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찰, 절을 찾아 다니는게 참 좋다, 특히 고즈넉한 산사를 만나면 차분한 명상에 젖어 들기도 하고
마치 고향집에 온 것 같은 포근함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고찰이 자리 잡은 곳이 모두 명당 자리라
기운이 좋아 몸과 마음에도 좋다하니 더욱 즐기고 싶다. 그래도 사찰 출입료 아끼느라 어째어째 만든
조계종 신도증은 갖고 다닌다.
여섯 형제 자매 중에 나만 빼고 모두 기독교와 캐돌릭 신자고, 할멈과 딸 내외도 성당에 다닌다, 그래서.
절에 가면 부처님들께 절도 열심히 하고, 교회 가면 예수님께도 경배 올리고, 성당 가면 마리아께도 꼭
인사 드린다, 양반이 남의 집에 가서 주인장께 깍듯이 예를 올려야지 그러지 못하면 쌍놈이 되니까...
10여년 전 김해 장유로 이사가서 뒷산에 올랐다가 허름한 주택에 자리 잡은 암자를 만났는데 큰 절이야
수입도 많을테고 이런 암자에나 다가 오는 초파일 등이나 하나 달아 주자 싶어 들어갔던 대덕암이 이후
나와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혼자 있던 법안스님과 오며가며 차도 나누고 담소도 나누며 알고 보니 인연이었던지 26회 후배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사주명리학에도 깊은 조예가 있어 택일, 궁합도 묻고 가족들 사주도 알아보러 오는
김해 신도들도 많아서 내력을 알게 되었는데,
경고를 졸업하고 김해 시청에 5급(지금의 9급) 공무원으로 들어 갔었고, 결혼도 했는데, 역학 공부가
그렇게도 재미 있더란다, 어느정도 공부도 되어 사람들 사주도 봐 주고 하다가 아예 역술원을 차려
본업을 삼고 틈틈이 전국의 공동 묘지의 비석을 찾아 다니며 공부에 매진하였단다.
비석에는 언제 태어나서(生) 언제 돌아 갔는지(卒)이 나와 있어 인생의 시작과 끝이 있으니 그 과정을
살피니 많은 공부가 되었고, 그래서 일대에 소문도 나고 손님도 많이 오던 차에 고민이 생기더란다,
보통 그런데 오는 사람들이 잘 나가는 사람이 아니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인데, 예로 점괘가 내일 당장
망할 사람이나 생사에 곤란을 당할 사람이라 나오는데 뭐라 해줄 말을 찾기가 어렵더란다.
그리고 불운을 당할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처하라 말해 줘야 할지를 고민하다 보니 찾은 해법이 기도하는
것이더란다, 기도를 열심히 하게 되면 내일 교통 사고로 죽을 사람도 팔다리 부러지는 것으로 끝나고,
중상을 입을 사람도 기도하게 되면 가벼운 상처를 입고 말 수 있다는 것이라. 그러면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를 고민하다 보니 자연히 종교를 찾게 되더란다.
그래서 출가를 결심하고 부인이 있으니 대처승 사찰 태고종으로 출가하여 승려의 길을 가게 되었단다.
기도의 기본은 뭐니뭐니 해도 자신을 낮추고 엎드려 수그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전쟁터에 나가도 팍
수구리하고 엎드리면 총알이 위로 지나가는 법이니 사람 살아 가는 것도 수구리는 겸손함으로 살아가야
어려운 고비 고비 악운도 비켜 갈 수 있단다.
그런데 목사나 스님은 말재주나 수완이 좋아야 신도를 어루고 후려서 교세가 늘던지 할텐데 법안스님은
정말 답답할 정도로 말재주가 없다, 그러니 본인도 잘 알아 제대로 법문하기는 틀렸고 암자에 만족해야
한다는데, 그래도 태고종 도반 스님들 사이에는 위세가 당당하고, 우렁찬 불경 염불은 누구보다 대단해서
매년 태종대에서 거행되는 종교계 합동 해운 위령제에는 불교계 대표로 여러 차례 참석 하셨다.
그런 스님이 나를 부를 때는 항상 박장군님 박장군님 해싸서 신도들은 나를 퇴역 장군으로 알기도 한다.
"스님 제발 그 장군 소리 좀 하지 마세요, 진짜 껄끄럽거로.."
"장군 기상으로 태어 나셨는데 금생에 뜻을 이루지 못했으나 내라도 장군님으로 불러 드려야지요."
"그런 말씀 마세요, 요새 장군들 시세가 똥장군 시세랍니다."
허기사, 내가 스물아홉에 Captain이 되어 오대양 팔대주를 누볐으니 Captain이 영어로 해군대령이고, 내가
해군사관학교 교수 교관 시절의 생도가 이미 오래전 4성제독 해군참모총장이 나왔으니 햇수로나 급수로나
제독이나 장군 서열인 것이 맞긴 맞다, 허 허, 그참네...
지금은 부산 주례에서 암자를 하고 있고, 23회 김종배의 처형인 구보살이 신도회장 격으로 도와주고 있다.
첫댓글 쓰신 글이 현대판 아라비안 나이트같이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잘 읽고 있습니다.
황종원
감사합니다
옛날 얼굴이 아름아름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