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아는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난 시세와 우수한 건강 성분, 그리고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어왔다. 요리를 하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캐비아는 그 희소성과 생김새, 밸런스, 향미가 와인과 많은 점에서 닮아 있다. 와인이 컬러와 밸런스, 향의 복잡함과 출신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 듯 캐비아 역시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사이즈가 가장 크고 가장 깊은 바다에서 사는 벨루가가 그 모양이나 맛, 향의 다양성이 훌륭하다. 벨루가는 벨루가 철갑상어에서 얻으며 일반적으로 15년 정도 성장해야 캐비아를 생산할 수 있다. 캐비아 중에서 크기가 가장 크다. 색깔은 균일하고 검회색 혹은 은회색을 띠는데 특별한 냄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벨루가산 최상급은 그 어떤 자리도 빛내 줄 수 있는 다이아몬드와도 같은 존재다.
‘오세트라’로 불리는 캐비아는 중간 알 크기인데 종합적인 면에서는 벨루가보다 가치가 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세트라 나름의 캐릭터가 있어 마니아들이 많은 편이다. 신선한 느낌과 캐비아의 경도, 그리고 색채 등은 오세트라만의 독특한 캐릭터다. 와인으로 치면 그랑크뤼 와인이 갖지 못한 잔잔한 매력이 프레미어 크뤼에는 있는 점과 같다. 오세트라 중에는 옅은 브라운빛을 자랑하는 재미있는 캐비아도 있다. 개인적으로 향이나식감은 블루빛 캐비아에 못 미치지만 그 독특함을 즐기는 사람들도 꽤 있다.
세브루가는 캐비아 중에서 가장 크기가 작은 종류다. 물론 가격도 앞서 말한 캐비아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세브루가를 다른 캐비아와 같은 무게로 즐길 경우 알 숫자가 많아서 보기에 아름답고 입에서의 식감과 향기도 옅으면서 오랫동안 남는 것이 인상적이다. 특히 12월산 세브루가는 웬만한 양식 벨루가, 오세트라나 가공한지 오래된 자연산 상위등급보다 우수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느낌이다.
최근에는 자연산 철갑상어의 포획이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양식 캐비아가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양식산 캐비아는 자연산과 비교해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민물 냄새와 사료의 냄새다. 미각에 조금만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감지할 수 있는 양식 특유의 사료 냄새가 난다. 양식산 캐비아의 이러한 약점(?)은 어느 곳에서 양식을 했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그럼 이렇게 귀한 재료의 캐비아는 어떻게 먹는 것이 가장 좋을까? 고급 식재료가 대부분 그렇듯이, 캐비아 역시 그 어떤 조리법도 철저하게 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냥 입 안에 넣고 혀로 살살 굴려가며 톡, 터트려 먹는 것이 캐비아를 제대로 먹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미식가들은 말한다. 과거에는 환경도 좋고 수요층도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브린(캐비아와 곁들여 즐기는 러시아 전통 전병으로 감자, 밀 등이 주원료)에 듬뿍 캐비아를 얹어 즐겼다. 여기에 상급의 샴페인이나 러시아산 보드카를 함께 마시면 격식을 제대로 갖추게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경오염과 수요 증가, 포획 등으로 인해 캐비아의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전통적으로 즐기는 층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캐비아의 본고장인 러시아에서조차도 러시안 증권맨, 마피아, 석유 재벌 등 특수 계층만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캐비아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요즘에는 각종 요리의 장식이나 한입 요리, 다른 재료와의 조화를 통해 즐기는 쪽으로 변화되었다. 물론 요리도 디자인을 중시하는 현대 요리로 접어들면서 캐비아가 중요한 부재료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캐비아를 대용할 만한 식재료가 등장할지 아니면 영원불멸의 식재료로 남을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순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캐비아가 곁들여진 요리가 많은 이들을 환상의 순간으로 이끄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어윤권의 캐비아 요리 레서피>Beluga da Russia su Purea di asparagi tartufonero d’alba e candito di fighi con salsa di olivanera
■ 벨루가 캐비아와 알바산 블랙 트러플로 장식한 아스파라거스 퓨레와 무화과 콩핏
벨루가 캐비아 1작은술, 프레시 아스파라거스(그린, 화이트 각 100g), 소금·후춧가루 적당량, 올리브유 1큰술, 트러플 3장, 무화과 1개, 블랙 올리브 100g, 유기농설탕 5g
1. 아스파라거스와 물 0.5ℓ를 넣고 물이 없어질 때까지 졸인다. 소금, 후춧가루, 올리브유를 넣고 믹에 간다.
2. 블랙 올리브는 오븐에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말린다. 올리브유와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믹서에 간다. 3. 무화과는 껍질을 제거한 후 올리브유와 유기농설탕을 뿌려 오븐에 말린다.
4. ②의 소스를 적당량 접시 밑에 담고 ①을 수저로 예쁘게 말아 담아 캐비아를 올린다. 트러플은 얇게 슬라이스하고 접시에 담은 후 말린 무화과를 조각 내어 담는다.
■ turbante di sogliolla con asparagi bianchi ebeluga da Russia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에 얹은 말아 구운 참가자미와 사프란 소스를 곁들인 러시아산 캐비아
벨루가 캐비아 1작은술,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2개, 참가자미 250g(1마리/손질전), 사프란
3g, 참가자미 푸메토(육수), 소금·후춧가루 적당량, 올리브유 2큰술
1. 가자미는 포를 뜬 후 껍질을 제거하고 소금, 후춧가루, 올리브유를 두른 후 돌돌 말아 꼬치에 끼운다. 2. 뼈는 손질하여 물 1L, 당근 30g, 셀러리 30g, 양파 30g, 로즈메리 5g, 타임 5g, 월계수 1장, 홀백후추 10알을 넣고 1/10로 졸인 후 천에 걸러 사프란을 섞어 믹서에 간다.
3. 감자칼로 아스파라거스 껍질을 벗긴다.
4. 가자미는 오븐에 200℃로 7분간 익힌다. 가자미가 익기 3분 전에 팬에 아스파라거스를 굽는다.
5. 접시에 사프란 소스를 적당량 두르고 아스파라거스를 가지런히 놓은 다음 가자미를 올린다. 캐비아로 장식한다.
■ Insalata d’astice con pompelmo e zenzero sotto beluga da Russia 러시아산 벨루가 캐비아를 곁들인 바닷가재 샐러드
벨루가 캐비아 1작은술, 바닷가재 200g, 애플민트 2장, 생강 2g, 자몽 1/2개, 소금·후춧가루 적당량, 타지아스카 올리브유 1큰술
1. 바닷가재는 물 5리터에 당근 50g, 셀러리 50g, 양파 40g, 통마늘 1/2개, 통후추 1작은술, 로즈메리10g, 타임 10g, 굵은 소금 40g을 넣고 다리는 6분간, 몸통은 8분간 삶는다.
2. 자몽은 살만 파내고 생강은 아주 잘게 썬다. 애플민트도 얇게 저며 슬라이스 한다.
3. ②의 재료를 소금과 후춧가루, 올리브유에 살짝 버무린다.
4. 접시에 ③을 먼저 담고 가제를 적당히 잘라놓은 후 캐비아를 올리고 가재 머리로 장식한다.
캐비아의 종류·Beluga Caviar
세 가지 철갑상어알 중 가장 귀하다. 크기가 큰 철갑상어에서 나오는 알로 색깔은 연한 회색이나 진한 회색이다. 벨루가 캐비아는 항상 푸른색 용기에 담겨서 판매된다.
·Osertra Caviar
최대 200kg까지 자라는 철갑상어에서 채취한다. 색깔은 황금색을 띠는 갈색이다. 벨루가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캐비아다.
·Sevruga Caviar
크기가 20kg 내외 철갑상어에서 채취한다. 알의 양이 가장 많으며 비교적 얕은 물에 살기 때문에 포획이 쉽다. 희소성. 풍미 면에서 벨루가에 뒤진다.
·Golden 또는 Imperial
Caviar 차르(옛 러시아 제국의 황제) 캐비아라고도 부른다. 알비노Albino 철갑상어의 알로도 알려져 있고 오세트라와 비슷하지만 수명이 더 길다. 벨루가에 이어 희귀한 종류로 전통적으로 차르를 위해 법으로 어획이 금지되어왔다.
·Pressed Caviar
파유스나야Payusnaya라고도 불리며 벨루가, 오세트라, 세브루가 세 종류의 캐비아 상품을 선별한 후 부서진 알 등으로 만든 제품. 저가용으로 세브루가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Kaluga Caviar
차이나 캐비아로 알려져 있으며 카스피 해가 아닌 중국 아무르 강과 시베리아 근처에서 어획되고 있다. 카스피해 제품보다 품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현재는 품질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
·Salmon(Keta) Caviar
Trout Caviar 연어알과 송어알을 말한다. 철갑상어의 알은 아니지만 아삭거리는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넓게 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