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주면 안잡아먹지
조용하던 골목에 퍼지는 웃음소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장식들
대롱대롱 사탕 매달린 저녁
오늘 하루 아이들에겐 달콤한 천국
벌써 이십 년이 지났지만 할로윈 데이가 되면 그 날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않다.
데이케어 아이들을 데리고 학부형들이 근무하는 같은 빌딩 안 석유회사 사무실에 데리고 다니면서 사탕과 초콜릿등을 얻어오는 놀이를 하여서 피곤한 날이었다.
퇴근할 때. 다운타운에서 전철을 타고 종점이었던 브랜우드 역에서 내리면 계단을 올라가서 다리 위를 걸어 내려오는데 그 위에서는 넒은 주차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그날도 아침에 차를 세워놓은 곳을 바라보는데 내 차가 안보인다.
내가 잘 못 보았나, 아니면 다른 쪽에 세워놓았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내 차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부터 심장이 쿵쿵쿵, 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차가 없어졌다고하니,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그는 잘 찾아봐, 어디 있겠지, 아냐, 정말로 차가 없어졌다고
그 때서야 남편은 알았어, 그리로 가지, 하며 전화를 끊었다.
아무리 주차장을 뒤져보아도 차를 찾을 수 없게되자 우리는 경찰에 도난신고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세상에, 주차장에서 훔친 차로 우리 집까지 들어온 것이다.
차고에는 도망가다가 떨어뜨린 인형 하나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안방 서랍들을 다 열어 뒤지고 아이들 방에서 입을 만한 겨울코트 등도 다 가져갔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경찰들이 도착하였다.
안되는 영어로 그 상황을 열심히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서류 마지막 장에 사인을 하는데 경찰 중에 한 명이 이렇게 물었다.
많이 놀랐지요, 영어가 아니고 한국말로.
우리는 경찰들의 질문에 서로 한국말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서류작성을 하였는데, 그 경찰은 우리말을 다 듣고있었던 것이다.
우리 별 다른 이상한 말은 하지않았지,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진작에 그 경찰이 한국말 안다고 하였으면 우리도 도움을 받았을텐데
아마 알고도 그 경찰은 그랬을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공적인 업무 수행 수칙이리라 짐작해본다.
아무튼 이민온 지 얼마 안 돼서, 그것도 할로윈 데이에 엄청난 사고를 당한 나는 캐나다라는 나라에 실망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할로윈 데이에는 경찰들이 사고 예방을 대비하여 미리미리 전과자들에게 편지를 보내서 단속을 하고 특히 아이들에게는 사탕을 주지 못하도록 -우리는 사탕이 없습니다, 라는 사인을 집 앞에 붙이라는 강제명령을 내린다고 한다.
다음 날 출근을 하여서도 같이 일하는 케네디언 교사에게 -나는 더 이상 캐나다라는 나라를 믿지않을거야, 하며 차갑게 말하였다.
그 날 저녁 그 말을 들은 교사, 팸이 전직원의 사인이 적혀있는 카드와 내가 잃어버린 스테이크 집 선물카드를 넣어 전해주는 것이 아닌가
내가 괜한 말을 하였나, 그 교사는 나의 부정적인 캐나다 이미지를 바꾸어주려고 내게 많은 도움을 주기도하면서 따스한 마음을 전해주었다.
컴퓨터 등 잃어버린 전자제품들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몇 주 뒤에 캘거리 외곽에서 찌그러진 차를 찾아냈다.
차문을 열기 위하여 범인들이 커다란 연장을 쓴 탓인 지 운전섯 차문 전체가 찌그러들어 아주 흉하게보였다.
잃어버린 물건들도 보험회사에서 어느 정도 보상받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마음도 안정을 찾았다.
그 해 연말, 우리는 한인동포들 모임에서 하는 성탄절 파티를 가게 되었다.
우리는 뜻 밖에도 여러가지 전자제품들을 상품으로 받았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른 부부들이 와, 지난 번에는 도둑이 들어 다 잃어버리더니 오늘은 그 잃어버린 것들 다시 다 찾아오네천사가 와서 도와주네.
정말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커다란 TV, 냉동고, 컴퓨터, 그리고 오디오 세트까지
마치 전자제품 시장을 다녀오는 것처럼 우리 차 트렁크에 하나 가득 상품들을 실어왔다.
선타 할아버지에게 선물받는 아이들 마음이 이렇게 풍요로울까.
해마다 돌아오는 핼러윈, 가톨릭에서는 십 일월을 위령의 달로 정하여 돌아가신 분들의 묘지를 방문하고 또 그들의 영혼을 위하여 천국에 가도록 연도라는 기도를 바쳐드린다.
핼러윈의 시작은 고대 켈트족들의 신화에서 유래하였다고한다.
한 해를 마치는 시월 마지막 날 죽은 영혼들이 되살아난다고 믿어 -켈트 족은 새해 첫 날을 십일 월 일 일로 지냈단다-
우리 살아있는 이들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전해 주려는걸까.
딩동, 벌써 아이들이 사탕을 받으려고 왔나보다.
어스름 저녁 현관 앞에 있는 전등에 환히 불밝혀 아이들을 맞으러나간다.
해피 핼러윈!
첫댓글 어디에 살든 그곳에 적응하며 살아야겠지요.
스스로 선택한 삶이니.
23년차 입니다
지난 이야기라
쫄깃하게 재미있네요.
당시에 얼마나 놀랐을지요...
아무튼 훈훈하게 마무리된 추억이군요.
아주 오래전 이민 초기였지요
외국의 문화를 받아 들이면서 그내력이나 근원을 모른채 겉보기만을 따라하는 경향이 참사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큰 아픔을 겪으면 뭔가 제대로 살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제대로 된 반성도 없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허비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러게요
안타깝네요
핼로윈에 얽힌 이야기까지 잘 읽었습니다. 나쁜 사람들만 있지 않아 참 다행입니다.
모두가 해피한 핼로윈이기를요^^
할로윈
핼로윈
어느 것이 맞는지요
@신금재 美思 핼러윈이 맞아요...저도 잘못 썼네요🤣😅
@정사월 네~~
낯설은 외국에서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모두모두
해피 할로윈!
기원합니다
지나고보니 추억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