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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퇴직연금은 사외적립을 통해 기존 퇴직금 제도의 약점인 기업 도산시 근로자의 퇴직급여 수급권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따라서 퇴직연금의 적립률(=퇴직연금 자산/퇴직연금 부채)은 퇴직연금의 성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부채 규모가 공시되지 않고 있다.
또한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17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50% 정도의 근로자가 퇴직연금이 아닌 퇴직금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 퇴직금 적용 기업에는 사외적립 의무가 부과되지 않아 2020년말 기준 560만명이 넘는 근로자의 퇴직급여 적립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다.
적립률이 매우 중요한 정보인 만큼 퇴직연금과 퇴직금을 포괄하는 퇴직급여 부채의 정기적인 공시가 요구된다. 사외적립에 따르는 기업의 자금 부담을 고려할 때 모든 기업에 퇴직연금의 즉시 도입을 강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퇴직금 규모에 대한 신고 의무라도 부과하여 퇴직금 부채의 규모라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2022년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31.2조원으로 추정되며, 2021년말 291.9조원 대비 13.5% 증가하였다.1) 330조원이 넘는 퇴직연금 적립금은 퇴직연금 제도의 가장 중요한 성과이다. 국내 퇴직연금은 퇴직부채의 외부적립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장점을 갖추고 있지만, 낮은 연금 선택률, 낮은 자산운용 수익률, 그리고 여전히 낮은 도입률 등의 중요한 개선 과제를 안고 있다. 낮은 수익률과 높은 일시금 선택률에 대한 문제 제기와 개선 노력은 꾸준히 이루어져 왔지만, 보다 근원적인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퇴직연금 도입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고 할 수 있다.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17년이 지나고 있지만, 퇴직연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50%를 겨우 넘고 있다.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들도 퇴직금의 적용을 받으므로 퇴직급여 자체는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들과 같다. 다만 퇴직금에 대해서는 외부적립 의무가 강제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 도산 시 근로자 퇴직급여의 수급이 보장되지 않는다.
퇴직연금은 퇴직부채의 사외적립을 의무화하여 퇴직금의 수급 불안을 해결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따라서 퇴직연금의 적립률(=퇴직연금 자산/퇴직연금 부채)은 퇴직연금의 중요한 성과지표이다. 정부는 퇴직연금 적립률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퇴직연금 도입 초기부터 기업의 사외적립 최소 비율을 정하여 퇴직연금의 적립률을 관리해 왔다.2) 퇴직연금 부채 규모에 대한 통계가 발표되지 않고 있어3), 정확한 적립률은 알 수 없으나 평균적인 적립률이 법적 최소기준은 채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퇴직금 부채를 포함할 경우 전체 퇴직급여의 적립률은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의 적립 상황을 보다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적립지수를 개발, 도입하는 작업은 퇴직연금의 발전을 위해 큰 의미가 있다. 이때 적립률이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금 규모를 파악하여야 전체적인 퇴직급여의 적립률을 파악할 수 있다. 이에 퇴직금 규모를 추산해보고, 퇴직급여의 적립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퇴직금 규모의 추정
현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퇴직연금과 함께 퇴직금을 퇴직급여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2020년말 기준 퇴직연금 가입자는 621.9만명으로 가입대상 근로자 1,186.5만명의 52.4%에 해당한다. 나머지 47.6%에 해당하는 564.6만명의 근로자는 퇴직금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그림 1> (a) 참조).
개별 근로자의 퇴직금은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과 근속연수를 곱하여 결정된다. 여기에 근로자 수를 곱하면 전체 퇴직금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퇴직금 규모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퇴직금 적용 대상 근로자 수, 월급여, 그리고 근속연수가 필요하다. 퇴직금 적용 대상자 수로는 매년 통계청이 발간하는 「퇴직연금통계 결과」에 제시된 퇴직연금 가입 대상 중 퇴직연금 미가입자 수가 사용되었다(<그림 1> (a) 참조). 그리고 퇴직연금 가입률은 기업 규모에 따라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2020년말 기준 퇴직금 적용자의 36.2%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이며, 19.6%가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이다(<표 1> 참조).
사업체 규모에 따라 근로자의 평균임금과 근속연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월급여와 근속연수의 평균을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의 사업체 규모 분포를 고려하여 조정해서 사용하였다.4) 즉 소규모 사업장의 평균 임금과 근속연수는 평균보다 낮으며,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여 퇴직금 추정 시에 평균 임금과 근속연수를 조정하였다.5) 퇴직금 적용자의 근속연수는 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퇴직금 적용자의 기업 규모별 분포를 반영하면 그들의 평균적인 근속연수는 전체 평균에 비해 낮아진다. 예를 들어 2020년의 경우 전체 근로자 평균 근속연수는 6.8년이지만 퇴직금 적용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6.5년이다(<표 1> 참조).6) 그리고 평균 임금도 규모가 커짐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퇴직금 적용자의 기업 규모별 분포를 반영하면 퇴직금 적용자의 평균 임금은 전체 평균 임금에 비해 낮아진다. 2020년 퇴직금 적용자의 월 평균 임금은 359.3만원으로 전체 월 평균 임금 375.7만원에 비해 4.4% 낮다.7) 퇴직금 적용 근로자 수, 조정된 평균 임금, 그리고 조정된 평균 근속연수는 <그림 2> (a)에 제시되어 있다. 조정된 평균 임금과 평균 근속연수를 사용하였을 때 2020년의 퇴직금 규모는 132.1조원(=565만명×359.3만원×6.5년)으로 추정된다(<그림 2> (b) 참조). 이 금액은 2020년 DB형 퇴직연금과 DC형 퇴직연금 적립액의 합계인 221.1조원의 60% 정도에 해당한다.
퇴직연금 부채 규모의 추정
퇴직연금 적립 자산에 대해서는 주기적으로 통계가 발표되고 있지만, 퇴직연금 부채 규모는 발표되지 않기 때문에 퇴직연금의 적립률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퇴직연금 부채와 사외적립 자산에 대한 정보가 기업의 재무제표에 공시되므로 기업의 재무제표를 통해 개별 기업의 적립률을 파악할 수 있다.8) 개별 기업의 퇴직연금 적립률의 단순 평균은 지속적으로 높아져 2018년 이후 60%대를 유지하고 있다(<그림 3> (a) 참조). 퇴직연금 자산을 가중치로 사용한 평균 적립률은 2021년말 현재 92.1%에 이르고 있다. 단순평균 적립률과 퇴직연금 자산 가중평균 적립률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퇴직연금 자산 규모가 큰 기업의 적립률이 높기 때문이다.9) 전체적으로 보면 적립률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기업간의 적립률 편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하여 얻은 적립률과 공식 발표되는 퇴직연금 자산을 사용하여 퇴직연금 부채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0년말 퇴직연금 자산의 적립률이 86.6%이고(<그림 3> (a) 참조), DB형 퇴직연금 자산이 153.9조원이므로 퇴직연금 부채의 규모는 177.7조원(=153.9조원/0.866)으로 추정된다.10) 다른 해의 적립부채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그림 3> (b) 참조).
퇴직급여 부채의 적립률, 공시 그리고 퇴직연금의 성장
퇴직연금 도입 이후 퇴직연금 부채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었던 퇴직연금 부채와 퇴직금 부채의 규모를 추정해 보았다. 2021년말 기준 국내 DB형 퇴직연금의 적립률은 90%를 넘고 있으며, DC형 퇴직연금을 포함하면 적립률은 더욱 높아진다. 사외적립을 통한 근로자 퇴직소득의 안정성 제고라는 퇴직연금 도입의 주요 목표에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다. 다만 퇴직금 부채를 포함하면 퇴직급여의 적립률은 상당히 낮아질 것이다.
퇴직연금의 적립률을 파악하고, 지수화한다고 해서 적립부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규모와 심각성에 대해 알고는 있어야 한다. 퇴직연금 부채 규모에 대한 정보가 공시되어야 퇴직연금 적립금의 실질적 지급보장 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인 적립률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DB형 퇴직연금을 포함한 퇴직급여의 적립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므로 퇴직연금 적립률의 공시, 즉 가칭 한국 연금 적립지수(HanKuk Pension Index: HKP index)의 개발, 공시가 필요하다.
한편 퇴직금도 퇴직연금과 병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퇴직금의 사외적립 강제화는 어렵더라도, 퇴직금 부채의 규모를 포함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여 퇴직금 관련 정보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이러한 정보 제출 의무를 일시에 도입할 경우 소기업에 부담이 된다면 규모별로 점차 확대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2020년말 기준 560만명이 넘는 근로자가 퇴직금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들도 모두 퇴직연금 제도의 적용을 받아야한다. 전환에 따른 자금 문제를 고려하여 일시에 전환이 힘들다면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이 합리적일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의 퇴직연금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일시적인 재정지원 방식도 도입되어 있다.11)
마지막으로 적립률이 100%에 가까운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그동안 퇴직연금 자산 규모 증가의 한 요인이었던 과거 퇴직급여 부채에 대한 납입액 부분이 감소할 것이다. 퇴직연금 적립률이 100%에 이르게 되면 향후 기업은 매년 새로 발생하는 퇴직급여 부채의 증가분에 대해서만 추가적으로 적립하면 100% 적립률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퇴직금의 퇴직연금으로의 전환이 늦어진다면, 향후 퇴직연금 자산 규모의 성장률은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https://100lifeplan.fss.or.kr/main/main.do) 참조. 근로복지공단의 적립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2)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 DB) 퇴직연금의 최소 적립비율은 2013년까지 60%, 2014~2015년 70%, 2016~2018년 80%, 2019~2021년 90%, 2022년 이후 100%이다(「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규칙 제4조의 2)
3) 일반적으로 퇴직연금 부채는 DB형 퇴직연금의 부채를 의미한다.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DC) 퇴직연금의 부채는 매년 정산되기 때문에 퇴직연금 부채가 누적되지 않는다.
4) 월급여와 근속연수는 한국여성연구원이 제공하는 근로자의 평균임금(성/사업체규모/연령별)과 근로자의 근속년수 및 근로시간(성/사업체규모/교육정도별)이 사용되었다. 한국여성연구원 https://gsis.kwdi.re.kr/
5)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퇴직연금통계 결과」에 제시된 종사자 규모별 (비)가입자 비중으로 조정하였다. 2015년 이전에는 이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아 2015년 비중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6) 기업규모별 퇴직금 근로자의 비중×기업규모별 근속연수(6.5년=36.2%×5.3년+... +19.6%×9.8년)
7) 기업규모별 퇴직금 근로자의 비중×기업규모별 평균임금(359.3만원=36.2%×298.7만원+... +19.6%×509.5만원)
8)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었던 기업 중 금융업을 제외한 12월 결산법인의 자료가 사용되었다. 기업들의 재무자료와 확정급여 부채 및 사외적립 자산에 관한 자료는 데이터가이드(DataGuide)에서 입수하였다. 여기서 퇴직연금 부채는 퇴직금 제도를 사용하는 기업의 퇴직급여 충당부채와 DB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확정급여 채무를 의미하는데, 양자의 실질이 동일하기 때문에 기업회계상 구분하지 않는다.
9) 기업들 사이에 퇴직연금 자산이 이전될 수 없으므로, 가중 평균 적립률은 실제 적립 상태를 과대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적립률을 공시할 때 적어도 적립부족 상태와 적립초과 상태인 기업은 구분을 해야 한다.
10) 정기적인 통계 발표는 아니지만 2020년말 기준 퇴직연금의 적립률이 공개되었다(고용노동부, 2022. 1. 4,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시행령 규제영향분석서). 이 통계에 따르면 국내 DB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주는 94,933명이고, 기업 수는 11만 1,114개이다. 그리고 적립률은 89.5%, 전체 적립금은 153.3조원, 퇴직연금 부채는 171.1조원이다. 한편 데이터가이드를 통해 추정한 적립률에는 퇴직금 부채와 약간의 적립자산을 가진 기업의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기업은 적립의무가 없어 적립률이 낮지만 재무제표상으로는 퇴직연금을 도입하고 적립률이 낮은 기업과 구분이 어렵다. DB형 퇴직연금 부채와 퇴직금 부채는 모두 재무제표상 확정급여부채로 표시되어, 양자를 구분할 수 없다. 따라서 재무제표를 통해 추정한 적립률이 다소 낮게 추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재무제표를 통해 추정한 적립률이 실제 적립률보다 낮다면 퇴직연금 부채를 과대 추정할 수 있다.
11) 상시 30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용자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 조기 도입‧정착되도록 재정지원 및 최저수준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http://www.moel.go.kr/policy/policyinfo/lobar/list25.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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