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이 있었습니다. 제 모교는 8강에서 떨어졌지만 모교를 응원하기 위해서 본 것은 아니고 원래 고교야구를 좋아합니다.
결승에선 휘문고와 덕수고가 붙었습니다. 덕수고는 대회 3연패를 노리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고, 휘문고는 예상하지 못한 강자였습니다. 휘문고는 제 모교와 같은 지역에 있는 학교라서, 원래 같은 지역에 있는 남고끼리는 여고를 사이에 두고 경쟁의식을 갖게 마련이라, 덕수고를 응원할 생각이었는데, 선수들을 보니 자연스럽게 휘문고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덕수고의 에이스 김진영은 이미 시카고 컵스와 입단 계약(백20만불?)을 한 상태인 대회 최고의 선수인데, 고교야구답지 않게 너무 무게를 잡더군요. 자기 스윙이 안 되는 이승엽이나 피칭 바란스가 무너진 박찬호야 얼굴에 불만이 가득할 수 있지만, 세상의 모든 짐을 혼자 다 지고 있는 듯한 표정은 고교야구 선수에게는 어울리지 않죠.
반면 휘문고 선수들은 고교야구다운 쾌활함이 넘쳤습니다. 두 학교 모두 에이스는 중반에 투입하고 세컨드를 선발로 세웠습니다. 휘문고 선발(박성민)이 5회에 안타를 맞아 1루를 허용하자 감독은 에이스로 교체할 타이밍이라고 판단했는지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헌데 박성민 선수가 애원하는 표정으로 검지를 세우면서 "감독님, 한 타자만 더요~"라고 어리광(?)을 부리더군요. 감독은 마음이 약해졌는지 그대로 덕아웃으로 돌아갔고, 박성민은 발 빠른 1루주자에게 마음을 쓰느라 정작 타자에게 얻어맞고 결국 에이스(임찬규)가 마운드에 섰습니다. 휘문고 감독은 마운드에 오를 때의 결심대로 교체를 했어야 한다고 후회했을지 모르지만, 사실 저는 안타를 맞고, 점수를 주고, 이기고 지고 하는 것보다 그런 모습들이 학생 야구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임찬규 선수는 템포가 굉장히 빠르더군요. 마치 장기를 둘 때 상대방이 알을 놓자마자 틈을 주지 않고 '딱!' 소리를 내는 사람처럼, 스탭을 재지 않고 반 템포 빠르게 슛을 하는 축구 선수처럼, 타자가 수 계산을 할 틈을 주지 않고 홱, 홱 던져댔습니다. 휘문고 마운드는 여전히 쾌활했고요.
경기는 연장 13회까지 계속되었고 휘문고가 덕수고를 6:4로 이기고 우승했습니다. 덕수고 길민세 선수가 불규칙바운드에 맞아 귀에서 피를 흘리며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있었지만, 고교야구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첫댓글 투혼과 패기는 승리 보다 더 값진 것이지요 고교야구에서는^^
글을 보고 나니 고교야구를 보고 싶어졌습니다. ^^
점심때 동료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카페에서 다시보니 새롭네요. 그 친구 덕수 야동(야구동호회)맴버...
글로만 읽어도 재밌네요
오늘 케이블에서 재방송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고교야구.. 정말 재미있었는데... 박노준...수퍼울트라초특급 선수였죠...
과거에는 동대문 운동장에서 경기를 했는데 지금은 어디서 하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중부경찰서에서 의경으로 복무를 해서 고교야구 경기가 있으면 들어가서 근무를 서기도 했거든요
목동에서 합니다 :)
저도 고교야구를 넘 좋아합니다. ^^
일본에서활약중인, 한신타이거즈 4번타자 가네모토, 3번타자 아라이 , 요코하마 베이스타즈 긴죠선수 모두들, 제일교포로 고교시절 동대문운동장에서 시합한적도
있었지요,,,
일본 야구 얘기가 나온 김에 용기를 내어 써 볼까 합니다... 전 야구 전혀 모르구요, 봐도 박력님처럼 분석이 안되는 체질이라 관심 끄고 살았는데, 2006년인가 2007년인가, 일본 고교야구 (코시엔이라 하는) 결승전은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야구명문이라는 PL가쿠엔이랑 와세다고교가 붙었는데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보지 못해 그 다음날 다시 시합... 동점인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벌어진 두 학교 에이스간의 운명적인 맞대결... 결국은 와세다의 에이스가 PL의 에이스를 삼진으로 잡는다 하는 아주 만화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고교 야구에서는 투수, 타자 따로 없이 에이스가 다 맡는다면서요?)
저도 그다지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제가 고교야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프로보다 따라가기 쉽기 때문이에요. 하하하.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아직 잘 던지는 선수, 잘 치는 선수로 나뉘지 않고 실력이 좋은 녀석, 떨어지는 녀석으로 나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에이스가 타율도 좋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보통 투수나 타자를 선택하게 되죠. 하지만 최근 들어 고등학교 때부터 투수와 타자를 특화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고 심지어 지명타자(수비는 하지 않고 타자로만 뛰는 선수; 투수를 타석에 세우지 않기 위함)를 두기도 합니다.
아 역시 그렇군요... 프로야구를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 그 감각으로 고교 야구를 처음 봤을 때는 투수가 4번 타자도 하고 (물론 주장도 하고) 하는 걸 보니 굉장히 이상하더라구요^^;;
우리나라는 고교야구 타이틀이 여러 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고시엔(갑자원)처럼 하나의 큰 대회로 묶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때 와세다의 에이스가 야구하는 애답지 않게 얼굴도 희고 말끔한 귀공자상이어서 뭇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었지요 ㅎㅎ 그리고 경기 중간중간에 손수건을 꺼내 들고 땀을 닦는 모습이 또 한깔끔 하는지라 언론에서 <손수건 왕자>라 별명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그 뒤 패자인 PL의 에이스는 바로 프로로 전향했고 와세다의 에이스는 와세다 대학으로 진학했습니다. 작년 말에 일본 분을 만났을 때 그 <유우짱(=손수건 왕자)>가 어찌 되었는지 물으니, 이제 4학년이 되어 주장을 맡는다 하더군요. 졸업해서 이제 프로야구 입문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운드에서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는 투수라... 그것 역시 고교야구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장면이겠네요. 일본 학생 체육의 분위기를 생각해보건대 그 손수건은 아마도 여친의 선물임과 동시에 부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바로 프로로 가는 선수도 있고 대학으로 진학하는 선수도 있는데, 아직 신체조건이나 기량이 좀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후자를 택합니다. 아마추어로만 활동하고 다른 직업을, 일본의 경우 특히 가업을 잇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에도 보통 대학교로 진학하죠.
그런데 박력님!!! 그 훈남 학생이 여자친구가 없었어요!!! 아님 대서특필되었을 텐데 ㅎㅎㅎ 그리고 부모님이 운동 못지 않게 공부도 중요하다 하면서 영어학원에 다니게 한 사실도 화제가 되었었지요. 아마도 대학에 진학한 이유도 그런 게 있었지 않았나 합니다.
그렇군요. 아무튼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는 투수라니 어이없으면서도 참 매력적이네요. 그라운드의 가장 높은 곳에서.
그런데 박력님은 경기고...?! (그냥 guess입니다 ㅎㅎ)
저도 중동고 출신이라 휘문고가 근처에 있었네요 ㅎㅎ 경기고도 야구부 유명하지 않나요? ㅎㅎ
휘문고 준결승 결승 다 봤습니다. 정말 임찬규..탐나는 물건입니다. 작년에 엘지가 7등했으니 한화가 뽑아가지 않는한 임찬규가 엘지 올 가능성이 커지는군요 ㅎㅎㅎ미국간다고 하면..쩝.. 고교야구 특성대로 한가운데로 많이 꽂아 넣던데..프로에서는 안통할듯...그래도 자신감하나는 정말최고인듯합니다. 얼마나 잘 키워내느냐가 관건이죠 ㅎㅎㅎ
제 기억에 가장 남는 고교야구는 프로가 생기기 전 본 선린상고와 경북고의 봉황대기 결승전이었습니다.^^ 박노준선수가 홈에 슬라이딩 하면서 발목이 꺽여 결국 안타깝게 진 경기 였는데 지금도 그 슬라이딩 장면 눈에 선합니다.^^
아.. 이경기 갑자기 떠오르네요 ㅎㅎ 로얄블루님 댓글 링크 타고 들어왔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