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반도체 전남산 ‘골든씨드’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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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기원 토종종자 46작목 수집 기능성 주력
멀꿀·황칠·편백 등 비교우위 생물자원 풍부
산업화ㆍ토종브랜드 유통망 구축 등 과제로
한·미, 한·중 등 잇따르는 FTA는 농도 전남의 위기이자 기회다.
준비 여하에 따라 기반존립의 단초가 될 수 있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 중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분야가 종자를 비롯한 토종자원이다.
정부가 ‘골든씨드(Golden Seed)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세계 각국이 종자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농도 전남에도 국제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비교우위의 토종자원이 상당수 존재한다.
전남만의 독특한 토종자원을 활용하면 경쟁력과 차별화 등 지역농가들의 안정적 소득작물 육성이 가능하고, 나아가 기업에 기술이전을 통한 산업화가 이뤄지면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몇 해 전부터 토종자원의 수집과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에 보다 세밀한 조사를 통한 자원찾기와 더불어 법·제도적 정비 등 체계적인 연구·지원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종자전쟁
세계 농산물 종자시장 규모는 2012년 450억달러로 지난 10년간 2배로 성장했다. 종자 교역량은 1990년 30억달러에서 2011년 96억달러로 3배 확대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종자산업 규모는 2012년 4억달러로 세계시장의 1.1%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농가들이 해외종자를 사용하면서 지불한 로열티는 2004년 50억원에서 지난해 162억원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좋은 토종 종자가 없으면 막대한 국부가 유출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세계 각국에서 총성 없는 종자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부터 무한대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종자산업 육성에 본격 뛰어들었다. 정부는 2017년까지 1조943억원을 투입해 고품질 우수종자를 개발·공급하는 등 종자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과학적이고 치밀한 종자정책을 펴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의 ‘종자통계’도 만든다는 계획이다.
◇ 전남 토종종자는
전남도 농업기술원은 지난 2011년부터 토종종자 수집에 나섰다.
현재 도 농기원이 수집한 토종종자는 모두 46작목 216점.
갓, 상추, 무, 배추, 고들빼기, 곰보배추, 세발나물, 호박, 가지, 참외 등 원예작물이 110점으로 가장 많고, 앉은뱅이 강낭콩, 왕완두, 귀리, 조, 벼 등 식량작물 90점, 참깨, 들깨, 땅콩 등 특용작물 8점, 흰민들레, 하늘초 등 기타 작물 8점 등이다.
수집된 토종 중 기능성 분석이 이뤄진 종자는 원예작물 20작목 111점으로, 잎모양과 색깔, 꽃피는 시기, 수량 등 기본 정보는 물론 기능성 물질 함유 여부 등에 대해 조사가 진행됐다.
그 결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개량종과 비교해 토종종자에서 병해충에 강하고 기능성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토종갓과 상추에서는 각각 항암 성분인 ‘시니그린’를 비롯해 숙면 유도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는 ‘글루코실레이트’와 ‘락투신’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파악됐다. 도 농기원은 또 예로부터 약리효과가 높은 토종작물인 곰보배추, 여주 등에 대해서는 유용한 성분을 분리하고 이를 약용으로 활용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온도가 높아도 꽃대가 늦게 올라오는 재배적인 장점을 가진 계통을 선발한 뒤 DNA와 생산력 검정, 농가 실증을 거쳐 품종등록에 나설 예정이다.
◇ 비교우위 토종자원은
전남지역에서 주로 자생하는 비교우위의 토종 생물자원도 무궁무진하다.
황칠, 울금, 멀꿀, 편백 등이 대표적으로, 지난 2007년 설립된 전남도천연자원연구원이 연구개발과 산업화를 주도하고 있다.
연구원은 현재 멀꿀을 비롯해 황칠, 편백, 울금, 매실, 비파, 헛개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중이며 일부 상당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56건의 특허출원, 7건의 국제출원과 함께 10건의 기업체 기술이전으로 10억여원의 정액기술료 수익을 내기도 했다.
이중 주로 남해안 일대 해변가에서 자생하는 멀꿀을 통한 천연물신약 개발은 가장 눈에 띈다.
천연자원연구원은 지난 2010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초로 멀꿀 열매의 식품 원료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지난 3년간 멀꿀나무 열매와 잎 등에서 추출한 천연물 소재에 대한 동물시험을 거쳐 항염증, 해열, 진통효과 등 다양한 효능이 있음을 확인했고, 국내외 특허 3건도 획득했다. 특히 지난해 7월 ‘멀꿀나무를 활용한 천연물신약 관절염 치료 후보물질(YOA-191)’을 영진약품공업㈜에 기술이전했다. 수억원대의 기술이전료와 앞으로 신약 매출액의 4%, 해외 이전 시 이전금액의 25%를 받기로 했다. 당장 임상시험이 진행될 경우 200만평 이상의 멀꿀 재배가 필요해 농가소득은 물론 신약 허가를 받게 될 경우 천문학적인 고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완도, 장흥 등 전남 서남해안지역 대부분 재배되는 황칠나무의 산업화도 빨라지고 있다. 전남의 황칠 재배 면적은 전국의 99%(천연림 870ha·조림 863ha·재배 267ha)에 달한다.
연구원 산하 황칠명품화육성 RIS 사업단은 최근 ㈜새롬에 ‘황칠나무를 활용한 남성 성기능 개선 및 장기능 개선에 대한 특허‘를 기술이전하고 기능성식품 산업화에 나서고 있다.
기술이전으로 정액기술료 5억3,000만원과 경상기술료 15%를 받기로 했다. 황칠과 관련 8건의 특허 출원 및 등록, PCT 국제 출원 2건, 학회발표 4건등의 성과를 냈다.
황칠나무의 건강기능성식품 산업화가 이뤄지면 원료 생산으로 재배농가의 안정적 소득은 물론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편백나무 피톤치드 연구도 활발하다. 연구원은 편백나부 잎 정유성분을 수퍼박테리아 등 각종 병원성 미생물에 적용한 결과, 미생물 생장이 크게 억제된다는 사실을 확인해 감염성 질병 예방 및 치료용도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밖에 울금(알콜성 간보호)과 비파(기억력), 매실(장기능)등은 인체적용시험을 완료했고, 헛개 등도 인체적용시험을 진행중이다.
◇ 전남산 신품종 육성 등 과제
전남지역의 비교우위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토종자원의 수집과 보존, 산업화를 위한 행정력 결집은 선결과제다.
경제성이 적거나 없는 작목에 대해서는 농가소득을 보전해주는 실효성 있는 조례 등 제도적인 활성화 방안도 뒤따라야 한다. 도 농기원 원예연구소 장미향 연구사는 “수집한 토종자원을 품종화 하는데만도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기존 작목과 차별화를 위해서는 기능성, 특수성분 위주로 가야하는데 임상 등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만큼 행정과 기업, 연구원 등의 연계 산업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연구사는 “토종 작물을 소득화하더라도 일반 소비 시장에 뛰어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지자체를 중심으로 토종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유통망을 넓히는 등 새로운 농가를 끌어들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남의 기후·특성에 맞는 자체 종자 개발 등 이른바 전남산 ‘골든씨드’ 프로젝트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담양군이 탄생시킨 ‘죽향’ 딸기와 전남도 농기원이 개발한 ‘해금’ 골드키위가 대표적이다. 담양군 농업기술센터가 7년여의 연구과정을 거쳐 탄생시킨 신품종 딸기 ‘죽향’은 일본 품종인 레드펄에 비해 흰가루병 등 병충해에 높은 저항성을 보인다.
당도와 저장성이 좋아 해외수출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 농기원이 13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 2010년부터 보급한 ‘해금’은 전남지역의 자연환경에 최적화된 품종으로 외국산 골드키위와 견줘 뛰어난 상품성을 자랑하고 있다. 순수 국산키위로 외국산 골드키위에 지불되는 연간 25억원의 로열티를 절약할 수 있는 효자품종으로 꼽힌다.
토종자원 활용을 위한 연관기업 유치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배택휴 전남도 경제과학국장은 “토종자원을 발굴하고 기능성을 입증해 자원화할 경우 농가 고소득은 물론 관련기업 유치와 창업도 늘어나 지역경제 활성화도 가능하다”며 “전남 비교우위 생물자원에 대한 기능성과 안전성을 규명해 기업유치와 연계한 미래의 먹거리 상품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고 말했다. 전남매일 2015.1.1일/정근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