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공정 개선한 N5A, 전량 車 반도체 배정
자율주행차에 쓰일 반도체…테슬라·애플 주요 고객
대부분 車 반도체 만드는 28㎚ 공정에도 대대적 투자
車 반도체 생산 60% 늘린 TSMC, 시장 전체 장악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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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팹14에서 만들어지는 12인치 웨이퍼. /TSMC 제공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가 자동차 반도체 시장 장악에 나선다. 기존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개선한 N5A 공정을 자율주행과 디지털콕핏(디지털 계기판)을 위한 반도체에 모두 배정하기로 한 것이다. 또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를 주로 만드는 28㎚ 공정 등에도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는 새로 도입하는 N5A 공정으로 자율주행의 전초라고 할 수 있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반도체와 인포테인먼트나 디지털콕핏 등에 필요한 전장용 반도체만 만들기로 했다. 내년 3분기 양산을 노리고 있다.
N5A 공정은 5㎚ 공정의 개선판으로, 현재 TSMC의 주력 공정이라고 할 수 있는 7㎚ 공정과 비교해 성능은 최대 20%, 전력효율은 40% 높다. 대량 데이터의 연산처리가 중요한 자율주행용 반도체에는 매우 적합한 공정이라고 할 수 있다.
TSMC는 N5A 공정으로 만들 반도체가 자동차 신뢰성 규격 AEC-Q100과 자동차 기능안전 국제 표준 ISO 26262를 만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자동차 품질경영 시스템인 IATF-16949가 요구하는 성능도 두루 갖출 것으로 판단한다.
TSMC N5A 공정의 가장 큰 고객사로는 테슬라와 애플이 언급되고 있다. 현재 테슬라는 삼성전자와 5㎚ 공정 자율주행차용(FSD)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는데, 같은 칩을 TSMC에서도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테슬라는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팹(공장)에서 FSD 칩인 AP3.0(HW3.0)을 만든다. 현재 판매 중인 대부분의 제품에 이 칩이 들어간다. 삼성 엑시노스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여기에 테슬라는 TSMC 7㎚ 공정으로 자체 설계한 2세대 칩 AP4.0(HW4.0)을 지난해 4분기 12인치 웨이퍼(300㎜ 반도체 원판) 기준으로 2000장 시범 생산했다. 해당 칩의 본격적인 양산은 올해 4분기쯤이라는 예상이 있다.
애플이 애플카를 만든다면 자율주행용 칩은 TSMC가 만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TSMC가 지난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함께 하이브리드카 컨버터와 고속 충전기에 사용할 질화갈륨(GaN) 기술을 개발한 것 역시 애플카와 관련이 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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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클린룸. /TSMC 제공
TSMC는 대부분의 자동차 반도체를 생산하는 28㎚ 공정의 캐파(생산능력)도 확대하려고 한다. 이미 지난 4월 이사회를 통해 중국 난징 팹에 28㎚ 증설을 위한 3조3000억원 투자계획을 승인했다. TSMC는 이 증설로 월 4만장의 웨이퍼를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팹 증설 역시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있었던 TSMC 2분기 실적발표에서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일본 큐슈 구마모토현에 28㎚ 또는 16㎚ 공정의 12인치 웨이퍼 팹을 짓는다. 또 TSMC는 독일 드레스덴에도 유럽 거점 생산 시설을 짓고, NXP, 인피니언, 온세미컨덕터의 16㎚, 12㎚ 자동차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TSMC가 자동차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이유는 전기차 전환과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연평균 7% 성장해 오는 2026년이면 676억달러(약 7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자동차 반도체의 전 세계적인 공급부족(쇼티지) 사태도 TSMC의 투자를 거들었다. 세계 각국 정부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쇼티지로 자동차 공장이 멈추는 일이 빈번해지자, 자동차 반도체를 만드는 TSMC 측에 “반도체를 더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웨이저자 CEO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은 일시에 해결하기 어렵고, 이번 3분기에는 어느 정도 완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까지 품귀난은 이어질 것이다”라고 했다. TSMC는 올해 상반기 자동차 반도체 생산량을 전년 대비 60% 늘렸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도 30% 많은 수치다.
TSMC는 지난 2분기 매출 132억9000만달러, 영업이익 52억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 반도체 매출 비중은 약 4%로 나타났다.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은 고성능컴퓨팅(HPC)과 자동차 등 관련 수요의 지속적 증가가 배경이 된 것”이라며 “3분기 TSMC의 5㎚, 7㎚ 공정에 대한 수요가 강력할 것으로 보이는데 스마트폰, HPC, 사물인터넷(IoT), 자동차가 (수요 견인)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