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흥행사
* '천만 관객' 시대, 10년의 역사
1. 첫 '천만 관객' 영화인 [실미도]. 2. [실미도]로부터 1년 만에 역대 흥행 1위 자리를 빼앗은 [태극기 휘날리며].
최근 김기덕 감독의 비판도 있었고, 2000년대 중반부터 독과점의 폐해에 대한 지적이 심심찮게 흘러나왔지만, 이제 '천만 관객'은 한국영화의 어떤 신화(혹은 로또?)가 되었고,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숫자를 정복한 지도 10년이 다 되어간다. 2003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된 [
실미도]에 이어 다음 해 설에 개봉된 [
태극기 휘날리며](2004)가 연이어 천만 고지를 넘어서던 2000년대 상반기, 한국영화는 눈에 띄게 질적, 양적 성장을 이루고 있었고 그것은 '천만 관객 영화'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나타났다.
'천만 영화'가 가능한 건 [
쉬리](1999)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를 산업적으로 완벽하게 바꾸어놓으며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여기서 [쉬리]로 르네상스(부활)가 시작되었다면, 이 영화가 되살린 화려한 과거는 언제일까? 아마도 1960년대일 것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상승곡선을 그리던 한국영화는 1964년엔 연간 관객 1억 명을 돌파했고, 1969년엔 1억 7,304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이 관객수는 아직도 깨지지 않은 기록으로, 올해 잘 하면 깨질 가능성이 있다).
1. [왕의 남자]의 흥행은 이변이었고, 이 영화는 여유 있게 '천만 관객'을 넘어선다. 2. 개봉 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모았던 [괴물]이 모은 1,301만 9,740명의 관객수는 오늘 [도둑들]이 그 기록을 깨기 전까지 한국영화 최고 기록이었다.
여기서 1인당 관람 회수는 당시 영화라는 엔터테인먼트가 대중들에게 얼마나 파급력 있는 매체인지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는데, 1962년에 3.0회를 기록한 후 1965년엔 4.2회가 되었고, 1966년부터 1970년까지 5년 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은 1년에 5회 이상 영화를 보았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 한국영화의 관객수는 급감하기 시작한다. 1964~1973년, 10년 동안 억대였던 관객수는 1974년 9,737만 6천 명으로 '억대 이하'로 떨어졌다. 이후 1980년엔 5천만 명대로 떨어졌고, 이후 1999년까지 단 한 번도 6,000만 명을 넘지 못했다. 20년 동안의 흉작이었고, 1인당 관람횟수는 2명 이하로 떨어졌다(1996년은 최저였는데, 0.9회에 불과했다).
이때 마치 긴 가뭄을 끝내는 단비처럼 [
쉬리]가 나타났다. 사실 부활의 조짐은 1998년부터 있었다. [
조용한 가족] [
처녀들의 저녁식사] [
8월의 크리스마스] [
여고괴담] 등, 재능 있는 신인 감독들은 다양한 장르에 걸쳐 알찬 흥행작들을 내놓았다. 그리고 [
퇴마록]은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단어를 내세워 마케팅을 했는데. 이 거창한 수식어를 현실로 만든 영화는 바로 1년 후에 등장한 [쉬리]였다.
1. [쉬리] 이전 최고의 한국영화 흥행작이었던 [서편제]. 2. [서편제]의 두 배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흥행사'를 리부트시킨 [쉬리].
[
쉬리] 전까지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은 서울에서 103만 6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임권택 감독의 [
서편제](1993)였다. 여기서 [쉬리]는 서울에서 244만 8천 명, 전국에서 58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서편제]의 두 배 이상의 스코어로 역대 1위의 자리에 오른 것. [쉬리]는 이전의 한국영화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영화였다.
[
쉬리]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충무로의 영화 기획, 제작 방식, 배급 상황, 영화 시장 등이 모두 바뀌었다. 특히 이 영화는 IMF 시기 잔뜩 움츠러든 투자자들의 마인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쉬리]의 제작비가 30억 원 정도였는데, 바로 다음 해 80억 원 규모의 [
무사](2001)의 펀딩이 이뤄졌으며, 2002년엔 제작비 100억 원대의 [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등장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우리에겐 '천만 관객' 시대의 영광 이전에 '백억 영화' 시대의 아픔이 있었다는 것.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극장에서 제작비의 5퍼센트도 건지지 못하는 엄청난 재앙을 맞이했는데, [쉬리] 이후 2~3년 동안 이러한 시행착오들이 종종 있었다. 어쩌면 '천만 관객'은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의 결과물인 셈이다.
1, 2. 여름 시즌 영화로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와 [도둑들].
[
쉬리] 이후 한국영화는 조금씩 살아난다. 2000년엔 1979년 이후 21년 만에 연간 관객이 6천만 명 이상을 기록했고, 2002년엔 드디어 1억 명 이상의 관객이 극장가를 찾았다. '억대'로 진입한 건 1973년 이후 거의 30년 만의 일이었고, 2002년부터 현재까지 10년 동안 꾸준히 '억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관객수가 늘었다고 해서 르네상스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 그 지표가 되는 건 전체 관객수에서 우리 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인 '한국영화 점유율'인데, 사실 1980년대 말부터 30퍼센트 이하로 떨어진 점유율은 [쉬리] 이전까지 전혀 회복되지 못했고 [
서편제]가 나왔던 1993년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해방 후 최저 점유율인 15.9퍼센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쉬리]가 나온 1999년엔 단숨에 40퍼센트에 육박했고 2001년엔 19년 만에 50퍼센트 이상을 기록했다.
모든 것을 바꾸어놓은 [
쉬리] 한국영화 흥행의 진짜 역사는 이 영화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쉬리] 이후 영화들을 대상으로, 한국영화 흥행 순위를 만들었다. 1999년부터 2012년(10월 2일)까지의 흥행 기록이며, [
공동경비구역 JSA](2000) [
친구](2001) [
조폭 마누라](2001) [
엽기적인 그녀](2001) [
신라의 달밤](2001) [
가문의 영광](2002) [
집으로...](2002)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전국 관객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기에, 배급사에서 자체적으로 발표한 관객수를 기준으로 했다. [
도둑들]과 [
광해, 왕이 된 남자]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중인 영화들이다.
[쉬리] 이후 한국영화 흥행 50
순위 |
영화제목 |
감독 |
개봉연도 |
전국 관객수 |
1 |
도둑들(상영중) |
최동훈 |
2012년 |
13,020,393명 |
2 |
괴물 |
봉준호 |
2006년 |
13,019,740명 |
3 |
왕의 남자 |
이준익 |
2005년 |
12,302,831명 |
4 |
태극기 휘날리며 |
강제규 |
2004년 |
11,746,135명 |
5 |
해운대 |
윤제균 |
2009년 |
11,453,338명 |
6 |
실미도 |
강우석 |
2003년 |
11,081,000명 |
7 |
국가대표 |
김용화 |
2009년 |
8,487,894명 |
8 |
디 워 |
심형래 |
2007년 |
8,426,973명 |
9 |
과속스캔들 |
강형철 |
2008년 |
8,245,523명 |
10 |
친구 |
곽경택 |
2001년 |
8,181,377명 |
11 |
웰컴 투 동막골 |
박광현 |
2005년 |
8,008,622명 |
12 |
최종병기 활 |
김한민 |
2011년 |
7,466,976명 |
13 |
써니 |
강형철 |
2011년 |
7,328,820명 |
14 |
화려한 휴가 |
김지훈 |
2007년 |
7,307,993명 |
15 |
타짜 |
최동훈 |
2006년 |
6,847,777명 |
16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김지운 |
2008년 |
6,686,912명 |
17 |
미녀는 괴로워 |
김용화 |
2006년 |
6,619,498명 |
18 |
아저씨 |
이정범 |
2010년 |
6,282,774명 |
19 |
전우치 |
최동훈 |
2009년 |
6,136,928명 |
20 |
투사부일체 |
김동원 |
2006년 |
6,105,431명 |
21 |
광해, 왕이 된 남자(상영중) |
추창민 |
2012년 |
5,978,683명 |
22 |
쉬리 |
강제규 |
1999년 |
5,820,000명 |
23 |
공동경비구역 JSA |
박찬욱 |
2000년 |
5,795,820명 |
24 |
가문의 위기 - 가문의 영광 2 |
정용기 |
2005년 |
5,635,266명 |
25 |
의형제 |
장훈 |
2010년 |
5,507,106명 |
26 |
완득이 |
이한 |
2011년 |
5,310,502명 |
27 |
조폭 마누라 |
조진규 |
2001년 |
5,260,451명 |
28 |
살인의 추억 |
봉준호 |
2003년 |
5,255,376명 |
29 |
말아톤 |
정윤철 |
2005년 |
5,148,022명 |
30 |
추격자 |
나홍진 |
2008년 |
5,071,619명 |
31 |
가문의 영광 |
정흥순 |
2002년 |
5,089,966명 |
32 |
동갑내기 과외하기 |
김경형 |
2003년 |
4,937,573명 |
33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김주호 |
2012년 |
4,907,681명 |
34 |
엽기적인 그녀 |
곽재용 |
2001년 |
4,882,495명 |
35 |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
김석윤 |
2011년 |
4,786,259명 |
36 |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
윤종빈 |
2012년 |
4,674,909명 |
37 |
도가니 |
황동혁 |
2011년 |
4,662,822명 |
38 |
내 아내의 모든 것 |
민규동 |
2012년 |
4,588,457명 |
39 |
연가시 |
박정우 |
2012년 |
4,509,972명 |
40 |
신라의 달밤 |
김상진 |
2001년 |
4,418,658명 |
41 |
강철중: 공공의 적 1-1 |
강우석 |
2008년 |
4,300,670명 |
42 |
집으로... |
이정향 |
2002년 |
4,193,826명 |
43 |
건축학개론 |
이용주 |
2012년 |
4,106,671명 |
44 |
태풍 |
곽경택 |
2005년 |
4,094,395명 |
45 |
7급 공무원 |
신태라 |
2009년 |
4,088,799명 |
46 |
색즉시공 |
윤제균 |
2002년 |
4,082,797명 |
47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임순례 |
2008년 |
4,044,582명 |
48 |
댄싱퀸 |
이석훈 |
2012년 |
4,009,115명 |
49 |
공공의 적 2 |
강우석 |
2005년 |
3,911,356명 |
50 |
한반도 |
강우석 |
2006년 |
3,880,308명 |
* 상대 평가를 통한, 새로운 흥행 순위
하지만 위의 순위는 절대 관객수를 기준으로 했기에 최근 영화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
쉬리] 시절만 해도 제대로 된 관객수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당시 한국영화 시장이나 극장과 배급 규모는 지금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개봉 당시의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방식의 순위 집계가 필요했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각각의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을 인플레이션을 적용해 현재 시점에서 재평가하는 것(할리우드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한국영화 매출액에 대한 데이터 작업은 2008년 이후부터 이뤄졌기에 이 방식을 적용하기는 힘들다.
두 번째 방법은 당시 관객수 규모에서 해당 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을 감안한 상대 평가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
친구](2001)는 '천만 관객'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2001년 상황에선 전체 관객수의 9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흥행을 기록했다. 2011년 기준으로 9퍼센트라면 1,400만 명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 어떻게 보면 퍼센티지를 이용한 이러한 상대 평가가 각 영화가 당대 보여주었던 흥행 파워를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며, 이 기준을 적용한 순위는 다음과 같다(2012년은 작년보다 약 2,000만 명 정도 관객이 들어났기에, 이 부분을 통계에 반영했다).
30위 [집으로...](2002)
3.99퍼센트. 4,193,826명.
감독: 이정향.
배우: 유승호 김을분.
장르: 드라마
'외할머니'라는 존재를 통해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감성을 일깨운 영화. 꼬마 유승호와 김을분 할머니의 연기가 감동적이며, 이정향 감독의 섬세한 감수성이 빛난다. 흥행 기대작이 아니었으나 시사회의 폭발적인 반응을 업고 잔잔하지만 강력한 관객의 지지를 받았다.
29위 [전우치](2009)
4.03퍼센트. 6,136,928명.
감독: 최동훈.
배우: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장르: SF, 액션, 코미디
'흥행사' 최동훈 감독의 세 번째 영화로, 한국영화에선 자주 만나기 힘든 SF 액션 블록버스터다. 액션 스펙터클만큼이나 이 영화의 유머 코드도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 최근 최동훈 감독은 "이 영화에서의 경험이 있었기에(특히 와이어 액션에서의) [
도둑들]을 찍을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28위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4.13퍼센트. 4,937,573명.
감독: 김경형.
배우: 권상우 김하늘.
장르: 로맨틱 코미디.
최수완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동갑내기 과외 선생과 학생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다룬 영화. 표면적으로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속하나 액션 요소도 만만치 않다. 권상우를 톱 스타덤에 올려놓았으며, 김하늘도 청순 가련 이미지를 벗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은 3년 뒤 [
청춘만화](2006)에서 재회한다. 한편 2007년에 나온 속편은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27위 [아저씨](2010)
4.21퍼센트. 6,282,774명.
감독: 이정범.
배우: 원빈 김새론.
장르: 액션, 드라마
원빈의 새로운 모습과 날이 선 듯한 액션 그리고 지옥 같은 현실. 스토리만 놓고 본다면 그다지 새로울 것 없지만 [
아저씨]는 그 '스타일'을 통해 관객에게 어필했으며, 특히 원빈이라는 배우의 스타성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역 배우 김새론이 주목 받는 계기가 된 작품.
26위 [달마야 놀자](2001)
4.22퍼센트. 3,766,689명.
감독: 박철관.
배우: 박신양 정진영 이문식 김수로 박상면 류승수.
장르: 코미디
2001년 가장 강력한 트렌드였던 이른바 '조폭 영화' 장르 속에서 조금은 다른 작품. 스님과 조폭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들이 주는 잔재미가 어우러져 '빅 재미'가 된다. 앙상블 캐스팅도 이 영화의 강점. 조계종 스님들의 단체 관람도 흥행에 한몫 했다. 2004년에 속편이 나왔지만 전작의 성공을 잇진 못했다.
25위 [주유소 습격사건](1999)
4.22퍼센트. 2.310,000명.
감독: 김상진.
배우: 이성재 유오성 유지태 강성진 박영규.
장르: 코미디, 액션
1999년에 [
쉬리]만 있었던 건 아니다. 하반기에 개봉된 [
주유소 습격사건]은, 네 명의 남자들이 "주유소를 습격한다"는 간단한 설정과 함께, 잘잘한 에피소드와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주유소 사장 역의 박영규는 이 영화의 웃음의 중심이다. 2009년, 10년 만에 속편이 만들어졌지만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24위 [미녀는 괴로워](2006)
4.25퍼센트. 6,619,498명.
감독: 김용화.
배우: 김아중 주진모.
장르: 로맨틱 코미디
'마리아'의 흥행과 함께 김아중을 단번에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 베스트셀러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뼈와 살을 깎는 성형수술을 통해 '미인'이 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한위, 성동일, 김현숙 등 조연들의 연기도 흥행의 주요 요소. 김용화 감독의 이야기를 다루는 솜씨도 뛰어나다. 이후 뮤지컬로 만들어져 좋은 반응을 얻었다.
23위 [살인의 추억](2003)
4.40퍼센트. 5,255,376명.
감독: 봉준호.
배우: 송강호 김상경 김뢰하 박해일.
장르: 범죄 스릴러
범인이 잡히지 않는 범죄 영화라는 컨셉트는 핸디캡이 아니라 장점(?)이 되었고, 흥행 스코어보다 더 큰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낸 영화가 되었다. 여러 유행어와 함께 1980년대라는 시대의 공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던 영화. 봉준호 감독의 치밀하고 디테일한 연출력 위에서 배우들은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다.
22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4.43퍼센트. 6,686,912명.
감독: 김지운.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장르: 액션, 서부극
2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로 [
마이웨이](2011)가 나오기 전까진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한국영화였다. 한국영화의 '만주 웨스턴' 전통을 되살린, 김지운 감독의 장르적 시도.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 한 영화에서 만난다는 것만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액션과 웃음과 스펙터클 등의 상업적 요소들을 겸했지만 예상보단 적은 흥행 성적을 거둔 건 아쉽다.
21위 [타짜](2006)
4.46퍼센트. 6,847,777명.
감독: 최동훈.
배우: 조승우 백윤식 김혜수 유해진 김윤석.
장르: 드라마
허영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김혜수의 재발견'을 이룬 작품. 최동훈 감독의 상업영화적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아귀' 역의 김윤석은 이 영화를 통해 한국영화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다질 수 있게 되었다. 숱한 명대사가 난무하는 욕망의 드라마. 원작의 힘을 잘 살린 최동훈 감독의 각색은 흥행의 토대가 되었다.
20위 [써니](2011)
4.59퍼센트. 7,328,820명.
감독: 강형철.
배우: 심은경 유호정 강소라 진희경.
장르: 코미디, 드라마
[
과속스캔들](2008)로 데뷔한 강형철 감독의 두 번째 영화 [
써니]는, 전작의 흥행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한 작품이다. 이른바 '7공주'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조로 이뤄진 영화는, 1980년대의 추억과 지금 주인공들이 겪는 현실을 통해 웃음과 감동의 드라마를 엮어낸다. 강소라가 발굴된 계기가 된 작품.
19위 [화려한 휴가](2007)
4.60퍼센트. 7,307,993명.
감독: 김지훈.
배우: 김상경 이요원 안성기 이준기 박철민 박원상.
장르: 드라마
장선우 감독의 [
꽃잎](1996)이 광주민주화항쟁을 한 소녀의 상처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면, [
화려한 휴가]는 정공법을 선택한다. 1980년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재현한 이 영화는, 영화적 재미보다는 어떤 의미를 통해 700만 명이 넘는 관객과 만났다. 고통스럽지만 외면해선 안 될, 항상 되새겨야 할 역사의 한 시기를 담은 영화.
18위 [최종병기 활](2011)
4.67퍼센트. 7,466,976명.
감독: 김한민.
배우: 박해일 류승룡 문채원 김무열.
장르: 사극 액션
활이라는 무기가 지닌 파괴력과 스피드와 극적인 요소를 잘 살린 사극 액션.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의 중심은 '액션 스펙터클'이다. 지금까지 사극에서 봤던 스턴트와 확실히 다른 비주얼을 보여주는 영화. 멜 깁슨 감독의 [
아포칼립토](2007)를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흥행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17위 [가문의 영광](2002)
4.84퍼센트. 5,089,966명.
감독: 정흥순.
배우: 정준호 김정은 유동근 박근형.
장르: 액션, 코미디
딸을 서울대 출신 남자와 결혼시키려는 애틋한(?) 부정을 토대로 한 영화. [
조폭 마누라](2001) 때만 해도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었던 '조폭 코미디' 장르는 이 영화를 통해 만개했다. 코미디 장르에서 '갑'인 김정은의 디테일한 연기가 일품. '나 항상 그대를'은 이 영화 이후 한때 벨소리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
가문]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프랜차이즈.
16위 [신라의 달밤](2001)
4.94퍼센트. 4,418,658명.
감독: 김상진.
배우: 차승원 이성재 김혜수.
장르: 코미디, 액션
[
주유소 습격사건]의 제작자, 감독, 작가(박정우), 주연 그리고 영화음악가(손무현)까지 다시 모여 만든 코미디. '[
친구]의 코미디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며, 차승원의 흥행 파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원종, 이종수, 성지루 등의 조연들도 톡톡히 역할을 해낸다. 원래는 박중훈, 이성재, 고소영으로 캐스팅 할 예정이었다는 후문.
15위 [디 워](2007)
5.31퍼센트. 8,426,973명.
감독: 심형래.
배우: 제이슨 베어, 아만드 브룩스.
장르: SF, 액션
시사 프로그램 [100분 토론]의 주제가 될 정도로 숱한 논란 속에서 2007년 흥행 1위에 오른 영화 [
디 워]는 긴 세월 동안 괴수 SF 장르에 매진해온 심형래 감독이 결실을 이룬 영화. 현재는 힘든 상황에 처해 있지만, 당시 심형래 감독은 한국영화의 도전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여러 논쟁이 있긴 했지만, 컴퓨터그래픽 부문의 성과는 인정할 부분.
14위 [과속스캔들](2008)
5.37퍼센트. 8,245,523명.
감독: 강형철.
배우: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
장르: 코미디, 드라마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신인급 흥행 감독이라면 단연 강형철일 듯. 그의 데뷔작인 [
과속스캔들]은 과장된 표현과 작위적인 설정 없이도, 감동과 드라마의 재미가 있는 코미디가 가능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실천한 작품. 한 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차태현의 저력과 함께, 박보영이라는 신인과 함께 왕석현이라는 아역 배우를 발굴한 영화다.
13위 [국가대표](2009)
5.41퍼센트. 8,487,894명.
감독: 김용화.
배우: 하정우 성동일 김지석 김동욱 이재응.
장르: 드라마
실화를 바탕으로,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에 이어 스포츠 영화의 흥행세를 이어간 작품. 다시 한 번 김용화 감독의 이야기 다루는 솜씨의 뛰어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실감나는 스키 점프 장면의 리얼리티도 영화의 흥행에 크게 한몫 했다. 독특한 소재를 선택해 재미와 감동과 스펙터클을 선사한 작품.
12위 [엽기적인 그녀](2001)
5.46퍼센트. 4,882,495명.
감독: 곽재용.
배우: 차태현 전지현.
장르: 멜로, 코미디
'온몸이 뽀사지도록 재미있다'는 카피가 절대 과장이 아닌 영화. 인터넷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첫 한국영화인 [
엽기적인 그녀]는 최초로 금요일 개봉을 시도했던(요즘은 목요일, 어떨 땐 수요일에도 개봉하지만) 영화. 전지현과 차태현의 시너지 효과는 대단하며, '잊혀진 감독'이었던 곽재용의 화려한 컴백작이기도 하다.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었지만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11위 [웰컴 투 동막골](2005)
5.50퍼센트. 8,008,622명.
감독: 박광현.
주연: 신하균 정재영 강혜정 임하룡 류덕환.
장르: 드라마
장진 감독이 무대에 올렸던 희곡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판타지와 유머가 감도는, 그리고 찡한 결말이 있는 영화다. 특히 여일 역의 강혜정이 보여주는 '광녀' 연기는 두고두고 회자되기도. 영화로는 최초로 '10대 히트 상품'에 선정되어 그 상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10위 [조폭 마누라](2001)
5.89퍼센트. 5,260,451명.
감독: 조진규.
배우: 신은경 박상면 안재모 김인권.
장르: 액션, 코미디
어쩌면 지금까지도 지속된다고 할 수 있는 '조폭 코미디'의 트렌드를 시작한 영화. '조폭'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여성 캐릭터로 바꾼 것이 흥미의 포인트다. 이 영화 이후 조폭 영화가 범람하자 한국영화의 망조를 개탄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도.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최민수 카메오는, 영화에 확실한 방점을 찍는다. 3편까지 제작되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9위 [도둑들](2012)
7.18퍼센트 13,020,393명(상영중).
감독: 최동훈.
배우: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오달수 임달화 김해숙.
장르: 범죄, 액션
최근 '천만 관객 영화'의 트렌드 중 하나는 여름 시즌 영화라는 점. [
괴물](2006) [
해운대](2009)에 이어 [
도둑들]도 여름 성수기 중에서도 가장 관객이 많이 드는 시점에 개봉해, 강적인 [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를 물리치고 엄청난 흥행력을 보여주었다. '전지현의 재발견'이라는 평가와 함께, 최동훈 감독 특유의 상업적 감각이 잘 살아난 작품.
8위 [해운대](2009)
7.30퍼센트. 11,453,338명.
감독: 윤제균.
배우: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김인권.
장르: 재난, 드라마
'시즌 영화'라는 점과 함께 최근 '천만 관객 영화'의 공통점 중 하나는 할리우드 특유의 장르를 한국적이며 창조적으로 수용했다는 것. [
괴물]은 괴수 SF를, [
도둑들]은 케이퍼 필름을 그리고 [
해운대]는 재난 영화를 가져와 우리 식으로 만들어 성공을 거두었다. 윤제균 감독 특유의 감정적 톤과 함께, 거대한 규모의 '워터 액션'은 이 영화의 흥행 공신.
7위 [왕의 남자](2005)
8.05퍼센트. 12,302,831명.
감독: 이준익.
배우: 정진영 감우성 이준기 강성연.
장르: 사극, 드라마
아마 한국영화 흥행사에서 가장 큰 이변 중 하나는 [
왕의 남자]의 흥행일 것이다. 스타 캐스팅이나 흥미로운 장르나 제작비 규모, 외양만 놓고 본다면 흥행 공식과 전혀 상관 없었던 이 영화는 이야기와 감정을 통해 관객에게 어필했고, '왕남 폐인'들을 만들어내며 수많은 중복 관람을 이끌어냈다. 이준기를 하루 아침에 스타로 만든 영화.
6위 [실미도](2003)
8.42퍼센트. 11,081,000명.
감독: 강우석.
배우: 설경구 정재영 안성기 허준호.
장르: 드라마
개봉 보름 만에 400만 명을, 30일 만에 700만 명을 기록하자 사람들은 조심스레 '꿈의 숫자'인 1천만 명을 기대하기 시작했고, 그 꿈은 58일 만에 이루어졌다. 은폐되었던 사건을 32년 만에 풀어헤친 이 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그 무엇을 지닌 작품. 몇몇 단체로부터 명예 훼손과 국가 보안법 등으로 고발 당했지만, 흥행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5위 [괴물](2006)
8.49퍼센트. 13,019,740명.
감독: 봉준호.
배우: 송강호 변희봉 배두나 박해일 고아성.
장르: SF, 액션, 스릴러
아직까지 절대 관객수에서 '지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영화. [
살인의 추억]에서 범인이 잡히지 않는 범죄 영화를 만들었듯, 봉준호 감독은 [
괴물]에서 초반부터 괴물이 설치는 괴수 영화를 시도한다.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그러면서도 풍부한 정치적 함의를 지닌, 그러면서도 따스한 가족주의가 흐르는 작품. 현재 [
괴물 2]가 기획 중이다.
4위 [태극기 휘날리며](2004)
8.69퍼센트. 11,746,135명.
감독: 강제규.
배우: 장동건 원빈 이은주 공형진
장르: 전쟁, 드라마, 액션
[
실미도]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 한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강제규 흥행 공식'에 충실한 [
태극기 휘날리며]는 장동건와 원빈이라는 확고한 투 톱을 내세우며, 130억 원에 가까운 제작비를 쏟아부은 스케일과 비주얼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의 성공은 [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실패로 잠시 위축되었던 투자 마인드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미국에도 소규모로 개봉해 4일 동안 37만 달러 정도를 벌어들였다.
3위 [공동경비구역 JSA](2000)
8.90퍼센트. 5,795,820명.
감독: 박찬욱.
배우: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 신하균.
장르: 스릴러, 드라마
남북 관계를 다룬 기존의 영화와 확실한 차별점을 보여주는, 탄탄한 연출력의 웰메이드 영화가 무엇인지 증명하는 영화. 특히 1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세트 제작에 쓴 건, 당시로선 파격적인 일이었으며, 결과적으로는 영화의 퀄리티에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흥행의 결정타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나누었던 굳건한 악수.
2위 [친구](2001)
9.16퍼센트. 8,181,377명.
감독: 곽경택.
배우: 장동건 유오성 서태화 정운택 김보경.
장르: 드라마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내가 니 시다바리가?" 등의 유행어를 히트시켰던, 유오성을 스타덤에 올려놓았고 장동건을 '강한 남자배우'로 변신시킨 작품. 묘한 향수와 함께 충무로에 이른바 '남자 영화'의 붐을 몰고 오기도 했다. 20억 원이 채 안 되는 제작비로 만들어진, 개봉 이틀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
1위 [쉬리](1999)
10.64퍼센트. 5,820,000명.
감독: 강제규.
배우: 한석규 최민식 김윤진 송강호.
장르: 액션, 멜로드라마
1999년 설에 개봉되어 그 해 추석까지 상영되었던 작품. 당시까지 한국영화 흥행 기록의 모든 것을 갈아치웠다. [
타이타닉](1997)의 흥행 기록인 서울 관객 1,971,780명을 1년 만에 넘어섰고, 비디오 판매량에서도 당시까지 1위였던 [
쥬라기 공원](1993)의 13만 장을 넘어 13만 7천장을 기록했으며 일본에 당대까지 최고가인 130만 달러에 수출된 영화. 이 영화를 빼놓고 한국의 영화산업을 이야기하는 건 불가능하다.
* [쉬리] 이전의 흥행사
1. 나운규의 [아리랑]. 2. 이규환 감독의 [춘향전]은 전쟁 이후 한국영화 중흥의 견인차였다.
할리우드처럼 꼼꼼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영화의 흥행작들을 면밀하게 살펴본다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엔 신드롬을 일으켰던 몇몇 흥행작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밖에 없으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장님 문고리 잡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된다. 그런 한계 속에서도 대박의 기록을 찾아가다 보면, '최초의 한국영화'로 일컬어지는, 하지만 정확하게 영화라고 하긴 힘든 연쇄극 형태의 [
의리적 구토](1919)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관객수가 아닌 "초저녁부터 조수같이 밀려드는 대성황" 같은 당시 신문 기사를 통해서나마 그 흥행을 짐작해볼 뿐이다.
'민족의 영화' [
아리랑](1926)도 단성사에서 개봉되었을 때 "개봉 첫 날부터 문이 부서질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라는 묘사에 근거할 뿐이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할 수 없다. 단 [아리랑]은 한국전쟁 직전까지도 극장에서 꾸준히 상영되었다고 하니, 스테디셀러로서 아마도 거의 모든 국민들이 본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1. 흥행과 더불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왔던 [자유부인]. 2. 1950년대 최고 흥행작인 [고종 황제와 의사 안중근].
아마도 '한국영화 흥행사'를 시작하려면 해방과 전쟁 이후 시기를 그 기점으로 잡아야 할 듯하다. 그렇다면 그 시작은 1955년에 나온 이규환 감독의 [
춘향전]으로 봐야 한다. 사실 [춘향전]은 1960년대까지 한국영화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일제 강점기엔 일본 제작자에 의해 만들어진 [
춘향전](1923)에서 시작한 '영화 [춘향전]'의 역사는 한국 최초의 발성 영화 [
춘향전](1935)으로 이어지면서 흥행세를 이었고, 전쟁 후 폐허 속의 한국영화를 끌어 올려 흥행의 세계로 이끈 영화도 바로 이규환 감독의 [춘향전](1955)였다.
서울 인구가 157만 명이던 시절 이 영화는 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이 수치를 현재로 환산하면 서울 관객 80만 명 정도. 전국 관객으로 어림 잡으면 300만 명 정도가 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당시는 단관 개봉이었다는 사실. 그러기에 12만 명은 개봉관 한 곳만을 체크한 숫자이며, 이 영화가 몇 년 동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상영되었다는 걸 감안하면, 현재 기준으로 거의 '천만 관객', 적어도 700~800만 명에 육박하는 흥행이라고도 할 수 있다(이하 언급되는 모든 흥행 스코어는 서울 관객이다).
1.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 2. [미워도 다시 한번].
하지만 [
춘향전]의 기록은 1년 만에 깨진다. 정비석의 소설을 한형모 감독이 영화화한 [
자유부인](1956)이 43일 동안 롱런 하며 13만 명의 관객을 모은 것. 이 영화는 흥행보다 더 큰 논쟁과 신드롬을 만들어냈으며, 전후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포착하며 관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이 기록은 2년 후 홍성기 감독의 [
별아 내 가슴에](1958)가 13만 명을 돌파하면서 깨지고, 다음 해 전창근 감독의 [
고종 황제와 의사 안중근](1959)이 14만 4천 명으로 기록은 또 다시 깨진다.
1961년 신상옥 감독의 [
성춘향](1961)은 두 달 동안 361,973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이 기록은 이전까지 흥행 기록과는 판이하게 다른 영역을 개척한 당대의 [
쉬리] 같은 영화였다. 이후 신상옥 감독은 [
빨간 마후라](1964)로 25만 명을 동원하면서, 다시 한 번 흥행 감독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하지만 한동안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성춘향]의 흥행 기록도 7년 후 갱신된다. 신영균과 문희가 주연을 맡은, 한국 최루 멜로의 대명사인 [
미워도 다시 한번](1968)이 362,503명의 관객과 만난 것. 이후 이 영화의 공식은 수많은 속편에서 반복되었다.
1, 2. [별들의 고향]과 [겨울 여자]. 1970년대 새롭게 등장한 젊은 감독들의 영화다.
외화에 밀리는 추세이긴 했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 한국영화계엔 새로운 흥행의 바람이 분다. 그 시작은 이장호 감독의 데뷔작인 [
별들의 고향](1974)으로, 105일 동안 464,308명이라는 엄청난 관객을 모았고, 4년 후 하길종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
속 별들의 고향](1978)도 327,736명으로 그 해 흥행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었다. 1970년대 한국영화의 흥행 트렌드는 이른바 '호스티스 영화'로, 여성의 운명성을 강조한 멜로드라마 장르의 영화들이었는데, [별들의 고향] 이후 김호선 감독의 [
영자의 전성시대](1975)가 361,213명을 동원했고, [
미워도 다시 한번]의 정소영 감독이 연출한 [
내가 버린 여자](1978)도 375,913명을 동원하며 각각 그 해 흥행 1위에 올랐다.
[
미워도 다시 한번] 이후 [
별들의 고향]이 6년 만에 갱신한 한국영화 흥행 1위의 기록은 3년 후 장미희 주연의 [
겨울 여자](1977)에 의해 깨진다. 1977년 추석에 개봉되어 다음 해 설까지 극장가를 지킨 전성의 흥행작인 [겨울 여자]가 세운 586,147명이라는 관객 수는 이후 임권택 감독의 [
장군의 아들](1990)이 678,946명을 기록하기 전까지 13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기록. 어쩌면 이것은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의 한국영화가 그만큼 부실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1. [고래 사냥]의 배창호 감독은 1980년대 최고의 흥행 감독이었다. 2. [어우동]은 1980년대 가장 성공한 에로티시즘 영화였다.
1980년대 흥행 판도는 크게 두 가지 키워드로 볼 수 있다, 새로운 흥행사의 등장과 에로티시즘 영화의 득세. 전자의 대표적 감독은 바로 배창호인데, 그는 [
고래 사냥](1984)으로 426,221명을, [
깊고 푸른 밤](1985)으로 495,573명을 동원하며 2년 연속 최고 흥행 감독이 되었다. 한편 배창호 감독의 스승이었던 이장호 감독도 당대의 흥행 감독이었는데 [
어우동](1985)도 [
겨울 여자]처럼 추석에 개봉해 다음 해 설까지 이어졌던 작품. 479,225명의 관객과 만났다. [어우동]과 함께 1980년대 최고의 에로티시즘 계열의 흥행작은 [
매춘](1988). 432,609명을 동원했다.
1990년대는 임권택 감독의 힘찬 행보로 시작한다. [
장군의 아들]로 한국영화 흥행 기록을 13년 만에 갈아치운 임권택 감독은 [
장군의 아들 2](1991)로 2년 연속 흥행 1위 자리에 올랐고, 1993년엔 [
서편제]로 한국영화 최초로 서울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다. 사실 외화의 경우 이미 [
사랑과 영혼](1990)이 한국 시장에서 17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이후 [
클리프행어](1993) [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1997) 그리고 [
타이타닉](1997)까지 심심찮게 '서울 백만' 영화가 나온 상태. 그리고 1970년대 전설의 흥행작 [
취권](1979)은 당시로서는 경이적인 스코어인 9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고, [
킬링 필드](1985)는 단체 관람의 힘으로 93만 명을 동원했으며, [
원초적 본능](1992) [
라이온 킹](1994) [
다이 하드 3](1995) [
인디펜던스 데이](1996) 등은 모두 90만 명을 넘어 100만에 육박했던 영화들이다.
1, 2. [장군의 아들] 시리즈의 임권택 감독과, [투캅스] 시리즈의 강우석 감독은 1990년대 흥행을 주도한 두 감독이다.
이런 상황에서 [
서편제]는 한국영화도 할리우드 직배 영화 수준의 흥행을 거둘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고, 당시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과 더불어 문화적 신드롬의 주역이 되었다. [서편제]와 함께 흥행의 중심이 된 작품은 [
투캅스](1993). 강우석 감독에게 '흥행사'라는 수식어를 붙여준 작품으로, 86만 명을 동원했으며 3년 후 [
투캅스 2](1996)는 63만 6천 명을 동원하며 그 해 흥행 1위에 올랐다.
기획영화의 효시인 [
결혼 이야기](1992)와, [결혼 이야기]가 던진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적 화두를 좀 더 흥행력 있게 확장시켰던 [
닥터 봉](1995)도 1990년대의 흥행 트렌드를 가늠케 하는 작품들. 그리고 70만 명 전후를 기록했던 [
접속](1997) [
편지](1997) 등의 멜로는 세기말 한국의 극장가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1999년 [
쉬리]가 도착하면서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갔고, 한국영화는 새로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