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래나무Bower Actinidia , 藤梨 , サルナシ猿梨
분류학명
산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야생과일 중에 다래가 있다. 비타민과 각종 미네랄이 풍부한 과일은 지금이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간식일 따름이지만, 옛사람들에게는 우선 배고픔을 달래주는 중요한 먹을거리였다. 길 가던 나그네나 나무꾼이 다래를 만나게 되면 횡재수가 트인 날이다. 자연으로 자란 나무이니 먼저 본 사람이 임자다.
다래나무는 약간 추운 곳을 좋아하는 덩굴나무다. 따뜻한 지역에서는 표고 600미터 이상은 되어야 잘 자란다고 한다. 자람 방식은 높다란 나무를 타고 올라가 사방으로 잎을 펼친다. 덩굴나무치고는 생각보다 굵고 길게 자란다. 창덕궁 안의 천연기념물 251호 다래나무는 덩굴 길이가 무려 20미터가 넘는다. 줄기의 굵은 부분은 줄기둘레가 72센티미터, 지름이 거의 한 뼘이나 되니 다래나무치고는 어마어마한 굵기다. 다래나무 줄기는 튼튼하고 잘 썩지 않아 생활도구로 만들어 사용했으며, 심지어 계곡 사이의 구름다리를 만들기도 했다. 또 수액이동이 왕성할 때는 줄기에 구멍을 뚫어 많은 양의 수액을 채취하여 마실 수도 있다.
여름날 타원형의 손바닥만 한 잎 사이에 매화를 닮은 우윳빛 꽃을 피우고, 이어서 과일이 열린다. 암수가 다른 나무라 숲속에서는 실망스럽게도 열매 없는 다래나무를 흔히 만나게 된다. 초가을쯤에는 손가락 마디만 한 자그마한 과일이 익는다. 다 익어도 여전히 초록색이며 갈색빛이 약간 드는 정도다.
새에게 먹혀서 씨앗을 퍼뜨리는 나무들이 대부분 빨갛거나 검은 열매를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다래는 포유동물에게 부탁하려고 색깔이 아닌 맛에 승부를 걸었다. 그래서 다래는 수분이 많은 장과1) 이며 달콤하다. 약간의 새콤한 맛이 섞여 있으며 작은 씨앗들이 혀끝에 걸리는 감칠맛으로 동물들을 유혹한다. 중국 이름은 원숭이 복숭아란 뜻의 ‘미후도(桃)’이고, 일본 이름은 ‘원숭이 배’란 뜻이다. 숲속에 원숭이가 뛰어다니는 중국과 일본에서 다래는 우선 원숭이 몫이었던 모양이다.
《성호사설》 〈인사문〉 ‘조선방음(朝鮮方音)’에 따르면 양웅이 쓴 《방언(方言)》2) 에 “중국의 미후도가 조선에서는 ‘달애(怛艾)’라고 표기했다”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는 ‘슬픈 쑥’이란 뜻인데, 다래의 특성을 보고 붙인 이름이 아니라 이두표기로 보이며, 달애는 변하여 지금의 ‘다래’가 되었다. 다래는 완전히 익어야 하고, 오히려 숙기가 조금 지난 과일이 더 맛있다. 날로 먹기도 하며 과일주로도 널리 이용된다. 물론 발효주가 아니라 추출주이다 보니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다래는 건져내야 한다. 또 꿀에 넣고 조린 다래정과(正果)는 우리의 전통과자로서 지체 높은 옛 어른들의 간식거리였다. 《동의보감》에는 “심한 갈증과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것을 멎게 하며, 요 결석을 치료한다. 또 장을 튼튼하게 하고 열기에 막힌 증상과 토하는 것을 치료한다”라고 했다.
《계곡선생문집(谿谷先生文集)》3) 에 보면 “나무시렁에 덩굴 올린 지 몇 년도 안 된 사이/벌써 푸른 다래 주렁주렁 달렸네요/혀끝에 감도는 차고도 달콤한 맛 병든 폐 소생할 듯/신선에게 구태여 반도(蟠桃) 구할 필요가 없네요”라는 내용의 시가 나온다. 다래는 이렇게 뜰 안에 한두 그루 심어 놓으면 꽃이 필 때는 꿀 향기가 그득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즐길 수 있으며, 열매는 식용하고, 약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전통 야생과일이다.
다래나무 종류에는 이외에도 개다래와 쥐다래가 있다. 둘 다 다래나무와는 달리 잎이 마치 백반병(白斑病)이 든 것처럼 흰 잎이 띄엄띄엄 섞여 있고 약용으로만 쓰인다. 이 중에서 개다래의 열매는 끝이 뾰족한 것이 쥐다래와의 차이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