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만난 친구들
싱그런 봄바람과 상쾌한 봄날씨가 시원한 가운데 신라 고도
경주로 차를 달린다.
차창밖으로 개나리, 진날래 등 봄꽃이 가로수를 대신하고 친구
만날 설레임으로 경주 톨게이트까지는 순식간에 다다랐다.
톨게이트에서 부산 친구들을 만나서 인근의 한적한 한식집에 들러
점심식사를 한다.
도로변에서 한 500미터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한 옛날 고택의 한식집인데
초가집과 문짝, 대청마루 옛날 그대로 음식도 정갈하니 꼭 다시오고 싶은
집이다.
보문단지 입구를 들어서니 양도로측으로 줄줄이 늘어서서 만개한 벚꽃이 너무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차 핸들을 잡은채로 사진 한 장을 찍는다.
핸들을 잡은 채, 차를 달리면서 사진찍는게 가능한 일이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날씨가 더우면 나는 달리면서 웃옷을 벗을 정도로 어떤 때는 참으로 한심할 때가
많다.
숙소에 도착하니 벌써 시각은 오후 4시반쯤,
이주형이 우리 부산 숙소콘도에 전화를 한다. 언능 보고싶다한다.
“하도오사, 여기~느언 다 음냐. 모인~는데”
벌써 술독에 빠진 목소리로...
서울 등산팀을 만날 시각이 오후 6시니 별달리 쉴틈이 없는데
이종배 일행이 늦어서 서울팀과의 생삼겹살은 아깝지만 양보한다.
그래서 저녁 8시경, 인근의 순두부집에서 식사를 간단히 하고
2차때 동참하기로 한다.
저녁 9시 조금 지나 서울 산케들 보러 출발한다.
나는 신현성이의 차에 동승하여 2차 장소인 토비스콘도로 향한다.
차를 운전할 때는 절대로 마누라를 옆 좌석에 앉히지 말거레이.
현성이 마누라 운전 조수석에 앉아 온갖 말로 현성이를 괴롭(?)힌다.
앞차에 바짝 붙어라, 좌회전 차선에 넣어라, 속력을 내라, 어째라.
결국 사단이 난다.
네비게이션에 ‘불국사’를 입력하는데 옆에서 현성 마누라 이인숙여사 쉴새없이
‘토비스콘도’를 입력해야 된다고 계속 바가지다.
결국 신현성이는 지 고집대로 한다.
술집에서 병권을 쥔 자가, 차에서는 핸들을 쥔 사람이 마음대로.
근데 막상 불국사에 도착하니 사방에 토비스콘도는 없네.
토비스콘도를 입력하니 아풀싸! 불국사에서 3킬로나 떨어져 있네.
“누가 불국사 토비스콘도라 했나?”
신현성이 난데없이 어문데 큰 소리친다.
마누라 보기 체면이 말이 아니라서 그럴 것인데....
그러기에 애당초 마누라말대로 토비스콘도를 입력했으면 이런 사단은 안벌어졌지.
ㅉㅉㅉ
내가 거들었다.
“한국 남자들 운전하면서 길을 몰라 헤메도 완전히 손들기 전에는 절대 길을
잘 묻지 않는다. 쓸데없는 자존심때문이다.”
현성이 똥고집을 한국남성의 객관적 성향으로 덮어주었지.
토비스 콘도에 도착하니 단란주점에 친구들이 그득 앉아있다.
이야기 꽃이 핀다.
노무현! 노다지 씨부리고 무조건 씨부리고 현재도 씨부리고
뷰티풀, 원더풀, 쌍까풀
술 안주 따로 필요없네. 대통령 안주가 최고되네.
항상 듬직한 친구 최영수, 잘 놀고 일 잘하는 노가다 이유상, 어딜가나 따까리
신현성, 아톰박사 장원표, 외교학전공 한의사 이종배, 전회장 현동우, 현대건설
입사동기 정재영. 좋은 친구될 방효근, 철인 변호사 박권병, 현임회장 이병호,
경남중고 트윈스 박봉희, 두주불사 담배까지 이주형, 기차불통 김홍식, 착한
파블로 박성주, 기술사시험이 장난인 최고장인 장만옥, 전임회장 김일상,
혈색좋고 사람좋은 김우성, 마누라로부터 딸가진 동기만 친하라고 특명받은
아들만 둘 배기호, 잘생겨서 사돈삼고 싶은 구영호, 멀리와서도 마눌곁에
손욱호, 우째 잔칫날 배탈난 조해금, 숙지황 대부 양준영, 먼저 집에 간 부산회장
김정곤, 친구좋아 바로 경주 온 교감 이규생, 부산총무 이정일,
먼곳까지 많이도 왔다. 40명 가까이 된다.
만년 재간둥이 이충식이가 부활절 때문에 빠져서 대신 이병호회장이
마이크를 잡는다.
배기호 저거 마누라앞에서 폼잡는다고 온 감정실어 노래열창하다가 노랜지
시존지 그 감정땀시 노래가 중간에서 절단났네.
그리고 겸염쩍은지 괜히 마누라한테 바로 가서 나같이 예쁜 여자하고 사는 사람
나와보라고 너스레를 떠는구나. 택도 없는 소린데.^^
나는 아리조나 카우보이, 마누라는 찰랑찰랑 노래를 열창하는데 노래주점
분위기가 후끈 달아 오른다.
올매나 분위기가 열이 올랐던지 노래방기기도 절단났다.
내일 감포에서 만나기로 하는데 이병호 회장이 미숫가루 팔아서 서울 와 이제
자리잡아 한잔 살 수 있다며 부산팀 너거들 오늘은 생삼겹살 못먹었으니 내일
감포회는 꼭 먹고 가라고 신신당부한다.
밤이 너무 깊어 자리를 파하고 숙소인 보문단지 하일라콘도에
도착하니 새벽 1시.
옛날같으면 서너시까지는 이야기를 했건만 지금은 도착하자마자 잠자리부터 펴고
얼마 안있어 잠이 든다. 아까운 시간이다.
아침식사를 컵라면으로 대신하고 감포로 향한다.
굽이굽이 고갯길을 돌고돌아 내가 제일 먼저 수도횟집에 도착한다.
네비게이션의 힘이다.
객인 내가 주인인 서울팀을 영접하는 꼴이 된다.
버스 한대 빌려 경주왔네.
해변가 횟집. 탁트인 동해바다 절경이 바로 발아래에 펼쳐진다.
박권병이는 하루 일찍 경주에 도착하여 하루사이 골프치고-남산 등산-단란주점
-토암산 등산-감포횟집으로, 부산으로....
누가봐도 변호사가 아니라 철인이다.
배기호는 동경대(동해안경비대)에서 군대 초소병 생활했는데
군대 말뚝박고 싶을 정도로 좋았단다.
야간에 근무서고 주간에 맛있는 고기 잡아먹고...
내는, 우리 전부 해안 초소병생활이 제일 고달픈 것으로 알고 있는데 또 택도없는
소리라 다그치니 초병근무가 아니라 동경대 인사과에 근무했다고 실토하네.
주간에 잘 놀고 야간에도 잘 자고.^^
그래도 같은 현역이니 방위출신이 공수부대나왔다고 하는 것보다는 낫네...
이유상, 조해금, 최영수 골프조 부산호텔에 오고 싶다한다.
통영출신 이유상.
이유상, 통영출신 작곡가 윤이상 헷갈리네.
윤이상 이상으로 이유상이도 인생을 멋있게 사는 친구다.
왁자지껄, 시끌벅적 40명이 한마디씩 하는데 어찌 안시끄러울까마는
하나도 느끼지 못하니 자식 똥 안더러운 애기엄마 심정이겠지.
부산가려 나서는데 성주가 다가와 귀속말로 이야기하네.
“부산갈 때 너거 호텔에 갈려는데 호텔이 잠 자는덴가?”
아니 그렇제. 호텔에서 잠도 자고 식사도 하고, 으음~
성주야! 호텔은 고객을 城主같이 모시는 곳이니 암 걱정말고
오기나 해라.
시간늦어 막히는 길 걱정하며 자리를 일찍 뜬다.
먼저 출발하는데 서울친구들이 일제히 서서 손을 흔들며 배웅한다.
순간, 고맙고, 즐겁고 너무 좋은 마음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꽉 막힌 부산가는 길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주거니 받거니
친구와 쉬어가며 가는 길이니 그리 멀지 않아 집에 도착한다.
평소 잠이 없던 내가 오늘은 피곤함과 친구만난 달콤함에
자리에 눕자 바로 잠이 들고 바로 아침이 밝았다.
친구야! 언제 만나도 즐거운 모임, 다시 만날 날을 또 기다린다.
그럼, 다시 만날 날까지 안녕.
고맙다 친구야!
첫댓글 앗..일등이다. 좋았겠네..에구 부러버라..사진 좀 실어 보지..
이유상이가 많이 찍었으니 곰방 올리것지.
함께 한듯한 멋진 후기를 읽다보니 상상이 갑니다.
실제 보다 더 실감나네~ '글잡이' 아무나 한다고 되는기 아이라...
실제보다 더 실감 나면 실제가 엉터리란 이바구네. ㅋㅋ 이 글을 이렇게 게시할라꼬 하도사가 동부인하여 허위허위 경주로 달려갔던감?
너거는 맨날 일안하고 놀러만 다니나? 안그래도 여기서 외로운데 영녕이 또 한국 간다 그런다. 영녕아 우리도 한 번 모이자.
저거들은 작년 한국서 누가 뉴욕 근처만 가도 뭉치더만.^^
그러게..모처럼 여기 26회들 전부 집합 한번 시킬까?
이왕이면 같은 날 같이 모여보소.
채치와 순발력...하도사의 필력은 정말 대단하다.경주 봄나들이에서 부산새벽회친구들 만나서 반가웠소.
아이구나. 같은 시각 모친 90세 생신 맞아 각지에 흩어진 누나,동생과 같이 우리도 경주 보문단지에 모여 있었으니, 근처에 있으면서도 친구들 얼굴 못보고 나니 억울해서 배가 몇일동안 아팠다네.
너무 잘 썼구나 후기를 하사장 수고많았소. 서울 카페에 내가 산행후기 올렸으니 한번 들러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