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편향’ 항의 범불교대회지지 류상태 목사
사랑을 말하지 않는 종교는 없다.
기독교의 박애든 불교의 자비든 이슬람교의 라흐만(사랑,자비) 이든 그 명칭이 무엇이건간에 결국은 모든 사람을,
심지어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그 사랑도 자신이 것만이 옳고 선하다는 독선에 빠질 때
다른 종교를 향한 무시무시한 증오로 바뀐다.
서구의 역사를 피로 물들인 수많은 종교전쟁이 바로 그것일 터이다.
대한민국은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다종교 사회이다.
그동안 몇몇 종교간에 어느 정도의 갈등은 있었지만 심각한 갈등은 없었으며,
전체적으로 종교간 평화가 유지돼 왔거나, 그렇다고 믿어져 왔다.
헌법도 국교(國敎)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종교간 평화와 공존의 토대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듯한 조짐이 최근 들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에게 봉헌하겠다”고 공언한 개신교 장로가 대통령이 된 뒤
자신이 다니던 교회 신자들을 고위공직에 임명하고,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예배를 보는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의 종교에 코드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고위관리들이 “모든 정부 부처를 복음화하겠다” 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였고,
대중교통이용 정보시스템에서 작은 교회까지 일일이 표시하면서 이름난 큰 절은 빼버리는 일도 있었다.
불교종단의 큰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조계종의 총무원장이 탄 차량이 트렁크까지 검색당하는
과잉검문이 있자 마침내 불교계가 폭발했다.
지난달 27일 불교 27개 종단의 승려.신자등 20만여 명이 서울시청 광장에 모여
‘헌법파괴.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하자
어느 개신교 목사가 “불자님들께 엎드려 사죄드린다”는 사과와 함께 집회를 지지한다는 뜻을
웹진 ‘에큐메니안’등을 통해 밝혔다.
그는 또 개신교가 지금처럼 다른 종교를 계속 능멸하고 짓밟는다면
종교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강력하게 경고하면서
현재의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진보 개신교인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주인공인 류상태 목사를 경기 광주시 도척면 유정리 소재 ‘작은 안나의 집’에서 만났다.
‘작은 안나의 집’은 가톨릭 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장애노인 요양원으로서 그는
이곳에서 상담사로 일하면서 종교간의 화해평화를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류상태는 불자들이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갖게 된 데 대해
“지금의 한국 개신교가 진정한 예수 정신에서 동떨어진 오만무도한 종교가 됐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그동안 개신교계가 사찰을 훼손하고 불상의 목을 자르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사과 한 마디 없었는데도 불교계가 본격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던 까닭은
불교가 기본적으로 자비와 관용의 종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불교 폄훼 사례가 발생하자
이러한 자비와 관용도 한계에 다다른 끝에 마침내 ‘사부대중(四部大衆)의 총궐기’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류상태는 “상황을 바꾸어 만약 불교도들이 교회의 기물을 부수고, 예수상의 목을 잘랐다면
벌써 난리가 나도 골백번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TV뉴스를 통해 범불교도대회를 지켜봤다는 류상태는 수경 스님의 말에 또 한번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스님이 개신교를 향해 날선 공격을 퍼붓는 대신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 우리 불자들부터 반성하자’며
불교 내부의 각성부터 촉구했기 때문이다.
이번 범불교도대회 개최의 원인 제공자 가운데 한 사람인 대전 중문교회 장경동 목사에 대해 류상태는 비난을 퍼부었다.
장 목사가 ‘석가모니가 불교를 만든 것은 잘못됐다’ ‘스님들도 교회에 다녀야 한다’ ‘불교 믿으면 가난해진다’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망언을 내뱉었을 때 너무나 놀랍고 부끄러웠다는 그는
“장 목사는 한마디로 기본이 안 돼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류상태는 “만일 불교도들이 "예수가 기독교를 만든 것은 잘못됐다” “목사들은 절에 다녀야 한다”고 말한다면
장목사는 뭐라고 답변할지 궁금하다“며 ”장 목사와 같은 몰지각한 부류들에게 상처 받은 불자들께 그들을 대신해
천배만배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제는 장 목사와 같은 생각을 가진 목사들이 개신교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류상태는 ”사람이 종교를 잘못 믿음으로써 입을 수 있는 가장 큰 피해는
자주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박탈당하는 것“이라며
”장 목사처럼 자주적 사고능력과 분별력을 상실한 사람들이 자신의 신앙이 최고라는 절대적 확신을 갖고,
이 확신이 다시 신도들에게 확산됨으로써 악순환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유독 개신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오만하고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띠는 것은
무엇때문인지 물어보았다.
그는 우선 개신교가 떠받들고 있는 정통교리 그 자체에 공격성과 배타성이 내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자신들의 신앙만이 지고지선하고 다른 모든 종교는 열등하거나 우상숭배라는 지독한 독선은 이미
예수 생전에도 존재했다는 것이다.
류상태는 “예수께서 당시의 율법학자나 제사장, 바리새인 등에게 ‘독사의 자식들’이라는 모진 말씀을 한 것도
바로 이들의 오만과 독선을 미워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한국의 개신교들이 믿고 있는 것은 진정한 예수정신이 아니라 괴물처럼 변해버린 교리와 물질”이라고 강조했다.
‘진정한 예수정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악인, 선인을 가리지 말고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따뜻한 햇볕을 비춰주며,
과부와 고아 등 억눌린 사람, 헐벗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보살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 개신교의 오만함과 배타적 공격성은 그 문제점을 알고 있는 상당수의 목회자들이
조직보존이나 개개인의 안위 때문에 침묵.방관함으로써 유지되고 있다고 류상태는 지적했다.
개신교 내에서 이른바 진보적이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은 환경문제나 평화.통일운동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나
막강한 물적 토대를 가진 보수교단들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고 있어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본질적인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류상태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책임 있는 발언을 하지 않으면 그것이야말로 죄악이라는 점에서 차라리
보수교단보다 진보 개신교인들이 더 비판받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진리나 구원이 어느 특정 종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이 세상의 모든 종교가 교리나 예식 등이 제각기 다르다고 하더라고
결국은 진리라는 종착역에서 만나게 된다는 이론 또는 입장을 다원주의라고 하는데
류상태는 이를 대학 철학과에 다닐 때 종교철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됐다고 한다.
어느 날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읽던 그는 “진실로 너희의 종교는 하나이니라”라는 구절을 접하고
숨이 멎을 듯한 충격을 받았다.
‘너희의 종교’는 유일신 삼형제‘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뜻하는 것이었다.
류상태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슬람은 미개하고 잔혹한 이방종교로 여기고 있었는데
그 구절을 읽으면서 이슬람의 포용정신에 존경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쿠란뿐만이 아니었다. 힌두교의 경전인 우파니샤드와 불교의 여러 경전을 읽으면서
이 종교들이 갖고 있는 넓고 심오한 정신세계에 매료되기도 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 세상의 모든 종교는 인간의 지적 정신적 활동의 축적이며 지혜와 경험의 총체라는 것이었다.
류상태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지만 그때부터 불교, 이슬람교 등을 ‘다른 종교’ 또는 ‘이교(異敎)’ 대신에
‘이웃 종교’라고 불렀으며, 그 종교의 신자들에게도 ‘이교도가 아니라 진리의 길을 함께 가는 뜻에서
’도반‘’‘길벗’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류상태는 “산의 정상에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가 있듯이 진리에 이르는 종교도 하나가 아니가” 라면서
“만일 어느 종교가 자신만이 구원과 진리를 독점하려 한다면 그런 종교는 멸망해도 좋다”고 말했다.
신학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기독교와 불교의 구원관에 대한 비교연구’라는 제목의 석사학위논문을 썼다.
그는 “종교는 서로 포용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인식을 깔긴 했지만
기독교 밖에서도 구원이 있다는 정직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실한 신앙’에 대해서도 류상태는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똑같은 개신교 장로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에 비해 이 대통령의 깊은 신앙심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면서
“고위공직자들이 대통령의 ‘신앙 불도저’ 같은 면모를 보고 ‘정부 복음화’ 운운하며 알아서 기는 것은
나라 전체를 위해 결코 좋지 않다”고 말했다.
류상태가 진실로 우려하는 것은 종교간 대립과 갈등이 전면적으로 폭발해 종교전쟁으로 비화되는 일이다.
개신교가 전면적인 자기 쇄신을 하지 않은 채 지금의 독선과 오만을 고집하고,
이런 개신교를 기독교가 아닌 ‘개독교’라고 공격하는 반기독교 세력이 몇몇 종교나 종교적 집단과 결합할 경우
서구 역사에서나 등장했던 종교전쟁이 실제로 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류상태는 “종교전쟁에서는 상대를 철저히 멸망시켜야 할 악마로 보는 만큼 털끝만큼의 용서도 없다”면서
“개신교 내에서 철저한 자정운동이 벌어져 근본주의자들을 물리치지 않는다면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기독교의 독선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대광고 강의석 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학교의 교목이 바로 류상태였다.
당시 강군은 학교예배수업을 거부하며 학내 종교자유를 주장하다 제적당했고,
류상태는 강군을 적극 옹호하다가 목사직을 반납한 뒤 사표를 내야 했다.
학교에서 쫓겨난 그는 생계를 위해 거리에서 머리핀 장사를 하는 등 고난을 겪었다.
류상태는 “중.고생들이 학교에서 강요하는 신앙 때문에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지 학교 밖 어른들은 잘 모른다”
면서 “같은 종립학교라도 불교나 가톨릭 계통의 학교들이 개신교에 비해 신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광고와 화해하고 명예회복 차원에서 언젠가는 그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우리 개신교가 바뀌고 있다는 증거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의 감춰진 비밀과 온전한 실체를 밝히는 대하역사소설을 쓸 계획을 갖고 있다.
사실의 얼개에다 소설적 요소를 갖춘 일종의 팻션이 될 이 소설을 통해 보통사람들이 기독교를
쉽고 적나라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10~15권 분량이 될 이 소설이 성공한다면 목사로서의 소명은 어느 정도 다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신교 목사인 그가 천주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노인요양원에서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구내 성당에서 천주교 신자처럼 성호를 그은 뒤 기도를 한 그는
“절에 가면 부처님께 합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안나의 집’ 대표인 방상복 신부는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열혈 사제’인데
류상태는 ‘신부님과 죽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요양원에는 ’종교는 전통문화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방 신부의 철학을 반영하는 듯
물동이를 이고 젖가슴을 드러낸 한복 차림의 성모 마리아가 ’꼬마 예수의 손을 잡고 있는 동상이 서 있었다.
문득 종교란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궁금했다.
류상태는 “종교는 한마디로 인간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고 고통에 빠뜨리는 종교는 없어져도 좋고 없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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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의 오만과 독선 종교전쟁 될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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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0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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