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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이야기』
詠菊 (영국) : 국화를 읊다 / 李奎報 (이규보)
耐霜猶足勝春紅 (내상유족승춘홍)
閱過三秋不去叢 (열과삼추불거총)
獨爾花中剛把節 (독이화중강파절)
未宜輕折向筳中 (미의경절향정중)
국화를 읊다 / 이규보
서리를 견디니 더욱 봄꽃보다 뛰어나
삼추를 지나고도 가지에서 떠날 줄 모르네
꽃 중에 오직 너만이 굳은 절개 지키니
함부로 꺾어서 술자리에 보내지 마오
들국화라는 이름의 꽃은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들국화를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풀이를 했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이나 <식물도감>에는 들국화란 이름의 꽃은 없다. 국화과의 식물로 구절초, 쑥부쟁이, 산국, 감국 등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사전이 잘못 편찬되었을까?
아니다 대나무를 찾아보아도 왕대, 솜대, 이대, 산죽은 있어도 ‘대나무’란 고유 이름의 대나무는 없다.
다람쥐의 식량이 되는 도토리나무를 찾아보면 떡갈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갈참나무는 있어도 참나무는 없다. 그냥 모두를 통칭하는 이름일 뿐이다.
들국화는 감국, 산국, 구절초, 쑥부쟁이 등의 국화류 꽃을 통칭하는 말일뿐이다. 그러나 나는 들국화가 더 정겹다. 어릴 적부터 들에 핀 구절초를 들국화라 부르며 가지고 놀았고, 먹기도 했다,
지금이 국화주와 국화꽃차 만들기에 적기다. 그런데 모든 국화는 다 몸에 좋은 것으로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많다.
♣ 감국과 산국
요즈음 교외로 나가면 노랗게 핀 국화를 볼 수 있다. 감국과 산국이다.
감국(甘菊)은 꽃이 크고 단맛이 난다. 산국(山菊)은 비교적 꽃이 작고 산과 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감국은 한방에서 대접받는 약재였고, 꽤나 귀해서 궁중이나 양반가에서 주로 이용했던 식물이다.
<감국>
<산국>
♧ 감국.
• 감국(甘菊)은 산국에 비해 꽃이 크고 단맛이 난다. 단맛이 난다고 해서 감국(甘菊)이라 부른다.
• 우리나라 해안가 바위지대를 중심으로 비교적 드물게 자란다.
• 『동의보감』 :중요한 약재로 취급
- 감국은 수명을 연장시키는 귀한 약재이나, 산국은 사람의 기운을 빠지게 한다.
- 감국주 : 정신을 맑게 하고 혈행을 도와 풍을 안정시키며, 기억력을 좋게 한다.
- 감국차 : 꽃을 가루로 내어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면 눈을 밝게 하고, 피부를 맑게 한다.
- 감국연고 : 염증을 다스리며, 거친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손발을 따뜻하게 한다.
* 줄기와 잎을 찧어 만든 연고는 ‘도잠고(陶潛膏)’라 하며 피부질환을 치료하는데 사용한다.
(항염증, 피부개선, 보습제, 세정제로 효능이 있다)
- 감국전 : 꽃이 큼직한 것을 사용한다.
단맛이 입안을 감싸기 때문에 식욕을 돋워 주고, 양기를 튼튼하게 한다.
* 감국전 궁궐과 양반들이 절기에 맞춰 먹었던 ‘절식(節食)’에서 가을 음식의 으뜸이었다.
• 감국의 대표적인 전통 먹거리는 감국와인, 감국분말차가 있다. (감국전의 요리법은 실전 됨)
♧ 산국.
• 산국은 감국에 반해 크기가 작은 꽃 여러 송이가 소복하게 모여서 핀다. 쓴맛이 난다.
• 우리나라 전역에서 널리 자라며, 주로 산지에서 자란다고 해서 산국(甘菊)이라 부른다.
• 산국은 어린 순을 나물로 먹고 말린꽃은 설탕에 절여 효소를 만들어 복용한다.
• 꽃은 입욕제로 사용하거나 천연염색 재료로 활용한다.
- 입욕제로 사용하면 몸에 향기가 오래 간다. (궁궐과 기생들이 목욕제 향수로 사용)
• 『동의보감』 : 사람의 기운을 빠지게 한다.
- 어린 순은 위를 보하고 꽃 효소는 기관지를 보한다.
- 말린 산국 꽃을 베게 속으로 사용하면 머리를 맑게 한다.
♧ 구절초와 산구절초
구절초 / 박용래
누이야 가을이 오는 골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추분,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매디매디 눈물 비친 사랑아
- 박용래 시집 <먼 바다>에서 인용 -
<구절초>
<포천 구절초>
• 구절초 : 꽃 중심이 노란색이다. 중심 꽃에 하얀 꽃잎을 가지런히 달고 핀다.
단정하고도 청아한 느낌을 준다.
- 음력 9월 9일에 꺾어 약으로 쓰는 풀이라 하여 구절초라 불렀고, 구일초라고도 한다.
- 마디가 9개가 될 정도로 컸을 때 꺾어야 약효가 좋다하여 구절초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 한방에서는 선모초(仙母草)라 부른다. 예로부터 부인병을 다스리는데 널리 썼기 때문이다.
• 『동의보감』
- 출산 전후에 사용하는 필수 약재로 분류했다.
• 『현대의학』
- 연구결과 꽃에서 추출한 항균성 물질, 세포 독성 효과, 유방암 전이 억제 효과 등을 증명하는 다수의 논문이 발표 되고 있다. 기억력과 학습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건강식품이 구절초를 성분으로 하여 특허로 출원되기도 했다.
• 포천구절초 : 산구절초 보다 잎이 가늘고 깊게 갈라져서 마치 바늘잎 같다.
* 강원도 영월 동강 바위틈에 자생하여 군락을 이룬 곳이 많다.
• 산구절초 : 아기 손바닥 모양의 잎을 가진 구절초에 비해 잎 가장자리가 깊게 갈라진다.
• 마아가렛 : 박용래 시인이 언급한 ‘마아가렛’은 구절초와 꽃이 꼭 닮은 재배식물 마가렛이다.
♧ 쑥부쟁이 : 분홍색 빛깔의 들국화는 쑥부쟁이다.
<가새쑥부쟁이>
<갯쑥부쟁이>
• 갯쑥부쟁이는 바다를 뜻하는 접두어 ‘갯’을 달고 있지만 한반도 전역의 산지, 풀밭, 바닷가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 가새쑥부쟁이는 잎의 가장자리가 들쑥날쑥 갈라지는 모양 때문에 ‘갈라진다’는 뜻의 접두어 ‘가새’를 형용사처럼 달고 있다.
<까실쑥부쟁이>
<단양쑥부쟁이>
• 까실쑥부쟁이 : 주로 산지에서 자란다.
잎과 줄기에 빳빳한 털이 있어 그 까실까실한 느낌 때문에 까실쑥부쟁이라 부른다.
• 단양쑥부쟁이 : 충북 단양에서 처음 발견되어 단양쑥부쟁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잎이 가늘어서 소나무 잎을 닮았다는 뜻으로 함경도 지방에서는 솔잎국화라 부른다.
단양과 여주 하천가에 자라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된 보호식물이다.
※ 쑥부쟁이는 쉽게 볼 수가 없다. 주로 습한 농경지 주변에 드물게 자라기 때문이다.
★ 국화주, 국화차는 반드시 감국을 사용하여야 한다
☆ 산국을 사용하면 기를 손상시킨다. 다만, 산모의 산후조리용이나 목욕향을 위하여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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