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자 : 2012년 1월 28일(토) ♣ 구간 : 태재~형제봉~285.5~불곡산~부천당고개~대지산~43번도로~법화산~88CC~한남정맥.검단지맥 분기점 ♣ 지역 : 경기도 성남, 용인 ♣ 날씨 : 맑음 수도권환종주의 진행 구간과 정확히 겹치는 한남검단지맥의 2개 구간을 진행 한 후 겹치지 않는 마지막 구간을 남겨 놓은 지가 어언 만으로 3년이 흘렀다.
참 세월은 빠르지~~ 혼자 속으로 여러번 말해본...3년...
불곡산부터 한남정맥 갈림길까지 남은 구간의 진행을 해야겠다고는 생각을 자주 했지만 언젠가 가겠지 하면서 다른 산행이나 일정에 늘 후순위로 밀리곤 했다.
그런데, 오늘 그 길로 향했다.
9시 정도에 태재에 도착했다. 세월의 흐름만큼 주변이 변해있었다. 그래도 몇일전 동일한 구간을 걸으신 선답자 분의 후기의 사진과 글을 통하여 이미 모의 진행을 해봤기에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지역난방공사에서 수증기가 듬뿍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뒤로는 영장산 등 성남시 시계종주에 속한 산들이 길게 펼쳐져 있다. 그 산들(남한산성 지화문~영장산~불곡산~오리역)은 2주후에 다시 걷게 될 예정이다.
성남시 시계종주 구간에 속한 길들중에서 평탄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유달리 많은 곳이다. 오늘 산길은 43번 도로를 건너서 법화산으로 오르는 길에서 제대로 길을 찾는 것과 88CC를 통과하면서 별다른 마찰이 없을 것을 기대하는 것 외에는 그다지 어려운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불곡산까지는 수도권환종주를 하면서 진행해봤고, 역시나 오늘도 여러명 사람들이 운동과 휴식을 하고 있다.
길을 놓치면서 시계종주길을 따르지 않고 아래쪽으로 내려갔는데 약수터가 있었다. 불곡약수... 물 맛을 보니 차갑지 아니하고 맛은 보통이다.
이런 사람..... 들여다 보면서 이런 사람이 곧 본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 되고 나와 친해지는 것.. 그것이 곧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는 길이 아닐까..
다시 시계종주길로 들어선 후.. 잠시 뒤로 후진을 해서 불곡산 밑까지 진행을 해보았다. 제대로 능선길을 따라 난 길을 보고 싶었다.
대지산이 이정표에 나타났다.
잠시 정리된지 얼마 안되 보이는 소나무들이 늘어선 길을 지났다. 날씨가 봄날씨처럼 따스하고 하늘도 맑고... 햇살에 반사된 소나무 잎빛이 초록색으로 눈이 부시게 푸르르게 보였다.
63번 철탑.. 하늘이 눈이 부셨다.
대지산... 정상석 뒤에는 골프장에 속한 사유지가 있어 철조망으로 구획을 정해놓았고 정상석 오른쪽, 철조망을 왼쪽에 둔채로 43번 도로까지 내려가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철탑과 멀리 산위의 철탑사이에는 43번 도로가 2개(하나는 구도로, 하나는 신도로) 나있어 능선이 잘려 있고 절개지가 깊게 나있으며 차량 왕래가 많다. 무덤가 햇빛이 잘 비치는 곳에서 잠시 쉬어 갔다.
철탑 부근에서 바라본 성남시가지와 멀리 광교 백운산 쪽....
구43번 도로의 정상부근에 있는 산마루휴게소... 간판은 산뜻한데, 정작 가게는 닫혀 있었다. 검단지맥 길에서는 매우 유명한 휴게소로 알고 있고, 문득 백두대간 길의 매요리휴게소와 주인 할머니가 생각났다.
휴게소 앞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철조망안에 있는 로드힐골프장 앞으로 진행하게 된다.
로드힐골프장 간판을 몇십미터 채 지나지 않아 다솔조경 표지석이 보이고... 잠시 더 지나면 왼쪽 절개지 위에 나이스골프 간판이 서 있다.
잠시 더 진행하면 43번 도로밑으로 난 지하통로가 있고, 마침 단국대가 종점인 버스가 막 터널을 통과하고 있었다.
43번 도로가 능선을 끊은 대지산과 이어져야 하는 322.1봉으로 오르기 위해서 보통은 희창냉장과 유진레미콘을 지나 절개지에 설치된 공사용 사다리를 이용한다. 322.1봉을 올려다 보면서 봉우리에서 내려온 줄기들을 보니 희창냉장 가기전에 있는 센추리에어컨 대리점 건물쪽으로 내려서는 능선 중간에 잘 가꿔진 무덤몇기가 보이고 철탑이 보였다. 보통 무덤이나 철탑이 있으면 산길이 있다. 잠시 잡목을 헤치고 오르니 경계용 참호 몇기가 있고 무덤을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었다. .... 용인공원묘지에 들어섰다. 아래로는 죽은자들이 누워 있고 여기 산자가 길을 가고 있다. 저들이 그토록 조금이라도 더 가지고 싶었을 살은 삶을 나는 지금 누리고 있고 저들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하늘을 나는 오늘 눈부신 마음으로 보고 있고 이렇게 걷고 있다.
군 시절에 이곳으로 훈련을 몇번 왔었는데, 그때 보았던 참 잘 꾸며진 무덤들 그리고 주변의 정원수들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운동기구들이 몇개 설치된 햇살이 잘 드는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점심을 먹었다.
하늘이 눈부시게 푸르른 날이었다.
어린 아이 둘이 포함된 가족이 성묘를 하고 있었다. 아직 두어살 정도 보이는 아이들이 묘소에 절을 하고, 옆에 있던 어른들은 옳지! 잘한다! 하면서 추음새를 넣고 있었다. ........... 푸르른날(시 : 미당 서정주, 작곡/노래 : 송창식)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조금 더 올라 공원묘지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다시 뒤돌아 보았다. 얼마나 많은 사자들이 있을까...
하늘에 하얀 깃털같은 구름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아름다웠다. 역시 눈이 부셨다.
법화산 정상을 앞두고 있는 봉우리에 오르니 벤치에 교동산..이라고 씌여 있었다. 지도나 선답자 후기에 없는 지명이다.
법화산 정상에 오르니 MTB를 타고 올라온 사람이 한명 있고 주변에 몇명이 쉬고 있었다. 사진을 부탁해서 인증샷을 찍었다.
좌축으로 88CC가 보이고, 그 뒤로 검단지맥과 한남정맥의 갈림 봉우리... 한남정맥 길에 있는 할미산성 봉우리가 눈에 꽉차게 들어왔다.
27-84 철탑... 철탑을 지나 골프장에서 설치한 철망을 왼쪽에 두고 내려가다가 마지막 계곡에서 희미한 길을 따라 능선으로 올라 골프 레인으로 내려섰다.
몇번 레인인지 확인은 안했지만 Par-3홀인것은 확실하다. 퍼팅라인 뒷편에 홀인원 기념비가 몇개 있고, 조각 작품...'사랑'이 세워져 있다.
하얀눈이 어우러진 래인이 눈부셨다.
조각상 뒤로 없는 길을 찾아 오르다 보니 오래전에 달은 것으로 생각되는 이제는 색이 바래고 천은 거의 다 삭은 리본이 보였다. 이 역시 눈 부시게 마음에 다가섰다. 지금은 정보도 많고 길도 편하지만 저 분들이 걸을때에는 지금보다 많이 열악한 환경이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88CC에는 88개의 국기봉이 있다는데...88개는 안되어 보이지만 레인을 따라서 원래는 지맥 능선이었을 곳에 국기봉이 세워져 있고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펼쳐질 찰나 샤터를 눌렀는데 한방에 제대로 찍혔다. 눈부신 태극기다. 눈부신 나라...그리고 눈부신 길가는 사람들이여 ~~
카트보관소를 지나고 관리소를 지나....
희미하게 나 있는 오름길을 찾아 오르니 향린동산 철조망이 있고 가볍게 넘어 선다. 예까지 왔는데.... 막을게 뭐 있을까. 드디어 한남정맥 이정표를 만나고 눈이 익은 리본들도 보였다. 문득, 할미성 입구에 매달아 놓은 나의 고천리본이 생각났다. 보고 싶었다. 그래도....참자..이제 집으로 가야지! 마음을 달래고 아래로 내려섰다.
눈부신 그리움의 날이었다. 행복한 그리움이었다.
오늘은 마음껏 웃는 날이다. 얼굴도 마음도 그리고 발걸음까지...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
살아 있어 감사하고 내 건강한 몸으로 스스로 걸을 수 있어 감사한 날이다.
하늘을 두드리는 마음으로 ... 고천(敲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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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ㅏ우사진이 예술이여오라버니 산행보다 사진 실력이 더 늘엇나벼 멋져이제 혼자는 고만하구 같이 묻어 댕기믄 좋겟구만 고생 많았습니당
^^ 행복은 결국 내 마음에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조만간 같이 할 기회가 있겠지요..
멋지십니다.
부끄럽습니다.
오랜만에 산행후기글 반갑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산행 후기를 썼지만 이렇게 공유한 것은 얼마만인지요..
산행을 즐기며 느끼며 생각하며 다니는 모습이 너무 좋아보이네...자주 올려주게나..
마음속에 늘 자리하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하늘을 두드리는 마음으로,,,,ㅎㅎㅎ 보기 좋으네요,,,
부족한게 너무 많은 인간인지라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ㅎㅎ 얼마전에 한남을 마쳤는데 눈에 익은 산 정상들이 있네요. 혼자서 수고가 많습니다..^^
여전히 멋지세여~
홀로 무슨잼있을까......?
날씨는 겁나게 좋으네요~~언제 함께 산행도 하는날 있겠죠~~?
정말 좋은 날씨였습니다. 마치 봄인듯... 아지랑이가 다 보였다니까요. 혼자가 아닙니다. 산과 하늘과 구름 그리고 가끔은 새들도...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함께 합니다.
행복하세요 ~~
고생하셨습니다
산행 전에 읽은 범여 선배님의 후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