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까 며칠전에 기사를 쓴 내용입니다.
마음같아서는 포터 들이대고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싶은데 내용없이 바쁜지라
글이라도 올려봅니다. 할머니들께서 더도 없이 좋아라 노는 곳인데 안타까운 마음에...
‘원두막’ 기다림을 위하여...
(2011.4.19송고)
“바쁘지 않으면 고구마 후딱 쪄올테니까 여기 좀 앉았다 가소.”
처음 보는데 참 후덕한 인심이기도 하다.
읍내동 780번지에서 소나무식당을 운영하는 일명 ‘조회장(53세.성명불문)’ 이
취재가 거의 끝나 일어서려는 리포터에게 불쑥 던진 말이다.
사실 리포터가 찾은 곳은 소나무식당 바로 옆에 판자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듯한
할머니들의 사랑방이었다. 이곳은 윤간난(74세) 할머니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만들어놓은 뜰말래(뜰에 있는 마루의 방언)인데 할머니들은 이곳을 ‘원두막’ 이라
불렀다. 탐스럽게 익는 수박이나 참외는 없지만 아침저녁으로 할머니들 간식거리를
조회장이 챙긴다고 하니 원두막도 그리 그른말은 아닌 듯 싶다.
리포터가 찾은 날도 무슨일이나 난듯 부랴부랴 조회장을 찾는걸 보니 친정엄마와
맏딸사이처럼 챙기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본래 이 원두막이 있던 곳은 롯데캐슬(낙천대)이 들어선 자리의 감나무 밑이었다.
평소 인정이 많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할머니를 위해 할아버지가 지어
주셨는데 아파트가 들어서 철거되는 바람에 이곳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원두막이 철거되던 해 할아버지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셨다고 하니, 윤할머니에게 원두막은 사랑방 이상의 의미가 있을 듯 하다.
평소에는 7~8명의 할머니들이 찾는데 원두막 한컨에 자리한 페치카(pechka)를
때는 겨울이면 마실 나왔던 할머니들이 몸을 녹이느라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외로움을 느끼기에는 행여 불씨라도 꺼질새라 잡목을 다듬는 할머니의 손은
늘 분주하기만 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 찾을지 모르는 이를 위하여 노상
자리를 지키는 할머니가 있기에 원두막은 늘 온기가 있다.
주변에 현대적시설과 운동기구까지 설치된 노인정과 경로당이 많은데도
궂이 좁고 남루한 이곳에 어깨를 부비며 모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막솥 하나 가득 긁어온 누룽지로 요기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온기때문인가 할머니들의 볼은 까치밥으로 남긴 홍시색깔마냥 붉어져만 간다.
어느새 해가 기울고 하나둘 발길을 돌리는 어스름에야 비로소 할머니도 불씨를
정리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오늘도 어제처럼 휑하니 뚫린 창밖으로 늘상 오는 이를 반기기가 벌써 8년째란다.
할머니는 지병인 관절염에다 얼마전에는 넘어지는 바람에 갈비뼈가 부러진적이 있어
요즘에는 잡목 다루는 일도 그리 녹록치 않다. 원두막 앞에 널린 폐잡목도 안채에
세들어 사는 중국교포들이 그나마 실어다 줘서 올 겨울을 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읍내44통에 사는 웬만한 주민들은 다 아는 사랑방이지만, 정식등록이 되지 않아
난방비는 차치하고라도 연말에 다과비 몇푼 지원받을 수 없다고 한다.
간혹 사정을 알고 찾아 오는 분들도 있지만 개인적인 지원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한다. 봄이 지나기 전에 초입에 널브러진 폐잡목이라도 어떻게 정리했으면
하는데 이마저도 바람일 뿐이다.
서산에 마지막 남은 원두막이 될지도 모를 이곳에, 할머니의 기다림이 조금은 따뜻할
수 있도록 사회의 작은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오늘도 그랬듯 내일도 이곳에는 사람 사는 따뜻한 온기를 기다리는 이가 있기에...
![](https://t1.daumcdn.net/cfile/cafe/1219BA394DB6300032)
언제나 원두막을 지키는 윤간난할머니십니다. 무릎에는 파스가 늘 붙어있습니다. 그날도 누굴 기다리시는걸까?
![](https://t1.daumcdn.net/cfile/cafe/1730AE394DB6300103)
놀러오신 할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서로 너무 잘알기에 침묵도 종종...
![](https://t1.daumcdn.net/cfile/cafe/191D0E394DB630022E)
겉에서 보면 허름하기 그지없지만 읍내44통에서는 유명한 곳이랍니다. 하지만 명분이 없어서 관공서에서는 손을
대지 못합니다. 나무계단이 위태위태하네요. 언제 무너질지 모르게...
![](https://t1.daumcdn.net/cfile/cafe/141B56394DB6300345)
원두막 앞에 폐자재라도 잘 쪼개져서 정리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장작이 반듯하게 쌓여있다면 올 겨울 훈훈하겠죠?
죄송합니다... 이런 말 하는 저부터도 봉사활동 몇번 나가보지 못했습니다.
항상 느끼고 되뇌이면서도... 방향은 다르지만 다른쪽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는 일이 있다고 핑계를 대봅니다.
올 한해 보람되고 좋은 일 많으시길 기원합니다. ^^
첫댓글 글잘 읽었습니다..참고하고저희가 한번가보겠습니다..당장못하면 다음달이라도 꼭하게습니다..좋은정보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