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임차인은 계약갱신요구권은 2018년 이전에는 5년, 2018년 이후에는 10년으로 연장되었습니다. 이러한 계약갱신요구권의 규정에 비추어 임차인에게 상가임대차법이 정한 임차기간을 보장해 주어 임차인이 더이상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에게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사실상 임대인으로 하여금 임대차목적물의 사용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5년 또는 10년이 경과한 임차인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상가임대차법이 규정하는 권리금 회수 방해금지 의무를 부담하지 않아야 한다고 견해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과 그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권리금 규정의 해석․적용에 제10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야 하는지 여부
상가임대차법 제10조 ②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
종래 상가임대차법은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지명도나 신용 등의 경제적 이익이 임대인의 계약해지 및 갱신거절에 의해 침해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임대인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직접 권리금을 받거나 임차인이 형성한 영업적 가치를 아무런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지만 임차인은 다시 시설비를 투자하고 신용확보와 지명도 형성을 위해 상당기간 영업손실을 감당하여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입법자는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종전 대법원 판례에 의해 인정되던 ‘권리금’을 상가임대차법에 명문으로 규정하고(제10조의 3),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에 관한 규장을 신설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권리금 규정은 제10조 제1항의 각 호를 준용하고 있을 뿐,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의 시적 한계를 규정한 제10조 제2항을 명시적으로 준용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명시적인 규정이 없음에도, 법원이 제10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의 시적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가능한지가 문제되고, 이 쟁점은 우리 헌법이 정한 법원의 법률해석권한의 한계와 맞닿아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가. 권리금 규정은 법원에 폭넓은 해석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음
법원의 법률해석권한의 진폭은 법률조항의 명확성에 반비례 합니다. 어떤 법률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을수록 법원의 해석권한은 축소되고, 반면 불명확성이 커질수록 그 해석권한도 확장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어떤 법률조항에 입법상의 흠결이 발견된다면, 입법취지, 법체계 등을 종합하여 그 흠결을 보완하는 법원의 해석은 정당성을 인정받을 여지가 커지게 됩니다.
권리금 규정은 그 의미와 내용이 명확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에 제10조 제2항을 준용하지 않은 것이 입법상의 잘못이나 흠결로 보기 어렵다 할 것입니다.권리금 규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 법원이 가지는 운신의 폭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권리금 규정은, 본문에서 원칙적으로 임대인에게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일정한 행위의금지의무를 부과하고, 단서를 통해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을 뿐이지, ⒜ 제10조 제2항의 규정을 직접적으로 준용하고 있지 않고, ⒝ 제10조 제2항과의 연계하여 해석할만한 실마리를 법문상 전혀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즉 권리금 규정이,「총임대기간 5년이 경과하여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없는지와 무관히」임대인에게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방해하지 않아야 할 것을 명령하고 있음은 법문상 명확합니다.
입법과정에서의 논의에 비추어 보아도, 권리금 규정 신설 과정에서 표출된 입법자의 의사는 제10조 제1항의 각 호가 규정한 사유가 있는 외에는 임대인에게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지 않을 의무를 부과하고자 한 것으로 보일 뿐, 그 의무의 시적 한계를 설정한다거나 이 사건 법률조항과 계약갱신요구권에 관한 제10조 제2항을 연계시키고자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나. 계약갱신요구권을 규정한 제10조 제1항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취지가 다름
상가건물임대차법 제10조 제1항에서 정하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의 갱신을 요구하면 그 단서에서 정하는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이 그 갱신을 거절할 수 없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서 임차인의 주도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달성하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0. 6.10. 선고 2009다64307 판결). 국민 경제생활의 안정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하는 상가건물임대차법의 입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임차인에게 최소한의 영업기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제10조 제1항의 취지입니다.
그러나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직접적으로 보호하고자 한 것은, “임대
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자 또는 영업을 하려는 자가 영업시설ㆍ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ㆍ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서의 “권리금”입니다. 즉, 임차인이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통해 영업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형성, 상가건물과 불가분적으로결부되어, 임대차 종료 이후 임차인이 회수하기 거의 불가능하였던 유․무형으로 형성된 재산적 가치를, 임차인이 권리금이라는 형태로 환수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목적입니다. 양 제도는 그 취지와 내용을 서로 달리하는 것입니다.
다. 제10조 제2항을 준용하지 않는다 하여도 임대인의 사용․수익권한의 과도한 제한을 초래하지 않음
원고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을 해석․적용함에 있어 제10조 제2항을 준용하지 않으면 임대인은 계약갱신의무를 면할 수 있는 자유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사유가 있거나 권리금 규정이 사건 법률조항 제2항의 정당화사유가 있는 경우(특히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 제2항 제3호), 임대인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장에 관한 제한을 받지 않고 임대차목적물의 사용․수익권한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즉, 입법자는 임대인이 사실상의 계약갱신의무를 면할 수 있는 사유를 충분히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더욱이 현행 상가임대차법상 임차인에게 보장되는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에 불과한 반면,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 이상 형성된 경우 임차인의 영업활동을 통해 임대차목적물 자체의 가치도 상승할 여지가 많으므로 제10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지 않는다고 하여 임대인의 임대차목적물에 대한 사용․수익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라. 예외의 엄격 해석
권리금 규정은 본문을 통해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금지의무를 규정하고, 단서를 통하여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법률해석의 원칙으로 보나 권리금규정의 입법취지로 보나, 이와 같은 예외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합니다. 즉, 권리금 규정은 권리금을 둘러싼 사회갈등 및 이익 충돌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책적 이유로 임차인의 권리금을 명문의 권리로 고양시켜 강력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로부터 면제되기 위해서는 법률에 명확한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합니다.
2. 결론 - 대전지방법원
상인이 영업을 하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일정한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린다면, 그 소비대주는 ‘대여기간 동안의 이자’라는 수익을 얻고, 변제기에 대여금을 그대로 반환받을 뿐입니다. 화폐에 그 명목가치 외에 다른 가치가 추가되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인이 영업을 하기 위하여 일정 기간 동안 일정한 차임을 주고 상가건물을 빌리는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화폐와 달리 유형자산인 상가건물에는 그 상인이 영업을 하기 위해 투입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가 축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상가건물의가치상승을 일으킵니다.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면, 임차인으로서는 자신의 노력으로 상승한가치를 상가건물에 온전히 놓아두고 나올 수밖에 없고, 임대인은 이자에 대응하는 차임 외에 임차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상가건물의 가치상승분을 독식함으로써 일종의불로소득을 취합니다. 위와 같은 배분 상황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본 입법자는 이를 교정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신설하는 결단을 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권리금 규정에 제10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적용범위를 축소시키는 것은 권리금 규정의 신설에 담긴 입법자의 의사를 왜곡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법률의 해석”이라는 외피를 두른 “법창조”로서, 헌법이 부여한 법원의 법률해석권한의 한계를 넘는다 할 것이고 설령, 임대인의 주장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개정을 통해 시정될 일이지, 법원이 법률해석으로 바로잡을 것은 아니다 할 것입니다.
광주부동산전문변호사 김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