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이미산
사내는 칼로 자신의 배를 찔렀다
만개한 복사꽃이 날리고 있었다
아내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복사꽃이 피면 꽃그늘에 앉아 심장을 헹구었다
식은 밥처럼 꾸역꾸역 아내를 씹어 삼켰다
소문이 소용돌이치는 소읍에서
꽃들이 범람하는 도시에서
전단지 속 아내는 언제나 웃고 있었다
모래성처럼 누워 허공을 바라보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구름의 행렬 너머
꽃무덤 같은 별들이 떠올랐다
막다른 골목까지 따라온 복사꽃이
사랑이 빠져나간 심장 하나가
오래도록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파르르 떠는 꽃의 손등이
사내의 심장을 가만가만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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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산시인詩選
동사서독 / 이미산
취생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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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3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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