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증
장기기증에 대하여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여러 해 전에 가깝게 지내던 친구 두 명이 장기기증 약속을 한 후부터다. 두 친구는 고생 모르고 자라나 평범한 가정을 꾸려 가고 있는 착실하고 모범적인 주부이자 신심이 두터운 이들이다.
사후 장기기증 소식을 들은 모임에 온 친구들은 말없는 가운데서 모두 놀란 분위기였으며, 침묵속에서 잠깐의 시간이 흘러 간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 희생과 용기 없이는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후로 가끔 뉴스 보도를 통해서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는 사랑의 실천을 보면서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바로 실천으로 행하기는 어릴 적부터 심성 자체가 여리고 겁이 많은 편이라 감당하기 어려웠고, 부러워만할 뿐이었다.
9월 3일 토요일 새벽에 찾아온 심한 어지름증, 화장실로 들어선 순간 쓰러졌고, 얼마 지난 후에 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자신을 보았다. 너무 놀라 온몸을 움직여 보았는데 다행이도 다치지 않은 것을 보고 하늘에 감사하고, 안도했다.
다음 날이 일요일이라 가지고 있던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쉬었지만, 밤중에 어지름증은 또 찾아왔다. 월요일 아침, 급히 입원하고 각종 검사 끝에 뇌경색이 지나갔다는 진단이 나왔고, 입원치료 중, 앞으로는 외부자극이나 피곤하면 재발할지 모른다는 주의를 받았다.
뇌경색은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서 크게 다치거나, 뇌출혈이 되어 말이 어둔해지거나 몸의 마비를 가져오기도 한다.
평소에 감기도 잘 걸리지 않고 건강한 편이었는데, 갑자기 닥친 일에 "그때, 그날은 언제 올지 모른다"는 성경 말씀이 떠올랐고, 순간적으로 도둑같이 찾아온 병고, 아찔한 순간을 겪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신을 잃은 짧은 순간은 빛도 어둠도 없는 무상의 순간이었다. 살면서 집착하고, 내려놓지 못한 많은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여고동창들은 네가 착해서 아무 일 없이 무사했다고 덕담을 하지만, 자신은 스스로가 잘 알 뿐이다. 자비의 신께서 한 번 더 기회를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긴 세월을 되돌아보면서 하늘을 향해 부끄럽지 않은 자신의 진면모를 발견하기는 참으로 어려웠다. 어떻게 해야할까?
먼저 내가 서운함을 느끼고 용서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내려놓고 마음을 비울 일이다. 마음의 그릇을 크게 가지고 자신부터 다스리고 정리하려 한다. 생사의 문턱에서 돌아온 내 생각은 달라져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생명을 유지할 지 그것은 하늘에 달려 있지만, 의식이 맑을 때 남은 중요한 것들은 처리해야겠다 생각하고, 가장 먼저 장기 및 인체조직기증 희망등록을 했다.
희망등록은 훗날 기증 시점에 타인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일부를 나누겠다는 의사 표시이다. 이번에 가장 결심을 도왔던 것은 먼저 떠난 남편이다.
그는 드물게 보는 아름다운 정신의 소유자였는데. 임종이 다가왔을 때 그에게 한 말은 "당신이 천국을 못 간다면 아무도 못 가요." 라는 말이다.
이번 기증이 조금이나마 빚진 세상에 보속하고, 하늘과 남편에게 자비와 용서를 구하며, 마지막 날 "저 왔습니다." 하고 소리쳐 그이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늘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기증이 최고이겠지만, 나의 기증은 보속과 봉헌의 의미로 희석 되더라도, 다른 이의 생명을 이어 주는 가교역할은 할 것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내린 가장 값진 선택이었고 보람이라 생각한다. 남은 생, 건강을 잘 유지하여 부족하지만 나에게서 한두가지라도 남에게 장기를 기증 해줄 수 있을 때 하늘이 불러 주시기를 소망할 뿐이다.
그러한 기원을 담은 마음으로 늘 읊조리게 되는 한편의 시를 소개하며 두 손을 깊이 모은다
나는 영원히 살 것입니다
로버트 n.테스트 (1926~1994 /미국 시인)
어느 순간 의사는
나의 뇌가 더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모든 의미에서 나의 생명이 정지되었다고 선언할 것입니다.
그때 기계를 이용하여 억지로 생명을 불어넣으려 하지 말아 주십시오.
나의 침상을 죽은 자의 것으로 만들지 말고. 산 자의 것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그리하여 다른 사람들의 삶이 충만해지도록 나의 몸을 나누어 주십시오.
나의 눈은 떠오르는 해와 아기의 얼굴, 그리고 여인의 눈 속에 담긴 사랑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에게 주십시오.
나의 심장은 끊임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주십시오.
나의 피는, 자동차 사고로 죽음을 기다리는 청년에게 주어
그가 훗날 손자들이 뛰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나의 신장은, 기계에 의존하여 하루하루 연명하는 이에게 주십시오.
나의 뼈와 근육과 신경은, 걷지 못하는 아이에게 주어 걸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나의 뇌세포로, 말 못하는 소년이 함성을 지르고
듣지 못하는 소녀가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남은 것이 있다면 재로 만들어 꽃들이 잘 자라도록 바람에 뿌려 주십시오
만약 무언가 묻어야 한다면, 나의 실수와 나약함, 그리고 나의 편견들을 묻어 주십시오.
내 죄악은 악마에게, 내 영혼은 신께 드리십시오.
혹시 날 기억하려거든, 당신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위로가 되는 친절한 행동과 말을 건네십시오.
내가 부탁한 이 모든 것을 해 주신다면, 나는 영원히 살 것입니다.
첫댓글
오랜만에 회장님 글 만나니 넘!넘! 반가와
꼭 안아봅니다~^^
증말 기적같은 일이네요
화장실서 쓰러지면 꼭 큰일들을 겪던데
친구들 말씀처럼 평소 착하고착한 회장님께
잠시 눈감고 기적처럼 뇌경색을 흘려버렸나
보네요..
가슴 한켠 덜컹했답니다
건강 주의하시고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고운 답글에 마음이 애잔해 집니다.
정이 담긴 한마디의 말에도 진정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이시인님을 알아서 얼마나 좋은지요. 감사 감사
벌써 몇년이 되었네요
딸램이가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다면서 부모님 동의서란을 내밀었을때
참 당황했던적이 있었습니다
평소 헌혈은 자주했으나
엄마도 하지요 ..
그걸 잊고 여태껏 미루었네요
다시 용기를 내어 저도 등록을 해야겠어요
빠른 회복을 빕니다
고맙습니다. 토요일에 만나 뵙겠어요
이혜림시인이 젊은 나이에도 훌륭하군요.
그어머니에 그딸이 아니고, 그딸에 그어머니군요.ㅎㅎ
구시인님의 진솔한 글을 읽다 뭉클하기도 하였지만 덜컥 겁이 나여
밥한끼 대접해 드린적 없고 십분 따듯하게 손 한번 잡아드린적도 없이
구시인님을 잃을수도 있었겠구나 싶어서여
전 어리석게도 소중한 사람들이 늘 제곁에 있을줄알았어여
2년전에 너무나 사랑하는 친구를 먼저 보내구 많이 아팠는데
몇달전엔 엄마가 돌아가시구 불과 며칠전엔 아버지보다 더 의지하고 맘을 기대던 선생님이 돌아가셨어여
이 상실감이며 아픔이 괴로워서 힘들게 지내고 있는데 구시인님의 소식을 자세히 듣고나니
그동안 제가 구시인님께 많이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여
친구라면서 글케 힘든 시간들을 혼자이게 해서여
제발 아프지 마세여
그리구 장기기증 중에
피부기증은 뺐으면 좋겠어여
남겨질 자식들을 위해서여
많이 충격 받는가봐여
건강 잘 관리 하셔서 저랑 오래오래 재밌게 120살까지 놀다가 저랑 손잡구 하늘나라 가여
꼭이여
그때까지 아프지 마세여
인명은 하늘이 좌우하는데 그런 일을 겪었다고...바로 무슨 일이 있겠어요 ㅎㅎ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정시인님의 진심이야 제가 알고 있지요
말을 하나 안하나,그리고 만나지 않아도...사랑합니다
@정은숙/흑묘 같이 가면 안되지요. ㅎㅎ
그러나 늘 함께해요. 우리
이런일을 겪으면서 한번도 약한 모습 보이지 않았는데 정시인님 글 읽으면서
처음으로 눈이 젖어 오는군요
마음 착한 모든 이들에게, 마음 여린 아름다움 많은 이들에게, 특히 이런 마음을 실천하는 용기 있는
훌륭한 분이 좀 더 멋진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살 맛 나는 세상이 안되겠습니까! 하늘이시여!!
글을 보고 기도해 주시는 시인님의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고 은혜롭군요.
시인님의 짧은 글의 울림이 아주 큽니다.
제 마음에 간직하겠습니다.
큰일을 겪으셨습니다.
너무 건강하셨기에 사알짝 워닝을 주신게 아닌가 합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더 챙기라고 합니다.
결과가 다행스러워 감사드립니다.
역시 대모다우신 용기에 큰 결단을 하셨네요.
그저 경의를 표해 드릴 뿐 입니다.
건강은 쭈~우욱 관리하시고 유지하세요.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모든것이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평소에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 가면서...
지금껏 누리고 받은 은혜의 보답으로,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큰일 겪었네요. 미처 병문안도 못하고...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무병장수’는 없고 ‘유병장수’이니 오래도록 건강을 빕니다.
넘쳐나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나보다 남이 먼저이지요.
그러한 사랑으로 생활해 오시니 언제나 빛나는 환한 얼굴이군요.
좋은 친구 옆에 있어 기쁩니다.
11월 뒤에 남은 캘린더가 두 세장쯤 되었으면 좋겠는데 한 장 남았군요.
그래도 서른 날 이상 남았으니 올 한해도 마무리 잘해야겠군요. 건강하세요.
배시인님이 계시니 강릉이 정답게 느껴지고,
호탕하고 풍류가 넘치는 시인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두사람이 어떤 농담을 해도 머물지 않는 물 같아서 거칠것이 없지요.
배시인님 만난것이 저에게는 행운이지요
많이 놀라시고, 고생하셨네요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 수 있기에 자칫 소홀하고 무관심하지만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라는 단순한 얘기가 진리임을 깨닫습니다
망설이지 말고 용기를 내야할 것 같아요
더불어 사는 삶..
많은 의미로 다가듭니다
평안하세요
박시인님도 건강 조심하셔요.
나이나 모든것이 모던의 중심인데요.
백교수님께서 모던도 차차 젊어져야 된다고 하시잖아요.
벌써 십여년이 흘러 갔으니까요. 그당시는 젊었지만...ㅎㅎ
구인순 시인님
인명은 제천이라는 말 동감입니다.
용기만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믿음과 사랑 용기가 같이해야 할 수있는일
감동입니다. 이글읽는 이 모두 다시한 번 생각하게 하네요
너무 반갑습니다. 시인님
제가 건강이 좋지가 않아서 두어달 카페를 못들어 왔어요
귀한 발걸음에 감사드리며, 모든 것이 부족합니다.
좋은 나날 보내시기를...
선생님 ~~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요즘 건강문제로 이것저것 심란하기도 한데~~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건강 관리 잘 하셔서 오래오래 달빛 울타리를 지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유시인님
아직 젊고 젊은데 벌써 그렇게 힘드셔서 어떻게 해요
빨리 회복하셔서 지난 날에 보여 주신 활기차고 명랑한 모습 보여 주세요
달빛 울타리 한몫을 거드셔야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