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지방농업기술센터에서 1년 과정 농업대학을 개설했다.
나는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내려왔기에 '귀농귀촌반'에서 교육받았다. 11월 말 졸업식 전 대천시내에 사는 여 학우가 나한테 작은 화분 한 개를 건네 주었다. 명월초 한 포기. 삼붕나와 외국 식물.
서울로 가져 와 큰 화분에 옮겨 심었다. 다년생이라서 잎이 늘 싱싱했다.
가려린 줄기를 날카로운 칼로 잘라서 풋내 나는 잎은 식용하고, 줄기는 물 속에 담궈서 물 오름을 한 뒤에 흙에 심었다. 보름 뒤에는 새 뿌리를 내릴 만큼 생명력이 강해서 무척이나 번식이 잘 되었다.
아파트에서 내가 지을 수 있는 화분농사의 대표 작물이다. '베란다 농사'를 짓는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사실은 작은 화분 열댓 개에 이런 풀도 키운다.
오늘도 명월초 줄기를 열댓 개를 자른 뒤에 잎은 물에 씻어서 아내한테 주었다. 점심 때 아내가 라면을 끓이면서 이 외국식물 잎을 넣었다. 풋내가 나는데도 라면 맛은 더욱 그럴 듯해졌다.
이 외국식물 줄기를 심어야 하는데도 흙이 부족했다. 바깥으로 나가 아파트 단지 내 화단에서 한 줌만 퍼 왔으면 싶다. 남이 내다버린 화분 흙을 발견하면 더욱 좋을 터. 그런데도 아직껏 아파트 바깥에 나가고 싶지 않다.
내일 아침에 해야겠다. 게으름이 무척이나 늘었다는 증거다.
하룻밤 물 오름을 더 시킨 뒤에 내일 아침에는 화분 하나에 몰아서 심어야겠다. 나중에 화분이 생기면 그때 추가로 분갈이를 더 해야겠다.
나는 화분농사와 컵농사를 짓는다.
햇볕 들어오는 베란다에 화분을 올려놓고는 화초를 키우는데 식물은 대체로 값이 싸고 흔히 구할 있는 작물이다.
아파트 단지 안에 주민이 버린 것을 내가 주워서 키우는 식물도 있다. 컴에 심을 만큼 작은 식물도 있다.
나도 화초를 사지만 값이 훨한 것들이 대분이다. 바깥에서 주워 온, 죽어 가는 식물이라도 정성 들이면 대부분은 살게 마련이다.
일전 잠실 새마을시장에서 화분 네 개를 6,000원 주고 샀다. 화분 1개는 3,000원짜리 '무스카리 화분. 작은 화분에 알뿌리가 네 개 들어 있었다. 요즈음, 무스카리 알뿌리에서 꽃 대 여러 개를 올렸다. 작고 푸른 종을 거꾸로 잔뜩 매달은 듯한 꽃들이 정말로 오랫동안 피었다.
재래시장에서 산 화초는 또 있다. 파필라루스. 외국 다육식물 화분 한 개는 1,000원씩이다. 화초 하나가 꽃을 무척이나 오랫동안 피우고 있다. 또 하나는 아직 꽃대를 올리지 않았지만 언제인가는 꽃을 보여 줄 게다.
다육식물인 염좌 비슷한 잎을 지닌 식물 세 포기를 한 화분에 심어서 팔기에 얼른 샀다. 크기가 작더라도 포기가 세 개나 되니까. 집에 가져 와 화분 세 개에 나눠 심었다.
내가 날마다 들여다 볼 만큼 이들은 잘 자란다. 포기 나누기는 성공했다는 뜻이다.
자주색깔의 무스카리 꽃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꽃 피는 기간은 오래 가지 않는다. 도시 아파트 안에서는 실내온도가 높아서 식물이 웃자라고, 또 꽃도 일찍 피우고, 쉽게 졌다.
파필라루스 붉은 꽃은 크기가 작아서인지 꽃이 피는 기간은 한참이나 간다. 일전에 사 온 다른 다육질 화초의 이름은 모르겠다. 잎이 두툼하기에 잘 큰다.
아파트 안에서 화분 식물을 키우는 데에도 요령이 있다. 실패하는 원인은 물을 자주, 많이 주어서 식물뿌리가 질식사한다. 아파트 실내에서 화분에 키울 때에는 물(물사랑)을 덜 주워야만 화초가 싱싱한데도 지나친 관심과 배려로 물을 자주 주게 마련이다. 실패하는 첫걸음이다.
나는 시골 텃밭에서 건달농사를 짓는다. 먹을거리인 '입맛'을 즐기는 것보다는 눈으로 들여다 보는 '눈맛'을 더 즐기는 엉터리 농사꾼이다.
지금쯤 늦은 봄철이다. 크고 작은 나무와 들풀에서 여러 종류의 꽃들이 많이도 피어 있다. 꽃벌도 끊임없이 날아들고, 작은 새들도 산에서 날아와 텃밭 속의 나무들 가지에 앉았다가 훌쩍 날라 간다. 산이 가까운 곳이기에 사슴보다 작은 고라니 등 작은 동물도 스며들고, 산개구리, 도마뱀 등도 겨울잠을 다 끝내고 있을 게다.
이들이 내 텃밭의 주인이다. 나는 그냥 일만 체하는 건달농사꾼이고, 엉터리 머슴이다.
서울 잠실아파트에서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 나.
내일에는 바깥에 잠깐 다녀와야겠다.
국보문학 사무실에 들러서 2017년 국보문학 5월호(제105호)를 받아와야겠다. 내가 글 하나 올린 것이 있기에.
덕분에 강동구 길동 사무실에 들러서 바람도 쐬고 싶으니까.
귀가하면서 잠실 아파트 단지 빈 터에 주민이 내다버린 화분의 흙이 어디에 있는 지를 눈여겨 봐야겠다. 버려진 흙이 눈에 띄이면 꽃삽으로 두어 줌을 떠서 비닐봉지에 담아서 아파트 안으로 가져 와야겠다. 줄기를 잘라서 물 오름 시킨 명월초(삼붕나와)를 화분 흙에 심고는 물을 자주 부어 줘야겠다. 실뿌리가 나서 잘 자란다면 남한테도 나눠 주어야겠다.
내가 2013년 11월 늦가을에 지방의 농업대학 여학우한테 외국 식물 한 포기를 얻어서 증식시켰듯이 나도 친구한테 나눠주면 그도 나처럼 잘 증식할 것 같다.
친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실버농장을 무료로 분양받았다. 3평의 작은 텃밭은 4~10월까지 8개월간 무료로 임대해 준다. 새내기 농사꾼이인데도 올해 3년차이니 텃밭농사 짓는 재미에 푹 빠졌다.
나는 친구한테 작은 식물 몇 포기를 나눠 준다는 핑계를 대고는 그가 짓는 실버농장에 가서 구경하고 싶다. 얼마나 알뜰하게 농사를 짓는지도 알아보고.
내 시골집에는 텃밭 세 자리가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나들목이 바로 코 앞에 있는 마을이다.
늙어 가는 내가 감당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나무와 풀들이 자란다. 과일농사를 짓는다고 묘목을 잔뜩 심었고, 꽃나무도 사다가 심었고, 키 작은 화초도 심었다. 아쉽게도 내가 이런저런 일때문에 몇 년간 방치한 결과로 키 큰 나무들은 웃자라서 수형이 나빠졌으며, 키 작은 화초들은 잡초에 치우쳐서 대부분 죽어서 사라졌다.
나는 건달농사꾼이기에 농사 일에만 죽자사자 매달리지는 않는다. '자연 그대로 농법'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농사를 짓는다.
이런 마음가짐일까?
나는 서울에 오면 잡글을 쓴다. 글 잘 써야겠다는 특별한 생각도 없다. 그냥 생활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을 두서없이 컴 자판기로 글 쓰기를 좋아한다. 문학성이 있는 글보다는 땀내 나는 생활글이 훨씬 정감이 간다. 부담없이 글 쓰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기에.
나는 문학을 모른다. 또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그냥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기 쉬운 우리글로 바르게 많이 쓰자'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글을 아무렇게나 쓰지는 않는다. 내 나름대로 글 쓰는 데 정성을 들인다. 글자 덜 틀리기, 띄어쓰기, 맞춤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기. 특히 어려운 한자어는 덜 쓰자는 생각이다. 즉 우리말 살려 쓰기를 좋아한다.
이런 생각을 지닌 탓으로 나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을 때도 그냥 자연스럽게 짓는다. 서울 올라온 지가 아흐레째인가?
아내는 시골 텃밭에서 베어 온 머위를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이따금 커내서 고추장을 묻힌다. 풋내나는 머위가 그런 대로 맛이 난다. 시골냄새가 난다. 자연의 빛깔인 봄나물이다.
내일은 화분에 명월초를 심을 생각이다. 작은 화분 한 개의 '화분 농사'인도 이렇게 글 쓰는 내가 조금은 웃긴다.
생활에서 건져 올리는 평범한 이야기에 불과한데도.
2 017. 4. 25. 화요일. 최윤환.
어? 어쩐 일이지?
내 컴이 고장이 나서 아들 컴으로 기웃거렸다가 아들 컴마저 고장이 났기에 나는 화가 잔뜩 났다.
혹시나 내 컴이 제대로 작동할까 싶어서 켰더니남, 이 글 쓰는 동안에 컴이 제대로 작동한다.
고맙다. 내가 컴퓨터 기기에 고개를 꾸벅꾸벅 거린다.
덕분에 이런 생활글(잡글) 하나을 건졌으니...
글 다다닥 쳤은니 숱하게 글자가 틀리고, 문구가 어색한 부분도 많을 게다.
나는 생활글을 늘 고쳐 쓰기에. 고쳐 쓰면서 글쓰기 연습/공부를 하니까.
글 다듬는 것도 나한테는 큰 즐거움이다.
첫댓글 님께서 게시하신
흙 한 줌이 있었으면/ 초안 작성 중
이란글을 올리셨는데요
초안을 명확히 하셔서
올리심이 맞을듯 합니다
읽기에도 너무길구요
글내용을 줄이면
화분을 구입하고 꽃을심어
키우고 흙이 모자라
아파트 단지 내에 화단에서
흙을 가져다 심는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내용이 같은글을 길게 길게
늘리어 쓰는건 읽는이가
자칫 무료할수 있기도 합니다
초안이 작성된다면
그때 다시한번 읽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고운저녁 되십시요
댓글 고맙습니다.
중복된 내용이었다는 지적에 빙그레 웃습니다.
고맙기에, 제가 놓치는 부분이기에...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이기에.
이 글은 원래 '글을 쉽게 쓰자'는 뜻으로 써야 했지요.
값이 싼 화초 이야기를 꺼내면서요. 아쉽게도 컴이 작동 불량이라서 빨리만 글 쳐야 했지요.
덕분에 초안이라도 신중히 써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컴퓨터가 어쩌다가 작동되기에 그냥 다다닥한 초안이기에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글맛이 엉터리라는 것을.
식물에 대한 정성을
들여다 봅니다
저는 마음만 있는 고추 모종을 사다 심을까
토마토 모종을 사다 심을까 생각만 합니다
좋은 결실이 맺기를 희망합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작은 화분에 채소류를 심어서 가꾸는 재미도 있지요.
화분 속의 채소는 땅에서 키우는 것보다는 품질이 무척이나 떨어집니다만
자연이 무엇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지요. 비싼 화분보다는 우리의 것들이 훨씬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