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훈화(7월12-17일)-제38장; 빠뜨리치안회(Patriicans)
흔히 신자들에게 교리에 대한 질문을 하면 대답을 제대로 못한다. 그들은 예비신자 교리반을 거쳐 세례만 받으면 교리에 대해서는 졸업한 것으로 여긴다. 영세하면 더 이상 교리책을 읽지 않고 종교 교육에도 별반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레지오 단원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교리 지식에 자신이 없어서 선뜻 용기 있게 사람들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선교 활동을 수행하지 못하는 단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프랭크 더프는 신자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종교적 무지와 전혀 발언을 하지 못하는 침묵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 1955년에 빠뜨리치안회를 조직하였다. 빠뜨리치안(Patrician)이란 명칭은 건국의 아버지(Pater)에 어원을 둔 고대 로마의 용어로서 귀족을 지칭한다. 그 당시의 사회 계층은 귀족, 평민, 노예로 구분되어 있었다. 빠뜨리치안 회원들은 오늘날의 사회 계층 모두를 하나의 영신적 귀족으로 결속시켜 영신적인 조국인 교회를 떠받들기를 열망한다. 이 회의 목적은 평신도들에게 교리 지식을 함양시키고 용기 있는 발언으로 선교 사명 의식을 고취시켜 적극적으로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신자 재교육 분야에 레지오 체계를 반영한 것이다. 이 회는 레지오가 관장하는 단체로서 각 지회는 한 쁘레시디움에 소속되어야 하며 회장은 행동 단원이어야 한다. 그리고 영적 지도자를 비롯한 부회장, 서기, 회계 등의 임원을 두어야 한다. 회원 수는 50명 이내여야 하고 회합은 정기 월례회이며 소요 시간은 2시간을 원칙으로 한다. 좌석 배치는 레지오 제대 차림을 중심으로 반원형이어야 하고 소요 경비는 비밀 주머니 헌금으로 충당한다. 회합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빠뜨리치안회의 기도문 합송, 2) 평신도의 주제 발표, 3) 토론 및 회계 보고, 4) 다과 및 휴식, 5) 영적 지도자의 훈화, 6) 토론 계속(비밀 주머니 헌금), 7) 공지 사항, 8) 사도신경 합송 및 사제의 강복.
회합에서 중추를 이루는 부분은 주제 발표(15분)와 토론(70분), 훈화(15분)이다. 회원들은 토론에 적극 참여하여 발언해야 한다. 회의 진행 방법은 공동 접근 방식, 곧 당면 문제에 대해 전원이 적극적으로 지식을 추구하면서 공동 작업을 하는 것이다. 내용의 종합이나 요약이 없으므로 주제에 대한 영적 지도자의 훈화가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회합의 주제는 교회, 신앙, 교리, 윤리, 도덕 등 종교와 신앙 생활, 사도적 활동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프랭크 더프는 주제의 예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신비체, 성삼위, 그리스도의 신성(神性), 강생 구속, 성령, 교회, 성모 마리아, 묵주기도, 성체, 미사, 고해성사, 혼인성사, 성성(聖性), 기도, 교회 쇄신, 평신도 사도직, 악(惡), 희생과 고통의 의미, 대사(大赦)와 종교 개혁, 종교와 정치, 회교, 유다교, 여호와의 증인 등이다. 이외에도 '나는 왜 가톨릭 신자가 되었는가?' '나는 나의 형제들을 돌볼 책임이 있는가?' '종교는 다 똑같은가?' '영원한 벌이 정당한가?' '타인의 믿음에는 간섭할 수 없는가?' '전쟁 때 하느님께서는 어떻게 양편을 동시에 편드실 수 있는가?' 등의 주제를 흥미 있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부터 시행해 보았으나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1969년에 중단되었고 1993년에 다시 시도되었다가 유명무실하게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어려움이란 다양한 주제 선정 문제, 평신도의 주제 발표 문제, 영적 지도자의 관심도와 훈화 문제, 지속적인 월례회와 의무 사항이 아닌 출석 문제, 회원 확보 문제, 일개 쁘레시디움에 소속되는 문제 등이었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2년에 한 번씩 실시해야 하는 레지오 행사인 '토론 대회'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에 교본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교본에서는 변함없이 빠뜨리치안 회합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세나뚜스나 레지아의 영적 지도자를 비롯한 간부들이 합심하여 이 회를 부활시켜 적극 활용한다면 신자 재교육의 효과가 클 것이다. 그러려면 앞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문제점과 어려움이 해결되어야 한다. 교본대로 하기가 어려우면 일개 쁘레시디움에 이 회를 소속시키기보다 평의회에 소속시키고 흥미를 돋우는 주제를 선정하여 1년에 한 번이라도 토론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소기의 목적이 어느 정도나마 달성될 것이고 오늘의 한국 레지오 마리애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