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의 종류와 생활사
노루는 사슴과에 속하는 짐승이며,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노루에는 대노루· 보노루· 궁노루의 세 종류가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노루'라 하면 덩치가 가장 크고 비교적 흔한 대노루(獐)만을 지칭하여, 보노루(牙獐:고라니)· 궁노루(麝香獐:사향노루)와 구분하기도 한다.
노루(대노루)는 사슴과 비슷하고, 몸길이 100∼120cm, 어
깨 높이 65∼80cm이다. 뿔은 수컷에만 있는데 세 개의 가지로 되어 있고 꼬리는 흔적만 남아 있다. 털 색깔이 여름에는 불그스름하다가 겨울에는 누런 점토색으로 바뀌며, 엉덩이에 커다란 흰 무늬가 있다. 야산이나 구릉지대의 숲에 살면서 풀이나 어린 싹 나무 열매 등을 먹는다.
노루는 수목이 우거져서 숨을 곳이 많은 가을까지는 산 중턱 이하의 응달에서 산다. 그러나 겨울철에 접어들면 점차 높은 곳으로 오르다가, 12월 말경에는 먹을 것을 찾아 낮은 곳으로 내려오고, 봄이 되면 암컷은 새끼를 낳기 위해 다시 높은 산으로 올라간다. 단오 무렵에 새끼를 낳고, 여름이 시작되면 깊은 산의 맹수를 피해 숲이 무성한 인가 주위에 모여들어 살다가 9월이면 교미기에 접어든다.
"노루가 제 방귀에 놀란다"는 속담처럼 노루는 겁이 많아서 잘 놀란다. 한번에 6∼7m를 달릴 정도로 질주력이 뛰어나며, 달아나다가 이따금 서서 주위를 살피는 버릇이 있다. 노루는 원칙적으로 일부일처제로서 암수 중 한 마리가 사냥꾼에게 잡히면 남은 한 마리는 그 근처를 떠나지 않고 며칠동안 애처롭게 울부짖는다.
고라니와 사향노루는 고산 지대에만 사는데, 보통의 노루(대노루)보다 몸집이 작고 암수 모두 뿔이 없으며, 긴 송곳니가 주둥이 밖으로 나와 있어서 이것으로 나무뿌리를 캐어 먹는다.
지난날의 노루사냥
우리나라 산골 지명에는 '노루목'이라는 곳이 꽤 많이 나온다. 산에 나무가 무성하던 옛날에는 노루가 흔하고 노루사냥을 많이 해서 '노루목'은 노루가 잘 다니는 길목이란 뜻이다. "노루 때린 몽둥이 삼년 우린다", "노루 본 놈이 그물 짊어진다", "노루 잡기 전에 올무감 마련한다"는 속담은 모두 지난 시절 자주 행해지던 노루사냥에서 비롯된 말들이다.
노루사냥은 야간에 밭에 내려와서 새벽에 돌아가는 길목에 숨어 있다가 엽총을 쏘거나, 노루가 잘 다닐 만한 곳에 먹이를 뿌려 놓고 올무나 덫을 놓아 잡는 방법이 있지만 노루사냥의 진짜 묘미는 몰이사냥에 있다.
노루가 살기에 알맞는 수목이 무성한 경사진 곳을 3∼4명의 몰이꾼이 몽둥이를 들고 산기슭을 향하여 몰이하면 사냥꾼은 산기슭이 가까운 계곡의 바위 틈에 목을 잡고 숨어 있다가 도망나오는 노루를 사격한다. 노루는 대개 경사진 곳을 내려와서 계곡을 건너 산으로 올라가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수한 노루사냥으로는 '피리사냥'이 있다고 한다. 노루가 새끼를 낳는 단오 무렵이 지날 때 노루새끼가 우는 소리를 흉내낸 피리를 불어서 노루를 유인하여 사격하는 방법이다. 이 피리소리를 들은 근처의 노루들은 길 잃은 노루새끼가 어미를 찾는 소리인 줄 착각하여 평소의 극심한 경계심도 잊어버리고 본능적으로 피리소리가 나는 곳으로 단숨에 달려온다. 짐승의 모성애를 악용한 매우 잔인한 사냥법이라고 하겠다.
노루고기와 사향의 한방 이용
노루(대노루)의 피는 사슴피와 마찬가지로 강장 보혈 작용이 있어서 몸이 약한 사람에게 좋은 보약으로 쓰인다. 노루피에 소주나 활명수를 조금 섞으면 굳어지지 않아 마시기 쉽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그러나 몸이 마르거나 신경이 날카로운 사람이 마시면 불면증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노루뼈로 곰국을 끓이면 소뼈다귀보다 진액이 계속 우러나 진국물이 된다. 뼈마디가 쑤시는 사람 신경통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큰 효과가 있다. 노루뿔은 사슴뿔보다 짧고 각화(角化)가 빨라서 녹용보다는 약효가 뒤떨어지지만 임질에 좋다고 한다.
노루 중에서 특히 사향노루는 사향(麝香)의 귀한 가치 때문에 더욱 큰 수난을 받는다. 사향노루는 사냥꾼에게 잡히면 배꼽의 향내 때문에 자기가 죽을 운명에 처했다고 생각하여 자기 배꼽[臍:배꼽 제]을 물어 뜯으면서 후회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서제막급'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후회막급'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사향은 번식기가 되면 사향노루 수컷이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방사하는 물질로서 배꼽 밑의 생식기 가까이에 있는 달걀만한 둥근 향(香)주머니에 들어 있다.《신농본초경》에서는 사향이 호흡기능과 혈액순환을 도와 진정(鎭靜) 강심(强心)의 효능이 있다고 하여 한방의 약재로 쓰인다. 우리나라 우황청심환(牛黃淸心丸)의 중요한 재료의 하나가 사향이며, 중국의 영약(靈藥)이라는 편자광(片子廣)과 일본에서 만든 어린이 경기약(驚氣藥)인 기응환(奇應丸)도 주재료의 하나가 사향이다.
사향은 특히 사향노루의 암컷을 유인하여 흥분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런 성질을 이용하여 성감의 흥분제 회춘약 향신제 등 미약(媚藥)의 중요한 원료로 더욱 귀하게 쓰인다.
그렇지만 사향은 생산량이 매우 적다 보니 순품은 자연히 값이 무척 비싸서 시중에는 모조품이 많이 유통되는 모양이다. 순품은 태워보면 아무것도 남지 않지만, 모조품은 재가 남는다. 순품의 최고급 사향은 황색을 띠고, 이류품은 갈색, 삼류품은 흑색을 띤다. 그러나 백색의 사향은 어린 사향노루의 것이므로 순품일지라도 거의 가치가 없다고 한다.
사향은 향내가 강하고 맛이 매우 쓰지만 웅담의 쓴맛과는 그 성질이 아주 다르다. 향내가 진할수록 상품으로 치는데, 가루약이나 알약으로 복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향노루(궁노루)의 고기와 피는 별로 가치가 없고, 고기 빛깔도 노루(대노루)나 사슴은 선홍색이지만 사향노루는 말고기처럼 검붉은 색을 띤다. 사향냄새와 같은 고린내가 심해서 고기는 물론 피도 식용되지 않는다.
노루고기 음식
야생의 짐승고기는 대부분 가을∼겨울에는 지방도 적당하고 독특한 풍미가 있지만 봄∼여름에는 맛이 별로 없다. 그러나 노루고기와 사슴고기는 가을∼겨울보다 오히려 봄∼여름에 맛이 더 좋다고 한다. 특히 보노루(고라니)의 고기는 노루고기의 독특한 냄새도 없고 아주 연해서 짐승고기 중에서도 고급으로 손꼽는다. 보노루의 피는 특히 신경통에 좋다고 하여 예로부터 사슴피 못지 않게 귀하게 여겨왔다.
옛날에는 산짐승이 흔해서 마을마다 행세하는 가문의 사랑채에는 포수들이 자주 드나들었고, 노루[獐]· 멧돼지[猪]· 사슴[鹿]· 꿩[雉] 등을 잡아오면 서로 나누어 먹었다. 여인네들은 남은 고기를 얇게 썰어 참깨를 박아 말렸다가 장포(獐脯)· 저포(猪脯)· 녹포(鹿脯)· 치포(雉脯) 등을 만들어서 벽장에 넣어두고 식구들이 출출할 때 군음식으로 내주곤 했다. 특히 납향(臘享)날에는 노루고기에 꿩· 멧돼지· 소의 간 등 여덟 가지 고기를 함께 볶았다가 위에 잣가루를 뿌려서 끓여낸 노루전골이 한겨울 팔진미(八珍味) 음식으로 큰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첫댓글 좋은 정보 입니다.
요즘 정수아우가 좋은 정보를 많이 주는구먼.
괴기 먹어본 사람 있어요??
고라니 별로 맛이 없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