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거덕거리며 달리는 기차는 또 누굴 싣고 떠나는 걸까 휑한 눈동자가 철길 따라간다 눈길 끝 멀리 지긋이 감겨 오는 안개는 흐려지는 듯 다가왔다 멀어지는 당신 부르고 있다 잘해 주지 못한 서운함이 풍선처럼 부풀어 파도가 등 타고 출렁출렁 생전에 못 부른 사랑 노래가 가슴앓이로 허공을 찌른다 떨어지는 낙엽들 바람이 몰고 간 자리 깔깔거리는 재롱이 꼬까신에 자박거리고 남겨 논 잔재들이 애매한 표정으로 시곗바늘 돌리며 맺혀지는 애잔함이 문을 두드린다 뜨개질처럼 엮어진 실타래 여기서 끝내야지 버릇처럼 바늘대 바삐 움직이고 엮인 따스함이 포근히 감싸 온다 흔드는 손은 멀어져 가는 등 따라 같이 가고 싶다고 허우적거린다 창밖엔 은행잎이 노란 꽃 피우더니 헝클어진 흰머리 빗기도 전에 우수수 꽃잎 떨어져 하늘 우는 소리
긴 적막 데리러 오는 전율 이젠 끈을 놓아야지 고개 흔드는 치졸한 가르랑 가르랑 앙상한 나뭇가지에 아직 떨어지지 못한 인연의 끈만 대롱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