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포앙카레 - 혼돈속의 태두 | |
번호 : 11
글쓴이 :
공부777 |
조회 : 10 스크랩 : 0 날짜 : 2006.10.09 22:13 |
포앙카레 - 혼돈속의 태두
교과서에서 배운 '45도 각도로 던지는 것이 가장 멀리 간다'는 이론적 해석은 실제 상황에서 무기력하다. 갈릴레이가 실제로 피사의 사탑에 올라가 쇳덩이와 깃털을 동시에 떨어뜨렸다면 당연히 쇳덩이가 훨씬 먼저 떨어져 갈릴레이는 망신을 당했을 것이다. 중력 가속도보다는 공기저항에 의한 마찰이 훨씬 더 운동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뉴턴 역학의 세계에 길들여져 있지만 실제의 자연현상은 우리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대기의 움직임이 그렇고 강물의 흐름도 그렇다. 여기에 속도 압력 밀도 점성 등을 고려한 유체역학의 표준 방정식인 나비어-스토크스 방정식을 적용하고자 할 때는 발걸음을 뗄 때마다 장벽이 재배열되는 미로 속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대안은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요소들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무시되는 요소들이 예를 들면 마찰이나 점성, 공기저항이 전체 운동을 지배하는 '야전 사령관'노릇을 톡톡히 한다. 혼돈 과학은 이처럼 무질서하고 불규칙한 것처럼 보이는 운동에서 새로운 규칙성을 찾아내려는 움직임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혼돈은 '망망한 허공'이란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곧 우주 탄생의 상황을 의미한다. 최초의 신 카오스(chaos)에서 어둠(에레보스)이 생겨났고, 어둠에서 광명(하이텔)이 탄생한 것으로 되어 있다. 장자(壯者)의 내편에서도 분석적 지식에 대비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의미로 혼돈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나 장자가 표현한 혼돈이, 21세기를 몇 년 앞둔 현시점에서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에 버금가는 제 3의 과학 혁명의 주체로 등장한 혼돈 과학과 어떤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해석이 구구하다. 다만 기계론적인 자연 철학관이 자연을 정복하려는 대상으로만 파악하고 억지로 자연을 일정한 틀(모든 고전 역학의 법칙)에 가두려 하는 반면에, 혼돈 과학은 자연이 가진 자생적 생명력을 가능한 한 실제와 가깝게 파악하려 한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한다. "혼돈 과학은 어떻게 시작됐는가?" 포앙카레는 18세기말부터 19세기초에 걸쳐 맹활약한 (그는 논문을 4백여 개나 발표했다.) 프랑스의 수학자이다. 현실로부터 유리돼 추상의 세계에 머물기 쉬운 학문이 바로 수학이다. 그는 수학이 완전한 수식으로만 장식되고 매우 세분화된 영역으로 분리되기 직전의 수학자다. 그는 수학의 전 분야에 걸쳐 간섭하고 섭렵했다. 5살 때 디프테리아를 앓아 몸이 약간 불편했던 그는 겉으로 보기는 먼 산을 멍하게 바라보는 공상가 타입이었지만 그의 학문적 연구 활동은 여느 정열적인 정치가 못지 않았다. 1887년 스웨덴의 국왕 오스카 2세는 "태양계는 과연 안정된 상태인가"라는 천문학의 오랜 궁금증을 해결하는 사람에게 2만 5천 크라운의 상금을 준다고 발표했다. 태양과 9개의 행성, 그리고 소행성과 수많은 위성들이 안정된 궤도를 계속 돌 것인가, 아니면 언젠가는 어느 행성이 궤도를 이탈해 태양과 정면 충돌하고, 그 결과 우리가 철들면서 외우기 시작한 '수금지화목. ...'의 천문 구구단을 수정해야 할 것인가를 묻는 문제였다. 포앙카레는 이 문제에도 도전했다. 태양계에서 지구의 공전주기는 태양과 지구만을 고려한 결과이다. 달이나 다른 행성이 끼여들 여지가 없다. 달이 얼마만에 한 번씩 지구 주위를 도는가를 계산할 때는 지구와 달 이외는 고려하지 않는다. 이것이 뉴턴 역학의 정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인간이 지동설을 확신한 시기부터, 아니 그 이전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지금까지 큰 오차 없이 맞아 떨어졌다. [ 삼체문제 : Three Body problem ] 포앙카레는 두 물체만을 고려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구와 달의 관계에서 태양을 고려할 때 (삼체 문제)뉴턴 방정식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굳이 해답을 얻자면 일련의 근사치를 구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들의 궤도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섭동이론을 사용해야 한다. 결국 무한개의 항이 등장하는데 이들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포앙카레의 생각이었다. 포앙카레는 태양계는 본질적으로 다체문제이기 때문에 비선형 방정식으로 풀 수밖에 없다고 결론짓고 새로운 방정식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방정식이 너무 복잡해 세번째 천체의 질량을 0으로 두고, 다른 두 천체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두 천체로부터는 영향을 받는다는 '제한삼체문제'를 제시해 세번째 천체의 운동을 조사하였다. 또한 다차원 궤도를 저차원 궤도로 차원을 내려 운동상태를 해석하는 '포앙카레의 절단면 (Poincare's section)' 방법을 고안하여 비선형 미분방정식이 해석적으로(analysically) 풀리지 않더라도 해의 집합의 공간적 구조를 조사해서 역학계의 정성적 성질을 이해하는 방법도 제시하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경우 작은 섭동은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궤도는 안정을 유지했으나, 어떤 경우는 매우 작은 섭동을 가해 줘도 행성이 큰 폭으로 요동하고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궤도를 이탈할지 모른다는 결론이 나왔다. 포앙카레는 혼돈의 예측불허성의 원인이 되는 '결정론적 계에서의 초기 조건에의 민감성'을 최초로 알아낸 것이다. "우리가 머릿 속에 알아챌 수조차 없는 만큼 작은 원인이 놀라울 만큼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 대개 우리는 그것이 우연의 작용이라고 흔히 생각 한다. 만약 자연법칙과 우주 최초의 순간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우리는 동일한 우주 이후 계속되는 임의의 순간의 상태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비록 자연법칙의 모든 것을 알아냈다 하더라도, 초기 상태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근사치'에 불과하다. 만약 초기상태의 근사와 같은 정확도로 다음 상태의 예측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그 자연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현상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예측이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초기값에 나타나는 작은 차이가 최종적인 현상에 큰 차이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초기에 나타난 작은 오차가 나중에 거대한 오차를 일으킨다. 이렇게 해서 예측은 불가능하게 되고, 우리 앞에는 우연적인 현상 만이 남겨지는 것이다." 포앙카레는 결정론적 법칙에 따르면서도 복잡하게 움직이고, 초기조건에 민감한 '나비효과'에 의해 장기예측이 불가능한 현상, 즉 '카오스'를 발견한 것이다. 포앙카레는 뉴턴의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태양계에서 혼돈의 심연의 일단을 발견한 것이다. 뉴턴의 세계관은 그와 그의 추종자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곳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포앙카레의 뛰어난 천착은 1960년대 카오스의 후예들이 여기저기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기까지 70년 이상을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골방에 처박히고 말았다. 뉴턴의 세계관은 너무도 깊게 뿌리 박혀 있었고 실제의 천문 현상은 뉴턴의 지시를 잘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앙카레 자신조차 "이 결과는 너무나 기이해 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혼돈은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다. '질서의 대부'인 시계를 상징하고 있는 진자 운동에서조차 혼돈은 고개를 쳐들고 있다. 진자 운동에서 공기저항을 고려할 때는, 또는 진폭을 충분히 크게 했을 때는 비선형 동력학적(혼돈)성향을 띠게 된다. 뉴턴 역학이 가장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되는 태양계 내 행성들의 운동에서도 삼체(three body) 이상을 고려했을 때(금성이나 화성 등의 영향을 함께 생각하는 것) 혼돈 과학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전혀 법칙 화할 수 없을 것 같은 무질서한 운동에서도 질서가 있고 질서정연한 결정론적인 법칙을 따르는 운동에도 혼돈 현상이 존재한다는, 언뜻 생각하기에는 이율배반적인 성향을 가진 것이 혼돈 과학이다. |
첫댓글 뉴턴의 세계관은 그와 그의 추종자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곳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포앙카레의 뛰어난 천착은 1960년대 카오스의 후예들이 여기저기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기까지 70년 이상을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골방에 처박히고 말았다. 뉴턴의 세계관은 너무도 깊게 뿌리 박혀 있었고 실제의 천문 현상은 뉴턴의 지시를 잘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앙카레 자신조차 "이 결과는 너무나 기이해 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곳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이다....대체로 인간은.. 가장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면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는듯 합니다.
지당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