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배 님의 페북글 발췌)
동시조 시인, 시조시인으로 활동한 허일 시인이 2022년 11월 15일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허일 시인은 1934년 일본 오사카 출생으로 중앙대 법대와 건국대 교육대학원을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일 비교 문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3년 전국시조백일장 입상 이후 1977년 《시조문학》 시조 천료, 1979년 《조선일보》ㆍ《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7년 《중앙일보》 시조대상 신인상, 1989년 동백문화상 시조 부문 본상, 1996년 노산문학상, 1999년 대한민국동시조상, 2004년 아동문학창작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동시조집 <나는요 청개구리래요>, <메아리가 떠난 마을>, <산은 빨간 알을 낳고>, 시조집 <살아가는 흐름 위에>, <이 시대를 살아가며>, <이 그리움 돌에다 새기리까>, <나는 천생 허수아비라>, <시가 컬컬하여>, <촌철살인의 단장시조 일도류의 하이쿠를!>, <어허, 시조가 죽소> 등이 있다.
한림학원 대표이사 회장, 부산외국어대학 일본문학사 초빙교수, 덕성여대 동양고전 초빙교수, 한국시조시인협회 부회장, 한국시조작가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허일 시인은 1990년대 중반부터 동시조 <쪽배> 동인으로 참여하여 10년 가까이 왕성한 동시조 창작 활동을 했다.
허일 시인은 동시조의 경우 단수가 많고, 동물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자연과 동심의 교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의성어, 의태어를 적절히 구사, 의인화한 동물의 세계를 펼쳐 보임으로써 미소를 머금게 한다.
허일 시인의 명복을 빌며 그의 동시조 대표작 몇 편을 소개한다.
*
소금쟁이
소록소록 실비 끝에
동그라미 송송송
개구쟁이 소금쟁이
물신 신고 쏘다니며
엄마가 부르는 소리
귓등으로 듣는다.
*
아침
거미가
오롱조롱
물방울을 매달았다.
"얘들아!
목마르지?
어서 와서 목 축이렴."
"위험해!"
반짝! 반짝! 반짝!
손사래치는 해님.
*
물오리
꿰엑 꿱
길라잡이
나발 부는 어릿광대
앙가슴 쑥 내밀고
물살을 가르다가
길 막는 솜구름 한 채
큰 부리로 밀고 간다.
*
여름밤
큰일났다!
연못에
달이 퐁당 빠졌다.
아우성치는 개구리 떼
허둥대는 반딧불들.
별똥별
긴 꼬리 끌며
다급하게 뛰어들고.
*
꽃신
꽃놀이 때
한 번 신고
곱게 아껴 두었더니
단풍 구경 가는 길에
발꿈치를 자꾸 문다.
요담에
세배 가는 날
신고 가나 두고 봐라.
*
다도해
앞바다에
띄엄띄엄
흩어 놓은 섬과 섬을
징검다리 건너듯
하나 둘
밟고 가면
맞닿은
하늘과 물의 자리
수평선을 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