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07 / 김뉘연 기자
현대판 ‘노아의 방주’가 홍수를 만났다. 7월 6일 기자 시사에서 공개된 <에반 올마이티(Evan Almighty)>(제작 유니버설 픽쳐스 | 수입, 배급 UPI 코리아)는 <에이스 벤츄라>로 시작해 <패치 아담스> <라이어 라이어> <너티 프로페서> <브루스 올마이티> 등 따뜻하고 유쾌한 코미디를 브랜드로 삼아온 감독 톰 새디악의 작품이다. 여기에 직접 제작 총지휘, 각본, 주연을 겸했던 <40살까지 못해 본 남자>로 할리우드의 러브 콜을 받기 시작한 ‘올드 보이’ 스티브 카렐이 공동제작자 겸 주연으로 힘을 더했고, <브루스 올마이티>의 전지전능한 신 모건 프리먼이 이번에도 신 캐릭터를 소화해 따뜻한 블록버스터 코미디를 완성했다.
주인공은 잘 나가는 앵커로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 사랑스런 가족과 함께 새 자동차를 끌고 새 집으로 이사온 에반(스티브 카렐). 감사한 마음에 ‘세상을 바꾸자’는 선거 공약대로 기도한 후 잠자리에 든 에반에게 다음날부터 이상한 일들이 닥친다. 새벽 7시에 맞춰 놓은 알람이 6시 14분에 울리고, 주문하지도 않은 목재와 공구 세트가 배달된다. 그리고 신(모건 프리먼)이 나타나 어마어마한 미션을 내린다. ‘창세기 6장 14절’의 명령대로 ‘잣나무로 방주를 만들라.’ 당연히 미션을 거부하던 에반은 하루하루 성서 속 노아처럼 변해가는 자신의 외모와 주체할 수 없이 밀려드는 온갖 동물들의 공격에 지친 끝에, 결국 집 앞 빈 터에 초대형 방주를 제작하기 시작한다.
아기자기한 블록버스터이자 따뜻한 가족 코미디물인 <에반 올마이티>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방주’다. 콘크리트 기초와 기본 골조 작업에만 3개월이 걸린 이 방주의 크기는 길이 138m, 폭 25m, 높이 18m로 축구 경기장을 능가한다. 제작진은 버지니아 시골 마을에 로스앤젤레스 국제 공항의 747기 활주로와 동일한 크기의 기초 바닥을 만들어 흙으로 채우고, 그 위에 실제의 61% 크기의 방주를 제작했다. 뼈대부터 완성해나가는 제작과정은 영화 속에서 에반이 방주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선보인다.
한편 동물을 사랑한다면 전세계에서 모여든 177종 350여 마리의 동물들이 연출하는 장관에 환호할 것이다. 사자, 호랑이, 코끼리, 곰, 얼룩말, 순록, 낙타, 물소, 양, 뱀, 그리고 각종 새들이 난무하는 듯하지만, 사실 이들은 대다수 <에이스 벤츄라>, <닥터 두리틀 2> 등에 출연했던 실제 동물 연기자로 나름의 질서를 지키며 보는 재미를 안긴다. 더불어 이 영화가 부르짖는 ‘환경 사랑’ 메시지를 온 몸으로 표현하는 일등공신들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곳곳에 슬랩스틱적인 코미디 요소를 안전하게 끼워 넣은 <에반 올마이티>의 ‘미션 임파서블’은 심판의 날, 현대판 대홍수와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다소 차분한 올드 버전 짐 캐리를 보는 듯한 스티브 카렐을 비롯해 노련한 연기에서 여유가 묻어 나는 모건 프리먼, 그리고 TV시리즈 <길모어 걸스>의 ‘핫’한 미혼모였던 로렌 그레이엄의 탄탄한 캐릭터 또한 황당하다면 황당한 설정을 올곧게 끌고 가는 요소 중 하나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선보였으며, 오는 7월 26일 국내 개봉된다.
FILM2.0 VIEWPOINT
GOOD | 2007년에 ‘노아의 방주’를 짓겠다는 황당무계한 상상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스토리 전개와 캐릭터,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버무려진 코믹함, 그리고 볼 만한 방주 제작과정과 각종 동물들.
BAD | 아무리 부르짖어도 넘치지 않는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좀 벗어났으면 싶은 그놈의 가족 사랑 타령. 차라리 '환경 사랑'이라는 모토가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