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토곡산에서..

[쌍박사]

 양산 토곡산.

2012년 2월26일(일요일 날씨 : 흐림)

나홀로 ( 9.1km 식사,휴식시간 포함 주의경관에 빠져 쉬엄쉬엄 총6시간)

자장암 초입(09:10) - 물맞이폭포 - 토곡산(12:35) - 석이봉(13:40) - 함포마을회관(15:00) - 자장암 초입.(15:10)  

'부산·경남 대표적 악산' 거론 올라보면 멋진 산세에 반해 산행 중 만나는 물맞이 폭포 영남알프스·낙동강 경관 탁월

(이 구절을 보고 도대체 어떤 산이길래 하는 호기심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신문이나 인터넷을 떠도는 산행기 중 '양산 토곡산(855m)' 편을 읽어보면 반드시 등장하는 말이 있다. 바로 '부산·경남의 대표적인 악산(惡山)'이라는 표현이다. 어떤 산이 악산일까? 흔히 돌과 암릉이 많은 산은 골산(骨山), 사람의 살처럼 흙덩이가 풍부한 산은 육산(肉山)으로 부른다. 골산과 육산은 산을 구분하는 대표적인 기준이다. 반면 악산을 구분하는 원칙은 없다. 사전을 보니 악산을 '험한 산'으로 풀이했다.

애매한 개념이다. 따져보자. 해발고도가 주위 산보다 높아 오르기 힘든 산이 악산일까? 그렇다면 영남 알프스 가지산이나 금정산 등 주변 산에 견줘 돌올한 뫼들은 죄다 이 범주에 들어가야 한다. 봉우리 모양새와 산세가 사나워서 악산일까? 이 말대로라면 지난해 '산&산'이 밟은 강원 영월 구봉대산, 경북 영덕 팔각산, 전남 고흥 팔영산도 악산 계열에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산꾼들은 이런 산을 명산으로 대하지 결코 악산으로 '홀대'하지 않는다. 악산을 정하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 보니 결국 악산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주관에 좌우되기 쉽다.

토곡산에 왜 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아마도 '물이 귀하고, 능선의 암릉이 거칠며 내려올 때까지 머리끝부터 발목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산'이기 때문에 그런 악명을 얻은 것으로 추정한다. 하나 정작 산을 밟아본 사람들은 이런 추정에 손사래를 친다. 물맞이 폭포에서 물을 만났고, 산의 까칠한 암릉을 넘나들면서 암릉 타는 재미를 맛봤으며, 낙동강을 저만치 아래에 두고 낙남·낙동의 산줄기를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한다. 결국 악산은 없고, 산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이 '악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토곡산에 대한 편견은 직접 오르면 깰 수 있다. 다만 소문처럼 거친 돌길이 많고, 등로도 모호한 데가 많아 산행 초보자나 단독 산행은 무리이겠다. 부산·경남의 각종 산악회에서 산행 중급 코스로 이 산을 택한 이유도 여기 있지 싶다.

코스는 전체적으로 '∩'형 산세를 시계 방향으로 돈다. 들머리에서 오르자마자 물맞이 폭포를 만나 주능선까지는 오름길이다. 해발 20m에서 470m까지 치고 오르지만, 지그재그형의 오름이라 된비알은 아니다. 주능선에서 암릉을 밟거나 돌아가거나 넘는다. 중간 중간 안부가 있어 고도가 오르락내리락거린다. 정상에서 서릉을 밟고 석이봉을 지나 내려온다. 들머리와 날머리(함포마을회관) 사이가 500여m 정도라 사실상 원점회귀 산행이다. 산행 거리 9.1㎞, 넉넉잡아 5시간 30분쯤 걸린다.

(거리로 봐선 4시간 정도면 될것 같은데 험한 암릉과 미끄러운 급경사가 많아 많이 지체되는것 같다.) 

산행이 시작되는 들머리는 69번 지방도로를 따라 함포마을회관을 가기전 500m전쯤 왼쪽에 있다. 물맞이 폭포의 물길이 끝나는 계곡 하부 공터다. 나무 이정표와 'ㄷ'자 모양의 시멘트관이 있다.

시멘트로 대충 마감한 돌계단을 따라 곧장 산속으로 들어간다. 물 마른 계곡에 돌덩이들이 어지럽게 박혀 있다. 조금 오르면 정면 소나무 숲 속에서 반짝하고 빛이 난다. 지장암 마당에 있는 지장보살상이다. 보살상 옆에서 태극기가 휘날린다.

지장암을 지나 길을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돈다. 왼쪽으론 짙은 잿빛의 암벽이 돌로 병풍을 친 것처럼 우뚝 산에 붙어 있다. 눈길을 주다 보니 어느새 물맞이 폭포 아래에 섰다. 기도터로 쓰이는지 금줄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이 폭포는 토곡산 산행 중에 유일하게 물을 만나는 곳이다. 길이 7m, 와폭은 2~4m로 물이 흘렀다면 제법 볼만 했겠다. 봄이 왔다는 증거인지 폭포는 거의 녹아 밑으로 졸졸 물소리가 들린다. 폭포 머리 위를 밟고 지나 다시 능선으로 붙었다. 낙엽이 쌓여 길의 윤곽이 희미하다.

첫 번째 전망대를 지나 20분 남짓 오르막을 밟는다. 고도계의 고도가 확연하게 상승한다. 오르막에 구비가 많고, 경사가 비스듬해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다. 40분쯤이면 주능선에 닿는다. 두 번째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그 뒤의 낙남정맥의 지맥들이 물결을 친다.

600봉과 597봉까지는 흙길이다. 잠시 뒤 내리막이 시작되자 암릉이 나온다. 각양각색의 돌이 길을 막고 있다. 돌길은 이정표가 있는 안부까지 이어진다.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함포마을 방향 하산로다. 나는 그냥 직진한다.

이정표를 지나면 다시 암릉이다. 이번엔 오르막이다. 양손으로 돌부리를 잡고 무리 없이 극복한다. 562봉을 지나 10여분 정도 가면 높이 4m가량의 암릉이 서 있다. 척 봐도 맨손으로 오르기엔 불가능해 보인다. 중간에 매듭 뭉치가 있는 흰색 밧줄이 반갑다. 줄이 안전한지 당겨본다. 줄을 잡고 영차영차 올라간다. 뒷사람은 항시 선등자가 다 올라간 걸 확인하고 밧줄을 잡아야 한다. 줄 하나를 잡고 두 사람이 올라가면 중심을 잃고 추락할 위험이 크다.

힘 좀 썼으니 쉬고 가란 뜻일까? 펑퍼짐한 너럭바위에서 잠시 배낭을 풀고 숨을 돌린다. 낙동강을 보면 마음이 확 풀릴텐데, 시계가 좋지를 않다. 토곡산 정상을 보니 눈대중으로 봐선 한참을 더 가야 할 것 같다.

640봉부터 730봉, 754봉까지 암릉길이다. 30여 분 걸린다. 이제 다 왔나 싶은데 다시 안부로 떨어진다. 다행히 787봉에서 정상까지는 순한 오름이다.

토곡산 꼭대기는 식빵 모양처럼 기다란 터다. 정상 표석 높이도 2m를 넘는다. 사방 조망을 보려면 여기저기 발을 옮겨야 한다. 북쪽과 동쪽으로 영남 알프스의 남쪽 줄기들이 확연하게 조망될텐데 시계는 영아니다. 서쪽으로 천태산, 금오산이 남쪽인 낙동강 건너편으로 낙남정맥이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악산으로 평가절하 하기에 너무나 아까운 조망들임엔 틀림없으나 오늘은 영 아니다. '악!' 소리보다 오히려 콧노래가 나오니 '악산(樂山)'으로 부르자고 제안하면 아전인수일까?

정상에서 10분쯤 남쪽 능선을 타면 삼거리에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은 복천정사(복천암) 방향이고, 하산로인 원동역 방향은 우측이다. 두 번째 이정표와 갈림길을 지나 734봉 아래 이정표까지는 20분가량 걸린다.

734봉부터는 내리막이 급하다. 바닥이 미끄럽고, 낙엽이 깔린 묵은 길이라 개념도와 산행 안내리본을 잘 따져야 한다. 734봉에서 석이봉까지는 약 20분 소요. (어느 일순간도 긴장을 늦춰선 않된다.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예전에 석이버섯이 많이 났다는 석이봉(553m)에 이정표가 있다. 원동초등학교와 함포마을회관으로 길이 갈린다. 마을회관 쪽으로 간다. 8분 정도 내려가면 길이 나뉘는데, 왼쪽은 흙길 오른쪽은 암릉이다. 잠시 뒤 만나기에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나는 암능을 탄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묘가 잇달아 나타나는 지점까지 다시 급경사다. 해발 400m에서 170m대로 떨어진다. 묘 2곳을 지나 나오는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튼다. 5분 남짓 거리에 갈림길이 있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계곡을 지나 민가 농장으로 올라선다. 민폐를 우려해 이 길을 버린다.

갈림길에서 오솔길로 5분가량 가면 토곡산 등산로 이정표가 보인다. 사실상 산행이 끝난다. 이정표를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69번 지방도로다. 갓길로 3분을 더 걸으면 날머리인 함포마을회관이다. 차량을 회수하기위해 69지방도를 따라 걷는다. 드디어 우측 자장암 이정표 공터에 도착 짐을 풀고 포항으로 향한다. 왔던 길로 가지않고 주변 경관도 볼겸해서 밀양댐 쪽으로 방향을 틀어 잠시 휴게소에 들러 고로쇠물과 겨우살이를 사고 표충사 쪽으로 해서 포항으로 귀가한다. 포항에 도착할 무렵 웬 눈이 오기 시작한다. 많은 눈은 아니지만 오면서 다 녹아버린다.  

오늘 산행에 지침이될 개념도다. 이 지도와 나침판만 달랑들고 산행을 시작한다.

자장암 초입에 있는 이정표다.

자장암 초입 공터에 파킹을 하고.

이 거칠게 시멘트로 다듬어진 계단을 따라 오른다.

자그마한 암자인 자장암.

자장암 앞으로 소로를 따라 비스듬히 우측으로 오른다.

시그널쪽으로 오른다.

이런 암벽들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이런 너덜지대도 나오고.

기도하는 작은 바위굴인 모양이다. 주위에 금줄이 길게 둘러쳐저있다.

물맞이 폭포가 서서히 녹고 있다. 아마 2단 폭포인것 같다.

처음부터 계속 이런 구간이다. 바닥엔 뾰족뾰족 바위들이 나뒹군다.

오늘 산행중 나를 인도해줄 부산일보 시그널이 반갑다.

함포마을과 낙동강 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바위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이곳 저곳 조망을 해보지만 날이 흐려 영 아니다.

정상을 밟은후 내가 하산해야 할 능선을 바라본다. 멀기도 멀고 경사가 심하다..

산행중 첫 등객과의 조우다 반갑다. 이내 추월한다.

내가 걸어온 능선을 한번 바라본다.

첫번째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서 함포마을회관쪽으로 빠지는 최단코스다. 나는 가던 방향으로 직진한다.

멀리 바위옆에 먼저간 등객이 어딘가 바라보고 있다.

4m가량의 직벽 암능이다. 근력이 필요한 지점이다.(뒤따라 오는 등객을 한번 잡아 봤다.)

이 바위를 좌로 돌아서 간다.

밧줄이 너무 미약하다 조금만 더 굵은 것으로 설치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낡고 낡아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위험한 구간이다.

바위에 쓸리고 쓸려 헤진부분이 눈에 띤다. 조심 또조심 확인 또확인 하고 오르시길..

토곡산이 희미하게 왼쪽으로 보인다. 아직 갈길이 멀기만 하다.

내가 걸어온 능선을 바라본다.

이 바위 좌측으로 돌아간다. 아찔하지 않은가? 잠깐 헛디디면 황천길로 가는 길이 아닐까.

이런 구간구간을 맞본 등객들이 악산이라 했나 보다.

멀리 바위옆에 등객 한무리가 보인다.

이런 나뭇가지도 헤치고 간다.

내가 지나온 능선들이다. 산세가 아름답기만 하다.

(12 :35) 토곡산 정상 도착.

먼저온 등객에게 사진 한컷 부탁해 본다.

점심먹기 금상첨화인 넓은 바위다. 언제 오시거던 여기서 식사를 하시길.(정상에서 20m쯤 밑에 있다.)

함포쪽으로 직진 한다.

하산하면서 내가 걸어온 능선을 다시 바라본다.

가운데 토곡산 정상에서 이만큼 내려 왔다.

(13:40) 이곳이 석이봉이란다.(553m)

석이봉에서 낙동강 줄기를 조망해 본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석이봉을 가로질러 함포마을회관 쪽으로 하산한다.

멀리 낙남정맥과 낙동강 줄기가 시원스럽다.

하산길에 바라본 6부 능선쯤의 병풍처럼 둘어선 바위군들.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떨어진 낙엽과 바위 부스러기 들로 상당히 미끄럽다.

어느덧 함포마을이 저 아래 보인다.

 갈림길 이정표다. 사실상 여기가 산행 날머리인 셈이다.

나는 좌측 함포마을회관 쪽으로 하산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산행 안내를 해준 부산일보 시그널. 감사합니다.

희미하게 나뭇가지 사이로 함포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이 무덤을 좌로하고 우측으로 하산한다.

여기가 최종 날머리이다.

이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69번 도로까지 내려온다.

내려오는 도중 우측으로 이런 펜션 단지가 있다.

시멘트길이 끝나는 지점이다. 69번 지방도와 합류지점.

함포마을회관 전경.

차량회수를 위해 69번 지방도를 따라 10여분을 걸어 올라 왔다.

먼져오른 등객들의 승용차가 아직도 추차되어 있다. 짐을 풀고 포항으로 향할 준비를 한다.

오는 도중 석남사쪽으로 가지 않고 밀양쪽으로 방향을 돌려본다.

시원스런 밀양댐 줄기가 아름답다.

멀리서본 밀양댐 전경.

밀양다목적댐 전경이다.

댐 휴게소에 들러 고로쇠물과 겨우살이를 사고 잠시 댐 주변을 조망해 본다.

경주 배반사거리에 웬 까마귀뗴가 이리 많은지 한번 담아 봤다.

전기쭐에 빼곡히 앉아 있는 까마귀들.

집 근처에 다왔는데도 눈은 계속 내린다.

위덕대학쯤 왔을때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그리 많은 눈은 아니지만 이내 녹아 버린다.

집에 도착해 적산 거리계를 보니 240km를 알린다.

갈때 115km였으니 25km를 돌아온 셈이다.

돌아와도 오랜만에 구경한번 잘 한것 같다. 가지산군과 신불산군을 눈으로 멀리서 말이다.

이제 오늘의 여정을 마감하고자 한다.

[지니리]

토곡산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몇해전에 저도 토곡산을 찾았는데 쌍박사님은 조금 일찍 서둘렀네요.
매화꽃 필무렵에 가면 원동마을에 매화꽃이 만발하고 특히 낙동강변의 원동역 근처의 순매원은 매화가 필무럽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쌍박사]

네 그렇군요 시간이 나 갔다 왔지요. 3월부턴 바빠 질테니까. 시간 맞추기가 참 어려워요. 감사합니다.

[윤진업(지너비)]

남해바래길 걸을때 무척 빨리 걸어 가신다고 느꼈는데 이유가 있었네용
상세한 토곡산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쌍박사]

테마여행은 제 취향이 아니고 아내를 위해 다녀요. 폐가 약해 산행을 못하거든요. 눈도 많이 나빠서 걱정입니다.
혼자 보내거든 잘 돌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은파]

선답자의 산행기 저에게는 안냇길입니다.감사요.

[쌍박사]

네 그렇지요. 감사합니다.

[한남자]

길을 걷는건 인생을 걷는 것과 같지요.... 많이 걷는 사람의 인생이 깊이가 있는듯...

[쌍박사]

좋은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