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술붕어입니다.
모레가 추석입니다.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조상귀신들은
제사상에 올라올 진수성찬 생각에 가슴 설레인다 합니다.
그러데 요즘은 변변한 제사상을 받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합니다.
조상귀신들이 설에 제사 밥을 얻어먹으러 자식 집에 가 보면,
분명 결혼을 시킨 아들놈 인데 혼자 와서 제사를 지내는가 하면,
제사상 앞에 옛날 며느리가 아닌 처음 보는 며느리가 서 있는 경우도 있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외국 말을 하는 며느리도 있는가 하면,
살아생전에 못 본 손자 손녀들이 자기 손자라고 절을 하는데
깜둥이 흰둥이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이런 표현에 죄송)
또한 이승에서 바람을 피워 배다른 형제들을 두었더니
이 놈들이 재산싸움 끝에 서로 제사를 안 지내겠다고 하는 바람에
젯밥이 차려진 곳이 없어 찾아갈 곳이 없다 합니다.
그 귀신 절대 바람피우지 말고 일부종사하라고 신신 당부 했답니다.
더불어 제사 음식은 정성을 들여 손수 만들어야 하거늘
제사음식 대행 점에 주문을 하여 성의없이 조미료 범벅으로 만들어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합니다.
제사 지내는 방법도 몰라 대충 지내는 바람에,
고향에 다녀 온 훈장 귀신이 말세로다! 개탄하며 잠을 못 이루다가
옆 할머니 귀신에게 시끄럽다고 구사리께나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는 그래도 나은 경우이고
제사에 쓰지 않는 마늘, 고춧가루 음식 때문에
제사상 근처에도 못 가보고 심지어 귀신을 쫒는 복숭아까지 올려놓아
십겁을 하고 도망을 온 귀신도 있다 합니다.
또한 명절에 구름을 타고 기쁜 마음으로 자식 집에 가 보면,
조상귀신인 자기가 눈을 뻔히 뜨고 있는데 기독교로 개종했다 하여,
할렐루야! 라고 외치며 이스라엘제 귀신을 섬긴다고
절도 안하고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가 하면,
(자식 3명이 모두 신학대학 출신이니 오해는 마시 길)
국가시책에 적극 호응하여 아들 하나 낳아 잘 길렀더니,
아! 이놈이 교통사고로 죽는 바람에 대가 끊겨
무덤을 돌 볼 자식이 없어 무덤도 다 허물어져 가고
언감생심 설에 젯밥을 얻어먹을 생각은 꿈도 못한다 합니다.
다시 이승에 태어나면 절대 국가시책을 따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합니다.
그래도 인터넷으로라도 지 조상 무덤 벌초하는 놈은 나은 편이고
자식이 살아있는데도 벌초를 하지 않아
북망산천에 잡초에 묻힌 묘가 부지기수라 합니다.
또 어떤 귀신은 분명 매장을 하라고 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뜨거운 불에 화장을 하여 강에 뿌려버린 바람에
존재감마저 상실하고 눈물짓고 있다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화장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또 어떤 자식 놈은 따뜻한 양지바른 곳에 묘를 써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풍한설 몰아치는 차가운 북향에 묘를 써
추워서 잠을 이울 수가 없다 합니다.
그래도 묘는 따뜻한 양지바른 곳에 쓰는 것이 좋겠지요?
또 어떤 귀신은 공동묘지에 묘를 쓰면서 비석을 해 놓지 않아
묘를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 묘에 젯상을 차려놓고 절을 하는데
알려 줄 수도 없고 환장 할 노릇이라 합니다.
저승과 이승 간에 핫라인이라도 개설해야 될 것 같습니다.
또한 명절에 자식 집을 찾아가는데,
옛날 살던 집이 아니고 성냥갑 같이 생긴 아파트라는 곳에 살아
그 집이 그 집 같아 도저히 집을 찾을 수가 없고
옛 주소가 아닌 새 주소로 번지가 바뀌어 길눈이 어두운 귀신들에게
집 찾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라고 합니다.
어렵게 집을 찾았다 하더라도 자식 놈들이 여행을 떠나 버린 관계로,
제사 밥을 얻어먹으려면 제주도 콘도까지 어지럼증을 극복하고
구름을 타고 장거리 원정길에 올라야 하고,
심한 경우 하와이나 쾀, 최악의 경우 스위스 몽불랑까지 가야한다 합니다.
그곳까지 멀미를 각오하고 날아갔다 하더라도
차린 음식이 영 입맛에 맞지 않아 쓴 입맛만 다신다고 합니다.
그래도 음식은 한국에서 나는 토속 재료로 만든 것이 제격인데,
살아생전에 먹어보지도 못한 입맛에 맞지 않은
미국, 칠레, 호주, 덴마크 산 재료로 만든 음식에,
발렌타인, 꼬냑, 이과두주 등 이름도 생소한 술이 제사상에 올라오니
술맛도 없고 독해 영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사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저승으로 돌아 와,
저승 저자거리에 있는 황진이 선술집에서 파전에 막걸리를 외상으로 마시고
쓸쓸히 숙소로 돌아온다 합니다.
그래도 실제 음식을 차리는 경우는 나은 경우이고
어떤 귀신은 제사상에 오른 음식이 모조품인 중 모르고
덥석 깨물었다가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이빨을 몽땅 부러트리고
요즘 저승 치과를 다니고 있다합니다.
저승 귀신들 중.
의학박사로 미국에서 의사를 하고 있는 성공한 아들을 둔 귀신은
평소 지옥에서 자식 자랑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했는데,
고소공포증으로 비행기를 못 타는 관계로 아들 꿈에 나타나
한국에서 제사상을 차려주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며 추석에 PC방에 가라하여
“ 역시 배운 놈은 다르구나?” 하고 PC방에 가서 컴퓨터를 켰는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소리가
뭔 소린지 몰라 그냥 돌아왔다 합니다.
“ 못 배웠지만 한국에 살면서 쓴 도라지에 막걸리라도 제사상에 올리는
머슴 집 아들놈이 진짜 효자”라며
다시 태어나면 뼈 빠지게 돈 벌어서
절대 자식 놈 안 가르치기로 맹세했다 합니다.
어떤 귀신은 제사는 밤 12시에 지내므로 저승에서 나오는 저녁도 굶고
느즈막이 아들집에 도착했는데 뭔가 낌새가 이상하더랍니다.
명절 집 분위기와 걸맞지 않게 불도 꺼져있고 조용하여
집을 잘못 찾았나하고 문패를 봤더니 분명 “술붕어”라는 아들 문패가
붙어 있어 잘못 찾아 온 것은 아니구나 하고 방에 들어갔더니,
아뿔사!
초저녁에 벌써 제사를 지내고 바쁘다는 핑계로 모인 자식 놈들이
모두 떠나간 뒤끝이라 제사 음식은 고사하고 보고 싶었던
자식 및 손자 손녀들 얼굴도 못 보고 쫄쫄이 굶고 돌아 왔다 합니다.
그래도 추석 날 제사상을 차리는 자식은 나은 편이고 귀신들은 음력을 쇠는데
양력으로 제사를 지내버리는 바람에 물 한잔도 얻어먹기 힘들다 하니,
이래저래 저승 귀신들도 헷갈리게 생겼습니다.
제사 사전 예고 제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낚시꾼 조상귀신 이야기인데
평소 낚시를 좋아했던 귀신이 제사 밥을 얻어먹으려고 시흥 아들집으로
날아가다가 천수만 B지구 검은여수로를 지나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더랍니다.
이승에서 취미가 낚시였던지라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간다고
구름에서 내려 낚시하는 것을 잠시 구경하고 있는데,
어! 어디서 많이 본 낮 익은 얼굴이 있더랍니다.
누군가 하고 자세히 보니 아니 이럴 수가 자기 아들 “술붕어” 더랍니다.
“ 아이고! 이놈이! 제사 지낼 생각을 안 하고
여기 와서 낚시질을 하고 있구나?”
“ 시흥 가나마나 제사 밥 얻어먹기는 틀렸다.”
오던 길을 돌려 지옥으로 돌아가 아들 흉을 보고 있는데,
뒤에서 아버지 귀신이 담배 대로 뒤통수를 내리치면서,
“ 야! 이놈아! 니 자식 욕하자 마라?”
“ 너도 익산 살 때 추석 때 제사 안 지내고 만경강에 나가
쭈구리고 앉아 붕어 잡겠다고 낚수질 하고 있었잖여?”
“ 나도 니 집에 제사 밥 얻어먹으러 갔다가
쫄쫄이 굶고 온 게 어디 한두번이냐?”
“ 그 애비에 그 자식이지 지금 누굴 탓하고 있냐?”
“ 아부지! 죄송합니다.”
그나저나 이번 추석에는 코로나 때문에 고향 가기는 틀렸습니다.
첫댓글 참 맛깔스럽게 쓰십니다,좋른날 되세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추석 명절 되샴
유익하고 공감이 가는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 마음도 심쿵!!! 그리고 짠~ 해져 오네요
즐거운 한가위 추석 명절되세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추석 명절 되십시오
즐거운 명절
추석
한가위
한가 합니다
건안하심을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마산덕구4 건강이 제일입니다
건강 하세요
생각이 많아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옛말에
'귀신같이 찾아온다'는 말이 있는데. 그마져 옛말이 되었나봅니다 ^^ ;;
그나저나.
겸손이 과한 아랫대가
조상님을 지옥에 계신다고 하시믄. 물론 맛깔나게 쓰시느라 인 줄 알지만.
조상님들께서 대꼬바리로 콩! 술붕어님~~ㅎㅎ
ㅎㅎ
그럴지도 모르죠
죄송 할 따름이지요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재미나면서도 유익한글 입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글을 참 맛깔나게 쓰시네요
참말로 친정울엄니 아버지 제사 지내러 갔드니 딸은 출가외인이라고 재산 한푼이나 주고 남자형제들 나누어 집이네 논이네 다 차지하곤 제삿날 골프치러 갔다가 늦게 음식 씹어게어 내놓은것 같은 정구지전에 희멀건한 두부한모 꾸벗다고 한게 어디 제서지내고 술판을 음복술로 해야되는데 초저녁부터 여편네들도 다들 처멉고는 젯국을 따로 떠놓지도 않고는 퍼서쳐먹고는 아이고 속이 시원하다고 ~눈꼴 시그러운짓을 하길래 제서는 정성인데 뭐하는짓들 이냐고 잔소리 해됏드니 오지 마라네요 ㅊ 그럴수록더올테지 똑바로 잘 하라고~~ 아주 한복 차려입고 가앉아 있을려구요~
그래요 집집마다 추석 차례는 내가 집
집에서 나물 3가지랑 땅국 꿇이고 조기한마리 굽고 전 몇가지해서 모시송편이랑 동동주 담궈놧어요 한잔 올릴려구요 ㅊ~^
ㅎㅎ
잘 하셨습니다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옛날에도 외국말하는 사위 며느리가 있었네요
고려 쌍화점에 색목인이 외국인 이에요
그리고 울 나라 제사는 딸 아들 돌아가며 드리는 윤회봉사에요
만일 외가에서 딸만 있다하면 재산을 더주고 외손이 제사를 지내는 외손봉사 로
대표적인 것인 신사임당 아들 이율곡이요
원래 모계사회라 부모 모시는것 제사 다 공동으로 했어요
김유신은 외국인설로 무덤에 선 장군들이 한국사람과 다르데요
신라는 알타이계통이 구요
그게 태조 이방원이 외척을 방지하고 왕권을 강화할려고 유교 들여온 거죠
ㅎㅎ
역사에 해박 하시네요
당연 글로벌 시대고요
아들 딸 상황에 맞게 제사도 지내야 하겠지요
웃자고 쓴 글입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시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술붕어 불면증이 심해 요즘은 역사책 두꺼운것 읽어요
다른 분들은 펴자마자 잠든다는데
넘 괴로워요
이렇다 의학서적 알겠어요
@몽드메 그렇군요
숙면이 건강에 좋다 하던데
독서가 유익하긴 하죠
이승만~~프란체스코
김수로왕 ~인도 허왕후
그렇군요
요즘은 글로벌 시대로 외국인과의 결혼이 아주 많습니다
즐거운 추석명절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