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23년 ‘사이펀문학상’ 수상자인 최휘웅 시인이 시집 『꿈의 방정식』(사이펀현대시인선 21)을 펴냈다. 이번 시집 『꿈의 방정식』은 그동안 최휘웅 시인이 추구해온 현대시의 모더니티를 극대화시킨 시집으로 나이(44년생)를 못 느낄 만큼 언어적 신선감을 던져준다. 특히 사물과 사물에서의 병치적 사유와 몽환적 사유가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시편들이 현대시의 또 다른 모형을 엿보는 듯하다. 이러한 최휘웅 시인의 시 쓰기는 한국 쉬르레알리즘의 대부인 조향 시인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 “나는 20대 젊은 시절, 조향 시인의 문하에서 초현실주의 시적 방법론이었던 자동기술법을 접했다.”고 시인이 밝히고 있다. 그는 조향 시인을 통한 서구의 시편들을 포함한 다양한 현대시의 기법들을 일찍이 접하고 자신의 내부 깊숙이 뿌리로 심어두었다는 것이다. 1982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하고도 줄곧 중앙(서울)을 찾아들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방법론으로 시를 쓰고 발표해 왔던 것이다. 이번 시집 『꿈의 방정식』은 바로 그러한 최휘웅 시인의 50여 년 시 작업의 한 준봉에 다름아니다. 하여 흔히 시집 뒤에 붙는 해설 대신 시인의 시론 「내 시의 바탕화면」을 실었다. 이는 독자의 이해를 높이고자 한 것으로 평소의 최휘웅 시인의 시에 대한 준비와 창작론을 엿볼 수 있다.
출판사 서평
◎시인의 시론
김춘수 시인의 무의미 시는 60연대 말 당시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경이였다. 뽈 발레리의 순수시와 시론에 빠져 있었던 그때, 김춘수 시에서 순수시의 절대 경지를 발견하고 시가 언어예술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내가 시에서 언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때부터다. 이런 언어 실험이 억압된 의식을 해방시킨다고 믿었다. 윤리나 규율에 얽매여 있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해방시킴으로써 시가 보다 정화기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시의 쾌락원칙과 통한다. 김춘수 시를 통해서 나는 시가 예술로 존재할 때 쾌락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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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서 시는 몽상적 세계로 가는 통로다. 시의 존재가치 중 하나로 흔히 소원풀이 기능을 드는데, 어쩌면 나는 시를 통하여 현실의 벽을 넘고자 하는 기원을 갖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인간의 모든 논리적인 경계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열망이 시 쓰기의 동력이다. 앙드레 브르통은 양식이나 논리를 초월하여 꿈과 유아의 정신 상태에 가까워지는 것을 시의 이상으로 제시한 바 있다. 꿈과 유아의 정신 상태란 인간의 가장 원초적 감정이고, 순수한 내면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는 20대 젊은 시절, 조향趙鄕 시인의 문하에서 초현실주의의 시적 방법론이었던 자동기술법을 접했다. 자동기술법은 의식을 방심放心의 상태에 놓고 의식 선상에 떠오르는 무작위적인 언어를 기술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이성의 논리는 배제된다. 이성이 비켜선 자리가 방심의 상태고, 비논리적인 무의식이 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무의식에 잠복 되었던 강박관념이나 억압감정, 그리고 리비도 같은 성도착 의식을 이성의 통제로부터 해방시키고자 하는 것이 자동기술의 목적이지만 이 방법으로 얻어지는 것이 꼭 프로이드가 말한 정신 병리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방법으로 전후 문맥을 뛰어넘는, 반이성적인 아름다운 환상 공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나는 꽤 오랫동안 이 방법론으로 시를 얻고자 고심했다.
-최휘웅, 시론 「내 시의 바탕화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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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
차례
1부
꿈의 방정식Ⅰ. Ⅱ. Ⅲ.
몽상 속의 혀
디스토피아
말, 말의 무덤
의식에서 명멸하는 시간
그런데 나는 모른다
어긋난 드라이브
나
어느 날의 낙서
반상합도
막다른 길목에서
이완의 관계
먼동이 틀 무렵
바벨탑
색즉시공
가위
치매
2부
조깅
존재를 찾아서
생의 경사에서
생의 무게
열반의 오류
시간의 공전
이명
나와 너
뉴스
기도
꽃
자성론
디딤돌과 걸림돌
해운대 마술사
이 시대의 풍경
길 위에서
백내장 수술 후
안구 건조증
동의어처럼
몰라
3부
코로나 1. 2. 3. 4.
청음
기억의 계단
섬섬옥수
꿈속으로 가는 길
시간에 대한 단상
경계에서
동백섬에서
모반
해운대의 밤
거울
시간여행
제자리에서
기억의 끝
뒤샹의 사생아들
천국
광복동
봉별기
그때
방의 추락
4부(단시)
나무
산
아내의 폐경
골목집
매춘
조크
남루하다는 것
신발장
천상천하유아독존
동거
시
홍수
삶
오독
부두
부부
침묵
무아
삼매
견성
|시론|
내 시의 바탕화면
작가 소개
최휘웅
글작가
1944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1962년 동아대학교에 입학하여 한국 쉬르레알리즘의 대부인 조향 시인 문하에서 현대시에 대한 수업을 받으며 모더니즘 시에 눈뜨기 시작했다. 1974년 소한진, 송상욱, 하현식, 김석, 옥영식 등과 「시와의식」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82년 월간 《현대시학》에 전봉건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1986년 유병근, 박현서, 박청륭, 하현식, 양왕용, 김성춘, 진경옥 시인과 「절대시」 동인, 1997년 박청륭, 정영태, 변의수, 김곰치, 정익진, 김언 시인과 「시21」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계간 《시와사상》 편집인(2002년~2019년), 계간 《부산시인》 주간(2017년~ 2021년 2월)을 역임했다. 수상으로는 동아대학교 교내 문학상(1968년 시 부문), 제4회 동아문인상(2008년), 제24회 부산시인협회 본상(2016년). 제8회 사이펀 문학상(2023년)을 수상했다.시집으로 『절대공간』(1975년 하현식 김석, 최휘웅 공저 시문학사), 『환상도시』(1986년 문학세계사), 『하얀 얼음의 도시』(1997년 전망), 『사막의 도시』(2001년 말ᄊᆞᆷ), 『녹색화면』(2009년 시와사상사), 『카인의 의심』(2015년 시와사상사), 『지하에 갇힌 앵무새의 혀』(2019년 빛남)가 있으며 평론집 『억압. 꿈. 해방. 자유. 상상력』(2006년 말ᄊᆞᆷ)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