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정신
Chungbuk Geist 忠北精神
충북정신(忠北精神)은 충북인과 충북의 역사에 내재한 사상, 의식, 감정, 영혼의 총체다. 천 년 역사 속에서 충북인의 자기부정, 자기긍정, 자기통일을 거친 충북정신에는 충북인의 이념, 사상, 감정, 고뇌, 소망, 욕망, 분노, 애증, 정의 등이 녹아 있다. 충북정신은 공허한 관념이 아니고 충북인이 걸어온 실천의 진심이기에 역동적 생명력이 강렬하다. 고유한 충북정신은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가진다. 충북정신의 보편성은 이성과 의식이 형성한 보편적 원리이며 충북정신의 특수성은 충북의 역사가 축적한 가치다. 정신의 특수성은 주관으로 나타나고 보편성은 객관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충북인 개인의 주관성이 충북 전체의 보편성으로 발전해 온 정신의 천 년 행정(行程)에서 충북정신이 잉태되고 성숙해졌다. 그러므로 운명공동체 충북은 개별자이자 보편자다. 개별자 충북과 보편자 충북이 종합 통일되어 충북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충북정신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충북문화헌장>에는 충북정신을 중용과 합리의 보편성으로 설정하고 있다. “홍익인간의 사상과 하늘의 은혜로 세상이 열린 후 선사와 고대를 지나 삼국시대에 충북은 융합소통의 중심지였다.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충북인들의 온화한 품성과 형형한 기백은 한국문명의 빛이 되었다. 충북문화에는 중용과 합리의 보편성과 올곧은 선비정신이 담겨 있으며 우륵과 난계의 예술혼이 빛나고 직지(直指)의 창의성과 의병, 동학, 삼일운동 사상이 녹아 있다.” 2008년 충북인의 합의를 거쳐 ‘한국 문화의 날’에 선포된 <충북문화헌장>은 충북정신, 충북사상, 충북의식을 총체적으로 수렴한 문장이다. 한국문명(Korean Civilization)의 부분인 충북 지역문화가 낳은 충북정신은 의식 내면에서 잉태되고 의식 외면으로 발현하며 다른 정신들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보편정신이다. 다음 세 가지가 충북정신의 정수다.
첫째, 충북의 자연환경과 분리되지 않은 충북의식은 미자각적이고 주관적인 충북정신이다. 주관적 충북의 자기의식이 충북을 부정하는 타자와 인정투쟁을 벌이면서 확립한 것이 충북인의 자기의식이다. 이 내면적 자기의식은 현실의 타자를 만나 객관적인 충북정신으로 고양된다. 둘째, 충북인의 정신이 외화(Entäußerung)하여 사회적이고 현실적인 정신으로 고양된 것이 객관적인 충북정신이다. 이 상태에서는 자기-충북인과 타자-타지역인이 객관적 실체로 공존한다. 주관적 충북정신의 단계에서 형성된 주체성은 다른 주체성을 만나 다시 한번 인정투쟁을 벌인 다음, 조화와 공존의 법적 지위를 얻는다. 셋째, 충북인의 주관정신과 타자의 주관정신이 조화하고 상생하면서 도덕적 의식으로 정립된 것이 보편적인 충북정신이다. 이 단계에서 자기-충북인과 타자-타지역인이 상호인정하고 존중하는 보편적 실체가 등장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정립된 보편적 충북정신은 역사 속에서 사건과 인물로 현현한다. 충청북도가 독립 공간이 된 근대 이후(1897) 충북의 의병, 충북의 동학, 충북의 삼일운동, 충북의 근대화, 충북의 민주화운동은 충북정신이 실천한 역사적 사건이다. 중화보편을 대신하여 충북 화양동에서 조선중화(朝鮮中華)를 실현하고자 한 우암 송시열, 천사상(天思想)을 인본주의로 실천한 의암 손병희, 민족 절대주의를 죽음의 극한까지 밀고 나간 단재 신채호, 중용과 겸양의 자세로 민족정신을 지킨 벽초 홍명희, 애국투쟁으로 일생을 헌신한 보재 이상설 등은 충북정신을 체화(體化)한 보편적 개인이다. 현대에도 많은 인물이 충북정신을 의식 내면에 담고 충북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충북정신은 그런 사상적 이념을 정신적 차원으로 고양한 최고의 절대정신이고 충북사상(忠北思想)은 충북인과 충북사회가 축적한 실천적 이념이다.
충북예술을 포함한 충북문화는 충북정신, 충북사상, 충북감정, 충북의식, 충북역사, 충북철학이 자유유희로 빚은 상징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충북인의 언어, 행위, 생활, 사유에는 충북정신이 담겨 있다. 타자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자기 주체성과 자부심을 가진 열린 충북인이 충북지역국가(Chungbuk Statelet)의 주인이다. 자기반성과 내면 성찰을 실천한 충북인에게 충북은 마음의 고향이고 한국과 세계는 삶의 무대다. 그러므로 충북인은 충북국가(忠北國家)의 지역인(地域人), 국민국가 한국의 국가인(國家人), 세계를 실천과 사유의 공간으로 삼는 세계인(世界人, World citizen)의 세 가지 위상을 가진다. 열린 충북인의 보편적 충북정신은 소백속리 금강한수의 빛이다. 충북인이 써 내려가는 충북역사의 최종심급은 충북정신이다. 충북정신의 법정을 거친 충북정신사는 아름다운 미학국가 충북의 절대정신이다.★(김승환)
*참고문헌 G.W.F. Hegel, Phänomenologie des Geistes, (Bamberg/Würzburg, 1807).
*참조 <객관정신>, <미학국가>, <인정투쟁>, <자기부정>, <자기의식>, <절대정신>, <주관정신>, <주인의 자기의식>, <즉자와 대자>, <지역국가 충북>, <충북문화>, <충북의 상징>, <충북의 정체성>, <충청북도>, <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