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생전에 부산 불교청년회에서 초청하여 모 사찰에서 법문을 하셨는데.
"법당에 시주 많이 올리는게 불공이 아니라, 배고픈 강아지한테 빵조각 하나 던져 주는게 불공이니라."
그렜다가 몇몇 중들이 투덜거렸다는데,
"스님, 그리 말씀하시면 저희들은 뭘 먹고 삽니까?"
"그라모, 내가 시주 마이 올리모 복 받는다 그라까? 그런 소리는 때리 지기도 나는 몬한다."
불교에서 공덕 중에 최고의 공덕이 배고픈 이에게 식사 즉 밥을 베푸는 공덕이란다. 절에서 식사 서비스
하는 여자분을 공양보살이라 하는데 공양보살 3년이면 웬만한 업장은 다 닦고 허문다 하여 집안에 불운이
닥치거나 하면 수행을 겸하여 스스로 공양보살이 되는 경우도 많다.
절이 좋아 절을 자주 찾는 나는 되도록이면 한끼 때울겸 가능하면 점심 공양시간 맞춰서 가는데 밥맛이란게
뭐니뭐나 해도 배고플 때 먹는 밥이 최고이고, 맑은 산기운 탓인지 찬을 떠나 절밥 또한 맛이 있다.
오래전 대구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 뵈러 한시간 넘게 비탈길 올리 공양 받으러 가면 쌀 한가마니는 족히
들어 갈만한 가마솥에 불때워 지은 밥에 밥주걱은 삽으로 퍼 나른 밥이 너무 맛있어 짜디짠 짠지 두어
조각에 머얼건 시락국이라도 진짜 꿀맛은 저리가라였다. 그런데 요새는 전기 밥솥 밥이라 영 별로다.
양산 비구니 사찰 내원사 계곡 뒤쪽에 노전암이라는 비구니 암자가 있는데, 공양시간 때면 등산객들이
워낙 몰리니 노스님이 공양칸 앞에 앉아 먼저 법당에 들리지 않고는 들어 오지 못하게 호통을 치는데
배식은 어린이 있는 가족 먼저, 다음은 노인들 순서로 지키는데 반찬가지 수가 워낙 많아 세어 보았더니
무려 26가지가 나온다.
경주 보성사와 녹산 수능엄사등 비구니 사찰의 초하루, 보름 법회 후 나오는 공양음식이 정갈하고 맛있다.
함양 칠선계곡 입구에 서암이라는 암자는 스님이 직접 동굴에 몇십년간 불상을 조각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30여년 전에 찾아 간적이 있는데, 공양 시간에 좀 늦어 공양 받을 수 없다 하였다. 그래서 아직 작업
중이던 암자를 돌아 보고 절을 나서는데 공양 보살이 쫓아 오면서 불렀다,
"처사님, 공양도 못드려서, 법당에 차렸던 과일이랑 좀 챙겼으니 가시다 드세요."
절이 잘되고 못되고는 공양보살 하기 달렸다 하는데, 그런 마음 쓰임새가 너무 고마웠고 그런 공양보살을
두고 있는 주지스님의 법력도 대단하리란 것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었다. 지금은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함양을 지나가고 서암이 소문이 나서 관광버스야 순례버스가 줄지어 들락거리고 년간 참배객이
50만명이 넘는 명소가 된 것도 그런 마음 쓰임새와 법력 덕이지 싶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서얌 바로 뒤에 천년 고찰 벽송사가 있는데 대표적인 선종 사찰에 수도 사찰이라
법당이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서암 참배객이 벽송사도 들리는데 법당이 없으니 한푼 시주할 곳이 없다가
몇해전에 들렀더니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자그만 원통각이 세워져 참배하도록 되어 있었다.
예전엔 절간에서 고시공부등을 한다고 들어가곤 했는데 요새는 손님을 받는 암자나 절이 없는데, 문제는
공양보살을 구할 수 없어 작은 암자급에는 스님 식사도 곤란하단다, 옛날 먹기 힘든 시절엔 절에 가면
입은 하나 살린다 했는데 요새는 일 할 식당도 많고 일당도 세서 절에 들어 가려 하지 않는다 한다.
이제는 점심 밥값으로 천원씩 받는 절도 생기고, 점점 점심 공양 제공하지 않는 절도 늘고 있고, , 그러니
상철스님의 빵 한조각 법문이 새삼스럽게 가슴에 다가오는 세상이 되고 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선종 사찰은 단양 봉암사다, 대가람인데도 수도하고 공부하는 스님들로 인해
1년중 사월초파일 하루 외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차단되는데, 한번 갈래도 2키로 정도 줄을 선다니 엄두가
나지 않아, 오다가다 먼발치로 바라 보는 수 밖에 없었다.
기장 묘관음사는 선종 임제종의 종찰로 근현대의 많은 고승들이 수도한 사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