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사 말
한국전쟁 시기 진도 갈매기섬 사건을 비롯해서 우리 지역에서 크고 작은 각종 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로 58주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려서 부모형제자매의 억울한 죽음을 못 잊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바라는 간절한 심정으로 위령제를 찾아주신 유족 여러분들, 바쁘신 일정에도 원근 각처에서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유족회를 대표하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해남사건은 세가지로 분류됩니다.
(1) 나주경찰부대가 인민군으로 위장하고 우슬재를 넘어오면서 각처에서 벌였던 참살행위인 나주부대 사건과
(2) 마산면 두드럭재 붉은데기 산이면 주산동 뻔지, 해창 나붓재, 송지 쑥고개 등 해남군 각처에서 무차별적으로 벌였던 참살
행위인 해남군 민간인 희생사건과
(3) 해남경찰이 부산으로 후퇴하면서 무인도인 진도 갈매기섬에 해남 보도연맹원 300여명을 끌고가 참살시킨 보도연맹 사건 등입니다.
그중 나주부대사건은 2007년 10월 23일, 민간인희생사건은 2008년 6월 24일자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실결정이 끝났으며 진도 갈매기섬 사건은 2008년도 진실화해위원회 유해발굴 계획중 전국 세 곳중 한 곳으로 결정되어서 학자들과 발굴팀의 조사가 끝나고 섬이라는 특수한 입장때문에 8월 이후 유해발굴을 착수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따라서 보도연맹사건도 금년 내에 결정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전국 어느 지역보다 여러 종류의 사건들이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유족회원 여러분!
여러분들이 손에 쥔 결정문은 국가로부터 받아낸 판결문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에게는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할 강이 수없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10년으로 한정된 한시기구입니다.
아직도 수많은 진실규명을 해야 할 기구가 앞으로 2년후엔 끝나고 말수도 있는 입장에 처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정부는 이 기구를 축소하려하고 있고 다른 여러 과거사 단체를 통폐합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족 여러분!
내 집에서 기르는 가축이 밖에 나가서 사고를 당해도 응분의 손해배상이 있는 것입니다.
하물며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서 죽임을 당하고 58년이라는 긴 세월을 빨갱이 자식이라는 누명을 쓰고 서럽고 힘들게 살아온 세월이 얼마입니까? 결정문 한 장 받아들고 말기에는 너무 억울합니다. 반드시 투쟁해서 국가로부터 응분의 배상을 받아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족회를 중심으로해서 똘똘 뭉쳐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명박 정권과 보수 세력을 상대로 어떤 투쟁도 해야 한다는 각오를 단단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유족들은 해남군의 모든 학살사건의 진실이 명쾌하게 밝혀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지난 20세기가 '좌'와 '우'로 나뉜 민족의 아픔을 간직한 세기였다면 21세기에는 진정 '우리'라는 하나의 울타리로 거듭나는 세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러한 과거의 청산을 통해 우리의 후손들은 서로 눈 흘기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국가와 해남군에 바랍니다.
하루속히 모든 사건이 명쾌하게 밝혀져야 하고 밝혀진 사건과 유족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시고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오늘 3차 위령제를 위해 참석하여 주신 모든 분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특히 물심양면으로 협조해 주신 김충식 해남군수님과 행사준비를 위해서 여러모로 애써주신 유족회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 하시길 기원합니다.
2008. 8. 8.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 유족회 상임고문
해남군 유족회장 오 원 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