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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도슨트 교육을 받고 계신 어르신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사진제공: 서울노인복지센터) |
[글마루=백은영 기자] ‘100세 시대’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사람의 수명이 길어졌다는 것이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노령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노령인구의 증가로 자연스레 고령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으며, 이는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이야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문제는 늘어난 수명만큼 삶의 질 또한 향상되었냐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삶의 질에 대해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어르신 일자리’에 대한 문제다. 아직 더 일할 수 있음에도 일정 나이가 되면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어르신들에게 과연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 것인가.
3호선 안국역 5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어 올라가다보면 오른편에 서울노인복지센터가 보인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삼가연정’이라는 다실(茶室)이 보인다.
‘책-다실 삼가연정(三嘉連亭)’이라 이름 붙은 이곳은 말 그대로 ‘세 가지(책, 차, 사람) 아름다움이 어울리는 장소’라는 의미가 담긴 카페다. 여느 카페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리스타부터 서빙까지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이 젊은이가 아닌 어르신이라는 것이다.
‘삼가연정’은 어르신들의 창업,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 2009년 8월 실버층을 대상으로 서울에 첫선을 보인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발 벗고 뛰는 곳이 바로 서울노인복지센터다. 이곳에서는 어르신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노인일자리 등을 운영해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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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들이 실버도슨트로 활동하시는 모습 (사진제공: 서울노인복지센터) |
탑골미술관, 실버도슨트를 아시나요?
서울노인복지센터 1층에 특별한 미술관이 하나 있다. 다양한 세대가 미술을 통해 소통하고 교류하는 ‘열린 전시문화공간’을 지향하며 지난 5월에 개관한 탑골미술관이다.
미술관 측은 전통예술의 중심 그리고 어르신 문화의 중심인 종로에 문을 연만큼 장르와 형식을 넘어 다양한 작가와의 만남을 기획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지역 문화의 특색에 맞게 이곳의 도슨트 모두가 실버도슨트 교육을 받은 어르신이라는 점이 탑골미술관의 특색이라면 특색일 수 있겠다.
여기서 도슨트(docent)란,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한 것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말한다.
비가 내리던 7월 어느 날, 탑골미술관을 찾았다. 미리 말씀드리고 찾아뵌 것이 아니었음에도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아주시는 모습에 뭔가 모를 따뜻함이 느껴졌다. 어르신들의 연배가 기자의 부모님과 비슷해서일까, 딸처럼 대해주시는 그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져서일까, 짧은 인터뷰였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어색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가 탑골미술관을 찾은 날은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주제로 노인에대한 이해와 공감을 불어넣자는 의미의 대학(원)생 아이디어 공모전인 ‘공간+공감 展’이 열리고 있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의 주 이용자인 ‘노인’을 비롯해 또 다른 이용자인 자원봉사자, 후원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고 살아가는 공간 즉, 배타적인 공간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고 공생의 문화를 퍼뜨려가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탑골미술관에서 도슨트로 활동하시는 어르신들은 모두 실버도슨트교육을 받으신 분들로 보통 일주일에 2~3번 정도 오전, 오후로 나누어 하루 4시간을 활동한다.
5월부터 실버도슨트로 활동하고 계시는 이명순(여, 68, 영등포동) 어르신은 도슨트에 대해 “아직은 생소하지만 도슨트로 활동하면서 많은 지식을 얻고 있다”며 “즐겁고 보람 있다”고 활동 소감을 전하셨다.
약간은 수줍은 표정의 이정호(여, 74, 응암동) 어르신은 “활동하는 여건은 좋은데 사실 좀 겁부터 난다”며 “남 앞에 서는 것을 잘 못하는데 과연 내가 설명을 잘할 수 있을지,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고 우려하셨다.
비록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실버도슨트 교육을 받고, 새롭게 사회활동을 시작하는 어르신의 용기를 보건데 도슨트 활동 또한 잘하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이날 만나 뵌 어르신 중 가장 연세가 많으셨던 김태환(남, 79, 사당동) 어르신은 “지금까지 노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은 많지 않았다”며 “서울노인복지센터와 탑골미술관은 우리 같은 노인들도 얼마든지 문화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하셨다. 그러면서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봉사 형식을 통해 알릴 수 있어 좋다며, 도슨트로 활동하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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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골미술관에서 실버도슨트로 활동 중이신 어르신들 |
탑골미술관은 보건복지부 노인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버도슨트는 총 20명이다.
실버도슨트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윤효정 팀장은 “실버도슨트로 활동하는 어르신 중에는 과거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화랑, 미술관 등 관련 직종에 종사하셨던 분들 외에도 다른 직종에 근무하셨다가 제2의 인생을 위한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이 대다수”라며 “도슨트 교육을 통해 전문적인 도슨트를 양성해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형성과 참여노인의 사회적 역할을 부여하는 일을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탑골미술관은 7월 27일부터 8월 25일까지 ‘종이놀이터’를 주제로 세대통합을 위한 기획전을 전시한다. 이는 탑골미술관 설립의도 중 하나인 ‘세대통합’을 위한 것으로 3세부터 초등학생까지 어린이를 위한 열린 전시로 고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의 자원봉사자가 어우러진 전시행위를 통해 세대 간 대화와 통합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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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tvN ‘꽃보다 할배’ (사진: tvN ‘꽃보다 할배’) |
꽃보다 할배가 떴다
아이돌, 꽃미남, 꽃중년에 이어 ‘꽃보다 할배’가 지금 방송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꽃보다 할배’는 지난 7월 5일 tvN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다양한 연령대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평균연령 76세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9박 10일의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여행이야기를 다뤄 신선함을 더했다. 그리고 한 사람 ‘인간 내비게이션’ 배우 이서진이 H4(할배 넷)의 여행길에 함께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돕는다.
그동안 아이돌과 같이 어리고 젊은 층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길들여져 있던 사람들에게 할배 4인방의 진솔한(?)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유럽 배낭여행 길에 오른 H4는 “좀 더 젊었을 때 와봤더라면”이라고 아쉬운 말을 건네기도 하지만 H4 도합 302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도 각자의 성격과 개성에 따라 여행을 음미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젊은 사람들도 힘든 배낭여행에 도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H4는 충분히 청춘이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누가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없는 힘없는 노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 그렇기에 H4가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