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실종이다. (안양교도소 봉사 후기입니다. 함께 은혜를 나누고 싶습니다. 운영자 자오나눔입니다)
4월의 봄은 노랑과 분홍색으로 시작하는 것 같다. 길 가에도, 옆집 망태 할아버지 담장 너머에도, 우리 집 화단 울타리에도 노랗게 피어 있는 개나리는, 보는 사람마다 마음을 포근하게 해 준다. 노란색 개나리 꽃 사이에 분홍색 진달래는 저절로 감탄을 하게 만들어 준다. 노란색과 분홍색이 이렇게 잘 어울린다는 것을 여태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주 하나님 지으신 세계~”라며 찬양을 부르고 있는 내 모습도 어색하지 않다.
마음껏 개나리와 진달래를 구경하며 안양교도소를 향해 달린다. 안양교도소 장애인 재소자 형제들에게 교화 행사를 하러 가는 길이다. 이번 달에는 장애인의 날이 포함되어 있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준비해 가려고 노력했다. 언제나 부족한 가운데 풍족하게 채우셨던 주님을 바라며 기도를 드린다. 이번에는 영치금과 속옷을 추가로 마련해 가기로 했다. 떡과 과일 등은 파주에 있는 통일동산교회에 부탁을 드렸다. 속옷을 마련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동대문에 있는 신 평화 시장을 갔었다. 영치금이 부족하여 기도 중이었는데 시흥에 있는 은행교회 장성현 목사님과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루어졌다. 은행교회에 간증집회를 마치고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 교도소 사역 이야기가 나왔고, 이번 4월 행사 때 은행교회 찬양단이 동참해 보고 싶다고 하신다. 감사하게 영치금의 상당부분을 감당해 주신단다. 평소 피자를 먹고 싶어 하던 그들에게 이번 행사 때는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피자는 반입이 안 된단다. 대신 피자 빵을 마련해 가기로 한다. 위인선님이 소중한 사랑을 보태주신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발하여 제과점에 들려 미리 주문해 놓은 피자 빵을 차에 싣고, 할인매장에 들려 그릇들을 산다. 부지런히 차를 달려 안양교도소 정문 주차장에 도착하니 다른 팀은 도착하지 않았다. 잠시 후 일행들이 도착하자 검문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간다.
이번에는 예배는 짧게 드리고 재소자들의 찬양대회를 하기로 했다. 연합공연장이 대대적인 수리를 하고 있기에 정신교육실에서 행사를 하기로 했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행사장에 도착하니 악단이 악기를 설치하고 있고, 재소자들이 입실을 하고 있었다. 찬양심사표를 몇 분에게 나눠드리며 심사를 부탁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고 간단한 인사를 드린 후, 일정을 소개한다.
오늘 행사를 해 주실 팀 등을 소개해 드린다. 참석자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무언가 나누고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 먼저 재소자들로 구성된 악대가 색소폰과 기타, 트럼펫을 이용하여 멋지게 찬양을 인도해 준다. 참 감사하다. 통일동산교회 황상도 목사님의 기도와, 그사랑교회 윤건주 목사님의 설교와, 은행교회 장성현 목사님의 축도로 은혜로운 예배가 끝나고, 재소자들이 한 달 동안 준비했던 것들이 펼쳐진다. 각자의 파트별로 하모니를 이루며 찬양을 멋지게 불러준다. 어느 팀은 간주 시간에 시 낭송까지 곁들여 주신다. 짧은 간증을 들려주며 찬양을 부르는 팀, 찬양 대신 성경을 암송하는 팀, 모노드라마까지 멋지다. 시간은 어느새 흐르고 심사결과가 나에게 전달된다. 출연한 팀 모두에게 영치금을 드리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먼저 신청을 했던 팀들은 순위에 관계없이 영치금을 받게 되었지만 나중에 즉석에서 출연한 팀이 문제였다. 두 팀은 마련해 간 신앙서적을 상품으로 드리고, 출소한 재소자가 사회의 냉대 속에서 방황을 하며 많이 힘들어 하다가 자포자기 상태까지 되지만, 거기서 주님을 찾는 모노드라마를 멋지게 보여준 형제에게는 영치금을 추가로 드리기로 한다. 악대에게도 미리 준비해간 감사장과 영치금을 드렸다.
축하공연이 시작되었다. 먼저 악대의 공연이다. 색소폰 연주에 모두 넋이 나간 것 같다. 교도소 안에서도 달란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을 보고 교도 행정이 참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교정위원의 위치에 있는 나의 마음 한구석에는 재소자를 위한 것은 많이 좋아졌는데 교도관들은 여전히 악조건에서 근무를 하고 있음을 느꼈다. 악대의 공연시간에 방문자들이 미리 접시에 담아 놓았던 음식이 나눠진다. 감사기도 후 여유롭게 음식을 나눈다. 속옷도 나눠 드리고 있는 아내. 언제나 힘들게 일하는 자리에는 아내가 있다. 미안하고 고맙고 그런다.
김진환 주임의 은혜로운 찬양에 박수가 터져 나온다. 미용간사와 지혜님의 찬양이 시작되고, 은행교회 찬양단의 멋진 축하 공연이 이어진다. 모두 한 가지 한복으로 통일하여 입고 나오셨다. 얼마나 멋지던지……, 찬양이 끝나자 앙코르를 요구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통일동산교회 워십공연은 압권이었다. 교도소 안에서 젊음이 마음껏 펼쳐진다. 박수소리 요란하며 모두가 하나가 되어 있었다.
찬양대회 사회를 보았던 백승주 집사님으로부터 마이크를 받아서 마무리를 해 간다. “여러분이 1년밖에 살지 못하고, 딱 1시간만 한 사람에게 전화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 하겠는가……. 지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분을 위해 많은 기도를 해 드리자. 나도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조용해진다.
4월에 출소하는 재소자를 파악하여 마무리기도 때 축복기도를 부탁한다. 김진환 교도관의 인사와 당부말씀을 듣고, 통일동산교회 황상도 목사님께서 출소자를 위한 축복기도와 행사의 마무리 기도를 해 주신다. 총 참석인원 145명. 우리들이 행사를 잘 마칠 수 있도록 수고해 주신 김진환 교도관께도 감사를 드린다. 행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벌써 여름이 찾아 온 듯 더운 날씨다. 봄의 실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