고 있구나. 짐의 열다섯 번
째 비(비)로 삼아줄 수도 있은데....성깔이 고약해서....에이 싫다! ]
[ 으으.... ]
모욕도 이런 모욕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열다섯 번째 비(비)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모욕적이다.
헌데 그 열다섯 번째 비로 삼아줄 가치도 없다니 오죽하겠는가.
[ 꺅----! ]
화무일점홍 아월항은 너무도 노해 버럭 소리쳤다.
기성이 튀어나왔다.
반면에 얼굴은 울 듯한 모습이었다.
[ 늙, 늙은이! 만약 더 이상 본녀을 핍박한다면....나의 사문인 무당에
서 결코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오죽 다급했으면 사문을 들먹거리겠는가.
또다시 덮쳐들며 그녀의 나머지 부위마저 찢어내려던 곤의노인의 신형
이 허공중에서 멈춰졌다.
동시에 그의 눈에 왕성한 호기심이 뛰놀기 시작했다.
[ 무당파...? ]
[ 그렇다. 본녀의 사문은 천하최고의 문파인 대무당이다. ]
화무일점홍 아월항은 무당이라는 이름을 듣고 곤의노인이 주춤하자 약
간의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허나 곤의노인의 질문이 점점 기이해졌다.
[ 대무당이라는 문파가 중원에서 가장 강한 문파이냐? ]
[ 으음....그렇다. ]
화무일점홍 아월항이 얼떨결에 대꾸했다.
곤의노인의 질문이 이어졌다.
[ 그렇다면 천하에서 가장 강한 자가 대무당이라는 곳에 있느냐? ]
[ ......? ]
화무일점홍 아월항이 일순 약간 멍청해졌다.
곤의노인의 눈빛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놀리는 것 같지 않았다.
바로 그 점이 그녀를 의혹케 만든 것이었다.
허나 그녀는 더듬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 으음....그, 그렇다! ]
순간,
곤의노인의 눈 깊은 곳에서 무서운 신광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이제야 무엇인가를 찾아냈다는 듯한 눈빛,
그 눈빛은 너무도 섬뜩하지 않은가.
이것은 뒤에 석상처럼 시립해 있던 세 명의 중년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천하제일의 강자가 대무당에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아무런 표정도 없
이 석상처럼 서 있던 세 명의 괴중년인 역시 무서운 신광을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화무일점홍 아월항의 눈에 불현듯 불안의 빛이 솟아났다.
( 혹, 혹시....내 말 때문에 이들이 본문에 도전하는 게 아닐까? )
그녀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만약 그녀의 짐작대로 일이 진행되어 간다면 무당파는 실로 엄청난 곤
욕을 치를게 아니겠는가.
이때였다.
그녀의 표정을 왕성한 호기심이 담긴 눈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던 곤의
노인이 돌연 고개를 내저었다.
[ 끌끌끌....너의 실력을 보니....너의 말은 거짓말이다. ]
[ 그, 그것이....그렇다. 나는 거짓말을 했다. 아니....내 말은....
진짜다. ]
화무일점홍 아월항이 더듬거리며 말을 마구 바꾸었다.
천하제일의 강자가 대무당에 있다고 하자니 이들이 도전해와 곤욕을 치
를 것 같고 그렇지 않다고 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를 않았던 것이다.
[ 똑바로 말해라. 그렇다는 것이냐? 그렇지 않다는 것이냐? ]
[ 그, 그것이.... ]
곤의노인이 다시 묻자 화무일점홍 아월항은 진정 대답하기가 난감해졌다.
결국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곤의노인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 감히 짐 앞에서 거짓말을 하려 하다니....네가 어찌 짐을 능멸하고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단 말이냐----! ]
돌연,
곤의노인의 입에서 노호성이 터져 나왔다.
쏴----아앙!
꽈꽝!
검은 빛의 폭풍이 일었다.
그의 우수가 무서운 속도로 화무일점홍 아월항의 가슴으로 작렬해 왔다.
막을 수도, 언뜻 피할 수도 없는 가공할 기세였다.
[ 멈추시오----! ]
꽈----아앙!
돌연,
어디선가 우렁찬 음성과 함께 백영이 번뜩였다.
곤의노인의 장세가 사비세(사비세)의 수법으로 좌측으로 미끄러지고 동
시에 한 인영이 화무일점홍 아월항의 앞에 내려섰다.
소연황이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