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 운문댐 물 일부를 울산 시민식수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낙동강유역 물 관리위원회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전 `씨도 먹혀들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크게 나아진 것이다. 일단 `운문댐 물 식구`로 인정됐으니 시민 식수원 중 하나인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만큼 부족한 수량을 그 쪽에서 끌어올 수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의 이 분위기가 향후 그대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차기 정부에서 이를 번복할 수도 있고 경북권 지자체들이 태도를 바꿔 모르쇠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반구대 암각화를 수면 위에 두기 위해선 사연댐 수위를 최소 48m로 낮춰야 한다. 그럴 경우 부족한 시민 식수가 하루 약 7만톤이다. 불확실성이 없진 않지만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시민식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된 건 다행이다. 이전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결과다. 그 동안 암각화 보존대책은 시민식수 확보와 맞물려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암각화를 건지려니 식수가 걸리고 시민식수를 앞세우자니 반구대 국보가 뒤로 밀려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국보 285호가 연중 절반가량 물속에 잠겨 있어야 했다. 그 결과 지난 1971년 처음 발견됐을 당시보다 암각화는 크게 훼손됐다. 그 때는 암벽에 새겨진 조각상들이 제법 뚜렷했는데 지금은 전문가의 설명이 없으면 형체를 거의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지난 50년 동안 암각화가 먼저냐, 물이 먼저냐를 두고 문화재 관계자들과 울산시가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으니 기가 찰 노릇 아닌가.
이번 결과는 울산시민들이 힘을 모은 결과다. 특히 물 문제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방점을 두고 밀어붙인 게 주효했다. 암각화를 보존하려면 결국 물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울산 정치권이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문화재청을 거의 압박하다시피 설득한 것도 한몫했다. 그래서 정부가 울산 물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한편으론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 께름칙하다. 대구 경북지방이 물 나눠먹기를 용인했지만 그들은 이전부터 부족한 수량을 대체할 식수댐 건설을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식수댐 건설이 용이치 않으면 그들이 지금의 약속을 뒤엎을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댐 물을 끌어올 수 있다 해도 문제는 또 남아 있다. 운문댐에서 울산까지 관로를 매설하는데 약 3천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한 때 이 문제 때문에 다된 밥에 코 빠지지 않았나. 낙동강 유역 물관리위원회의 의결을 바탕으로 울산 물 문제가 정부차원의 지원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