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을 꿰어 굽는 산적
고기나 생선을 구운 음식에는 ‘구이’나 ‘적’ 자를 붙이는데, 철판이나 돌에 올려놓고 굽는 것을 주로 구이(燔(번))라 하고, 꼬챙이에 꿰거나 석쇠에 얹어서 불 위에서 바로 굽는 것을 적(炙)이라 한다. 예전에는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았으나 1900년 중반 이후에 나온 책에는 꼬치에 꿰어 굽는 것을 ‘적’, 나머지는 ‘구이’라 하였다. 『산림경제』(1715년)에서는 ‘고기구이(燒肉(소육))’를 쇠꼬챙이에 꿰어 숯불 위에서 굽는다고 하였다.
‘적’ 자가 붙는 음식에는 산적, 누름적, 지짐누름적의 세 가지가 있다. ‘산적’이란 날고기나 채소를 꼬챙이에 번갈아 꿰어서 불에 직접 굽는 것으로 쇠고기산적, 파산적, 떡산적 등이 있고, ‘누름적’은 양념하여 익힌 고기나 채소를 꼬챙이에 번갈아 꿰어 구운 음식으로 누름적·화양적 등이 있다. ‘지짐누름적’은 날재료를 꼬챙이에 꿴 다음 밀가루와 달걀을 입혀서 지지거나 밀가루즙을 씌워서 지진 것으로 김치적·두릅적 등이 있다.
『옹희잡지』(1800년대 초)에서는 산적을 한문으로 ‘산적(筭炙)’이라 하였고, 궁중에서는 ‘산적(散炙)’이라 하였으며,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꼬챙이에 꿰인 것이 주판과 같다 하여 산적(算炙)이라고 하였다. 『옹희잡지』에 산적 만드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살찐 우육을 두세 치로 잘라서 유장에 담갔다가 참깨를 뿌리고 대꼬챙이에 꿰어 양쪽을 고르게 자르고 숯불 위에서 굽는다. 염통, 간, 밥통, 처녑 등의 고기를 번갈아 가며 대꼬챙이에 꿴 것을 잡산적이라 하고, 구운 후에 장을 묻힌 것을 장산적이라 한다. 개성 사람들은 즙료(汁料)를 많이 사용한 잡산적을 만드는데 이것을 즙산적이라 한다”고 하였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나오는 산적은, “연한 고기를 두툼하고 넓게 저며서 장을 치고 기름, 깨소금, 후춧가루 넣어 주물러서 다시 도마에 펴놓는다. 칼로 다시 저미듯 두드려 가며 기름과 깨소금을 켜켜이 뿌려 놓았다가 석쇠에 굽는다. 제사상이나 큰 잔칫상에 고이는 음식이다”고 하였다. 또 사슬산적에 대한 설명을 보면, “고기를 누름적 고기보다 굵게 썰어서 장과 기름, 파, 깨소금에 주물러서 꼬챙이에 꿰어 두드려 가며 굽는다. 고기만 꿰어서 쓰기도 하나 제육과 생선을 고기와 같이 썰어 마음대로 꿰어 쓰기도 한다. 제육과 생선을 각각 꿰어 구워야 잘 익는다”고 하였다.
『주찬』의 ‘육적’은 “즙이 있는 산적을 만들려면 연한 고기와 염통, 처녑, 곤자소니, 양, 간을 모두 소금에 씻어서 젓가락처럼 빗겨서 세 치 길이로 자른다. 마늘즙, 파, 생강, 후춧가루, 천촛가루, 잣가루, 깨소금, 참기름 등의 양념에 장을 넣어 간을 맞추고 힘있게 주물러 양념 맛이 고기에 배게 한 후에 대나무 꼬치에 꿰어서 칼날로 자근자근 고루 두들긴 다음 활활 피어오르는 숯불에 급히 구워 낸다. 구울 때 진한 밀가루즙에 볶은 깨를 섞어서 고루 발라 익혀 내어 뜨거울 때 먹는다. 고기 구이는 숯불이 세지 않으면 쉽게 익지 않아 고기가 연하지 않으니 센불에 급히 구워 내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시의전서』에서는 돼지 족으로 만든 ‘족적’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족을 삶아서 건져 낸 후에 긴 뼈는 버리고 굽통 사이만 잘라 양념에 재웠다가 굽는다. 두 개를 하려면 꼬치를 좌우로 질러 사지 둘을 감고, 하나만 하려면 사지 하나를 감는다. 대강 뼈를 추리고 양념하여 굽는다.” 하였다.
제사상에 꼭 올리는 제물
옛 음식책에는 ‘잡산적’, ‘잡탕’, ‘잡채’ 등 ‘잡’자가 붙은 음식이 많이 나온다. 소의 여러 내장으로 만드는 ‘잡산적’은 양·간·처녑 등과 채소를 한데 꿰어 구운 산적이다. 또 ‘사슬산적’은 옛날에는 얇게 썬 고기만 끼우거나 돼지고기·생선을 번갈아 끼웠는데 요즘에는 주로 생선살을 길게 썰어서 꼬치에 꿰고 양념한 다진 고기를 채워 배접하거나 생선살 사이에 채워서 만든다.
‘적’은 제사상에 꼭 올리는 제물(祭物)이었다. 첫째로 꼽는 적이 육적(肉炙)이고 다음으로 어적(魚炙), 소적(素炙 : 두부를 양념하여 꼬챙이에 꿰어 구운 음식) 등이 있다. 형편에 따라 닭, 꿩, 갈비, 족을 올리기도 한다. 육적을 가장 많이 하는데 『시의전서』에 나오는 육적 만드는 법을 보면, “정육을 손바닥 두께 정도의 세오리로 저며 눈대중으로 염접하고 양념에 재운다. 도마에 세 조각을 가지런히 놓고, 싸리 꼬챙이 둘로 좌우를 찔러 꿰어 산적같이 잔칼질을 한 뒤에 깨소금을 뿌려 석쇠에 얹고 반숙이 안 되게 굽되 사지(絲紙)를 감는다.
큰 제사나 잔치에는 일곱 가지 적을 쓰는데 고기산적 외에 생선적, 족적, 닭적, 꿩적, 양서리목, 간서리목이라.” 하였다. ‘염접’이란 가장자리를 접거나 베어 가지런히 하는 것을 말하고, ‘사지’는 제사나 잔치에 쓰는 누름적이나 산적의 꼬챙이 끝에 감아 늘어뜨린 가늘고 긴 종이인데 제사 때에는 흰 종이를 쓰고 잔치에는 오색 종이를 쓴다. ‘서리목’이란 앞에서도 설명한 ‘설야멱적’을 말하는데 양이나 간을 넓게 썰어 잔칼집을 넣고 꼬챙이에 꿰어 석쇠에 구운 음식이다.
산적은 고기뿐 아니라 제철 채소나 흰떡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 수 있다. 봄철에는 쌉쌀한 맛의 두릅적이 좋고, 가을에는 송이나 표고버섯으로 만든 버섯산적, 겨울에는 달고 연한 움파산적, 정월에는 흰떡을 끼운 떡산적 등 철마다 계절의 별미를 즐길 수 있다.
조리법
꼬치에 꿰어 굽는 것을 '적'이라고 하는데 고기뿐 아니라 계절 채소나 흰떡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다.
사슬적
사슬적
재료(4인분)
생선 흰살(민어·광어·동태) 200g, 쇠고기 150g, 두부 150g
(가) 간장(진간장) ½큰술, 소금 1작은술, 참기름 2작은술,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나) 간장(진간장)·소금 각 1작은술, 참기름·깨소금 2작은술,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잣가루 1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생선은 길이 6cm, 폭 1cm 정도의 막대 모양으로 썰어 (가)의 조미료로 고루 무친다.
2. 곱게 다진 쇠고기 살과 물기 없이 꼭 짠 두부를 한데 섞어 (나)의 조미료로 고루 양념한다.
3. 생선을 꼬치에 꿰어 밀가루를 고루 묻힌 다음 ②의 양념한 고기를 생선 사이사이에 채워서 고르게 눌러 붙인다. 또는 생선을 꼬치에 꿰어 뒷면에 양념한 고기를 반대기를 만들어 고르게 붙인다.
4. 석쇠에 굽거나 번철을 달구어서 양면을 지져 낸다.
5. 접시에 담아 잣가루를 뿌리고 초장에 찍어 먹는다.
① 쇠고기와 두부를 고루 양념한다.
② 생선을 꼬치에 꿰어 양념한 고기를 고르게 붙인다.
고기산적
고기산적
재료(4인분)
실파 100g, 쇠고기(등심) 400g
(가) 간장(진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깨소금 1큰술, 참기름 1큰술, 후춧가루 약간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실파 또는 움파를 다듬어 5cm 길이로 잘라 놓는다.
2. 쇠고기는 기름이 없고 연한 부위로 0.5cm 두께로 적을 떠서 잔칼집을 넣어 6cm 길이의 막대 모양으로 조금 길게 썰어 (가)의 양념장으로 고루 버무린다.
3. 대꼬치에 고기와 파를 번갈아 꿰어 잠시 두어 간이 배도록 한다.
양끝에 쇠고기를 끼워야 구울 때에 빠지지 않는다.
4. 석쇠나 번철에 달구어서 양념을 지져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