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세토 내해를 맞이하는 땅 히로시마현 여행기 3일차 - 1

[Jeker]

다음날 아침에 방에서 바라본 마을의 풍경입니다.

그야말로 산골 마을이군요.

유노야마 온천은 1707년에 광천이 분출되면서 영험한 탕으로 소문이 났습니다.

번성하던 당시에는 37개소의 숙박업소가 있을 정도였지만 현재는 후계자가 없거나 폐업 등에 의해 모리이 료칸 한곳만 남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멀지않은 유키온천(湯来温泉)쪽으로 가실거에요.

그렇다고 그쪽의 온천이 좋은 것도 아니지만요;

1750년에는 히로시마의 5대 번주 아사노 요시나가(浅野吉長)가 방문하면서 탕치장과 함께 유노야마묘 신사(湯ノ山明神社)가 재건되고서 더욱 번영했지요.

옛 탕치장의 바로 아래에 만들어진 현재의 유노야마 온천관은 1974년에 개장한 건물입니다.

이 건물이 당시의 탕치장으로 유노야마 온천관의 폭포탕은 이 시설을 거쳐서 흘러내린 온천수입니다.

당시의 온천욕은 탕치보다는 영험한 물을 이용하여 심신을 청결히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하네요.

탕치장 위에 위치한 본전인데 오래된 에마들이 걸려 있는게 보입니다.

그렇게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는 않아보였어요.

신사 내부는 그 외에는 별다를게 없어보였어요.

짧은 길이의 참도를 올라가보면..

목재 부동명왕상이 하나 보입니다.

한켠에는 이나리 신사도 있군요.

그다지 특징이 있는 신사는 아니었네요.

아침식사를 합니다.

료칸에서 직접 재배하는 채소 위주의 소박한 식사에요.

다음은 산단쿄를 향하면서 들렸던 이니의 계단식 논(MAPCODE : 363 499 848*03)입니다.

석조 단차로 이뤄진 하얗게 뒤덮힌 계단식 논의 풍경은 생각지도 못했던 비경이었습니다.

사실 이 곳은 애초에 목적지로 잡고 갔던 곳은 아니에요.

산단쿄를 향해 산길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펼져진 설풍경이 차를 세우지않을 수 없게 만들더군요.

안내판을 보고 이후에 알아보니 일본의 계단식논 100선에 꼽히는 히로시마현의 유일한 논이더군요.

히로시마현 야마가타군 아키오타초 나카츠츠가 이니(井仁) 지구라는 지명의 사방이 산으로 뒤덮힌 폐쇄된 마을에 위치해 있습니다.

계단식 논 풍경은 그다지 관심이 적어서 여태까지는 지나쳐왔지만 이 광경은 대자연의 풍경 못지않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겨울 명소의 또다른 선택지로 삼아야 겠어요.

계속해서 산단쿄(MAPCODE : 363 640 462*13)를 향합니다.

참고로 이니의 계단식 논을 구경하러 갈려면 제설이 제대로 안된 산길을 오르내려야하니 가실분들은 충분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산단쿄는 동쪽의 다이샤쿠쿄(帝釈峡)와 더불어 히로시마현을 대표하는 계곡 명승지입니다.

특히 이름의 유래가 된 삼단 폭포(산단은 삼단의 일본어 발음)와 쿠로부치(黒淵)로 대표되는 폭포와 연못들로 유명하지요.

...그러나 겨울의 계곡은 상점도 문 닫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요;

산단쿄 입구의 다리에 눈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어차피 각오는 하고 온 것이고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자는 생각이었어요;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계곡물은 에메랄드 그린의 짙푸른 색으로 뒤덮혀 있습니다.

산단쿄의 시작은 나가부치(長淵)부터 시작됩니다.

가장 하류에 있는 협소한 못이에요.

시마이타키(姉妹滝, 자매 폭포라는 의미)가 보입니다.

물빛깔이 정말 예술이군요.

거기다가 가을에 단풍까지 지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헐...

국지적 눈사태가 있었는지 유보도가 눈으로 메워져 버렸네요.

한쪽이 낭떠러지라서 이 이상은 무리라 판단하고 돌아갔습니다. ㅠ

입맛만 열심히 돋구고 밥그릇을 뺏긴 기분이군요;

다음에는 단풍철에 제대로 구경하고 싶습니다.

운동(?) 좀 했으니 간식을 먹으러 가보겠습니다.

부근의 붕어빵 가게 요시오(MAPCODE : 363 683 773*03)로 향합니다.

붕어빵(=타이야키) 가게라고 무시하면 안되요.

홈페이지(링크)도 있고, 통신판매도 하며, 주차장까지 완비한 가게에요.

주 메뉴는 붕어빵(140엔)과 소프트크림, 타코야키군요.

홋카이도 토카치산 팥을 사용한 점이 눈에 띄입니다.

만드는 방법은 우리나라와 별다른 것은 없어보여요.

틀에 묽은 반죽을 넣고 팥을 올리고 다시 반죽을 덮어서 앞뒤로 굽는 형태에요.

하나를 사 먹어봤습니다.

특이하게 틀 테두리로 삐져나오게 구워서 주는군요.

안에 팥도 가득 들어있고 적당히 달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140엔 가치가 충분한 고품격(?) 붕어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의 점심은 라멘입니다.

히로시마는 요우키(陽気)가 가장 유서깊은 대표 라멘집으로 알려졌는데 점심 영업은 하지 않았아요;

그래서 이동 루트에 적합한 유명 라멘집을 찾다가 알게 된 곳이 라멘 후지모토(MAPCODE : 22 309 527*67)입니다.

라멘 후지모토는 맛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교통의 불편성과 짧은 영업시간(11시~15시만 영업)으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은 가게입니다.

주차장은 가게 바로 앞에는 2대뿐이고,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계약 주차장 6자리를 이용해야 합니다.

해산물 베이스의 국물을 사용하는 라멘집답게 가게 내부는 생선과 관련된 장식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특이한 점이 좌석이 비어도 손님을 바로 앉히지 않고 부대끼고 앉지 않게끔 좌우 좌석을 띄엄띄엄 비우게끔 앉힌다는 점이에요.

영업 시간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밖에서 줄을 길게 서 있든말듯 아랑곳하지 않는 마음가짐...멋져요;

이 집의 메뉴는 꽁치, 가리비, 새우, 참치, 바지락 베이스에서 각각에 소금 or 간장맛을 선택하게끔 하여 총 10가지의 메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는 꽁치 간장맛으로 주문해봤습니다.

깊고 진한 생선맛의 짭짤한 국물과 더불어 탄력있는 면발이 씹는 재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제가 먹어본 해산물 베이스의 라멘중에서는 단연 최고의 맛이었어요.

차슈도 퍽퍽하지 않고 맛있었지만 이건 아무래도 첫날 먹은 오노미치의 슈카엔이 넘사벽이었습니다. ㅎㅎ

히로시마현에 와서 정작 히로시마 시내는 아직 구경해보지 않았지요.

대표적인 명소인 히로시마 성과 슛케이엔을 둘러보기 위해 근처의 히로시마시 중앙 주차장(MAPCODE : 22 220 349*30)으로 목적지를 정합니다.

참고로 히로시마 성 천수각을 방문할 때 중앙 주차장의 주차권을 제시하면 30분 주차 할인 서비스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먼저 슛케이엔(縮景園)으로 왔습니다.

슛케이엔은 히로시마의 초대 번주 아사노 나가아키라(浅野長晟)가 1620년에 별장으로 꾸며진 것이 기원인 일본식 정원입니다.

슛케이('縮'은 줄인다, '景'는 경치를 의미)라는 명칭의 유래는 각지의 절경을 모아 압축시켰다는 설과 중국의 서호 주변 풍경을 본떠 축소시켰다는 설이 있습니다.

입장 요금은 성인 260엔입니다.

이시카와현의 겐로쿠엔은 눈이 쌓여서 겨울에도 풍치가 있었지만 그 정도로 춥지않은 히로시마 시내의 슛케이엔은 황량한 분위기만 풍기네요.

옛날에는 노래 경연과 다과회가 펼쳐졌던 정자, 유유테이(悠々亭)를 배경으로 펼쳐진 풍경이 멋드러집니다.

침엽수를 많이 심어서인지 겨울에도 상당한 멋을 뽐내는군요.

한켠에는 대나무밭도 빽빽하게 들어차 있네요.

정원의 구석에는 차밭과 더불어 약초원이 보입니다.

번주가 구급상황을 대비한 약초의 자급자족을 위해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당귀, 천궁, 칡, 작약 등의 이름이 보이네요.

정원의 가장 높은 곳에는 후지산을 축소해놓았다고 전해지는 게이키호(迎暉峰)라는 이름의 언덕을 꾸며놓았습니다.

옛날에는 언덕의 정상에서 멀리 미야지마까지 보였다고 하네요.

정원의 중앙에 펼쳐진 대연못 타쿠에이치(濯纓池) 위로 작은 바위섬이 곳곳에 보입니다.

이 섬들은 각각 거북과 두루미를 본떳는데 두루미는 대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끼고 좌우에 하나씩만 있다고 하네요.

봄을 기다리며 매화꽃만이 활짝 피어 있군요.

꽃이 만개하는 계절에 방문해야 제대로 된 정취를 느낄 수 있을듯해요.

2편에서 계속됩니다.

[블루러버]

눈이 쌓여서 그런지 계단식 논이 더 이뻐보이네요 ~

[Jeker]

개인적으로는 계단식 논에 흥미가 없었는데 노을지는 광경이나 눈이 쌓인 광경은 각별한 경치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