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쓴다고?

[주아래나무초]

글을 잘 쓴다고?



  글을 "잘" 쓴다는 건 크게 2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도달해야 하는 목적 하에서 출제자가 부여한 문제에, 알맞는 대답을 하는 글이다. 예술성이 가미되기도 하고 정보확장이라는 비중이 높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평가 받는 글들이 이에 속한다. 각종 글쓰기대회, 학교 수행평가, 자기소개서, 대입논술, 갖가지 프레젠테이션이 그것이다.

  또 하나는 목적과 방향, 주제 자체를 내가 찾아 쓰는 글이다. 어떤 소재든 어떤 장르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매력있게 독자를 끌고 가는 글이다. 일기, 설교,  소설, 수필,  사설, 각종 SNS활동 등이 이에 속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학생들을 만나는 직업이다보니, 방학과 학기중을 막론하고 독후감에 관한 질문과 도움 요청을 받는다. 이번 방학에도 예외가 아니다. 개학을 앞두고 공통글쓰기숙제가 대대적으로 펼쳐져 아이 손을 빌린 학부모들의 원고첨삭요청이 봇물을 이루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현장에서 일로 아이를 만나다보면 천사만 될 수는 없다.

  가장 나쁜 글은 단연 대필이다. 내가 그 회원의 글쓰기 스타일을 아는데, 매꼬롬하고 대중적인 글을 아이글이라고 버젓이 써왔다. 까칠한 나는 바로 뒷장에 그것부터 지적질하곤 하는데, 주장하는 요지는 대체로 3가지다.

  <숙제달성이 목적이라면 손 볼 데가 없으나, 수상이 목적이라면 아이가 쓰지 않은 이 글은 안 됩니다>와, <책 펼쳐놓고 아무나 옮겨적을 수 있는 전문정보 나열은 오히려 돋보이지 않습니다>와 <'수미상관'을 기억하시고 한 편의 그림을 만들어보세요>다.

  못 쓴 글은 용서가 되나 대신 써 주는 글은 범죄다. 물론 나도 때론 아이의 글에 덧칠을 해주긴 한다. 그러나 기준이 있다. 충분히 주제에 대해 숙지했고 글 쓸 능력이 되나, 시간이 촉박하여 첨삭과 수정시간이 없는 경우다. 더 앞선 첨삭의 조건은, 비록 뼈대밖에 못 세웠을지라도 일단 본인이 기초는 써와야 한다.

  불편한 일이 하나 있다면,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 이상의 아이보다, 매번 학부모가 먼저 첨삭을 요청하는 경우다. 그렇게 해서 상 받는게 궁극적으로 아이에게 무슨 유익이 있을까. 더 소극적이고 핑계를 대며, 의지만 하는 그림자 아이 만들기만 할 뿐이다.

  매우 미안한 말이지만 글 읽기가 되는 사람들은 글쓰기도 된다. 글을 잘 쓴다고 말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을 잘 하는 사람은 대부분 글도 잘 쓰고, 학습능력이 되는 사람들이 글을 아주 못 쓰는 경우는 없다. 글이란 말이 되게 쓰는 기초이기 때문이다. 잘 쓴 글들만 보고 학습이 되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정렬화된 문장이 나오게 되어 있다.

  글은 일단 제목이 중요하다. 포스터도 제목에서 끌려야 멈추어 본문을 읽게되니 말이다. 그 다음이 문단구성이다. 구성은 둘째 치고 문단조차 나누지 않는 통글은 읽기조차 싫다. 끝으로, 전문적인 내용의 나열보다는 자기 생각을 써야 하는데, 글 첫머리와 마무리를 같은 맥락으로 연결하면 멋지다.

  가령 쓰레기문제로 인한 환경오염이 주제라면 대부분은 책에 나와있는 중요한 내용 옮겨쓰기에 바쁘다. 그러나 한숨 돌리고 나서 쓰레기의 이미지와 상황에 따른 내 얘기를 먼저 꺼내면 좋다. 부모님께 방이 더럽다며 쓰레기장 같다고 꾸중을 들었다든지...그 후에 본문에서 간단한 책 소개와, 인상깊거나 새로 알게 된 사실을 조금 쓰고, 그 문제들이 내 삶에서 어떻게 구체화되어 관계맺고 있는지 쓴 후, 대책과 실천사례 등을 쓴다. 가장 중요한 건 여기서부터다. 처음에 쓴 내 방 쓰레기얘기를 다시 한 번 언급한다. 물론 아까와는 다른 시선으로. 그럼 한 편의 글이 몇 개의 문단이냐와 별개로 하나의 짜임새 있는 매력적인 글이 된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창의>나 <상상>은 <창조적>인 이야기지, <독단>이나 <막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실의 많은 아이디어가 <설마...>하는 <상상>에서 시작되기도 했지만, 그 경계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현실가능한 대안>이야말로 최고의 창의다.

  그리고 모든 이가 강조하듯이, 글은 파괴를 위한 전개가 아니라, 단 한 사람이 감동할지라도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또 지나치게 우월한 문체일 필요는 없다. 외양에서 생긴 오해로 인해 본질이 흐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에게 칭찬듣고 싶다는 욕심은 버리는 게 좋다. 그것이 목적이 되면 그냥 모범생으로 살면 되고, 사람은 절대 같은 마음일 수가 없다. 자기다움, 이것이야말로 변하지 않는 글쓰기의 스킬이다.

[머슴]

글쓰기에 대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기 생각과 첫 문장과 마무리 글을 같은 맥락으로 연결하는 습관을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한글학교 까페에 공지해도 되겠지요?

[주아래나무초]

에궁...부끄럽습니다~!
이건그저
제습관일뿐이라서요~^^

[크림]

자기다우면서도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글
그런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전문적인 글짓기 공부를 하거나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지만 어릴적부터 써온 일기가 글짓기에 큰 힘이 됨을 느낍니다. 생각할만한 주제를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