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일반 신도가 승복을 입어도 되나?
승복은 말 그대로 스님이 입는 옷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스님은 회색 저고리(적삼)에 회색 바지(고의)를 기본으로 회색 두루마기(동방)를 겹쳐 입는다.
색깔만 회색일 뿐 전체적인 품새는 전통 한복과 다를 바 없다. 사실 현재의 승복과 가장 가까운 복식은 조선의 옷이었다.
다만 회색이라는 색깔이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모름지기 비구는 괴색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율장의 가르침이 그 유래다.
괴색이란 특정한 색깔이라기보다 색을 무너뜨린 색, 다시 말해 원색 이 아닌 색을 가리킨다.
예로부터 승복에서는 잿빛이 난다.
화려하고 비싸게 마련인 원색을 금지하는 규범에 따라, 옷감을 값싼 염료인 먹물로 물들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옷 한 벌로 평생을 사는 게 출가수행자의 법도다.
원래는 검었던 옷이 시간이 흐르고 색이 바래면서 자연스럽게 회색이 되었을 것이다.
곧 염의는 삭발과 함께 스님으로서의 청정함과 검소함을 상징하는 주요 코드다.
또한 회색은 흑색과 백색이란 양 극단을 지양하고 중도를 지향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본래는 몸에 두르는 가사가 곧 승복이었다. 가사는 분소의라고도 한다.
말하기 민망하지만, 그야말로 똥을 닦고 버린 넝마쯤으로 풀이된다.
부처님과 제자들이 남이 버린 옷이나 화장하기 전 시체를 감쌌던 헝겊을 주워서 옷으로 삼았던 데서 연유했다.
무소유의 극치인 셈이다. 지금도 열대 지역인 남방 불교권에서는 가사만 몸에 걸치는 것이 정석이다.
이들은 신발도 슬리퍼를 신는다. 가사 안에 옷을 받쳐 입는 한국 스님을 스님으로 인정하지 않는 시선도 일부 있다는
귀띔이다. 겨울이 뚜렷하고 기다란 우리나라에서 한 철만 월동을 해도, 그런 비난은 하지 못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추위 때문에 결국 동아시아에서는 가사 안에 따로 옷을 입는 문화가 정착됐다.
한국, 일본, 중국 스님은 땅바닥까지 내려오는 장삼과 가사를 착용한 상태에서 예불을 올리거나 의식을 한다.
이것이 스님의 정장이다. 한편 가사의 조각 수에 따라 5조부터 25조 가사까지 나뉘는데, 조각이 많이 난 가사를 걸칠수록
지위가 높은 스님임을 나타낸다.
조계종은 종단의 위계질서 확립과 수행자 위상 제고를 목적으로 2006년 가사원을 설립했다.
자체적으로 스님들 전원에게 통일된 가사를 제작 보급하고 있다.
한편 사찰에 가면 승복을 입은 재가불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머리만 깎지 않았다 뿐이지 영락없는 스님의 행색이다.
1960~70년대 부처님오신날 사찰 풍경을 찍은 사진에도 승복 차림의 여성 신도들이 군중 구석구석에서 목격된다.
연원과 내막을 알 수 없는 습속이다. 그저 스님이 좋아서 따라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따름이다.
물론 재가불자와 관련한 복식 규정이 별도로 명시된 적이 없으므로 무어라 따지거나 나무랄 계제는 못 된다.
단, 경전에는 일반 신도들을 백인白人 또는 백의白衣라고 지칭하는 구절이 간혹 나온다.
주로 흰색 옷을 입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전 송광사 율학승가대학원장 도일 스님은 “백의라는 말은 단지 흰옷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라, 원색의 옷을 입지 않는 승가에 대비해서 원색의 옷을 그대로 입는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부처님을 친견할 때는 사치스러운 장식을 절 문 밖에 모두 벗어 두고 들어갔다는 기록이 있다.
정확히 어떤 모양과 색깔의 옷을 입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으나, 소박하고 정갈한 모습이었을 것만은 분명하다.
사찰은 성소聖所다. 그러니 경건한 마음가짐을 드러내고 유지할 수 있는 차림새가 최적의 복장일 것이다.
맵시가 단아하고 절하기 편한 승복도 원칙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스님을 향한 존경심과 불자로서의 자부심을 키울 수 있는 방편.” 동국대 명예교수 법산 스님의 격려다.
다만 승복을 변장의 도구로 삼아 스님 행세를 하고 돌아다닌다면 마땅히 단죄해야 할 일이다.
사기꾼들에게는 외양만이 아니라 승복에 담긴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를 해줄 만하다.
옷이 날개라지만, 승복은 책임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네 고맙습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_()_
감사합니다_()_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