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와 무법자
원제 : Two Mules for Sister Sara
다른 제목 : 호건과 사라
1970년 미국영화
감독 : 돈 시겔
음악 : 엔니오 모리꼬네
출연 : 셜리 맥클레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놀로 파브레가스
알베르토 모린, 판초 코르도바
'수녀와 무법자'는 돈 시겔 감독이 1970년에 만든 서부극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셜리 맥클레인이 주연입니다. 시기로 보면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전성기를 맞이하는 때였고 셜리 맥클레인은 50-60년대의 화려한 이력을 남기고 지는 해 였습니다. 이미 할리우드에서 정점을 찍은 배우였기 때문에 셜리 맥클레인의 이름이 스타로 발돋움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보다 앞서 타이틀에 등장합니다.
이 영화 역시 마카로니 웨스턴이나 수정주의 서부극의 영향을 받은 내용으로 서부의 정의로운 영웅을 미화한 40-50년대 아메리칸 웨스턴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남녀 주인공이 프랑스에 대항하는 멕시코 혁명군을 돕는 내용인데 혁명군의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여인과 보수로 받는 돈을 목적으로 한다는, 목적은 다르지만 서로 콤비가 되어 활약하는 내용입니다.
남북전쟁 이후의 멕시코, 호건(클린트 이스트우드) 이라는 총잡이는 말을 타고 가는 중 몇 명의 남자들에게 능욕당할 위기에 처한 한 여인을 발견합니다. 놀라운 총솜씨로 악당들을 다 해치우고 여인을 구해낸 호건, 그 여인은 알고 보니 사라(셜리 맥클레인) 라는 이름의 수녀였습니다. 이런 만남을 통하여 두 사람은 함께 여정을 떠나는데 사라는 멕시코 혁명군을 은밀히 돕고 있었고, 호건은 프랑스 금괴를 탈취하면 절반을 받기로 하고 혁명군쪽을 돕고 있었습니다. 서로 목적은 다르지만 같은 방향을 가진 두 사람. 이렇게 수녀와 무법자라는 다소 어색한 두 사람의 여정이 이어집니다. 가는 도중 인디언의 습격으로 부상도 당하고 쫓아오는 프랑스 기병대를 피해 아슬아슬한 순간도 넘기고 다리에 폭약을 설치하여 프랑스 보급열차를 파괴하기도 하고, 이 안 어울려 보이는 두 남녀는 용케 목숨을 부지하며 여정을 이어갑니다.
젊은 수녀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떠돌이 남자, 당연히 남녀가 주인공이니 뭔가 로맨스가 싹트기를 기대하게 되는 영화인데 여성의 신분이 수녀라는 점이 걸림돌이지요. 하지만 알고 보니 사라는 안전과 위장을 위해서 수녀복을 입고 수녀인척 하는 가짜 수녀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후반부에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로맨스가 귀결됩니다. 수녀인데 욕도 가끔 하고 술도 너무 잘 먹고 Ash(엉덩이) 라는 속어도 알고.... 뭔가 좀 수상쩍긴 했는데 가짜 수녀였던 것이죠. 그러면서도 진짜 수도자처럼 천연덕스럽게 행동하는 셜리 맥클레인의 연기가 코믹합니다.
목숨걸고 혁명군을 돕는 내용이지만 전체적으로는 경쾌하고 코믹한 요소도 제법 담겨 있습니다. 두 남녀 주인공이 진지한 편은 아니지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수녀라는 상대를 감안하여 최대한 정중한 예의를 지키고 플라토닉하게 몇 날 몇 밤을 함께 보내지만 그럼에도 은근 추파를 던지고 있습니다. 셜리 맥클레인도 그런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은근 애간장 태우게 하면서도 친근하게 대하고.
무난히 오락적인 서부극인데 특히 후반부에 혁명군과 프랑스군의 대규모 전투가 꽤 치열하고 볼만합니다. 후반부의 장면에는 꽤 규모도 있고 노력도 많이 들어간 전투장면입니다. 멕시코 혁명군 편에 선 영화지요.
돈 시겔 감독은 50-60년대에 쏠쏠한 영화들을 연출한 중견 감독이었는데 이탈리아에서 마카로니 웨스턴을 세 편 찍고 금의환향한 젊은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관심을 갖고 그와 몇 편을 함께 합니다. 이러 선택은 두 사람 모두에게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마카로니 웨스턴의 스타라고 하지만 그냥 그런 위치에 머물면 할리우드에서 B급 상업배우 정도의 위상으로 끝날 수 있었는데 돈 시겔 감독을 만나 '석양의 맨하탄'을 시작으로 결국 '더티 해리'라는 폭력 형사물의 수작을 만들 수 있었고 그로 인하여 마카로니 웨스턴 스타라는 딱지에 머물 수 있는 걸 벗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제 2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돈 시겔도 후기 대표작으로 이력에 남길 수 있었습니다. '수녀와 무법자'를 만들고 다음 작품이 대성공작 '더티 해리'였습니다.
셜리 맥클레인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해리의 소동'으로 데뷔한 이후 '화가와 모델' '80일간의 세계일주' '달려오는 사람들' '캉캉' '아파트의 열쇠를 빌려줍니다' '아이들의 시간' '벽안의 나비부인' '당신에게 오늘밤을' 등 많은 작품들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화려한 50-60년대를 보냈습니다. 특히 그 시기는 오드리 헵번, 엘리자베스 테일러, 소피아 로렌, 마릴린 먼로 등 당대의 최고 미녀배우들이 활발히 활동하던 정말 치열한 시기였기 때문에 어지간한 미모의 여배우들도 이들의 인기에 나가떨어지던 시대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미모대신 다른 재능으로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으면서 할리우드의 주연급 배우로 꾸준히 활동한 대단한 여배우였습니다. '수녀와 무법자' 출연 당시 36살로 서서히 전성기를 넘기는 시기였고 34살에 '황야의 무법자'로 비로소 스타덤에 오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비교적 늦깎이 스타로 공연당시 40세였지만 이제 이탈리아를 넘어서 할리우드에서 머니메이킹 스타로 주가를 올리는 시기였습니다. 두 사람은 이 영화에서 좋은 콤비를 보여주며 영화를 재미있게 이끌어냅니다.
1970년 작품이니 이미 53년전의 까마득한 고전이 되었는데 두 배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놀랍게도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최고령 감독 기록을 경신하며 91세인 2021년에도 '크라이 마초'라는 작품에 감독, 주연을 하며 대단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60세가 넘어서 비로소 감독으로 전성기를 맞이하며 거장의 목록에 들어갔고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습니다.
셜리 맥클레인 역시 70년대 이후 전성기 만큼의 활동력이나 인기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갔고 1983년 출연한 '애정의 조건'으로 뒤늦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전성기 시절 함께 활동하는 놀라운 미모의 여배우들이 은퇴했거나 잊혀져간 시기에도 쉬지 않고 활동하며 최후의 승자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89세가 된 현재까지 생존하면서 최근까지도 계속 영화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셜리 맥클레인은 한참 노익장이 된 시기에도 지속적으로 영화에 등장하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라는 걸 입증한 모범적 영화인입니다. 그들이 언제까지 영화인으로 활동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평생 영화인으로 열정을 가지고 살아간 두 사람은 여러 영화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용기가 될 것입니다. 두 전설이 유일하게 함께 출연한 작품이 바로 '수녀와 무법자'였던 것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셜리 맥클레인은 1984년 출연한 '캐논볼 2' 에서도 수녀복을 입고 등장합니다. 물론 거기서도 온전한 수도자 역할은 아니었죠. 매끈한 각선미도 함께 과시했으니까요.
ps2 : 서부의 떠돌이가 어깨에 화살을 맞았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 꽤 디테일하게 나옵니다. 의사도 없고 구급약품도 없고, 꽤 고통을 참는 인내와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고 도와주는 여자도 정신을 집중하고 잘 해야 하죠. 과거 '람보'에서 실베스타 스탤론이 복부에 총상을 입고 해결하는 장면이 연상되더군요. 그리고 가끔 서부극에서 이런 유사한 장면들이 보여집니다. 하지만 '수녀와 무법자'에서 만큼 길고 디테일하게 묘사된 경우는 드물었죠.
ps3 : 국내에는 개봉되지 않은 작품입니다. 나름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두 배우가 출연했음에도 개봉되지 않았네요. '호건과 사라' 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수녀와 무법자'는 국내 DVD 출시제목입니다.
[출처] 수녀와 무법자 (Two Mules for Sister Sara, 70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