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대야, 학처럼 사는 것도 좋으나 구정물 흙탕물 다 묻어도 마다않는 자산같은 검은색 무명천으로 사는 것도 뜻이 있지 않겠느냐" 정말정말 좋았던 대사...🙊
저는 이 영화를 제 42회 청룡영화상에서 처음 알았어요! 영화나 드라마에 관심이 적기도 했고 무조건 코믹, 범죄, 액션, 스릴러와 같은 장르만 봤기 때문에ㅠㅠ 작년엔 다른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었는데 정말 재밌게 봤고 또 그 영화가 코로나 시국인걸 감안하면 매우 흥행했기 때문에 청룡을 보면서도 그 영화를 응원했었어요. 그러다가 자산어보를 보게 알게 된거죠. 당시에 후보 소개 영상을 보면서 '영화가 흑백이구나... 신기하다 그런데 재밌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볼 영화는 아니겠구나하며 넘겼지만 어제 추석 특선 영화로 보게 됐네요. 솔직히 요한님 좋아하게 된 이후에도 언젠가 한 번은 봐야지라고 다짐했을 뿐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있던 영화였어요. 추석 특선 영화로 하지만 시간도 늦고 많이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에 보지 말고 잘까 생각도 했었고요. 그래도 이번 기회 아니면 제가 언제 영화를 찾아볼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혼자 방에서 불끄고 노트북으로 봤어요!
영화에 대한 정보는 '흑산도로 유배간 정약전과 그곳에 살던 창대의 이야기' 라는 것과 자산어보가 어떤 서적인지에 관한 것정도로만 알고 있었어요! 흑백 사극이고 소재가 소재다보니 너무 무겁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재밌는 요소가 많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었어요. 또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서로의 스승이 되어 함께 공부하는 창대와 정약전의 모습을 보는게 너무 행복했어요. 대학을 읽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이해는 못하는 창대, 양자로 족보에 넣어달라는 창대의 말에 공부는 어느정도 했냐며 비웃는 아버지를 보는데 고3 반한은...^^ 남일같지가 않더라고요. 너무 재밌는게 이 영화 공부 자극까지 되는...
흑백인데도 오히려 생동감이 넘쳤고 이전에 항거와 동주를 본적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데 집중이 안되거나 그런 일은 없었어요. 창대가 바닷가에서 별을 바라보는 장면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수많은 흑백 장면 속 컬러 장면을 보고나니 흑백이 더 매력있게 다가오더라고요. 영화를 보기 전엔 왜 꼭 흑백이어야 했을까 생각했는데 보고나니 흑백이었기에 내가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했어요. 배우분들의 표정 연기가 정말 눈에 잘 들어오고 머리에 딱 박혀요 ㅠㅠ
재능 있는 자에게 기회가 없다는 절구를 지을때 너무 창대 본인의 상황인 것 같아 가슴이 애리더라고요...😂 정약전과 함께하면 자기도 사학에 물들까봐 싫다던 창대가 성경구절에 반응하고 새로운 학문과 세상에 잠시나마 흥미를 느끼는게 괜히 벅찼던... 주자의 성리학이 무조건적인 진리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건가?? 기대했지만 역시 우리의 유교보이 창대...♡
근데 저같아도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이런거 배우다가 비주류 학문 배우면 이게 뭐람...? 했을듯...^^ 윤리와 사상으로 수능 최저 맞추는 고3 반한은 창대가 목민심서의 한 구절을 읽자마자 어...? 라는 소리부터 내며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응했답니다...ㅎㅎ 내신, 수능 공부라고 무작정 외우기만 했던 공맹순, 정약용의 윤리 사상을 영화를 보면서 깊게 생각해볼줄은 몰랐어요...
정약용의 목민심서와 정약전의 자산어보. 사실 개인적으로는 정약전 선생님과 함께하길 바랐지만 창대가 어떤 길을 걸어도 응원해주고 싶었어요. 출세하고 재산을 키우고 싶어서 학문을 배운거냐고 꾸짖는 정약전 선생님 보면서 창대는 정말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학문을 배운걸까 생각해봤어요. 복합적인 이유겠지만 양반의 서자인 창대에게는 학문을 배우지 못한다는게 컴플렉스였을테고 배우다보니 즐거움을 느꼈던건지? 정약전 선생님이 책을 풀이해줄때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창대가 학문에 진심이구나 생각하기도 했고 ㅠㅠ 오로지 학문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면 그건 정말 출세를 위해서였을지 모르겠지만 창대는 배움의 즐거움을 알았던 것 같아서요. 자신이 배운 걸 토대로 불합리한 세상을 바꾸고 싶었을거고...ㅠ_ㅠ 고민끝에 사제지간 연을 정리하며 성리학의 길을 택했지만 그건 시대 자체가 성리학이 세상의 진리인듯 떠받들어지던 시대였으니까...😂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읽으며 서적에 나왔있는 대로 백성을 위해 살아가는 관리가 되겠다는 창대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창대가 멋있었지만 한편으론 창대가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창대씨 미안합니다...♡
그래도 어느정도 기대했는데 역시나...ㅎ 정말 어딜가나 백성을 수탈하는 관리들은 차고 넘치고... 역사 시간에 분명 배운 내용인데 글로 읽는거랑 영상으로 보는거랑은 너무 다르거라고요. 쌀에 섞인 흙. 이것조차도 빌려주는 거라서 다시 갚아야하고, 갓난아기에게 군포를 물리고. 관리는 이 모든 걸 묵인하며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창대에게 되려 임금을 욕보이는 거냐고 빈정대고ㅠㅠ 백성은 죽어가는데 지들 배는 불리는 아전들을 보면서 창대는 얼마나 큰 회의감과 허무함을 느꼈을지.
목민심서 그대로 살아가는 관리가 되어 백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거라 꿈꿨지만 현실이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을때 창대가 느끼는 감정이 너무 고스란히 전해져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잔잔하게 느껴지는 행복과 잔잔하게 느껴지는 슬픔이 매력인 영화인데 저는 창대한테 너무 이입한 나머지 눈물, 콧물 다 뺐네요...하하
옥에 갇힌 뒤 아버지께 배운대로 못살면 생긴대로 살아야한다고 얘기하는 이 대사는 그 시대 한정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통하는 얘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인상 깊었어요
마지막에 정약전 선생님이 자산어보를 완성하는 장면에서도 눈물이 수도꼭지처럼 좍좍 흐르던... 둘은 서로에게 좋은 스승이자 벗이었을 것 같아요. 비록 좋지 않은 감정으로 헤어졌지만 둘 다 진심은 아니었다는 걸 알고 있었을거니까 ㅠㅠ 왜 이제야 찾아왔냐고 기다렸다고 우는 가거댁 보면서 아 저때 진짜 휴대폰이던 이메일이던 뭐가 있었어야했다고 생각했습니다...^_ㅠ
눈물 흘리면서 본 영화는 오랜만이에요. 영화를 보면서도 보고나서도 느꼈지만 장르로 영화 편식하던 제가 정말 멍청했었던 것 같아요. 요한님에 의해 보게 된 영화였지만 동기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정말 많았고 좋은 작품을 알게 돼서 행복해요. 그리고 요한님께 감사했어요ㅠㅠ 다양한 장르, 다양한 캐릭터 가리지 않고 연기해주신 덕에 앞으로 영화를 발견하고 선택함에 있어서 시야가 확장되는 느낌...! 다시금 요한님은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필모 도장깨기 할때마다 맛집 탐방하는 기분이네요... 필모 한 자리에 쫙 정리한 리스트만 보면 임금님 12첩 반상 부럽지 않아요🤤
좋은 연기로 오래오래 보고싶습니다 반한과 함께 빠이팅해용✊
첫댓글 영화감상문 잘 읽었어요🤎 어제 집에 불 다끄고 보니까 너무 좋더라구요... 흑백영화의 매력이란..🥺 고3.. 저도 윤리와사상 했었는데><ㅋㅋ 얼마남지않은 수험생활 응원합니다💪
학교에서 영화 보여주고 감상문 쓸때마다 대충 재밌었습니다... 끄적였었는데 이렇게 진심으로 쓰는 감상문은 처음이에요ㅋㅋㅋ😂 응원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