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2월에 미국에 남겨둔 아이들 보러 가느라 주택 신축을 위한 준비는 3월 중순을 넘겨서 시작했는데 그 때까지는 막연히 집을 신축하겠다는 생각뿐이었지 구체적인 계획없이 지냈습니다. 한 2주 동안 평면 계획을 짜 보았는데 평면도를 그려 볼수록 더 좋은 아이디어가 생겨서 30평에 맞는 평면도를 준비하였고 그제서야 설계사무소를 찾았습니다.
부부만 사는 집이라면 그리 크지 않아도 되겠지만 미국 아이들이나 친지들이 방문하면 지낼 방이라도 있어야 겠기에 9평 정도의 원룸 형태의 궤스트 홈을 추가했습니다. 30평이하의 주택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인데 그래도 300만원이나 하는 설계를 내야 하도록 법이 바뀌었더군요. 2000년에 구미에서 주택을 신축한 적이 있는데 그 때는 30평까지는 지금처럼 신고제였지만 설계도없이 평면도만 그려서 해당 공무원에게 제출하면 알아서 다 진행시켜 주었습니다. 당시 33평으로 지을 생각이어서 일단 30평을 짓고 준공 후에 3평을 증축하고자 한다고 했더니 다시 방문할 것없이 그 자리에서 증축 신고 서류까지 미리 준비하도록 해주었기에 지금은 그 때보다 좋아졌나 했더니 더 까다로운 건축 행정으로 바뀌었네요.
두어번 도면을 보면서 제 생각과 다른 설계 부분을 조정했는데 한국적인 사고에 막혀 답답했습니다. 안방 옆에 드레스룸을 넣었는데 안방을 크게하여 붙박이 장을 넣는 것이 공간 활용 효율이 좋다고 드레스룸을 없앴더군요. 애초의 저의 계획안대로 거실과 안방을 줄이고 드레스룸을 넣도록 했는데 안방 크기를 더 줄이자는 제 생각을 결국 꺽더군요. 그리고 장래 손주들을 위한 공간으로 다락을 요청했고, 아내는 거실 층고가 높도록 짓기를 원했는데 경험 적은 젊은 설계사가 단층집으로는 최대한 높도록하여 바닥에서 용마루까지 6미터가 넘도록 설계한 것을 공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고 안써도 될 고소작업장치와 크레인 등을 동원하게 되었으며 더 비싸고 더 많은 자재 사용으로 예상보다 더 많은 재료비가 들었습니다. 그래도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시골 동네분들 조차 들어와 보시고 입을 딱 벌리면서도 시원해서 좋다네요.
공사를 시작하기 전 동민들의 인심을 사고 양해를 얻는 일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외지인이 들어와서 인사도 없이 시끄럽고 먼지나는 등의 번거로운 일을 벌이면 동네분들의 협조를 얻기 힘드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요. 그리고 향후 동네의 일원으로 부딪히며 살아가야 하기에 동네분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일은 무엇보다 정착 과정에서 중요한 일이지요. 사실 공사중 사과 과수원에서 사용하는 궤도형 고소 작업 장비는 층고가 높은 저희 집 내외부 공사에 매우 요긴했는데 이장님의 호의로 약 2개월간 그댁 장비를 무료로 빌려 쓸 수 있었습니다. 그 덕에 인건비도 많이 절약했습니다.
4월 초에 설계 도면을 받고 집터 마련을 위한 정지 작업을 했는데 작업 도중에 건축 허가는 받았느냐고 포크레인 사장님이 확인을 하기에 아직이라고 했더니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하여 하루만 작업하고 멈추었습니다. 농촌이라서 별일은 없겠지만 정착 과정부터 법을 어기는 사람으로 비치기 싫었습니다. 과수원 일부를 대지로 변경해서 주택을 신축하는 관계로 건축 허가를 받기까지 근 1개월이 소요되었으며 4월 말부터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건축주 직영으로 공사하는 경우 얼굴 한 번 비치지 않고 관여도 하지 않는 현장관리인이라는 자격 갖춘 사람(자격증 있는 도배사도 가능한...약간 웃김)을 100만원을 들여서 세워야 했는데 사람 찾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60만원 채 안되는 금액의 산재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작업자들에게는 제 책임을 다하는둣했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안심이 되었습니다.
일의 양으로는 7월 말에 마칠 수 있었으나 긴 장마로 일을 할 수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포크레인 등의 장비를 사용해야 할 때나 콘크리트 타설 시 요청하고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했으며 기술자 사정으로 소수의 인원이 작업을 하는 등의 여러 사정으로 공사가 지연되었습니다. 그리고 장판이든 마루든 바닥재 공사를 하려면 바닥의 습기를 완전히 없앨 때까지 건조시켜야 하는데 문들을 닫아놓고 보일러를 2주 이상 24시간 동안 작동시켜야 하는 과정도 있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업자에게 시공을 의뢰하는 것 보다는 공사 기간도 짧았고 신경쓰일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과거에 업자를 통해서 집을 지었을 때는 업자 기다리는 일로 세월을 보냈지요. 입주하고도 남은 외장 공사로 1년을 끌었습니다. 새참 먹고 나면 일하던 사람들 없어지고 툭하면 공사비 달라고 하는데 이러다가 돈만 받고 달아나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럽기도 했습니다. 주변에 그런 경우를 더러 보기도 했으니까요. 오죽하면 준공 검사하러 나온 공무원이 일 끝나기 전에는 절대로 공사비를 다 주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할 지경이었지요. 또 자재는 제가 선택하여 구매했기 때문에 싸구려 재료 사용으로 인한 다툼 등의 소지도 없었습니다. 특히, 교회 안의 분께 건축 시공 책임을 맡겼기 때문에 저렴한 인건비로 시공해 주었고 자재 사용도 효율적으로 하는 등 경비 절약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건축 공사 마무리를 앞 두고 준공 검사를 요청했는데 건축설계사무소에서 맡아서 진행시켜 주었습니다. 설계비에 이런 부분도 다 포함되어 있었더군요. 추석 전에 준공 검사를 마치고 입주하고 싶었지만 그 과정도 1개월 가까운 시일이 소요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용 허가 전에 입주하였고 준공 검사를 나온 공무원들도 별 문제 삼지 않더군요. 등기까지 무난히 마쳤기에 제 아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 명의의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되었습니다. 주택 신축 경비만 정리한 내용입니다.
1. 자재비 63,500,000원
2. 인건비(간식,식사비 포함) 39,250,000원
3. 장비 임대 및 사용료 9,600.000원
4. 씽크대 7,000,000원
5. 도배 및 장판 4,000,000원
6. 외벽 페인트 1,000,000원
7. 시스템 에어컨(25평형) 2,850,000원
8. 행정비용 6,000,000원
총 133,200,000 원이 들었으며 주변 정리 등 앞으로도 돈 들 일이 줄 서있는 느낌입니다.
첫댓글 신축집 너무 멋있어요. 축하합니다. 새집 좋아요 수고 하셨어요. 행복하세요
진심어린 격려...감사합니다.
'제 아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 명의..'
멋지십니다
누구는 있던 것도 다 없애던데 말입니다 ^^
집 신축이나 개보수하다 쓰러지는 분들
주위에서 많이 보았었습니다
페인트 하는 제게 괜한 일이었다고 하소연하던..
건강 유념하시고
두 분 휴식같은 모국 생활 되십시오
늘 응원하고 격려해주시는 말씀에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있습니다.
드디어 건축의 마무리 단계에 오셨네요! 이웃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시면서 차분하게 하지만 꼼꼼하게 잘 마치신 것 같습니다. 우선, 축하드립니다! 역이민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거주지의 선택과 살 주택을 갖추셨으니 이제부터는 고국에서의 즐겁고 복된 시간을 보내게 되실 겁니다. 사람이 어떤 큰 소유물을 갖게 되면 해야할 보수와 유지를 위한 시간과 금전의 필요는 어쩔 수 없으니, 살아가시면서 부딪히면 되겠지요. 조만간 여기든 거기든 다시 뵙기도 고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내년 4월 초 딸아이 해산으로 미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때 뵈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멋지네요... 집만 마무리되어서 아직도 마당과 정원등 하실일이 많으시겠어요.
그래도 일단 가장중요한 일을 마무리하셨으니 후련하시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작년 7월 말에 역이민 하고 11월에 집지을 땅을 샀습니다. 한국으로 되돌아 올 결심 후 모든 것이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상준님처럼 격려해주시는 카페 멤버님들의 응원 덕분으로 생각합니다.
와 완성된 집이 정말 멋집니다! 나중에 저도 원하는곳에 저희 취향이 가득한 공간을 마련하는게 꿈입니다. 이런 세세한 경험 나눠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꼭 그렇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제가 구상한 집을 두번째 지어 보았는데 세번은 지어 보아야 후회나 아쉬움이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다시 집 지을 일이 없을 듯하나 광복이님께서는 잘 지었다는 집 구경 많이 하시고 심사숙고 하셔서 한번에 원하시는 자택을 지을 수 있도록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깊은 산중에 새로이 들어 서는 모습을 나타내는 새집을 보면서 함께 해피 ~ ^*^ 해피 ~ ^*^
저같으면 엄두도 못내는 새집 짓기!
그것도 산 높은 곳에...아유~ 어쨋든 대단하시고 거의 마무리 되여 감을 보는데 제가 왜 안도를 가지는지? ^*^
그런데...총 133,200,000 원...한국돈 숫자를 한참 헤메며 얼마인가?..읽어 봅니다...
제가 워낙 돈에 어두워서인지 미국돈도 백불 천불 만불.. 그 다음은 잘 모릅니다... 워낙 액수를 적게 다루다보니...
1억 3천인가요?...??
별 우스운 댓글도 다 보시지요? ^*^ 정말 한국돈을 몰라서입니다~ ^*^
새로운 집 완공되고 집들이에 초대해 주신다면 미리 감사드립니다~ ^*^ ^*^
안전히 완축되기를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미국 돈으로 10만불 정도 됩니다. 산촌에 도로 사정도 좋지 않지만 방문해 주신다면 환영입니다.
능력이 많은 분 .. 이십니다 . . . .
사회적으로 공헌을 많이 하실 수 있는 인재이십니다 . . .
오래 오래 건강하시고 도움을 많이 베푸시기를 기원합니다 . .
듣기에 민망한 칭찬의 말씀을 주셨습니다만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