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어우러지는 상상력과 청소년 인권 찾기
( 지역 청소년수련관을 청소년인권영화의 메카로...)
작년 이맘 때, 여수지역사회연구소가 주관한 제1회 여수 인권영화제가 열렸다. 다른 지역에 비해 시작이 한참 늦었고 무료상영인데도 지역민들의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인권이라는 말은 왠지 어렵게만 느껴진 탓일까? 하지만 나는 영화제를 통하여 영상이 전하는 강렬한 메시지와 잔잔한 감동들을 잊을 수 없다. 특히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며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인권영화들이 가진 또 다른 묘미가 아닌가 싶다. 내가 직접적으로 세계청소년을 위해 뭔가를 제공하거나 프로그램을 만들어 만나는 게 아닌, 이지역청소년들로 하여금 또래의 세계 청소년을 위해 함께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내며 나 또한 그 비전에 징검다리 역할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해 보았다.
21세기는 미디어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흔히 영상세대라고도 부른다. 어른들이 문자에 익숙해져있다면 이미 그들에겐 TV나, 영화, 비디오 등 영상매체에 익숙해져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듣는 것, 고정화된 문서 등만을 통해서는 이제 효율과 효과의 극대화를 추구하기가 힘들다. 익숙한 매체를 활용하여 그들에게 인권을 접하고 가르치는 등 생각을 키우는 일은 너무나 필요하고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청소년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많은 코드 중 현시대에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코드는 영상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은 자기 삶의 주인이며,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와 시민으로서 미래를 열어 갈 권리를 가진다“는 청소년헌장이 1998년 10월 25일 선포되었다. 이 청소년 헌장은 “가정, 학교, 사회 그리고 국가가 청소년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청소년 스스로 행복을 가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조성한다”고 전문에 확인하고 여러 가지 청소년의 권리와 책임을 규정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에게 그들의 권리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청소년의 삶은, 청소년헌장의 의미에는 많은 점에서 미흡하다. 여전히 삶의 터전에서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권이 제약되고 있으며,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한 미완성의 존재로써 양육과 보호와 제약을 위한 객체로 보고 있다. 일상화된 인권침해와 억눌린 자유가 때론 이유 있는 반항과 사회에 대한 저항으로 잔잔하고도 거센 파동을 일으킨다.
지난 여름방학 우연한 기회로 전화 안내를 받다가 연결된 행사가 하나 있었다. 문화관광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청소년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인형극, 극단 ‘뛰다’의-세익스피어 작 한 여름밤의 꿈-을 찾아가는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만날 수 있었다. 청소년을 위한 인형극이라 그런지 수준과 완성도가 매우 높은 작품이었다. 덕분에 소중하고 멋진 기회를 접하게 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화소외지역(?)에 분류 포함되어서야 맛볼 수 있는 기회에 대한 묘한 씁쓸함이 함께했다. 그 문화의 불모지에 청소년인터넷방송국이 개국한지 세 달째에 접어든다. 준비기간까지 포함하더라도 1년이 채 안되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사이 놀라울 만큼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얼마 전엔 모 대학의 영상페스티벌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고 장학혜택과 입학까지 보장받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며 차근차근 뿌리를 내리고 있다. 문화적 혜택이 적은 지역이라 그동안 갈증도 많았을 것이며 끼 있는 청소년들의 풀고자하는 욕구 또한 컸으리라 여겨진다.
청소년문화를 해석하는 주요코드인 영상을 통해 같은 또래의 세계청소년들의 인권과 이 지역 청소년들의 인권을 함께 고민하고 그 대안을 찾기 위해 나는 새롭게 시작된 이 인터넷방송국을 중심으로 이 지역청소년들이 참여하여 경험할 수 있는 구체적인 활동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 인권 관련 비디오 감상과 토론
문화의 집 내에 있는 2개의 비디오부스와 AV감상실, 그리고 공연장과 놀이마당 등 규모나 장소는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변화가 가능할 것 같다. 예를 들어 개인이나 친구, 가족들과는 일회적인 방법으로 참여코자 할 때는 비디오부스를 이용하고 상시적으로 활동하는 동아리 활동용으로는 AV감상실이 적격일 것이고 지역 내 청소년들을 위한 정기적 무료영화제 형태로는 공연장의 스크린을 이용하면 된다. 마땅한 권리임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상황을 다룬 영상물을 보고 그에 대한 느낌을 나누며 권리를 침해당했던 경험이나 또한 권리를 침해당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단순한 감상의 수준을 넘어서 세계청소년들의 인권실태와 문제를 올바로 인식하는 한편 우리의 현실에서 어떻게 권리를 키워나갈지 등에 대해서도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해보는 등 더 심도 있게 토론한다. 영상자료는 영화도 좋고 관련 다큐멘터리 등 다양하게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겠고 지역 방송국에 요청하여 도움을 받으면 좋을 듯하다. 또 장기적으로는 서울 YMCA 건비연(건강한 비디오연구모임)에서 추천한 영화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소개하는 비디오 그리고 한국성폭력상담원 등의 다양한 목록들을 점차적으로 구입하는 한편, 지역 내 전문기관의 자원을 대여 활용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영상물 선정에서부터 학교별 거리별 홍보에 이르기까지 청소년건비(가칭)동아리에서 논의하고 준비하게 한다. 이를 위해 수련관에서도 검토하고 함께 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① 문화의 집 비디오부스의 변화인데 이미 구비되어있는 자료를 분류 정리하고(흥행과 흥미위주의 비교육적 영상물) 관람료를 편당 500원을 받던 것을 무료화 한다.(실제로 큰 수입구조가 아니므로)② 문화의 집이 지역 내 기관이나 단체, 학교 등에 적극 홍보하여 대여 및 보급의 역할과 정보제공자의 역할을 한다.
③ 공연장을 통해 월 1회로 진행 중인 청소년무료영화제의 횟수를 조정하는 한편 인권영화 시사회 등의 장으로 활용한다.
④ 토론회 및 시사회 등의 내용과 감상문을 엮어 신사동(신문을 사랑하는 동아리) - 고교연합신문동아리를 통한 지속적인 연재와 함께 생각하는 청소년 인권, 영화 소개란을 마련하여 청소년들의 참여를 증진시킨다.
⑤ 타 동아리와의 연대 - 공연장을 이용한 무료영화상영 때를 이용하여 상영전 시간을 통해 댄스, 그룹사운드 등의 동아리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자신들의 실력을 자연스럽게 펼쳐 보일 수도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한 또래문화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기회로 삼아도 좋겠다.
⑥ 보드카페이용 -청소년스스로위원회가 제안하여 수련관 놀이마당을 통해 개업(?) 예정중인 주말과 휴일에 열릴 예정중인 청소년 보드카페(쥬만지)에서의 영상상영 등의 활동을 접목한다.
둘째, 인권관련 작품 만들어 상영하기 - 청소년인권관련
인권뉴스나 인권영화 만들기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기사가 성인 중심으로 제작되는 것을 인식하며 자신들의 시각과 입장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로 소재삼아 만들도록 한다. 현재 청소년인터넷방송국에 뉴스 팀이 짜여 있으니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다만, 소재를 일상속의 다양하게 접하는 인권문제로 왕따문제, 학교폭력, 유해환경, 입시문제, 자율학습, 체벌, 건강권 등 일상적 소재도 다루고, 탈북가정 적응문제, 외국여성과 결혼한 농어촌 가정의 혼혈아에 대한 인식문제, 외국인 노동자 가정과 자녀의 인권문제, 귀국 자녀의 부적응 문제 등 다양하게 다룰 수 있도록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어떤 프로를 보고 싶은가, 청소년 즉 우리들의 목소리를 담은 프로를 보고 싶은가 물었더니, 모순 되게 뮤직비디오를 보고 싶다고 말하는 청소년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아무리 만들고 보여줘도 그건 안 보고 뮤직비디오만 볼 수 있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인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뮤직비디오 형식을 가지면서도 직접 작곡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소재와 주제에 맞게 개사를 하고 영상과 함께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권뉴스는 자신들의 느낌과 소리를 표현하고 우리사회에 관습처럼 여겨져 있는 유교사상에서 오는 차별을 재조명하고 그들만의 비판적 시선과 상상력으로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역시 인권영화도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여 위원회활동을 모범적으로 하고 있는 이지역의 작가, PD, 아나운서, 카메라기자 등을 통한 꾸준한 기술적 교육과 지원을 받도록 한다. 연출이나 대본작성, 연습, 조명효과나 코디 등 자잘하고도 전문적인 지도들도 함께 필요할 것인데 이 또한 성인클럽-극단 ‘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영상캠프와 연계
올 여름 이지역출신의 젊고 뜻있는 영화인들의 도움으로 시 주최로 제1회 영상캠프를 하는 것을 보았다. 이 지역에서는 새로운 문화적 시도였기에 너무나 반가운 맘이 들었으나 애초 의욕이나 기대에도 불구하고 준비와는 달리 모집부터 전전긍긍 부진의 모습을 면치 못하는 걸 보며 몹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좋은 시도였지만 청소년조직이나 동아리 등 관심대상들과의 공유부족과 연계가 없었던 이유를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그 영상캠프의 장단점파악과 평가를 통한 정확한 방안들을 찾아 문화의 불모지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영상문화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게 하고 표출창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재시도 해 볼 수 있겠다.
넷째, 거북공원에서 청소년들이 쏘아올린 한여름 밤의 인권영상축제
수련관 공연장을 중심으로 여수지역사회연구소가 주축이 되어 지역시민단체가 함께 한 인권영화제가 며칠 전에 두 번째의 막을 내렸다. 첫 회에 비해 많은 부분이 새로워지고 다양해진 모습에 인권영화제로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을 여러 군데서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가족중심,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위한 장을 따로 마련하고자하는 시도도 보였다. 대상을 달리해서 1관 2관으로 나눈다거나 시간대를 달리 안배하는 등의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청소년이 만든 영화 시사회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발 더 나가서 거북공원에서 청소년들이 쏘아올린 한여름 밤의 인권영상축제를 계획해 볼 수 있는데 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나 가족영화제, 지역별 인권영화제와 같은 것들이 전국에서 개최되고 있으니 계획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글을 마치며,
청소년 미디어란 창의력 계발, 자신감 고취, 자기표현 등을 중심으로 하는 청소년 운동의 일환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청소년 프로그램들이 많이 만들어지는데 실제로 방영되는 공간이나 보급 창구가 없기 때문에 입시교육 체제 속으로 사장되거나 움터 나오는 끼를 발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상을 통해 함께 어우러지고 상상력의 세계를 공유하는 한편, 세계 각국의 현실을 인식하고 어린이와 청소년 인권의 실태와 고민을 함께 떠안으며 지구촌에서 함께 숨쉬는 그들을 위한 비전을 키워가는 일, 그리고 현재의 생활 속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가며 실제적이며 구체적인 대안들을 모색해보는 일, 머리를 맞대보는 경험들이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이미 다른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또는 모범적으로 진행되고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한 이곳 남도 땅 여수의 청소년들을 위해 작지만 소중한 촛불을 밝혀들 것이다. 촛불이 아름다운 것은 누군가와 빛을 나누어도 똑같은 크기의 빛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가 더욱 더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아름다워지는 세상을 함께 꿈꾸며
(04382039 사회복지학부 김혜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