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을 하지마세요 / 승현 스님
잘 길들여진 말처럼,
모든 감각이 잔잔하고,
교만이나 고민이 끊어진 사람은
신들도 부러워한다.(법구경 성인품)
부처님은 나로 하여금 부처가 되는 법을 가르치셨지
부처님께 매달리기만 하는 종속으로서의 나로 원하시지 않는다.
그럼에도 말세의 중생은 오히려 종속적인 것에 더 의존하며 살기를 원한다.
그것은 아마도 부처님 같이 모든 것을 버리면
자신의 행복이 사질 것 같은 두려움이 먼저 갖기 때문이리라.
누구나 부처님 같은 마음을 가졌지만
그 마음을 쓰고 살기를 바라지 않는 지도 모른다.
한번 심어진 고정 관념은 습관처럼 쉽게 고쳐지기 어렵다.
어느 불자가 와서 말했다.
“저는 정말 죄가 많아서 그런지
뭔가 들 듯 말 듯 하다가는 일그러져서 일이 풀리지 않습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을까요?”
그에게 말해 주었다.
“전생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거사는 살생을 참 많이 하고 사셨습니다.
어려서는 철모른다 하여 죽이기를 잘하였고,
커서는 고기 먹는 아주 좋아하였고,
이내 돈을 벌겠다고 음식점을 하면서 수없는 목숨을 잡아 죽였습니다.
나는 매일 돈을 벌겠다고 토종닭과 오리를 잡아 산체로 살생을 하면서
왜 그것이 큰 업이 된다 생각하지 않고 살았습니까?”
“닭과 오리 죽이는 것이 죄가 됩니까?”
“아직 진리를 모르니 죄가 되는 줄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엄연히 세상에 태어난 생명이 남에게 일찍 죽기를 소원하는
짐승은 없습니다. 우리가 몰라서 양식이니까 ”괜찮다“
이미 그렇게 기른 짐승이라서 죄가 안 될 것이다 여기는 그 마음이
이미 자비심을 버리고 악한 습으로 오래 물들어버린 탓임을 왜 모르십니까?”
“나만 하는 것도 아니고 음식점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어째서
그럼 잘 사는 사람이 많습니까?”
“아마도 거사가 외형적인 것만 보시기에 잘 모를 뿐이지
그들의 삶은 내면은 한번 보면
이런 저런 인연으로 고통 받고 살고 있습니다.”
“이해가 안갑니다.”
“돈은 벌면서도 자녀 때문에 애를 먹는 사람도 있고,
돈을 벌어서 엉뚱한 곳에 투자해서 뒤에 쫄딱 망하는 사람도 많으며,
돈 때문에 이혼하는 사람도 있고, 질병이나 사고로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욕심을 부려서 화를 당하는 것을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나도 많이 보고 살면서도
내 삶이 아니다 보니 잊고 살 뿐입니다.
음식점도 주인이 잘 바뀌는 것을 보지 못하셨나 봅니다.
다 인연에 따라 업이 깊어지면 그 인연에 의해 변화가 생깁니다.
내가 아는 예전의 시장님과 시의원도 욕심 부렸다가
그것이 화근이 되어 화병으로 죽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 남의 일이라서 겉에만 보고
좋아하지 정작 그들의 속사정을 모르기에 그저 동경하지만
인과법은 세상 그 어느 누구라도 피해갈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해 둡니다.“
“그럼 살생하지 말아야 하겠네요.”
“건강하게 고통없이 살려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리고 전에 지었던 업을 참회와 함께
그들의 영혼의 평온을 위해 닦아 주지 않으면
지금처럼 무엇을 해도 항상 우환질고와 고통을
벗어날 길은 없을 것이니 부지런히 업을 먼저 참회하고
복을 지어 나로 인해 억울한 영혼의 매달림이 없도록
복을 지어 줘야 합니다.
중생이 항상 자기 욕심만 앞서지 자비심을 저 멀리 던져 버려놓으면
하늘은 그에게 결코 밝은 행복의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어떻게 닦아줘야 합니까?”
“7일마다 지장보살님께 공양올리고, 나로 인해 억울하게 죽은
생명들의 천도를 위해 지장경 백독을 하십시오.”
“쉬운 일이 아니네요”
“죄는 짓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되돌리는 것은
단순히 말하듯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독교는 하나님만 믿으면 죄도 없앨 수 있고 쉬운데,
불교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신에게 빈다하여 죽은 목숨에 대한 것을
그 신이 대신 덜어주는 예는 없습니다.
그것은 그저 그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달래주기 위한 말일 뿐이지
신을 믿는다 하여 죄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스님 말씀을 들으니 죄를 짓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내가 지어 놓고 남보로 해결하라는 것이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며,
그런 마음 씀으로 얼마나 마음 편하게 살겠습니까?”
“스님께서는 옳고 그름에 대해 확실하게 말씀을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조심하며 살도록 해야 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내 앞에 죽어가는 숱한 이들을 보면서도
자기는 영생불사 할 줄 아는 멍텅구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남을 힘들게 하는 것이 곧 뒤에 내가 다른 남에게
힘든 처우를 받게 됨을 알아야 한다.
남을 골려먹고 나는 편하고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하는
엉뚱한 식견을 가졌다면 당장 고쳐라.
무상의 바람은 어제와 오늘의 다른 삶은 만들면서
나를 일깨워 주고 있거늘
어찌 팔자 탓 남 탓을 하고 살려 하는가?
산 속의 열 놈의 도둑은 잡아도
자기 마음속의 한 놈의 도둑은 못 잡는 것이 중생이다.
그래서 옛 말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도 안 되는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생긴 것이다.
자신의 들끓는 마음을 들여다 보아라 얼마나 더러운지,
얼마나 독한지, 얼마나 버려야 할 것들이 많은지 보이는가?
자신의 한심한 생각부터 고쳐라.
불교는 나를 참 사람, 참 마음을 보게 하도록
이끄는 종교임을 명심하라.
건강한 하루는 건강한 마음에서부터 일어난다.
자신의 마음을 잘 다듬을 줄 아는 지혜로움을 길러야 한다.
[출처] 살생을 하지마세요 (승현 스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