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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어느 날.
이웃동네 월야 달맞이 문화센터에서 판소리 강좌가 열린다고...
함평와서 알게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장구와 북 치는 것도 가르친다고 해서 얼른 동의.
친구말에 의하면 선생님이 대단한 실력과 인품을 갖추신 분이랍니다.
판소리에 관심이 많아.박동진.김소희.안숙선 명창들의 판소리를 가끔 듣는데..
구비구비 넘어가는 판소리 가락은 사람 애간장을 녹입니다.ㅎㅎ
도밍고.카레라스.파바로티.칼라스.조수미.신영옥....
신이내린 목소리라고 찬사 받는 그들의 음악도 좋지만.
장르가 달라도 우리 명창들도 그에 못지않다고 생각합니다.
전라도가 좋아 전라도로 왔으니 호남가 정도는 완창해야지가~제 마음입니다.
드디어 약속한 시간에 달맞이 문화센터로~
평소 뭔 건물인가 궁금했는데..
가서보니 공중목욕탕도 있고 내부는 세미나실.식당.체력단련실.등등
주민들의 복지를 위한 장소로 아담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시골 구석구석 이런 시설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만만세입니다.
서울생활 할 땐 내돈 내야 취미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
시골와선 두루 살피면 무료로 다양하게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요. 지화자~입니다.
판소리 강좌가 열리는 세미나실로 들어가니 젊은 사람은 하나도 없고...
일흔 넘으신 어르신들 열분 정도.
내 나이 정도 여자들 대여섯.
정준찬 선생님이 자기소개를 하고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춘향가 중 춘향이가 이도령을 그리워하는 대목......갈까부다~
처음부터 실전입니다.ㅎㅎ
칠판에 선생님이 가사를 써놓고 선창하시면 우리가 따라 부르는...
원래 전라도 지방 나이드신 분들 웬만하면 창 한가락 정도는 다 하시쟎아요.
친구와 나는 멋적게 따라 부르는데...
몇,몇분은 아에 선생님이 선창할 때도 함께 부르시네요.
강의가 뒤죽박죽.선생님도 난감하신 듯.
그리고 툭툭 중간에 맥을 끊는 질문이 연속됩니다. 아이고`~
"슨생님은 은제 득음 하셧서?"
" 북채는 그랗게 잡는거이 맞능가?"
" 서편제가 동편제보다 낮지라우?"
아이고~고수와 명창은 여기 다 모였네요.
은근히 선생님을 우습게 보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앞으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지 걱정.
한시간여 지난 후 휴식시간.
내가 친구에게...난 그만~ 갈까부다~하고 창부르는 식으로 말하니~
~그래도 오늘은 좀 참아라`~하고 창으로 붙잡습니다.ㅎㅎㅎ 아이고~~ 이래서 웃습니다..
휴식 시간이 끝나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한마디..
" 어르신들.판소리에 대해 일가견들이 있으신건 잘 알겠는데...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제대로 판소리를 배우고자 모인 것입니다.
수업시간 중에는 선생님의 말씀에 집중해 주시고 시키는대로만 해주시면 안될까요?
선창하실 때 따라하지 마시고...질문이 있으시면 따로 휴식시간에 해주시고요.
수업이 엉망이 되쟎아요.부탁드립니다."
순간 얼음 땡~~!!! 그중 제일 떠들던 분이 아주 불쾌한 듯 째려봅니다.
이긍~찍혔네요~~찍혀부럿써요.
수업이 다시 시작되자.처음보단 덜했지만 그래도 몇분은 선창을 따라부릅니다.
두번인가 .입에다 손가락을 대며 쉿~~~하니 그나마 조용해져서
그래서 제대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ㅎㅎ
마지막에 정 선생님이 적벽가중 한대목을 불러주셨는데....
소리는 우렁차고 절도있고 구성집니다.
북치는 솜씨도 얼마나 고수인지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후련해지고 ..신명나고 애절해지기도 하고.
오랜만에 좋은 소리 들었습니다.
간간히 들려주신 에피소드... 내공이 장난이 아닙니다.
세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는 찻속에서 녹음한 수업내용을 들으니 그리 좋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계속 배우긴 좀 힘들 것 같고..
아까 째려보던 어르신이 무섭기도 하고~ㅎㅎ
하여 하룻만에 판소리 배우기 꿈은 접었습니다.
친구에게서 선생님이 많이 섭섭해하며. 광주 연구실로 따로 배우러 오라 하셨다 전해 들었지만.
그게 어디 쉬운일인가요. 차일피일하다 아직 호남가 입문도 못했습니다.
남도의 소리.. 호남가 올립니다.
호남가(湖南歌)
함평천지(咸平天地) 늙은 몸이 광주(光州) 고향(故鄕)을 보랴하고제주어선(濟州漁船) 빌려타고 해남(海南)으로 건너갈제흥양(興陽)의 돋는 해는 보성(寶城)에 비쳐있고고산(高山)에 아침안개 영암(靈巖)을 둘러있네태인(泰仁)하신 우리성군(聖君) 예악(禮樂)을 장흥(長興)하니삼태육경(三台六卿) 순천(順天)이요 방백수령(方伯守令)이 진안(鎭安)현이라고창(高敞)성 높이 앉아 나주(羅州)풍경 바라보니만장운봉(萬丈雲峰) 높이 솟아 층층(層層)한 익산(益山)이요백리 담양(潭陽)의 흐르는 물은 굽이굽이 만경(萬頃)인데용담(龍潭)의 맑은 물은 이 아니 용안처(龍安處)며능주(陵州)의 붉은 꽃은 골골마다 금산(錦山)이라남원(南原)에 봄이 들어 각색(各色) 화초(花草) 무장(茂長)허니나무나무 임실(任實)이요 가지가지 옥과(玉果(로다풍속(風俗)은 화순(和順)이요 인심은 함열(咸悅)인디기초(奇草)는 무주(茂朱)하고 서기(瑞氣)는 영광(靈光)이라창평(昌平)한 좋은세상 무안(務安)을 일 삼으니사농공상(士農工商)이 낙안(樂安)이요 부자형제(父子兄弟) 동복(同福)이로구나강진(康津)의 상고선(商賈船)은 진도(珍島)로 건너갈제금구(金溝)의 금(金)을 이뤄 쌓인제 김제(金堤)로다.농사(農事)하던 옥구(沃溝)의 백성(百姓) 임피상의(臨陂裳衣) 둘러입고정읍(井邑)의 정전법(井田法)은 납세인심(納稅人心) 순창(淳昌)허니고부청정(古阜靑靑) 양유색(楊柳色)은 광양(光陽)춘색(春色)이 팔도(八道)에 왔네곡성(谷城)에 숨은 선비 구례(求禮)도 하려니와흥덕(興德)을 일삼으니 부안(扶安)제가(齊家)이 아니냐우리 호남(湖南)의 굳은 법성(法聖) 전주백성(全州百姓)을 거나리고장성(長城)을 멀리 쌓고 장수(長水)를 돌아들어여산석(礪山石)에 칼을 갈아 남평루(南平樓)에 꽃았으니삼례(參禮)가 으뜸인가 거드렁 거리누나
첫댓글 반제님 문장력이 대단합니다 장문이 길지도 짧지도 아닌 현장감 있는 느낌
마무리 호남가로,湖南歌> 끝나는 호남가 알지는 못해도 다 읽어보았네요
잠시 쉬었다갑니다 ^^*^
과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호남가는 언제 들어도 정겹습니다.
호남일대를 간략한 설명으로 소리로 만들었다니....선대들의 지혜로움에 새삼 놀랍니다.
찔례향님 댓글 감사합니다~^**
다방면에 재능이 뛰어난 반제님으로 느껴집니다,
생활글이 참 좋습니다,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송하님~ㅎㅎ 별말씀을요.
변변챦은 글 읽어 주시고 댓글 까지....감사합니다.
대단하시고, 훌륭하시네요
부럽기도 합니다^^
ㅎㅎ 아다모님.
과찬의 말씀입니다.댓글 감사합니다~^*^
재미나네요 글을 실감나게 잘쓰셧어요 박수를 보냅니다...
방장님~
고맙습니다.
호남가는 모르지만 너무너무 정겹네요.
잘읽어 보았네요. ㅡㅡㅡ 고맙습니다.
남도사랑님~
댓글 감사합니다.
농촌 객지생활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지요.
찍히셨다니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마는
그래도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소석님~
찍혔다는 제 표현은 웃자고 한말이고요~ㅎㅎ
제 성격이 좀 직선적이라 참지 못하고 지적질해서 그분들 기분은 조금 상했겠지만..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염려의 댓글 감사합니다.
정말 실감나고 재미있게 쓰시네요..전라도분들이 흥이 많으신섯같아요..
주현리님~
댓글 감사합니다.
호남가도 있었나요 첨알아서요
감사합니다
꼬분이님.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