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예능의 하늘엔 두 개의 태양이 뜬다>
21412296 이강석
대한민국 예능의 황금기를 장식한 두 명의 PD가 있다. 바로 <1박2일>의 나영석 PD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이다. 공통점도 많지만 확고한 차이점을 가진 이 두 명의 PD를 비교하며 분석하여 두 사람의 전략과 리더십 그리고 최근 방송의 큰 변화인 모바일 플랫폼을 대하는 자세를 알아보겠다.
김태호 PD와 나영석 PD는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분야에서 최고의 방송을 만들었지만 정반대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김태호 PD는 통합의 전략이고, 나영석 PD는 개별의 전략이다. 먼저 김태호 PD의 <무한도전>을 살펴보면 수많은 컨셉의 특집들이 <무한도전>이라는 하나의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매 특집마다 새롭고 신선한 기획과 연출에 열광했고, 무한도전이라는 거대한 하나의 세계관에 푹 빠져들었다. 무한도전이 종영한 후 새롭게 선보이는 김태호 PD의 <놀면 뭐하니>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면서 점차 확장해가는 또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 나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김태호 PD의 방송이 특집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전략이라면, 나영석 PD의 방송들은 한 가지 방송에서 또 다른 방송으로 가지치기를 하듯 뻗어나가며 확장되는 특징을 지닌다. 프로그램들이 시즌제로 진행되며 프로그램 도중 생기는 에피소드나 출연진들의 컨셉을 다시 잘 살려서 또 다른 방송을 낳고, 시즌제로 반복해서 편성된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환경에 출연진을 몰아넣고 그 반응을 따뜻하면서 친밀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그의 방송은 이러한 개별적인 세계관 확장 전략의 힘을 받아 매 방송마다 참신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렇게 상반된 전략으로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이 신기하고 흥미롭다.
앞서 말한 전략만큼 두 PD의 리더십도 극명히 다르다. 김태호 PD는 뒤에서 조력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졌고, 나영석 PD는 같이 나서서 함께 해결하는 강한 리더십을 가졌다. 이는 두 PD의 가장 오래된 파트너 출연자인 유재석과 강호동의 리더십과도 일치한다. 김태호 PD는 대한민국의 그 어떤 PD보다도 기획과 연출이 탁월하다. 창의적이고 잘 짜인 기획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동시에 반전의 희열과 교훈을 주었고, 출연진들 역시 이러한 김태호 PD를 믿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다. <무한도전>출연진들의 캐릭터는 다른 어떤 예능보다 뚜렷하고 개성 있다. 통합적인 전략을 취하는 김태호 PD의 방송 특성상 프로그램이 장기화되고,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점에서 김태호 PD의 조용하지만 뒤에서 아낌없는 조력을 하는 리더십이 더욱 빛을 발한다. <무한도전>에서 매주 이어지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출연진들이 오랫동안 버텨왔던 것도 김태호 PD의 리더십이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나영석 PD는 일단 방송에 출연하는 횟수와 스크린을 차지하는 비율이 김태호 PD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김태호 PD가 카메라 밖에서 방송을 이끌어간다면 나영석PD는 카메라 안에서 출연진들과 함께 호흡하며 진행한다. 그가 말실수로 걸었던 공약이 또 다른 방송이 되고, 콘텐츠가 되는 일도 흔하다. 심지어 출연진이 아닌 PD가 유행어를 가지고 실수하며 출연진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의도 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방송에서 보이는 그의 영향력은 어느 출연자보다 못지않다는 점은 확실하다. 잘 짜인 기획과 세심한 연출보다는 그의 리더십 아래 즉흥적이고 낯선 상황에서의 외박 일정이 잦은 나영석 PD의 방송은 출연진들의 컨디션 조절이 쉬운 짧은 시즌제로 운영되어 리더십과 잘 어우러진다. 두 PD는 상반되지만 각자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었고, 이러한 점이 방송을 성공으로 이끄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공개 코미디 장르의 최정상이었던 <개그콘서트>가 폐지되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예능들이 설자리를 잃고 폐지되고 있고, 새롭게 시작하는 예능들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많은 원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유튜브’ 플랫폼의 성장이다.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은 날이 갈수록 하락했고 시청자들도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언제든 편하게 볼 수 있는 유튜브보다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TV 예능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에도 김태호 PD와 나영석 PD의 방송은 성공적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유튜브의 성장을 가장 걱정하지 않아도 될 두 사람이 누구보다 유튜브의 위협에 대해 고민하고 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태호 PD의 최근 방송인 <놀면 뭐 하니>는 첫 프로젝트를 유튜브 릴레이 카메라로 시작했다. TV로는 한계가 있는 테스트 방송들을 유튜브에서 공개하며 시작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그는 유튜브 또한 그의 방송 세계관에 포함시키며 활용하고 있다. 유튜브와 TV 방송이라는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각기 다른 내용을 담지만 그 내용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또 하나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나영석 PD는 김태호 PD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다. 그의 방송 중<아이슬란드 간 세 끼>는 TV 방송에서 5분 정도의 선 공개를 하고 본 방송은 유튜브에서 공개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으면 달나라에 가겠다는 황당한 공약부터 실제로 100만 명에 근접하자 사과 영상을 올리는 것 등 그는 유튜브를 하나의 방송 콘텐츠로 만들었다. 이렇게 그는 일관된 개별 적인 전략으로 그의 세계관을 확장시켰다. 두 PD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한 가지 분야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고, 이것을 지켜내는 것은 더욱 어렵다. 트렌드에 따라 급변하고 실수의 파급력이 엄청난 방송계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김태호 PD와 나영석 PD는 이 어려운 일을 자신만의 확고한 방법으로 수행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 선택,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하는 리더십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창출하는 창의적인 방법들과 그 태도는 두 PD가 왜 최고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선의의 경쟁자이자 같은 분야의 동업자로서 좋은 시너지를 내어 국민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방송을 많이 보게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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