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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기 전에...
어떤 카오스 유저들은 말합니다. "그래도 카오스 제작진은 초기에 도타를 한글화하는데 일조하지 않았는가. 영어 도타를 한글화한 것이다."
그런데 원작 도타를 한글화한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카오스의 한글화를 보고 '참 미흡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저는 여기서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그 부분만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카오스는 아직도(또한 앞으로도) 도타 아류작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도타와 관련된 부분, 도타 제작진이 짜놓은 아이템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카오스에 등장하는 아이템들 중 절반은 도타 제작진이 구상한 아이템을 그대로 따오고 있을 뿐더러, 상인의 모델, 사냥터의 몹 모델 등 역시 도타의 것을 거의 수정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막상 베껴오려면 제대로 베껴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카오스의 한글화는 미흡합니다. 도타를 플레이하던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카오스를 보면 배를 잡고 웃을 정도입니다. 카오스의 소위 '한글화'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대충대충 이루어졌는지 짚어보겠습니다.
1. 한글 음역과 번역이 뒤죽박죽
과거 '매직 상자'라고 하는 단어를 두고, 카오스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비꼬듯이 하는 말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마법 상자면 마법 상자고, 매직 박스면 매직 박스지 매직 상자라는 말이 어딨나?" 식으로 말입니다.
물론 그런 단어 하나 때문에 카오스의 표절을 비난하는 것은 아주 유치한 행동이지만, 그렇게 외래어와 한글을 조합해 사용하는 것이 '번역 작업'에서는 우스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다른 아이템은 제끼고 원작 도타에서 베껴간 아이템 명칭이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몇개 짚어보겠습니다.
[Staff of Wizardry - 위자드 지팡이]
외래어 + 한글 번역도 우습지만, 여기서 Wizardry는 위자드라는 뜻이 아니고 '마법'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마법의 지팡이 또는 마법 지팡이로 번역을 해야 합니다.
[Barbed Shield] - 비늘 쉴드]
역시 외래어 + 한글 번역이고, 여기서 barbed는 비늘이 아니라 '미늘'입니다. 굳이 상상력을 발휘해서 의역을 한다면 '가시'정도로 해석해도 됩니다. 그러니 미늘 방패나 가시 방패 정도로 번역을 해야 합니다. (비늘은 다들 아시다시피 양서류/파충류/어류 등의 표피입니다.)
[Blade of alacrity - 민첩 블레이드]
한글 + 외래어 번역입니다. alacrity와 agility를 구분하는 기지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민첩의 검' 으로 번역을 했어야 합니다. 이건 단순히 단어 하나하나를 본 것이고, 카오스의 아이템 전체를 보면 대충 30%는 한글로 70%는 외래어 + 한글, 외래어 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예로, 도타의 doom mantle 은 '파멸의 망토'로 번역해놓고, 같이 베껴간 shadow plate 는 또 '쉐도우 플레이트'로 음역을 했습니다. 다른 건 모두 외래어 번역인데, ring of regeneration 만 '재생의 반지'로 번역한 것도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완전하지도 못하고 정확하지도 않은 번역은 '단순히 말만 통하면 되지'라는 행동으로밖엔 보이지 않습니다.
2. 웃으면서 읽어 봅시다.
카오스 유저분들 중 매거스의 망토, 거미 여왕의 반지, 윌의 철투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봅니다. 기실 이 아이템들은 도타의 아이템을 그대로 베껴간 것인데, 원작 도타에서의 이름을 알게 되면 아마 배를 잡고 웃으실 겁니다. 원작에서의 이름은 Magus' Cloak, Spider Queen's band, Helmet of the Iron Will 입니다.
얼핏 보면 카오스 제작진이 제대로 번역을 한 것 같지만 잘 한번 살펴 볼까요? Magus' Cloak 을 카오스 제작자는 '매거스의 망토'로 번역을 했는데, 얼핏 보면 매거스라는 사람이 입던 망토를 연상시킵니다. Magus 는 영단어 magic, mage 등 에 영향을 준 단어인데, 복잡한 배경 지식을 모두 제끼고 간단히 말하자면 마법사/마술사를 뜻합니다. 왜 Magi Robe는 마술사의 로브라고 비교적 정확히 번역했으면서, Magus' Cloak은 매거스의 망토라는 황당한 번역을 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Cloak은 몸 전체를 감싸는 천을 말합니다. 스타 워즈에서 시스가 입고 있는 갈색 천이 바로 Cloak입니다. (Cloak에 대해서는 3.(2) 참조)
Spider Queen's band 에 이르면, 카오스 제작진의 번역이 아닌, 상상력이 발동됩니다. band는 여러가지 뜻을 갖고 있지만 여기서는 팔찌를 말합니다. 워크래프트3의 네루비안 족이 팔에 팔찌를 두르고 있다는 것을 상상하면 됩니다. 그런데 카오스 제작자는 band를 반지로 번역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band가 반지가 될 순 없는데, 아이템 스킨을 보고 생긴 모습이 반지와 비슷하니 반지로 대충 번역한 것으로 보입니다.
Helmet of the Iron Will 에서 카오스 제작자는 한술 더 뜹니다. 제작자는 이 아이템을 베껴오면서 '윌의 철투구'라 번역했습니다. 초기 제작자가 떠나고, 현 제작진이 여러번 버젼업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명칭을 거의 변동하지 않고 쓰는 걸 보면 이 번역이 맞다고 여기나 봅니다.
근데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도 위에서 소개한 원작 도타의 단어를 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시는 분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윌의 철투구'를 영작하면 Will's Iron Helmet 이 되니까요.
왜 이상한지 살펴봅시다. 여기서 Iron Will 은 철강이나 사람 이름을 나타내는게 아니라 강한 의지를 뜻합니다. 그러니 제대로 표현하자면 Helmet of the Iron Will은 굳은 의지의 투구로 번역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도타 제작진도 그에 맞는 아이템 설명을 덧붙였구요.
"전장에서 죽은 전설적인 용사가 쓰던 투구입니다. 장착한 영웅의 방어력이 6 증가하고 체력 재생력이 초당 3씩 증가합니다."
하나 더. 카오스 제작진이 '윌의 철투구' 아이템에 덧붙인 설명은 더 황당합니다. 이게 압권입니다. 아이템을 베꼈다는 오명을 감추기 위해선지, 아니면 틀린 번역에 맞춰 상상력을 발휘한 건지는 모르지만 이 번역을 보고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전설적인 드워프 대장장이 윌이 만들었다는 이 투구는 +6 방어, 50% 체력 증가 효과를 가지고 있다."
원작에선 존재하지도 않았던 드워프 대장장이 윌이라는 가상의 인물까지 만들어내는 걸 보니, "윌의 철투구"가 확실한 번역이라 여기나 봅니다.
3. 알면서 보는 재미난 도타 아이템 이야기
(1) 블레이더턴 목걸이는 무슨 뜻일까?
이 아이템 역시, 원작 도타에서 고스란히 베껴간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원작에서의 이름은 Bladeturn necklace 입니다. (Bladeturn이 블레이더턴이 된 것은 잘못된 음역이므로 고쳐야 합니다.) 카오스 제작자도 Bladeturn을 번역하는게 힘들었는지, 아니면 하던대로 그냥 음역을 해두었는데, 차라리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Bladeturn에 내제된 뜻을 모르면 이상한 번역이 되었을 테니까요. Bladeturn을 검색하면 대부분 RPG 게임에 등장하는 아이템이나 포션의 이름이 나옵니다.
그리고 공통점이 있다면 회피 또는 방어의 개념이 내재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 단어의 탄생 배경은 잘 모르지만, 왜 Bladeturn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상대방이 Blade로 당신을 내려칩니다. 그런데 당신의 목걸이에 내재된 마법의 힘이 Blade를 Turn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당신은 공격을 회피하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Bladeturn Necklace의 뜻입니다.
(2) Robe, Cloak, Mantle 전부 망토 아냐?
이 세 단어는 사전적 의미는 모두 '망토'입니다. 카오스 제작자도 도타 아이템을 번역할 때 세 단어를 구분하지 않고 거의 망토로 번역을 했더군요.
Mantle of Intelligence - 지능의 망토
Doom Mantle - 파멸의 망토
Magus' Cloak - 매거스의 망토 (매거스에 대해서는 2. 참조)
Magi Robe - 마술사의 로브
근데 아무래도 저 세 단어의 뉘앙스 차이는 짚고 넘어가보자 합니다. 그래야 게임을 즐기실 때 그 느낌을 제대로 전달받으실 것 같아서 말입니다.
우선 Mantle에 대해 알아봅시다. Mantle은 대부분 금속 재질입니다. 그리고 어깨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 실제로 망토가 아니라 어깨 보호구가 좀더 합당한 표현입니다.
반면 Cloak은 대부분 천 재질입니다. 머리와 몸 상체와 하체 전부를 감싸는 물건인데, 스타 워즈에서 시스 군주가 두르고 있는 갈색 천이 바로 Cloak입니다. 거의 온몸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얼굴만 내놓고 있지요. 즉, Magus' Cloak'에서 사용된 아이템 스킨은 도타 제작진이 잘 선택했다고 봐도 됩니다.
Robe는 Cloak과 거의 같은 뜻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다만 Robe에는 특정 행사때 입는 예복의 뜻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hood라는 단어도 알고 넘어갑시다. hood는 Cloak과 Robe에 포함된 일부분인데, 등과 머리 위를 감싸는 부분을 말합니다. 그리고 Cloak과 Robe 중에는 개중에 hood가 없는 경우도 있다는 점, 알아둡시다. (hood가 없는 경우 머리부분은 드러나게 됩니다.)
그밖에 cape 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cape는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망토에 가장 가까운 단어라 할 수 있습니다. 슈퍼맨의 빨간 망토가 바로 cape입니다. Cloak와는 달리 cape는 착용자의 등만 가리게 됩니다.
(3) 워크래프트 역사와 관련된 도타 아이템
애초에 도타는 단순히 센티널과 스컬지의 싸움을 표현한 것 뿐만이 아니라, 오리지날 워크래프트 3 의 역사를 한눈에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센티널 진영에 인간, 드워프, 트롤, 나이트 엘프, 오크, 타우렌 영웅들이 모여있고 스컬지 진영에는 언데드, 악마 영웅들이 모여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컨셉은 도타의 컨셉이 워크래프트 역사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도타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컨셉은 모두 워크래프트 자체와 관련이 있습니다.
원제작자인 Eul, Kegsta, Risonyra 등은 아이템을 만들 때도 그런 센스를 발휘했습니다. 도타 곳곳에서 워크래프트 3의 역사를 연상시키는 아이템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몇개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Ironwood Branch (철목 가지, 카오스에서 나무 가지로 명칭 변경)
Treads of Illidan (일리단의 발자취, 카오스에서 파워 부츠로 명칭 변경) - 일리단이 신었던 장화라는 설명을 달고 있습니다.
Lothar's Claymore (로서 경의 양날검, 카오스에서 자객의 검으로 명칭 변경) - 로서 경이 2차 전쟁 때 떨어뜨린 검이라는 설명을 달고 있습니다.
Nethezerim Buckler (네스제림 방패, 카오스에서 데모닉 버클러로 명칭 변경) - 지옥의 전쟁에서 사용된 방패라는 설명을 달고 있습니다.
Demon Edge (마검, 카오스에서 데몬 엣지로 변형됨) - 악마 부대를 이끌던 타락한 지휘관이 사용하던 검이라는 설명을 달고 있습니다.
Ancient Knowledge Stone (고대 지식의 돌, 카오스에서 명칭 변경 없이 그대로 사용됨) - 고대 엔트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돌이라는 설명을 달고 있습니다.
이처럼 워크래프트 역사와 관련된 도타 아이템 이름은, 도타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이름만큼이나 게이머들에게 흥미를 줄만한 요소로 가득차 있습니다.
4. 어색한 외래어 남용 / 어색한 한글 사용
카오스는 한국 유즈맵 답지 않게 지나치게 영어가 남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한글만을 사용하여 유즈맵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도타에서 베껴온 아이템은 그렇다 치고 새롭게 만드는 아이템에까지 외래어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은 간혹가다 눈쌀을 찌푸리게 합니다.
(1) 어색한 외래어 남용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칠 경우, 뜻이 안되는데 마구 갖다 붙일 경우엔 문제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외래어와 한글을 억지로 혼합하여 만든 단어는 인정한다 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될 정도로 외래어를 갖다 붙이는 것은 카오스의 작품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영웅들의 이름만 봐도 도무지 한국인이 만들었다고는 생각이 안될 정도입니다.
"오션 위치" "미스테리어스 소드맨" "매드맨" "좀비로드" "센티널 런어" "레이스 퀸" "썬더퀸" "스콜지 킹" 등...
왜 버젓이 있는 한글을 놔두고 이런 외래어를 남발하는지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밖에 아이템 명칭이나 스킬 명칭 역시 잘못된 외래어 남용이 너무 많습니다. "아이스 가디언"의 스킬인 "아이스 버그"는 Iceberg(빙산)을 표기한 것 같은데, 그러려면 아이스버그 라고 쓰는 것이 옳습니다. 물론 이렇게 세세한 것까지 흠을 잡으면 제가 도리어 비난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스 버그'와 실제 스킬 설명 사이에 연관성이 거의 없다는 건 꼭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마치 이름을 지을 때 멋있게 들리는 영단어로 대충 집어넣고 스킬 설명은 따로 하는 듯한 느낌이 너무 강합니다. 이런 카오스의 실태는 외래어 사용이 아닌 남용입니다. "외래어도 한글이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할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미스테리어스' '매드'와 같은 말은 외래어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분명 한글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굳이 외래어를 사용하고 싶었다면 제대로 표기해야 합니다. Runner를 런어라고 쓰는 것은 Summer를 썸머라고 쓰는 것과 같습니다. 이처럼 카오스에는 외래어 남용 뿐만이 아니라 오용한 사례도 군데군데 눈에 띕니다. 이렇게 이름을 만드려면 제작자로서의 최소한의 성의는 가져야 하는데, 카오스에는 아무렇게나 만든 듯한 이름이 태반입니다.
아이템 명칭도 마찬가지입니다. 도타의 Nethezerim buckler의 이름을 바꿔서 베낀 아이템에 조금이라도 창의력을 발휘할 생각이었다면 "악마의 방패" 처럼 한글 이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데모닉 버클러"라는 외래어 이름을 썼을까요?
"숏소드", "문 스피어, "문북" 등 왜 충분히 한글로 쓸 수 있는 단어를 이렇게 써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이런 아이템들은 도타에서 베껴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카오스 제작진이 고의로 지은 이름입니다. 영어를 음역한 것도 아니고 자의로 그렇게 영어를 듬뿍듬뿍 사용한 것이라면 외래어 남용이 맞습니다.
그래도 카오스를 하면서, 멋진 아이템 이름도 찾았습니다.
"달의 힘이 깃든 아이템 판매소" 얼마나 뜻이 잘 전달되는 단어입니까? 카오스 제작진이 이처럼 조금만 더 성의를 기울여 이름을 지을 때 외래어가 아닌 뜻이 잘 전달되는 한글로 써주길 바랄 뿐입니다.
(2) 어색한 한글 사용
카오스에 등장하는 아이템 설명이나 스킬 설명을 보면, 한글조차도 어색하게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카오스의 아이템이나 스킬 설명문을 보면, 군데군데 "하다체"와 "합니다체"를 혼용하고 있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스킬 설명을 볼 때도 "~입니다"라고 써놓고 옆의 스킬 설명을 보면 "~이다, ~이다"등으로 써놓고 있는 게 태반입니다. 어떤 스킬 설명은 아예 대놓고 "~이다. ~입니다."로 써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름을 지을 때 외래어를 남발한다손 치더라도, 자국의 언어인 한글로 문장을 작성할 때는 읽는 사람이 어색하지 않도록 쓰는 것이 최소한의 성의가 아닐까 합니다.
스킬 설명도 어색하게 써놓은 부분이 한두개가 아닙니다. 한 개만 예를 들자면, 취권 달인의 "취권 마스터리 배우기"의 설명은, "취권을 구사하여 일격에 많은 데미지를 주고 회피율도 뛰어나다."입니다. 얼핏 보아도 뭔가 말이 이상합니다. 그 이유는 "취권을 구사하여 일격에 많은 데미지를 주다."라는 말과 "회피율이 뛰어나다"라는 말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예 문장 구조가 다른 말을 억지로 이어붙였으니 말이 어색한 것은 당연합니다. 모국어인 한글을 이렇게 당당하게(?) 틀린 문장으로 구사하는 경우는 참 보기 드문 경우입니다.
"취권을 구사하여 일격에 많은 데미지를 주고, 영웅의 회피율을 높입니다."로 고쳐써야 어색하지 않고 어법에도 맞습니다.
아이템 이름이나 설명 중에도 한글을 왜곡해서 사용한 사례가 많습니다.
"숏소드"라는 아이템의 설명을 보면, "데미지 15의 초급 검사에게 적합한 무기이다. 또한 무기업글 주문서로 업그래이드 가능하다." 라고 나와있습니다. 공격력이란 말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데미지'라고 쓴 것과, 업그레이드라 통용되는 말을 업그래이드라고 쓴 것은 그냥 넘어갑시다.
그래도 이 아이템의 설명 역시 뭔가 이상합니다. 그냥 대충 읽고 지나가면 "공격력이 15인 초급 검사에게 적합한 무기"인지, "초급 검사에게 적합한 공격력 15의 무기"인지 헷갈릴 정도로 어색한 문장을 썼습니다.
'업글'이라는 정체불명의 외래어를 사용한 것도 황당합니다. 아무리 게이머들이 '업글'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정식명칭은 어디까지나 '업그레이드'이며, 카오스 내에서조차 업그레이드란 단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기에서만큼은 또 '업글'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제작진이 그저 아무런 생각없이 한글을 사용해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외래어를 남용/오용한 것은 그렇다 치고, 모국어인 한글마저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카오스 제작진을 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웬지 씁쓸합니다.
마치며...
원작 도타 제작진은 하나의 이름을 지을 때도 워크래프트 3의 역사를 생각하며, 그에 맞는 컨셉으로 전체 분위기에 걸맞게 창작하는 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직접 한글화를 했기 때문에, 영단어와 영문어법도 제대로 사용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카오스 제작진에게 "당신들도 하나를 만들더라도 뭔가 주제의식을 갖고 창의성을 기울여 만들라"고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이름을 만들고 말을 지어내든지는 자유입니다. 하지만 있는 말이라도 제대로 사용하고 표기하는 것이 제작진의 진정한 책임 의식이 아닐까요?
물론 도타의 트리거와 소스 등을 아직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도타를 참고했다는 문구마저도 표시하지 않는 제작진의 모습을 보면, 책임 의식이란 것이 정말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카오스를 즐기는 유저들을 위해서라도 성의껏 작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설명을 표기할 때 좀더 생각하고 써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좀더 발전하는 카오스의 미래를 위해 긴 글 올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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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등!!! 글씨가 너무 작어요 선리플 후감상
글씨 크기가..;;
이야.......... 정말 대단하시네요. 요새 카오스에 빠져 살고있었는데, 여기에 지적된 내용이 비교적 잘 반영돼었던데,,, 이게 다 울과에 계신 분이쓰신 글이 반영된 내용이라니,,,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본천아 카오스에서 나와서 이제 학교좀 빠지지말아라.......ㅡㅡ 셤은 봐야되잖니
지금은 다 수정되지 않았나??
멋진데;;;
우왕 국민유즈카오스를 제대로 까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