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강을 바라보며 | 백탑사(百塔寺)공원 | 사고발생!! | 요한(Yohan) | 20위엔짜리 맥주 | |
란저우반점에서 두세시간 자는 것으로 지난밤의 피로를 대충 씻을 수 있었다. 아직 해는 많이 남아있다. 오늘은 란저우 시내 관광과 함께 내일 샤허로 가는 차편을 알아보아야 한다. 론리플래닛에 의하면 샤허행 버스는 아침 07:30 란저우 서부 터미널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하루 한번밖에 운해하지 않으며, 이버스를 놓칠 경우는 린샤를 들러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고 한다. 또 샤허행 버스를 포함해서 외국인이 감숙성을 버스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인슈어런스(보험증서)를 구입해야만 한다고 한다. 정보도 확인할겸 작은 배낭을 꾸려 호텔을 나섰다. 감숙성은 대부분 가파른 산지이며, 평균 해발고도도 3,000미터를 넘는다. 따라서 주요 도시들을 잇는 도로들이 무척 위험하고 따라서 외국인에게는 여행자보험의 구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란저우는 감숙성의 주도이다. 감숙성의 제1도시 답게 시가지에는 고층빌딩들이 즐비하고, 시내도 무척 번화했다. 란저우는 황하강을 끼고 형성된 분지를 따라 길쭉하게 형성되어 있으며 주위는 가파른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분지지형이어서인지, 지금까지 여행한 다른 도시들에 비해 공해가 심한 편이다.
호텔앞에서 란저우순환버스(몇번인지 기억안남)를 타고 (2위엔) 란저우 서부터미널로 갔다. 란저우에서 가까운 중요 관광지는 병령사석굴과 샤허이다. 병령사석굴은 중국 3대석굴의 하나로 배로만 접근할 수 있는 험준한 절벽에 위치해있어 호텔 투어를 이용하지 않으면 접근하기가 어렵다. 샤허는 티벳인(장족)들의 도시로, 그곳에는 티벳 6대사찰중 하나인 '라브랑스'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샤허를 찾아가는 탓인지, 터미널에 들어서자마자 삐끼들이 와서 '샤허' '라브랑스'라고 외쳐댄다. 일단 삐끼들을 무시하고 샤허행 차편을 확인한다. 론리플래닛의 정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외국인용 퍼밋은 40위엔이다.
내일 아침 샤허로 가기로 계획을 세우고 터미널을 빠져나왔다. 지도를 보니 호텔이랑 그리 멀지 않았고, 바로 근처에 황하가 흐르고 있다고 해서 걷기로 했다. 조금 걷다보니 눈앞에 장관이 펼쳐진다. 세계4대문명의 발상지, 중국의 젓줄이라 불리는 황하강이 그림처럼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이름 그대로, 붉은황토빛 강물이었다. 황하강을 바라보며 잠시동안 말을 잊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 황하강의 모습(좌) 황하강을 따라 조성된 공원 (우)
호텔이 있는 방향으로 황하강을 따라 걸어갔다. 강을 따라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깨끗하고 잘 가꾸어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나오거나 나무그늘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여행중에는 요일을 잊어 버리게 되는데, 계산을 해보니 오늘은 수요일이다. 평일인데도 공원을 찾아와 쉬고 있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공원길을 걷다 누가 데려온 강아지 두 마리가 정답게 놀고 있었다. 40대의 아저씨가 데려온 검정색 강아지와 20대 아가씨의 노란색 강아지였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강아지의 모습을 얼른 카메라에 담았다. 녀석들은 내 의도를 아는지 다정스럽게 키스하는 장면을 연출해주었다. 아저씨와 아가씨에게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약간의 말문을 텄다. 아저씨는 영어를 못해서 거의 대화를 하지 못했고, 아가씨는 어느정도 영어가 통해서 다행이었다.
[사진] 황하강의 모습과 중산교. 이 철교는 황하강에 놓인 최초의 다리라고 한다.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황하제일교'라는 글씨가 뚜렷하다. 다리건너 보이는 것은 '백탑사공원'이다. 처음으로
□ 백탑사(百塔寺)공원
황하강을 따라 걷다보니 철교하나가 나왔다. 이 철교는 황하강에 놓인 최초의 다리이다. 이름하여 '황하제일교' 철교 건너편 산위에는 큰 탑하나가 세워져 있고, 그곳이 '백탑사공원'이다. 백탑사 공원에서 란저우시내와 황하강을 내려다보는 경치가 참 좋을 것 같아 철교를 건너갔다. 백탑사공원 입구 가게에서 망고라는 과일과 맥주1병을 샀고(8위엔) 입장료 5위엔을 지불하고 백탑사로 들어갔다. '백탑사'라는 이름은 산꼭데기에 세워진 흰탑 때문에 붙은 이름이고, 보기와는 다르게 무척 가파른 산이다. 300여미터 정도의 산길을 따라 몇 개의 불당들이 세워진 위치하고 있고 꼭대기에는 큰 탑이 세워져 있다.
절의 양식은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굳이 차이를 들라면, 한국의 절들이 소박하고 차분한 느낌이 드는데 반해 중국의 절은 화려하고 동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구걸을 해온다. 지금까지 이런 식의 구걸을 받은적이 꽤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는 어린 딸을 앉고 슬픈표정으로 조금만 보태달라고 하시는 거다. 그 모습이 너무 슬퍼 보여서 주머니에 있던 2위엔짜리 지폐 한 장을 드렸다. 아주머니의 모습이 참 슬퍼보였다.
[사진] 백탑사 공원의 상징탑. 산 꼭대기에 세워져 있다.
가파른 산길을 걸어올라, 탑까지 도착하니 온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하늘은 파랗게 개어있었고, 햇살은 따가웠다. 탑은 무척 컸지만, 한국의 석탑들과는 달리 벽돌로 지어져 있었고 뛰어난 조형미를 가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산 꼭데기에서 바라보는 란저우 시내의 모습과 황하강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땀도 식힐겸 벤치에 앉아 입구에서 사온 망고라는 과일을 안주삼아 맥주를 먹었다. 내 주먹 두 개정도 크기인 망고는 무척 달고 독특한 맛이었다. 물론, 하나에 5위엔이니 꽤 비싼 과일에 속하는 것이었지만, 지금까지 먹어본 과일들 중에서는 제일 맛있었다.
시원한 산꼭대기에서 황하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황하문명을 만들어낸 젓줄이며, 중국인들이 어머니의 강으로 추앙하는 황하. 그 누런 강물의 흐름을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란주우 시내는 한국의 어느 대도시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이런 멋진 강을 끼고 있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만으로 행운이다.
[사진] 백탑사 공원에서 바라본 란저우 시내와 황하강. 처음으로
□ 사고발생!!
호텔에 돌아와 프런트를 지나는데, 남루한 복장(?)의 아가씨 둘이 카운터앞에서 뭐라뭐라 하고 있었다.
한국말이 들리는데다, 두 사람이 워낙 피곤해 보였기 때문에 말을 걸어보았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큰 배낭에다 손에는 카메라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그것들을 들고 다니는 일만해도 대단해보였다. 카운터에 방을 얻고 싶은데 말이 안 통한다는 거다. 내가 나서서 대충 대충 숙박카드를 써주고 방을 잡아주었다. 내가 묵고 있는 방의 바로 옆칸이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있으며, 아무 생각없이 중국으로 사진찍으러 왔는데, 라싸로 가려고 씨닝까지 갔다가 포기하고 돌아오는 길이란다. 방까지 데려다 주고 나는 시장으로 먹을 것을 좀 사러 갔다.
맥주1병, 복숭아 1Kg, 하미과 하나를 샀다. 하미에서라면 2위엔이면 살 수 있을 크기인데도 여기선 20위엔을 부르는거다. 몇군데 가게를 들러 깎아서 10위엔에 샀다. 역시, 대도시(?)는 물가가 비싸다. 방에 돌아와서 맥주 1병을 마시려는데 사고가 발생했다. 맥주병을 붙잡고 라이터로 마개를 따는데, 뻥!! 하는 소리와 함께 병뚜껑이 날아갔다. 갑자기 눈이 밝아지더니 뭔가 이상한느낌이었다. 병에서 튀어나간 병뚜겅이 내 왼쪽 안경알을 박살내 버린거다. 황당한 일이었다. (중국여행중 일어난 제일 큰 사고였다) 다행히 한국에서 안경 하나를 더 가져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맥주마시려다 안경 깨먹는 일이 생기다니... 남 부끄러운 일이다. (그 후론 맥주병 딸 때 무척 조심을 한다)
침대에 누워 맥주마시면서 TV를 보다, 심심해져서 옆방 한국 아가씨들을 찾아갔다. 좀전에 시장에서 사온 복숭아와 하미과를 나누어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라싸행을 포기하고 내일 텐수이(天水)를 간다고 한다. 란저우 좋냐고 묻길레 황하강과 백탑사 공원을 꼭 가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나도 내일 란저우를 떠나기로 했으므로 내가 샀던 지도를 아가씨들에게 주었다. 백탑사 공원 찾아가는 길도 알려주었다. 야경이 볼 만할테니, 여기서 저녁 먹고 한번 가보라고 했다. (후에 한국에 와서, 이 두친구와는 연락이 다시 되었다 ^^;)
옆방에서 잠시 수다를 떨다 다시 내 방에 와보니 왠 키큰 백인 아저씨가 방에 와있다. 역시 커다란 배낭에 카메라 가방을 메고 있었다. 안녕~~ 안녕. 만나서 반가워~~ 이런 의례적인 인사말이 오갔다. 그는 지금 샤허에서 온다고 했다. 국적은 네델란드. 이름은 요한이다. 처음으로
essay14>> 요한 (Yohan) |
□ 20위엔짜리 맥주
요한은 밤 9시가 조금 넘어 기차표를 구해 방으로 돌아왔다. 나한테 맥주한잔 하러 갈래 묻길레 그러자며 따라 나섰다. 호텔밖으로 나와 건너편에 있는 바로 갔다.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western bar였는데, 중앙 홀에는 라이브밴드가 호텔캘리포니아 같은 올드팝을 연주하고 있었다. 내부시설도 좋고, 복무원들도 친절하며, 실내에는 당구대나 다트게임 같은 것들도 잘 갖추어져 있다. 문제는 가격인데, 맥주1병에 20위엔이나 하는거다. 시장에서 마시면 한병에 2원이면 가능한 일이고 하룻밤 숙박료가 20위엔인걸 생각해보면 엄청난 가격인셈이다. (20위엔 = 한화 3,200원정도)
물론 한국에서도 호텔바의 술값은 비싸다. 하지만, 이렇게 10배 까지는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고급호텔옆에 있는 외국인 상대 업소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정도로 차이가 나다니... 그리고, 이곳의 손님은 대게 중국인들이다. 2위엔 짜리 맥주를 마시는 사람과 20위엔의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하긴, 북경의 번화가와 서부내륙지방의 마을을 비교해보면 중국의 빈부격차의 수준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중국의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소릴 듣긴 했지만, 나는 맥주값에서 직접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도맥주(칭따오맥주, 중국에서 제일 비싼 브랜드다) 2병을 시키고, 이런저런 여행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내가 내일 샤허로 간다고 하자, 거기 무척 좋은 곳이라며 타라게스트하우스라는 숙소를 추천해준다. 자기도 거기서 묵었다고 한다. 같이 당구도 한게임 치고(당구실력은 형편없었다) 맥주 한병씩을 더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고맙게도 술값은 자기가 계산하는 거다. (뭐, 돈많은거 같아서 별로 미안하지는 않았다)
내일 일찍 샤허로 출발해야 한다. 샤허는 해발 3,000미터의 산지에 위치한 티베트족의 마을이다. 그곳에는 라브랑스라는 티벳사찰이 있고, 리틀티베트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뭐, 샤허말고도 리틀티베트라고 불리는 곳은 많이있다) 내일 일정을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