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비법 특급 연예인들 살찌는 방법

[이정현샘]

무릇 내면의 연기란, 설득력 있는 비주얼이 받쳐줬을 때 진가를 드러내는 법이다. 그래서 배우들은 복서나 발레리나, 근육질 전사, 날렵한 형사, 비만의 늪에 빠진 캐릭터 혹은 죽어가는 환자 등 주어진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몸을 불리고 줄이기를 반복한다. 건강에 치명적인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자기 몸을 괴롭히는 것이 바로 배우의 숙명이 아닐까. 고무줄 체중의 정도가 꼭 연기력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나, 그만큼 완벽한 캐릭터를 만들려는 프로정신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촬영을 앞두고 몸을 다듬지 않는 배우들이 어디 있을까마는, 여기서는 보다 드라마틱한 체중 변화를 보여준 배우들 중심으로 소개한다. 한마디로, 독한 사람들!

글 l 신민경  구성 |  네이버 영화

리얼한 연기를 위해서라면! 늘렸다 줄였다, 고무줄 체중 투혼

01. 크리스찬 베일

1. [아메리칸 싸이코] 2. [머시니스트]

그야말로 '체중 조절의 신'이다. 그의 체중 변천사는 읊기도 숨이 찰 지경. 크리스찬 베일은 [아메리칸 사이코](2000) 때만 해도 81kg으로 늘씬하고 보기 좋은 체구였다. 그러다가 [머시니스트](2004)에서는 55kg까지 감량해 뼈와 가죽만 남은 충격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만성 피로와 악몽에 시달리는 공장 노동자 캐릭터에 어울리는 몸이었지만, 브래드 앤더슨 감독은 그에게 체중 감량을 요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계에 부딪혀보고 싶었던 크리스찬 베일의 실험정신이 낳은 결과였다. 그는 하루에 사과 하나와 참치캔 하나로 버텼고, 뛰고 또 뛰면서 몸속의 지방을 모조리 태웠다.

1. [배트맨 비긴즈] 2. [레스큐 돈] 3. [다크 나이트]

더욱 미친 짓은 [배트맨 비긴즈](2005)를 위해 45kg을 늘린 것. 근육이 하나도 없어서 푸시업 하나도 할 수 없었던 그는, 개인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6개월간 100kg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감독이 요구한 체중을 넘어서는 수치여서, 다시 86kg으로 조정해야 했다. 이후 베르너 헤어조크의 전쟁 드라마 [레스큐 돈 Rescue Dawn](2006)에 출연하면서 61kg이 되더니, [다크 나이트](2008) 때는 다시 배트맨의 몸을 만들기 위해 86kg으로 찌웠다.

1. [파이터] 2. [다크 나이트 라이즈] 3. [아메리칸 허슬]

그의 체중 잔혹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파이터](2010)의 마약에 찌든 퇴물 복서를 소화하기 위해 66kg으로 감량, 다시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에서 90kg의 거구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메리칸 허슬](2013)에 이르러서는 도넛과 빵을 입에 달고 살며 20kg을 더 불리더니, 고유의 바디라인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경이로운 체중 조절이 동반된 필모그래피를 돌이켜 보건대, 앞으로 크리스찬 베일이 어떤 몸으로 나타난다 해도 더 이상 놀랍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그의 건강을 우려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을 뿐.

02. 로버트 드 니로

1, 2. [성난 황소]

전설적인 영화 뒤에는 전설적인 배우의 전설적인 노력이 숨어있다. 로버트 드 니로가 복서제이크 라 모타로 출연한 [성난 황소](1980)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제이크 라 모타의 자서전에 매료된 드 니로는, 한 영화에서 젊은 시절의 날렵한 복서와 늙고 비만해진 코미디언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링 위의 챔피언을 표현하기 위해서 혹독한 트레이닝과 함께 실제 프로복싱 경기를 뛰었고, 이후 제이크 라 모타가 밤무대 삼류 코미디언으로 전락한 장면을 위해선 27kg을 찌웠다. 이탈리아 북부와 프랑스로 '폭식 여행'을 다니면서 몸을 불린 결과였다.

03. 빈센트 도노프리오

1. [풀 메탈 자켓] 2. [야행] 3. [집행자]

로버트 드 니로가 역할을 위해 27kg을 찌운기록은, [풀 메탈 자켓](1987)의 빈센트 도노프리오가 32kg을 늘리면서 새롭게 경신됐다. 도노프리오는 베트남전에 참전하면서 살인 병기가 되어가는 '로렌스' 역을 맡았는데, 원래 시나리오에는 "깡마르고 무식한 촌뜨기"로 묘사되어 있었다. 그러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로렌스의 캐릭터가 몸집이 크고 어리바리한 것이 더 맞겠다고 생각했고, 도노프리오는 130kg까지 체중을 늘렸다. 과도한 체중 때문에, 그는 촬영 도중 왼쪽 무릎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후 도노프리오는 9개월에 걸쳐 원래 체중을 회복했다.

[풀 메탈 자켓]에 이은 그의 다음 작품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코미디 영화 [야행 Adventures In Babysitting](1987). 도노프리오는 영화 끝 부분에 단 한 장면 출연했을 뿐이지만, 전작과 완전히 대비되는 호리호리한 몸매로 눈길을 끌었다. 한편 [집행자 The Salton Sea](2002)에서는 악명 높은 마약 딜러 '푸베어'로 출연하면서, 20kg을 찌우는 투혼을 발휘했다.

04. 톰 행크스

1. [그들만의 리그] 2. [필라델피아] 3, 4. [캐스트 어웨이]

[그들만의 리그](1992)에 출연하면서 14kg을 찌웠다가, 곧바로 [필라델피아](1993)에서 에이즈로 죽어가는 동성애자를 연기하기 위해 12kg 감량. 진짜 드라마는 [캐스트 어웨이](2000) 때였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톰 행크스는 전형적인 중년 남자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운동도 안 하고 푹 퍼진 채 지내면서 22kg을 찌웠다. 그리고 1년간 혹독한 다이어트로 25kg을 감량하면서 수염을 길렀다. 무인도에 표류한 남자의 변화를 리얼하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의 지옥 같은 나날이 계속되는 동안,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캐스트 어웨이] 스태프들을 데리고 [왓 라이즈 비니스](2000)를 찍었다.

05. 매튜 맥커너히

1. [사랑보다 황금] 2.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3. [트루 디텍티브]

매튜 맥커너히 하면, [사랑보다 황금](2008)에서처럼 적당히 그을린 피부, 남성미 넘치는 근육 그리고 약간의 느끼함이 먼저 떠오르곤 했다. 그러니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2013)을 보면서 그의 공허한 몸매에 경악할 수밖에. 맥커너히는 HIV 바이러스 감염으로 수척해진 시한부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83kg에서 62kg으로 사이즈를 줄였다. 촬영에 들어가기 4개월 전부터 엄격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했으며, 사교활동을 일체 끊고 집안에만 틀어박힌 채 창백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의 눈물겨운 노력은 연기파 배우로 우뚝 서게 했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보답 받았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촬영이 끝난 뒤 맥커너히가 처음으로 요구한 음식은 "마요네즈, 할라피뇨, 피클, 케첩이 듬뿍 들어간" 치즈버거였다고. 이후 출연한 HBO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2014)에서는 거의 예전 몸으로 회복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06. 자레드 레토

1. [레퀴엠] 2. [챕터 27] 3.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레퀴엠](2000)에서 약물 중독으로 피폐해져 가는 캐릭터를 위해 11kg 감량. 그러나 자레드 레토는 살을 빼는 것보다 찌우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 그는 [챕터 27](2007)에서 존 레논의 살인자 마크 채프먼을 연기했는데, 무려 30kg을 찌워야 했다. 매일 밤 오븐에 녹인 아이스크림에 간장과 올리브오일을 쳐서 먹은 레토는, 마침내 본연의 실루엣이 다 사라진 뚱보로 변신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비만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한동안 휠체어 신세까지 져야 했고, 그는 다시는 작품을 위해 살을 찌우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챕터 27]을 위해 불린 몸은 1년 후에야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13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에이즈 환자 '레이온'을 연기하기 위해 거의 굶다시피 하며 14kg을 감량, 깡마른 트랜스젠더의 용모를 갖췄다.

07. 르네 젤위거

1. [브리짓 존스의 일기] 2. [시카고] 3.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

르네 젤위거는 세 편의 영화를 찍으며 몸무게를 늘렸다 줄이기를 반복했다. 우선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를 준비하며 10kg 이상 찌웠다. 캐스팅 당시 원작 캐릭터에 비해 지나치게 마른데다 영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논란이 되었는데, 르네 젤위거는 하루에 4천 칼로리 이상 섭취하며 사이즈를 키웠고 영국 악센트도 함께 배웠다. 이후 [시카고](2002)에서 관능적인 스타 '록시 하트'를 연기하기 위해 10kg 감량했다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2004) 출연을 위해 다시 몸을 불렸다.

08. 샤를리즈 테론

1. [몬스터] 2.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여한 샤를리즈 테론 3. [러브 인 클라우즈]

샤를리즈 테론은 [몬스터](2003)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는 대신, 잠시 동안 아름다움을 저당 잡혔다. 매춘부로 살다가 연쇄살인범이 된 '에일린'의 망가진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테론은 14kg을 늘리고 피부를 거칠게 만들었는가 하면 반짝이던 금발을 부랑자처럼 헝클어놓았다. 체중 증가를 위해 그녀가 달고 살았던 음식은 크리스피 크림 도넛과 포테이토 칩. 그러나 [몬스터] 시사회가 열리기도 전에 테론은 원래 몸매를 되찾았고, 200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몬스터] 이후 출연작 [러브 인 클라우즈](2004)에서는 자신의 미모를 한껏 드러냈다.

09. 러셀 크로우

1. [인사이더] 2. [신데렐라 맨] 3. [바디 오브 라이즈]

기본적으로 한 덩치 하는 러셀 크로우도 여러 차례 몸을 변형시킨 배우다. 그는 [인사이더](1999)에서 담배 재벌 기업에 맞선 박사로 캐스팅되면서, 50대 중년 남자의 몸을 만들어야만 했다. 크로우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고지방 아이스크림만 먹으며 15kg을 늘렸고, 머리카락을 일곱 번이나 탈색했다. 그러나 불어난 몸은 다음 [글래디에이터](2000)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근육질로 바뀌었다.

[신데렐라 맨](2005)은 엄청난 체중 감량이 요구되는 영화였다. 그는 라이트 헤비급 복서 제임스 J. 브래독을 연기하기 위해 밤낮으로 스파링 연습을 한 결과, 23kg을 감량했다. 그 전작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2003)에서 100kg이 넘는 거구였던 데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한편 [바디 오브 라이즈](2008)에서는 천재적이고 능글맞은 CIA 국장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무려 28kg을 더 찌웠다. 매일 치즈버거를 입에 달고 살았으니, 이전의 탄탄한 몸매가 사라진 건 당연지사.

10. 휴 잭맨

1, 2. [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2012)에서 "평생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한 역할" 장발장을 연기하기 위해 휴 잭맨은 11kg을 뺀 후 다시 14kg을 찌웠다. 19년간 고통스런 감옥살이를 한 죄수와 부유한 삶을 살아가는 마들렌 시장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보디빌더 트릭'(bodybuilder trick) 즉, 36시간 동안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단시간에 체중을 감량했다. 그 결과 퀭한 뺨과 눈, 덥수룩한 수염을 지닌 죄수의 용모를 갖췄다. 그러나 이후 휴 잭맨은 "이런 다이어트 방법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1. 앤 해서웨이

1.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레미제라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 때만 해도 앤 해서웨이는 '77에 가까운 66사이즈'를 입는 여자였다. 때문에 5kg을 찌웠다가, 명품 의상을 입어야 하는 장면들을 위해 다시 살을 빼는 해프닝이 있었다. 굶주린 공장 노동자 '판틴'으로 나오는 [레미제라블](2012)에서는 무려 11kg을 감량하고 삭발까지 해 화제가 됐다. 해서웨이는 3주 동안 디톡스로 4.5kg을 뺐고, 이후 소량의 오트밀 페이스트만 섭취하며 6.5kg을 감량해 앙상한 몸을 만들었다.

12. 나탈리 포트만

1. [블랙 스완] 2.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나탈리 포트만

안 그래도 마른 몸매의 포트만은 [블랙 스완](2010)을 준비하면서, 발레리나의 몸으로 다듬었다. 당근과 아몬드가 그녀의 주식이었고, 1년간 하루에 6~8시간을 운동했다. 포트만은 이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러다 내가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한 적이 몇 번 있었다"고 말했다. 촬영이 끝난 후 포트만은 바로 탄수화물 섭취에 들어갔고, [블랙 스완]의 발레 안무가 벤자민 마일피드와 약혼했음을 알렸다. 그리고 2011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만삭의 몸으로 나타나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았다. 한편 [블랙 스완]에서 포트만의 라이벌 발레리나로 출연했던 밀라 쿠니스 역시 9kg을 감량하며 43kg의 깡마른 몸을 만들었다.

13. 톰 하디

1. [장기수 브론슨의 고백] 2. [인셉션] 3. [다크 나이트 라이즈]

영국이 낳은 연기파 배우 톰 하디도 고무줄 체중의 투혼을 보여줬다. 그는 [장기수 브론슨의 고백](2009)에서 실존하는 영국 최장기 복역수 찰스 브론슨 역을 위해 19kg을 늘렸다. 5주 동안 하루에 역기 2500회씩 든 결과, 무시무시한 근육을 만들 수 있었다. 이어서 출연한 [인셉션](2010)의 근사한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비주얼이다. 몸을 불리는 고통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때도 있었다. 톰 하디는 마스크를 쓴 악당 '베인' 역에 캐스팅됐는데, 14kg을 찌워 90kg의 몸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원작 만화의 열혈 팬들은 베인의 몸집이 훨씬 더 커야 한다며, 톰 하디의 캐스팅을 탐탁지 않아 했다.

14. 게리 올드만

1, 2. [시드와 낸시]

가뜩이나 왜소한 체구의 게리 올드만은 [시드와 낸시](1986)에 출연하면서 14kg을 감량했다. 펑크 록 밴드 '섹스 피스톨즈'의 베이시스트이자 헤로인 중독자, 미친 사랑에 빠진 반항아 시드 비셔스를 연기하기 위해서였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그가 평소 펑크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시나리오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3만 5천 파운드의 개런티에 혹해 출연했다는 사실. 그러나 일단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후에는, 생선찜과 멜론만을 섭취하며 수척한 몸을 만들었고 시드 비셔스의 영혼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과정에서 그는 영양실조로 병원에 실려 가곤 했다.

15. 맷 데이먼

1. [커리지 언더 파이어] 2. [리플리] 3. [인포먼트]

맷 데이먼은 [커리지 언더 파이어](1996)에서 헤로인에 중독된 걸프전 참전용사로 출연하면서 18kg을 줄였다. 극단의 다이어트와 함께 하루에 20km씩 뛰었는데, 당시 인지도가 높은 스타가 아니었기 때문에 영양사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몸을 만들어야 했다. 이후 그가 정상적인 체중으로 돌아가기까지는 2년이 걸렸고, 한동안 신진대사 장애로 고생했다. [리플리](1999)에서도 14kg을 감량하는 투혼을 보여줬다. 리플리의 불안과 예민함을 표현하려면 아무래도 핼쑥한 모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편 [인포먼트 The Informant!](2009)는 맷 데이먼이 "이제까지 일하면서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라고 꼽는 영화다. 거대기업의 간부이자 내부 고발자 역을 맡으며 13kg을 찌웠던 것. 대부분의 배우들은 체중을 늘리는 걸 꺼려 하지만, 맷 데이먼은 운동도 안 하고 마음껏 늘어질 수 있는 순간을 즐겼다. 그는 "나는 미친 듯이 먹고 흑맥주를 들이켰다. 촬영장에서 식사하는 중간에도 맥도날드 햄버거와 도리토스를 먹었다"며 회상했다. 그러나 맷 데이먼 역시 촬영이 끝나자 재빨리 다이어트에 들어갔으니, 역시 배우는 배우다.

16. 토니 콜렛

1. [뮤리엘의 웨딩] 2. [어바웃 어 보이] 3. [당신이 그녀라면]

여배우들 중 가장 급격한 체중 변화를 감행한 이는 토니 콜렛일 것이다. 호주 출신의 이 여배우는 [뮤리엘의 웨딩](1994)에서 뚱뚱한 구박덩어리 '뮤리엘' 역을 위해 18kg이나 늘렸다. 고작 7주 동안 일어난 변화였다. 이후 [어바웃 어 보이](2002)에서 보여준, 우울증에 시달리는 히피 싱글맘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여배우에게 체중 증가는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지만, 토니 콜렛은 [당신이 그녀라면](2005)에서 또 다시 11kg을 찌우며 감독의 요구에 부응했다. 그리고 점점 예뻐지는 여주인공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서서히 체중을 감량했다.

17. 조지 클루니

1. [시리아나] 2. [마이클 클레이튼]

[시리아나](2005)는 섹시한 남자 조지 클루니를 수염이 덥수룩하고 배가 불룩한 아저씨로 만들었다. 이 영화에서 클루니는 은퇴를 앞둔 CIA 요원 '로버트 바니스'로 출연했는데, 파스타를 과다 섭취하며 15kg을 늘렸다. 급작스런 체중 증가는 결국 부작용을 낳았다. 그는 액션 신을 찍다가 척추 부상을 입었고, 몇 달 동안 누워 지내면서 심각한 편두통까지 생겼다. 부상으로 [오션스 트웰브](2004) 홍보도 할 수 없었던 클루니는, 끝내 수술을 받았다. 이후 [마이클 클레이튼](2007)에 출연하기 위해 사이즈를 줄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눈에 띄게 날씬해진 모습 때문에 그의 홍보 담당자는 "조지 클루니는 건강하다"는 보도자료까지 돌렸다고.

18. 윌 스미스

1. [알리] 2. [나는 전설이다]

[알리](2001)에 캐스팅되면서 16kg 증량. 그러나 윌 스미스가 맡은 역할은 전설적인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였기에, 마냥 먹고 퍼져서 몸을 불릴 순 없었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1년간이나 운동으로 근육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덕분에 체급을 실제 알리와 같은 100kg으로 맞췄고, 대역 없이 직접 권투 장면을 소화할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전설이다](2007) 때는 폐허가 된 지구에 홀로 살아남은 과학자로 출연하면서 15kg을 감량했다. 살을 뺀 후에도 촬영기간 내내 체중을 유지하려 애썼는데, 윌 스미스는 "살을 찌우는 것보다 빼는 게 훨씬 더 쉬웠다. 내게는 [알리]가 50배는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19. 마크 월버그

1. [파이터] 2. [브로큰 시티] 3. [페인 앤 게인]

90년대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모델이었던 마크 월버그. 광고에서 섹시한 복근을 드러냈던 그도 작품을 위해선 몸을 불리길 마다하지 않았다. 아일랜드 출신의 복서 미키 워드로 출연한 [파이터](2010)에서는 14kg을 찌웠다가 다시 뺐다. 미키 워드가 권투를 그만두고 뱃살이 불어난 시절, 그리고 다시 링 위로 복귀한 이후의 근육질 몸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2013년에는 연달아 두 편의 영화 [브로큰 시티]와 [페인 앤 게인 Pain and Gain]에 출연했는데, 이때도 급격한 체중 조절이 필요했다. [브로큰 시티]에서는 날렵한 사립탐정 역을 위해 15kg을 감량, 보디빌더로 출연한 후속작 [페인 앤 게인]을 위해서는 하루에 10끼씩 먹으며 18kg을 늘렸다.

20. 발 킬머

1. [알렉산더] 2. [키스 키스 뱅뱅]

발 킬머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알렉산더](2004)에 출연하면서 무려 22kg이나 늘렸다. 알렉산더의 아버지이자 전쟁 영웅 '필립'의 통통한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곧바로 범죄 코미디 [키스 키스 뱅뱅](2005)에 들어갔는데, 여기서는 불어난 살을 모조리 빼야 했다. 시크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의 게이 형사로 출연했기 때문. 그러나 이후에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요요 현상이 그를 사로잡았는지, 최근에는 부쩍 불어난 몸 때문에 비아냥거림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사고 있다. 그래도 한때 배트맨이었는데….

21. 설경구

1. [공공의 적] 2. [오아시스]

1. [역도산] 2. [공공의 적 2]

한국의 크리스찬 베일? 정말 설경구에게 불가능이란 없어 보인다. 그는 [공공의 적](2002)에 출연하면서 평소 몸무게에 14kg을 더 불리더니, [오아시스](2002)의 사고뭉치 전과자 홍종두 역할을 위해 18kg을 줄였다. 고작 한 달 반 만에 일어난 변화였다. 이어서 [역도산](2004) 때는 프로레슬러의 체구를 만들기 위해 25kg이나 늘려 100kg에 가까운 몸무게를 기록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기적처럼 18kg을 감량, [공공의 적 2](2005)의 꼴통검사 강철중으로 변신했다.

22. 최민식

1. [파이란] 2. [취화선] 3. [올드보이]

[파이란](2001)의 삼류 양아치, [취화선](2002)의 풍류를 즐기는 천재 화가 장승업을 연기할 때만 해도 최민식은 살이 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올드보이](2003)에서 15년간 감금당한 오대수 역할을 맡으면서, 그는 10kg을 감량했다. 감정의 증폭이 큰 인물에 어울리는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10개월간의 체력 단련 덕분에 체중 감량뿐 아니라, 고난도 액션도 대역 없이 할 수 있었다.

1. [주먹이 운다] 2.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체중 감량의 고통은 [주먹이 운다](2005) 때 더 극심했다. 생계를 위해 거리에서 매 맞는 일까지 했던 늙은 복서. 그의 인생 막장 끝에 만난 희망과 처절함을 표현하기 위해 최민식은 10kg을 감량했다. 링거를 맞으면서까지 감행한 작업이었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에선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모습으로 변신했다. 비리 공무원이자 생존을 위해 온갖 허세를 부리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10kg 이상을 찌우며 '최익현'이란 인물에 빙의됐다.

23. 송강호

1. [살인의 추억] 2. [남극일기] 3. [박쥐]

송강호는 살이 쪘을 때와 빠졌을 때, 풍기는 느낌이 완전히 다른 배우다. 살이 붙은 얼굴에서 엉뚱한 유머를 뿜어내는가 하면, 핼쑥해진 얼굴에선 하드보일드풍의 분위기를 자아내곤 한다. '박두만' 역을 맡은 [살인의 추억](2003)은 전자다. 그는 8kg을 찌우며, 몸으로 수사하는 시골 형사의 집념을 둥글둥글해진 몸으로 발산했다. 하루 5~6끼니씩 고지방 음식만 골라 먹은 결과라고. 다음 작품 [남극일기](2005)에서는 웃음기를 거둔 탐험대장 '최도형' 역을 위해 날렵한 몸매로 다듬었다. 그리고 [박쥐](2009) 때에는 그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세심한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사제의 금욕적인 느낌, 영화 전반의 피폐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24. 유지태

1. [올드보이] 2.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3. [남극일기]

[올드보이]는 유지태의 긴 팔다리와 늘씬한 체형이 잘 드러난 영화다. 그는 일명 '메뚜기 체위'라고 부르는 고난도 요가 신을 위해 3개월간 요가를 배웠다. 살찐 모습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그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에서 23kg을 찌우며 홍상수의 세계로 들어갔다. 홍상수와 초콜릿 복근의 남자 캐릭터는 결코 어울릴 수 없는 것이지만, 술로 불콰해진 얼굴에 불룩한 배를 드러낸 유지태의 모습은 꽤 낯설었다. 갑작스런 체중 증가로 허리 통증에 시달렸던 유지태는, 다음 작품 [남극일기]를 위해 살인적인 다이어트에 들어간 결과 원래 몸무게인 70kg 중반대를 회복했다.

25. 황정민

1. [너는 내 운명] 2. [검은 집]

[너는 내 운명](2005)의 황정민과 [검은 집](2007)의 황정민 사이에는 20kg의 간극이 있다. 황정민은 [너는 내 운명]의 순박한 시골 노총각을 연기하기 위해 10kg 이상 늘려 90kg의 푸짐한 몸매로 만들었다. 평소 식사량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살을 찌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는 걸 늘리고 과자를 달고 살았다. 그러나 투박한 몸매를 미스터리 호러 [검은 집]에서 똑같이 보여줄 순 없는 노릇. 사이코패스로 인한 공포에 시달리는 보험사정원을 연기하기 위해, 황정민은 70kg의 마른 몸으로 다듬었다.

26. 김명민

1, 2. [내 사랑 내 곁에]

김명민이 엄청난 메소드 연기를 하는 배우라는 건 익히 알려져 있지만, [내 사랑 내 곁에](2009)에서는 거의 고행 수준이었다. 원래 김명민은 180cm에 72kg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루게릭병 환자 '백종우' 역을 맡으면서 점점 말라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그는 72kg에서 52kg으로, 무려 20kg을 감량하며 온몸의 지방을 완전히 태워버렸다. 탄수화물은 전혀 먹지 않고 생야채만 섭취하면서 만든 몸이었다. 안 그래도 날씬한 체형의 김명민은 갈빗대가 모두 드러날 정도로 앙상한 몸이 되어갔고, 불면증과 저혈당 증세로 고통받았다.

27. 강지환

1, 2. [차형사]

[미스 에이전트]의 산드라 블록도 강지환처럼 드라마틱하게 변신하진 않았다. 강지환은 [차형사](2012)에서 패션계에 퍼진 마약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로 출연했는데, 여기서 확실한 '비포 & 애프터'가 드러난다. 원래 차형사는 뚱뚱하고 냄새나고 어딜 내놔도 남부끄러운 스타일인데, 2주 만에 샤프한 패션모델로 변신해야 하는 것. 이를 위해 강지환은 촬영 전 12kg을 불려 D라인 몸매를 만들었고, 다시 15kg을 감량해 완전히 다른 인물로 태어났다. 특수분장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리얼리티, 특히 생생한 표정을 살리기 위해 직접 살을 찌웠다.

28. 류덕환

1. [천하장사 마돈나] 2. [아들]

류덕환이 [천하장사 마돈나](2006)에 캐스팅될 당시, 그의 몸무게는 고작 50kg이었다. 그러나 그가 맡은 역할은 여자가 되고 싶은 뚱보 소년, 그것도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씨름대회에 나가는 고교생이었다. 류덕환은 가녀린 몸을 육중한 씨름선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출연한 이언과 함께 '살찌우기' 합숙까지 감행했다. 그는 "냉장고 손잡이만 봐도 구토가 날 지경"에 이르기까지 하루에 여섯 끼씩 먹고 또 먹으며 두 달 만에 27kg을 불렸다. 촬영이 끝난 후에는 바로 지독한 다이어트에 들어갔고, 한 달 반 만에 25kg을 감량했다. 그의 날씬해진 모습은 다음 영화 [아들](2007)에서 확인할 수 있다.

29. 이민기

1. [연애의 온도] 2, 3. [몬스터]

최근 개봉한 [몬스터](2014)는 이민기가 기존에 보여준 이미지를 완전히 전복시킨 영화다. 전작 [연애의 온도](2013)에서 귀여우면서도 지질한 남자의 모습이었다면, [몬스터]에서는 웃음기를 거두고 냉혈 살인마 '태수'로 출연했다. [몬스터]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이민기의 체중은 64kg으로 키에 비해 마른 편이었다. 때문에 근육 중심으로 체중을 늘렸다가, 다시 17kg을 감량했다. 태수의 날카롭고 치열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는 5개월간 트레이닝을 거친 끝에 체지방률을 4%로 떨어뜨렸는데, 그 과정에서 불면증과 짜증이 자신을 괴롭혔다고. 이 극단의 상황들을 거치며, 이민기는 한 마리의 잔인한 몬스터로 태어났다.

30. 이혜은

1, 2. [코르셋] 3. [파란 대문]

여배우가 살을 찌운다는 건, 웬만한 결심이 서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혜은은 체중과 싸운 배우들을 꼽을 때, 항상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코르셋](1996)은 그녀가 체중 증가의 고통뿐만 아니라 "영화에 출연하려고 별짓 다한다"는 소리까지 감내해야 했던 작품이다. [코르셋]의 주인공은 뚱뚱해서 고민인 속옷 디자이너. 당시 50kg이었던 이혜은은 7kg을 불려 오디션을 봤고, 오디션에 합격한 후 살을 더 찌워 총 17kg을 늘렸다. 운동은 금물, 하루에 대여섯 끼를 먹었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달고 살았다. 급격히 늘어난 몸무게로 심폐 기능까지 약화되었던 그녀는, 촬영이 끝난 후 두 달 만에 16kg을 감량해 화제가 되었다. 이후에 출연한 [파란 대문](1998)에서는 그녀의 본래 체형으로 출연했다.

* 3월 17일 한국 배우 리스트를 보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