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TV의 아침 뉴스를 켜놓는다.
그렇다고 유별나게 뉴스에 귀기울이는 건 아니다.
정치, 사회, 문화 관련 뉴스들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들렸다 안 들렸다를 반복하며 스쳐가는데
출근 준비를 멈추고 집중해서 보는 나의 유일한 관심은 일기예보~^^
오래 전부터 생긴 루틴이다.
둘째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다니던 무렵, 전업주부를 접고 직장인이 되었다.
그 전에는 아침에 맑다가 오후에 예기치 않는 비가 쏟아지더라도
언제든 달려갈 5분 대기조 '엄마'가 있었다.
하지만 직장에 매인 몸이 되고 나서는
오후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마음이 온통 학교에 있는 아이들 생각에
한동안 우울해지고 신경쓰여 일에 집중이 안되기도 하였다.
퇴근 후 물어보면 아이들은 친구들과 같이 우산을 쓰고 왔거나
빗줄기 약해질 때를 기다렸다가 모자 쓰고 여럿이 후다닥 달려왔거나,
누군가의 우산을 빌려서 왔거나...그렇게 흔연스럽게 대답했었다.
그 후로 나는 아침마다 일기예보를 유심히 보고 아이들에게 미리 전달해주는 짝퉁기상캐스터가 되었다.
-오늘 낮에 비온대, 우산 갖고 가.
-오늘 바람 많이 분다네, 머리 묶었으면 좋겠다.
-오후에 갑자기 추워진대, 겉 옷 따뜻한 것 입고 가....
그 버릇을 못 버리고 지금도 간혹 단톡방에 일기예보를 전하기도 한다.
이제 짝퉁기상캐스터는 은퇴해도 되는데.
어쨋거나 오늘 아침도 나는 일기예보를 들었고,
그리하여, 오늘이 내가 좋아하는 경칩이란 걸 알았다.ㅎ
드디어 경칩인데, 이제 개구리가 튀어나와도 괜찮을 날씨 같다.
물 건너 어느 나라에선
2월초에 봄을 기다리는 행사를 한단다.
'마못데이'라고....
영어로는 'Groundhog Day'하는데, 매년 2월2일에 실시하는 북미판 경칩행사라고 할 수 있다.
그라운드호그(마못)라는 큰 다람쥐과의 동물을 깨워 집 밖으로 나오게 한 뒤,
이 동물이 자신의 그림자를 보면 그 뒤로도 6주동안 겨울이 지속되고,
그림자를 안 보면 곧 봄이 올 테니 봄 맞을 준비를 하면 된다고 믿는 풍습이란다.
정확한 기상 예측이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렇게 우스운 일을 벌이면서까지 사람들은 봄을 재촉하고...간절하게 기다린다.
오래 전에 '그라운드 호그데이'라는 이름의 영화가 있었다.
마못데이 행사를 취재하러 간 기상캐스터에게 일어난 일이 주 줄거리인 로맨틱코메디이다.
매너리즘에 빠져서 모든게 귀찮기만한 기상캐스터가
티격태격 싸움만 하던 여자 피디와 함께 취재를 하러 마못데이 행사가 벌어지는 마을에 가게 된다.
얼른 끝내고 돌아 가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폭설이 쏟아져 그곳에서 하룻밤을 더 묵게 되는데,
깨어나니 어제와 똑같이 마못데이 행사가 다시 진행된다.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같은 날의 무한반복...상상만 해도 머리 아플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반복되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깨닫지 못하고,
그 남자 주인공만 알고 있다....(영화니까, 뭐, 그러려니 하고 ㅎ)
그렇지 않아도 귀찮고 모든게 짜증나기만 했던 사람에게 같은 날의 반복은 얼마나 죽을지경이었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리 설명하고 설득해봐도 그 다음 날이면 모두들 까마득히 잊고 똑같은 날,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런데, 날마다 반복되는 일들이 지겹기도 하지만
이 남자는 점점 그 일들에 적응해서, 일어날 모든 순서와 내용을 다 외우고, 미리 알고 행동으로 대처를 하게 된다.
아무리 귀차니즘 게이지가 높은 사람일지라도 여러 날 반복되는데 그 정도 대응은 할 것도 같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니까.
점차 주변 사람들은 이 투덜이 귀차니즘 대마왕같은 남자를 자상하고 센스있고 매너있는 멋진 남자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자 어느날부터 이 기상캐스터에게도 마음의 변화가 오게 된다.
매 순간을 감사하며 즐기고 행복하게~!! (이럴 때 떠오르는게 피그말리온 효과? ㅎ)
암튼...그렇게 마음을 바꾼 순간부터 늘 반복되는 지루하고 짜증나는 하루가 재미있게 바뀌게 되었다.
주변을 위해 도움을 줄 일을 찾고, 게으르게 배우던 피아노도 마스터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피디의 성향이나 기호 등등 모든 것을 알아보고 공부하고 기억해서
날마다 더 그녀에게 통달해가는 남자가 되어가고...멋있다~ㅎ
대시할 때마다 따귀만 때리던 그녀였는데,
당연한 귀결처럼 너무나 잘 통하는 그를, 그녀도 사랑하게 되고...당연히 해피엔딩~.
아침에 눈 뜨면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기분, 날마다 생일같은 기분....
그렇게 살긴 어려울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가끔은
아주 가끔은 밥벌이의 지겨움에 대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은 경칩이니
개구리가 화들짝 깨어나듯이
잡생각을 후르르 떨쳐내며
즐겁자고 다짐을 하며 오늘로 간다.
우리 모두 오늘 하루도
날씨는 흐려도 마음은 맑음이길.
p.s.
오늘은 흐리다가 아주 간혹 약한 비가 내릴 수 있으니 외출하실 분들은 작은 우산 준비하면 좋을 듯~^^
이상으로 짝퉁기상캐스터 아.라.연.이었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오호~~글렌님께 경칩도 알려드리고~~
오늘의 좋은 일 한가지는 다했네요~^^
음~~볼링은 제가 가장 못하는 베스트에 드는 것 중 하나입니다ㅋ
우리도 튈 준비합시다~
후다닥~~?
호다닥~~?ㅋ
늘 통통 튈 것 같은 수선화님~
오늘도 밝고 맑게 수선화처럼 향기롭게 잘 보내시라요~~^^
오늘이 경칩이라고 제대로 전달 하셨네요 ㅎ
ㅋ짝퉁캐스터는 가능할 것 같죠?
경칩..개구리가 긴 잠에서 깨어난 듯
일상에서의 몸과 마음, 컨디션 마져 지쳐있는 저의 정신,마음을 깨워주셔서 감사해요.^^
행복한 하루 보내셈요.
이제 긴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보자구요~~
기지개 활짝 펴봐요~~언능ㅎ
우산은 회사 두개
차에 한개
집은 다섯개
버스와 택시기증 열개이상~~ㅎ
기부도 엄청 하시고~~
겁나 부잔데요?ㅎ
짝퉁기상캐스터 아라연님의 찐 삶을 살짜기 엿봤습니다~~ ㅎ
숨겨놓은 비밀스런 삶이 겁나 많어유~~
이건 조족지혈이구만유~~ㅋ
만물이 소생하는 경칩~
두 팔 뻗어 기지개를 펴고
가장 젊은 날 오늘을
황기차게 시작합니다. ^^
만물소생하듯
우리도 봄마다 활짝 피어나믄 얼마나 좋을까~~~싶다가도
우리의 계절을 잘 즐겨야지 생각하기도 합니다~^^
지민님은 여전히 봄날로 보입니다요^^
땅속에 들어가 동면하던
동물들이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경칩입니다
모두들 활기찬 화요일 보내세요~
와우~~
개구리가 엄청 도도해보이는데요?ㅋ
방금 깨어났으나 아닌 척 폼잡는 여유~~배워봅니다 ㅋ
잘 읽었습니다.
재미 있어요...ㅎ
ㅋ닉이 재밌네요~
닉땜에 웃었어요 ㅎ
왠지 경칩에 못 깨어나는 개구리도 생각나고요~^^
역쉬 기상캐스터 맞아요.
경칩인지 몰랐거든요.
맛깔난 아라연님의 글 읽으며
두팔 쭈~~욱 뻗고 오늘에 감사하며
신나게 하루시작해요.
ㅋ경칩이라니까 왠지 우리도 기지개 쭈~욱 펴고 싶어지는거 같아요~^^
몸도 마음도 기지개 펴고
개운하게 보내는 하루이길 빌어봅니당~
먼길 나설때 우산은 필수였죠
근데 지금은 편의점마다 있다보니 편해졌죠
글 잘봤습니다~
네~요즘은 애들이 가져오는 편의점 우산이 너무 많이 쌓여서
한번씩 사무실에 공용으로 기부하느라 들고가는게 일이에요~^^
세상 참~좋아진거죠ㅎ
네~~
오늘 우산 챙겨서 나가겠습니다^-^
네~~퇴근 무렵 온다는데
맞는다는 보장은 못함요~~ㅋ
영화 재밌어서 저도 많이 봤어요 ㅎ
한국제목으로" 사랑의 블랙홀 " 이죠
요즘도 케이블에서 본것 같아요
네~~'사랑의 블랙홀'이란 제목이 더 원초적이긴 해요~ㅋ
1993년도 개봉이니 그때에 어울리는 제목같기도 하궁~
암튼 그런 일이 있다면
여기있는 남녀모두 사랑에 성공할지도~~ㅋ
@아라연 개인적으로 여배우가 매력적이죠
남배우는 잘 모르는데 고스트바스터 에 나온 배우로 기억됨요~
덕분에 추억을 소환해주셔서 감사~
오늘은 댓글 다는날.
오호~~
잠자던 개구리가 놀라 튀어나올 센쓰 장착하심~~ㅋ
24절기중 세번째 넘버쓰리 경칩....동면하던 동물들이 깨어서 밖으로 튀어 나온다는.....
날마다 날마다 새로운 기분으로 살면 참 좋기는 한데....
앗! 누구신가요?
날마다 새로워지는 기억력~~ㅋ
경칩이라 벌떡 깨어나
바쁨바쁨
아 고되다요 ㅎ
ㅋ백수과로사를 증명할락 하지 말고 셤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