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눈물의 영결식'… 25년 짧은 생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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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 추모사-바다 노래속 장례식 치러
스포츠조선 신남수-이정혁기자
입력 : 2005.02.24 12:22 10' / 수정 : 2005.02.24 13:45 36'
영화인과 가족들의 오열속에 결국 한줌의 재로 이 세상을 떠나갔다.
22일 세상을 뜬 이은주는, 24일 경기도 벽제 승화원에서 화장된 후 고양시 자유로 청아공원 납골당에 안치돼 25년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날 영결식은 200여명의 동료 연예인, 영화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렸다.
이은주가 다니던 교회인 서울 삼성동 현대교회 조동천 목사의 주재로 오전 7시 발인 예배가 열린데 이어 7시 40분부터 영결식이 진행됐다. 이은주의 소속사(나무액터스) 동료 등 평소 절친했던 연예인들이 추도사와 송가 등을 통해 애달픈 심정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추도사는 이은주의 소속사 후배인 영화배우 문근영이 낭독했다. 이은주의 스크린 데뷔작인 '송어'를 함께 했던 인연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한 설경구 또한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SBS TV '카이스트'를 함께 했던 지성이 눈물 속에 추모시를 낭독했으며, 전인권이 "은주가 좋아했던 노래"라며 '걱정말아요'를 부르면서 고인의 너무도 이른 죽음을 애도했다.
마지막으로 아주 가까운 친구였던 가수 바다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여러번 반복해서 부르는 가운데 유가족들이 헌화를 했고, 참석자 전원이 이 노래를 함께 부르며 눈물 속에서 이은주를 떠나보냈다.
영정은 옛 연인 김정현이 들었으며, 김주혁 박건형 등 동료 배우 6명이 운구를 맡았다. 이은주가 마지막 가는 길은 한마디로 눈물 바다였다.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비통한 송가… 선후배 연예인 오열
이은주. 25년이라는 짧은 생애. 그 비극적인 삶을 마지막으로 떠나 보내는 날은 비통했다.
24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은 유족들과 동료 연예인들의 오열 속에서 진행됐다. 동료 연예인들이 읽고 부른 추도사와 송가는 어느 장례식 보다 슬펐다.
이은주와 같은 소속사 후배인 문근영은 애절하게 추도사를 낭독, 식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불꽃 같았던 열정을 거두고 그분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분은 언제나 한결 같았음을 기억합니다. 늘 겸손하게 세상을 대했고, 따뜻했으며, 성실했고, 아름다웠습니다. 이곳의 무겁고 아팠던 모든 것들은 훌훌 벗어버리시고, 좋았던 기억과 따뜻한 온기와 아름다운 마음만을 품고 가십시오"라고 추도사를 낭독하는 내내 문근영은 눈물을 흘렸으며, 때때로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가수 전인권이 생전에 이은주가 좋아했던 노래 '걱정말아요'를 부르면서 식장 곳곳에선 울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떠난 그에게 노래 하세요.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그댄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 버렸죠. 그대 힘든 얘기들 모두 꺼내어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라는 애절한 가사를 담고 있기 때문.
마지막으로 3일 내내 빈소를 지킨 바다 또한 헌화식이 진행되는 동안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반복해 불러, 숙연함을 더했다. 바다는 "우리 모두는 은주를 사랑합니다. 은주를 위해 지금은 침묵하려 합니다. 우리가 얘기 못해도 모두가 은주를 기억할 것입니다"라며 이은주가 마지막 가는 길에 눈물을 쏟았다.
◆ 연예정보 TV프로 시청률 껑충
이은주의 자살은 전국민에게 큰 충격이었음이 입증됐다.
지난 23일 이은주의 사망 관련 소식을 집중 보도한 공중파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2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닐슨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이날 밤 11시10분부터 방송된 MBC '섹션 TV 연예통신'의 시청률이 전국 21.8%를 기록했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회사인 TNS미디어 코리아의 결과로는 22.5%를 기록했다.
'섹션 TV 연예통신'보다 2시간 앞선 오후 9시에 방송된 SBS '생방송 TV 연예' 역시 프로그램 시작이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닐슨미디어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전국 시청률이 16.2%를, TNS미디어코리아 조사에서는 17.8%를 보였다.
◆ 유골 청아공원 납골묘 안치
○…고 이은주의 시신은 분당 서울대학병원을 출발해 오전 9시50분쯤 벽제 승화원에 도착. 약 15분쯤 차례를 기다린 뒤 10시 5분쯤 김정현과 나무 액터스 소속배우 6명이 운구를 화장장인 제1로 전실로 운반하자 유족들을 비롯한 동료 연기자들이 큰 소리로 오열해 울음바다를 이뤘다. 1시간 30여분의 화장이 끝나고 한줌의 유골로 변한 이은주의 유해는 곧바로 일산 청아공원 납골묘로 운반됐다.
◆ 설경구 목메어 추도사 낭독 포기
○…설경구는 당초 문근영과 함께 이은주에 대한 추도사를 번갈아가며 낭독키로 했으나 막판에 포기. 영결식에서 문근영의 옆을 지킨 설경구는 "너무나 슬퍼 추도사를 읽어나갈 자신이 없었다"며 "그토록 사랑스러운 은주가 세상을 떠났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통곡하기도 했다.
[추도사 전문]
아름다운 사람, 고 이은주를 떠나보내며.
천상에서 피어야 할 꽃이 진흙투성이 세상에 내려왔건만
온 마음을 다해 세상 사람들에게 삶과 사랑, 웃음과 눈물의 의미를 전하였더니
그 모습이 어여쁘고 가엾었던 신께서 이제 되었다, 하시었나 봅니다.
불꽃 같았던 열정을 거두고 그분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분은 언제나 한결 같았음을 기억합니다.
늘 겸손하게 세상을 대했고, 따뜻했으며, 성실했고, 아름다웠습니다.
많은 말보다 진실한 말을 하려 애썼고, 원망 아닌 인내를 택했던 선량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맑고 투명한 심성이 빛이 되고 향기가 되어
그녀가 남긴 작품들에 스며 있음을 깨닫습니다.
10년 간 남긴 아홉편의 작품들…
신기루같은 작품 속 인물들에게 자신의 삶으로 생명을 불어넣었던 사람이기에,
그녀는 떠났지만, 그 분신들을 통해 우리는 그녀를 거듭 만날 수 있습니다.
가녀린듯 힘 있고,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고 싶어했던 마음,
진심 어린 맑은 눈빛, 차분한 목소리와 고아한 몸짓…
언제나 마음과 영혼을 바쳐 푹 빠져들곤 했던 빛의 세계 속에서
웃고 울고 꿈꾸었던 그녀는 진정한 영화의 연인이었습니다.
함께 꿈 꾸었던 모든 이들에게 신실한 친구이며 든든한 동지였던 사람.
당신이 품었을 환희와 상처, 고뇌와 희열의 순간을
어찌 감히 모두 헤아린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배우이자 영화인으로서 품었던 당신의 열정과 진정한 마음만은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후에 나누고 싶었던 많은 이야기들은 아직 시작도 못했건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무심히도 짧았음이 새삼 아프고 또 아픕니다.
이 아픈 이별 앞에서 무슨 말로 당신을 위로할 수 있으며,
또한 남겨진 우리를 위로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우리의 가눌 길 없는 슬픔이 가시는 걸음에 짐이 되어선 안 되겠기에,
지금은 잠시 접어두려 합니다.
이곳의 무겁고 아팠던 모든 것들은 훌훌 벗어버리시고,
좋았던 기억과 따뜻한 온기와 아름다운 마음만을 품고 가십시오.
하나님의 보살핌 속에서 부디 평안하고 행복하길…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합니다.
2005년 2월 24일
함께 꿈꾸었던 이들의 마음을 모아 문근영 드림 | |